잭잔느 1주년 기념 소설 번역 <해피 애니버서리> (후편)

ETC/번역

2022. 3. 22.

*번역기로 돌린 것을 읽을 수 있을만큼 다듬은 정도입니다. 말투 같은 요소는 정확히 번역하지 못 했을 가능성이 크니 대충 내용만 본다고 생각해주세요.

*스가치의 사투리는 유그님과 탐넘의 지인분께서 도와주셨습니다... 너무 감사합니다!! <ㅇ>

 

 

해피 애니버서리 (ハッピー・アニバーサリー) 후편

 

十和田シン ジャックジャンヌ1周年記念小説【ハッピー・アニバーサリー 後編】|JUMP j BOOK

ジャックジャンヌ1周年を記念したアニバーサリー小説、後編!! オニキス、ロードナイト、クォーツの3クラス、とまどい、衝突しながらも公演へ向けて進んでいく。ふだんは交わらな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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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잔느 발매 1주년!! 토와다 신 선생님이 애니버서리 기념 소설을 써주셨습니다!! 타마사카시의 기념식전에 올라오는 유니베일의 가극. 평소 치열하게 경쟁하는 라이벌 오닉스, 로드나이트, 쿼츠 세 반이 힘을 합쳐 함께 공연의 막을 올린다!! 볼륨감 넘치는 전후편입니다.

 

 

토와다 신 (十和田シン)

노벨라이즈 작가, 시나리오 라이터. 다른 이름인 토와다 신(十和田眞)이라는 이름으로 『연애 태풍』을 집필, 소설 데뷔. 『NARUTO』, 『도쿄 구울』시리즈의 소설화를 담당, ADV 『잭잔느』의  시나리오를 이시다 스이 씨와 함께 집필. 또한, 오쿠토(奥十)라는 이름으로 만화가로서도 활동한다. 코믹스 『마츠 계장은 여자 오타쿠』 발매중.



【 7 】
 유니베르라고 하는 장소는 365일이 전부 기억에 남을지도 모른다.
「……」
 쿼츠의 연습장에서, 키사는 대본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을 이름 결정에 무관심한 의장. 그리고, 강한 위화감이 있다.
「수고가 많아~, 타치바나 군! 상태는 어때?」
「아…… 네지 선배」
「어때, 의장님의 상태는」
 키사는 대본을 덮는다.
「제 나름대로 이미지를 떠올려보고 있었는데…… 상상이 잘 안 돼요. 어제 일을 보고 더더욱 알 수 없어졌어요」
 네지는 응응, 하고 수긍한다.
「오리마키 군이 때때로 보여주는 불덩어리 강속구 스트레이트의 위력이란 말야. 그런 말을 들으면 어쩔 수 없지! 후미나 조장들이 말하기 어려워하던 때, 잘 이야기해줬어」
「말하기 어려운 건가요?」
 네지가 과장하며 양손을 벌린다.
「왜냐면! 이 멤버들이 방향성을 결정하면, 다들 바로 납득하고 따라버리겠지? 예를 들면 후미씨에게 『너희들, 타마사카를 축하하는 마음이 부족해』라는 말을 들으면 『네, 그렇네요, 제 불찰이에요, 죄송합니다, 시정하겠습니다! 』가 되잖아」
 그야말로, 입을 연 순간에 해결될 것 같은 위력이 있다.
「하지만 그건, 유니베르의 『자주성』으로부터 멀어지는 거라고 생각해. 강자에게 의존해서, 생각할 기회를 빼앗기는 거라고 할까. 그러니까, 오리마키 군같이…… 단어의 선택이 좋지 못 하지만, 좋든 나쁘든 얕잡아 볼 수 있는 사람이 말하는 편이, 자신의 기분을 무시하지 않고 그 현실을 마주보게 할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라는 느낌으로 말야. 아무튼, 나는 오리마키 군을 얕잡아 보고 있지 않지만. 맛있을 것 같지도 같고![각주:1]
「사고를 활성화시키기 쉽다, 라는 건가요?」
「내 농담도 들어주면 안 될까? 그렇지만 아무튼, 그런 거야. 찬성도 반성도 나와. 그리고 부정과 긍정이 모두 나오는 만큼, 하나로 정리할 수 없어. 역시 그렇게 간단한 문제가 아니니까.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라면 더욱 그렇지」
 세 반이 타마사카의 날을 축하하기 위해 일치단결하는, 그 목표는 아직 먼 것인가.
「뭔가…… 할 수 없을까요」
 키사는 대본을 응시한다. 이번에 키사는 사사건건 외부인이다. 의장의 생각은 이해할 수 없는데, 의장처럼, 모두의 고리로부터 동 떨어진 존재가 되어 있다. 그것이 답답하다. 자신도 이 무대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부정 긍정의 소용돌이 안에서, 타치바나 군처럼 생각하고 있는 사람은 그 외에도 있을 거야. 예를 들어…… 카이도」
「카이도 선배가요?」
「응. 말을 꺼내기 어려운 입장이라고 해도, 카이도는 이번 오리마키 군이 있는 히라키 조의 리더. 거기서 나온 의견을 무시할 수는 없지. 카이도는 나보다 훨씬 더 열심이기도 하고!」
 그리고, 씨익 웃는다.
「가 볼래? 히라키. 타마사카에는 갔잖아」
「에, 그래도 되나요?」
「그럼. 여름 공연과는 정반대네! 그 때는 오닉스와 로드나이트의 반장들에게 이끌려 다녔지만, 이번에는 스스로 발길을 향한다! ……그게 분명, 배역의 『투명함』에 이어질 거라고 생각해」
 ――투명함.
 배역 발표 때, 네지가 했던 말이다.
「가고 싶어요, 히라키에」
 네지가 생긋 웃었다.
「잘 다녀와」
 키사는 네지가 추천한대로, 오닉스로 향한다.
「……어라, 카이도 선배?」
 연습장 앞, 멀리서 봐도 한 눈에 보이는 늠름한 모습.
「왔나, 타치바나! 네지한테 이야기는 들었다!」
「실례합니다, 오늘은 잘 부탁드립니다!」
「그래!」
 그대로, 연습장으로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카이도가, 「그럼 가지」라고 발을 내디딘 쪽 모퉁이는 연습장과는 정반대 편.
「엣, 저, 카이도 선배?」
 연습장을 되돌아 보면서 묻지만, 그의 걸음은 멈추지 않는다. 자꾸자꾸 학교 밖으로 나아간다.
「히라키를 보고 싶은 거잖아?」
 끄덕이는 키사에게 카이도는 자신의 가슴을 두드렸다.
「그렇다면 나를 믿고 따라오면 된다!」
 카이도의 강력한 말에는 반론을 할 수 없게 하는 박력이 있다.
(그러고보니……)
 타입은 다르지만, 후미에게도 이런 면이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가 한 마디 하는 것만으로 반론이 모두 쏙 들어가서, 납득해 버리는 것이.
(그러니까, 말을 꺼내는 일에 신중해지는 걸까……)
 민감하고 날카로운 이 사람들은, 떠오르는 문제의 형태도, 올바른 해결법도 알고 있으면서, 입 다물고 있어야 하는 일이 많은 걸까.
 그건―― 답답하지 않을까.
「타치바나!」
「아, 네, 네!」
 정신을 차리자 계단을 내려가 교문 앞에 도착해 있었다.
「……엣」
 대기하고 있는 건, 그야말로 비싸보이는 검은 자동차.
 재빠르게 운전기사가 나타나 문을 연다.
「아, 그……?」
 이건 도대체.
「그럼 가자!」
 설명이 부족해 혼란스러웠지만, 믿으라고 했다. 키사는 마음을 정하고 차에 탔다.

「……보이나, 저쪽이 타카라 강이다!」
 언덕을 내려가고 마을을 빠져나와 차로 수십분 정도 달렸을 때, 시야의 끝에 강이 보이기 시작했다.
「어, 타카라 강이라는 건, 사람들이 물고기를 잡아 먹었던……?」
「그렇다! 오오다테 산을 수원(水源)으로 두고, 타마사카와 히라키를 가르는 강이기도 하다!」
 강의 이쪽이 타마사카, 저쪽이 히라키.
 키사는 드디어, 자신이 『히라키의 마을』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네지는 원래 그럴 생각이었지만, 장난도 칠 겸 키사를 배웅했을 것이다.
 차가 타카라 강에 놓인 다리를 건넌다.
「타카라 강은 사금을 채취할 수 있는 걸로도 유명해」
「엣, 사금이요!? 아…… 혹시 타카라 강은, 보물의 강이라고 하는 뜻인가요?[각주:2]
「날카로운데. 그 밖에도 여러가지 의미가 있다고 하지만, 제일 큰 건 그거야. 자, 히라키에 들어왔다」
 강을 건너자, 마을의 경치가 급격하게 변해간다.
「도시다……」
 오래된 역사가 느껴지는 타마사카에는 없는 수 많은 빌딩이 히라키라는 마을에는 있었다.
「좋아, 여기서 내리자」
 차가 멈춘 건 비지니스 거리의 중심에 있는 근대적인 역의 터미널.
 거기에는 크게「타마사카시 역」이라고 써있다.
 그러고보니, 워크숍의 아키카가, 「타마사카시역」에 대해서도 이야기했었다.
「타마사카시의 정치 기능은 모두 『히라키』에 모여 있다고, 모나 스타 스쿨에서 모나 씨와 아키카 씨가 가르쳐 주셨었어요」
「그래! 저쪽에 시청! 바로 옆에 경찰서! 공원 건너편에는 재판소나 대학병원, 그 밖에 박물관이나 미술관, 수족관 같은 문화 시설도 있다!」
「바다가 가까운가요?」
「히라키의 바로 옆이 아야하마시(絢浜市)니까!」
 얼마 전, 여름 합숙으로 숙박한 카이도 그룹 소유의 「빌시타 아야하마」가 있는 아야하마시다.
「히라키에는 비지니스 거리도 있다! 우리 관련 회사도 그곳에 있지!」
 키사에게 카이도는 오닉스의 반장이지만, 그에게는 카이도 그룹의 후계자라고 하는 면도 있다. 아니, 본래는 그것이 본업인 것일까.
「히라키는 타마사카와 겉모습부터 전혀 다르네요」
「타마사카는 역사적 경관의 보전에 주력하고 있기 때문이지! 그만큼, 히라키가 도시 기능의 발전을 담당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니까 이렇게 도시인 건가.
 키사는 등 뒤에 있는 역을 재차 바라본다. 하나, 신경이 쓰이는 것이 있었다.
「역의 이름……『히라키』는 아니네요. 아……!」
 그것이, 타마사카와 이름을 두고 싸워 진 결과인 것일까.
 그러나 카이도는 바로 부정한다.
「여기는 히라키지만, 예전에 무사의 마을이었던 『히라키』는 또 다시 저 건너편이다. 그럼 가자!」
「엣, 아, 네」
 카이도는 차가 아닌 도보로, 기찻길 옆을 나아갔다.
「어라……」
 그러자 갑자기, 새로운 풍경이 펼쳐졌다.
「앗」
 사방이 빌딩으로 둘러싸인 고지대에, 훌륭한 성이 서 있는 것이 보였다.
「저게, 히라키 성이다」
 성이 가까워질수록, 거리의 풍경도 서서히 바뀌어 간다.
 구불구불한 길, 기나긴 돌담, 회반죽을 입힌 곳간, 아름다운 절간, 그리고 오래된 무사의 집.
 이것이, 히라키. 무사의 마을.
「아, 여기다」
 카이도가 멈춰 선 것은 그런 마을의 일각. 파릇파릇하고 커다란 단풍나무가 있는 무가의 저택이었다. 일반에 공개되고 있는 것 같다.
 입구에는, 주소가 적힌 길쭉한 동네 명판이 있다.
『타마사카시 히라키』라고 적혀있다.
 카이도는 그걸 확실히 보고, 안에 들어갔다.
「여기…… 자료관이 되었네요」
 여러 개의 방이 늘어선 이 집에는, 히라키의 무사에 대한 자료가 많다.
 당연히 그들이 모셨던 번주[각주:3]의 이름도.
「이…… 에도 중기의 히라키 마츠바라라는 사람이, 히메히코에게 타마사카의 토지를 내린 인물이다」
「……! 이 사람이……」
 『타마사카쵸』의 설명으로 듣기는 했지만, 이렇게 히라키의 마을에서 보는 그 이름은 무게가 다르다.
「상당한 수완가였다고 해. 그의 시대에, 히라키는 많이 번창했던 것 같다. 타마사카좌도 마츠바라 공의 공적 중 하나니까. 하지만…… 시대는 바뀐다」
 안쪽으로 나아가자, 기모노 차림과 양복 차림의 남자들이 뒤섞인 흑백 사진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건 히라키의 무사들이다. 정식으로는 사족인가. 우리가 연기하고 있는 사람들도, 여기에 있다」
「엣!」
 키사는 놀라 사진을 본다.
「한가운데에 있는 게 닛타 씨…… 내가 연기하고 있는 사람이다. 이쪽은 하츠하나로 카사이. 이게 나라시바 씨…… 카이. 덧붙여서, 오리마키가 연기하고 있는 인물…… 그 사람만 성이 아니라 이름이군. 린 씨는 이 사진에 없다. 사진을 찍는 날에 늦잠을 잤다고 한다.[각주:4]
「엣!」
「이 집의 주인이 수기에 그렇게 적어두었다」
 중요한 날에 늦잠, 어디선가 들은 적 있는 이야기다.
 네지도 그 이야기를 알고 있기 때문에, 일부러 스즈로 정한 것일까.
 키사는 재차 사진을 본다.
 살아있는 인간, 실재하는 인물.
(우리는…… 과거에 일어난 현실을 연기하고 있는 거구나……)
 생각해 보면, 사실을 바탕으로 한 무대는 처음이다.
 그 사실이, 묵직하게 어깨에 느껴진다.
「나는 히라키에 관련된 지인이 있다」
「엣……」
「이 마을에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그 사람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늠름하고 용감하게 연기하고 싶어졌다. 지금도 그렇다. 타마사카와 마찬가지로, 히라키도 사람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장소이니까」
 하지만, 이라고 카이도는 말한다.
「그 마음만으로는 안 된다고 깨닫게 됐지. 그 빨간 머리 덕분에」
 스즈 이야기다.
「자신의 감정에 대해 거짓말을 하거나 외면하지는 하지 않는다. 다만, 똑같이 타마사카를 축하하는 기분을 가지지 않으면 안 돼. 게다가, 히라키 조의 연출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오늘, 여기에 왔다」
「그렇군요……. 저, 함께 와도 괜찮았던 건가요? 같은 무대라고는 하지만 제가 연기하는 배역은 히라키와는 관계가 없는 입장인데……」
 히라키를 생각하는 소중한 시간에, 내가 방해가 된 것은 아닐까.
「……」
 카이도는 한번 더, 낡은 사진을 본다.
「타치바나」
「네?」
「알고 있나? 네가 연기하고 있는 의장 또한, 히라키의 무사다」
「……. 엣!」
 놀라 카이도를 올려다본다.
「그도 닛타와 함께 히라키 출신인 정치가로, 사족. 그런 그가 마을 이름 검토회에서 의장을 맡았다」
 놀라움에 가슴이 뛴다.
「죄송해요, 저, 전혀 몰랐어요……」
「모르는 걸 솔직하게 모른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좋은 일이다. 원래 네지도, 역사를 본뜨고 있기는 하지만, 역사색을 강하게 보여주고 싶었던 건 아닐 거다. 네지가 추구하고 있는 건 어디까지나 가극으로서의 재미. 네지의 그런 무대 감각이 뒤틀림을 낳는 일도 있지만…… 지금, 그 이야기는 됐다」
 카이도가 천천히 툇마루로 향한다.
「타치바나, 의장은…… 타마사카측으로부터 고액의 뇌물을 받고 있었다」
「어……!」
 몸이 크게 뛰었다. 감정이 보이지 않는 무관심한 남자에게, 돌연 섞인 적갈색.
(설마, 그 결과가 타마사카시……! )
 히라키의 인간이면서, 히라키의 인간을 배반한 건가.
 동요에, 땀이 배인다.
「아니, 기다려라!」
「엣」
 그러나, 카이도가 갑자기 제지해 온다.
「타치바나. 실제로는, 의장이 히라키와 손을 잡아 타마사카 측의 인간들을 함락시킬 계획을 짜고 있었다」
「엣!?」
 방금 전과 정반대가 아닌가.
 의장의 이미지에 먹이 뿌려진다.
 이제는 윤곽조차 알 수 없다.
 그런데, 그런 키사를 보고, 카이도가 「하하하하하!」하고 크게 웃었다.
「카, 카이도 선배……?」
「아니, 미안하다! 잘못했다. 타치바나, 이 두 가지는 당시 실제로 돌았던 소문이야」
「엣, 그럼, 거짓말, 인 건가요? 아니면 사실?」
「글쎄, 과연 어떨까」
 카이도의 말은 함축적이었다.
 키사는 깜짝 놀라, 허리를 폈다.
 여기는, 유니베르.
「조사해볼게요」
 자주성을 존중할 수 있는 장소. 그건 분명, 사람이 성장하는데, 중요한 일이니까.
 의장을 이해할 수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건, 자신이 좀 더 깊게 그를 알려고 하지 않았던 것 뿐.
 카이도가 깊게 끄덕였다.
「……응?」
 그때 카이도의 휴대폰이 울렸다.
「……스가치인가. 좋아, 타치바나. 슬슬 돌아가자!」

 이 장소에서도, 자주성이 그들에게 자극을 주고 있었다.
「……그럼, 어떻게 할까요, 타마사카의 날」
 카이도가 부재한 오닉스 연습장. 히라키 조의 학생들은, 오닉스와 쿼츠가 뒤섞여, 얼굴을 마주보고 이야기하고 있었다.
「……솔직히, 이번 무대, 마음이 내키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너무 타마사카에 유리하게 그려져 있지 않나?」
 토우이치가 복잡한 표정을 보인다. 오닉스생들도 거기에 동조한다.
「타마사카가 이름을 차지하는 이야기다. 우위에 그려지는 것도 당연하다」
 하지만, 오오토리는 툭 내뱉는다.
「오닉스는 본인들의 감정을 너무 우선하고 있다. 무대 이상으로」
 오오토리의 이견에, 토우이치의 미간 주름이 깊어졌다.
「그렇게 따진다면 쿼츠의 잭은 너무 소극적이지 않나? 중요한 곳에서 뒤로 물러선다는 인상이 있다. 무대로부터 멀어져 가는 것처럼 보인다」
 오오토리가 「틀렸다」라고 부정한다.
「너무 앞으로 나서면 극 전반이 망가질 수도 있다. 반복하지만, 이건 타마사카가 이름을 획득하는 이야기다. 그런데 오닉스는 너무 앞으로 나서고 있어. 좀 더 전체적으로 무대를 봐야 한다. 타마사카를 돋보이게 해야 한다」
 토우이치가 「읏」하고 말문이 막혔다.
 이번은 단테가 「음~, 그렇지만」하고 말을 시작한다.
「그럼 히라키와 타마사카의 대립축이 무너지지 않을까요? 대등해야 돋보이는 관계라고 생각해요. 돋보이게 해주지 않으면 진다는 건, 타마사카 측의 문제가 아닌가요?」
「아니, 그건……」
「애초에 저쪽에는, 아름다운 꽃들이 모여 있다고요? 타카시나 선배를 돋보이게 하지 않으면 진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요?」
 단테는 교묘하게 말했다.
「그런 말은 하지 않았다!」
「그렇지요. 자 한번 더 생각해 보세요. 히라키가 앞으로 나서지 않을 때, 이 무대가 성립되는지」
 이번에는 오오토리가 밀리기 시작한다.
 거기서, 스즈가 벌떡 일어섰다.
「야 단테! 상대를 꺾어버릴 생각만 하고 있잖아! 축하하는 마음이 없어ー!」
 스즈의 지적에 카사이가 말하기 시작한다.
「네, 아웃. 타마사카 축하하고 싶은 경찰이 왔어, 단테」
「아~, 스즈는 엄격하네요~」
「그렇지만, 오리마키. 단테가 이야기한 게, 나는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아. 왜냐면 ……」
 그런 치열한 논의를,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보고 있는 인물이 있었다.
 카이와 스가치다.
 두 명은 본인들의 발언의 무게를 고려하고 거리를 두고 있다. 입을 다문 채 쭉.
 그건, 대답이 나올 때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카이는 생각하고 있었다.
「……무츠미 선배」
 그런 가운데, 스가치가 입을 열었다.
「음?」
「이번 합동 공연, 우째 생각합니까?」
「이번? 나는……」
 바로 대답할 수 없었다. 지금에 와서는, 『합동 공연』이라는 말이 가리키는 범위가 너무 넓다.
 한 마디로 이렇다, 라고 말하는 것이 어려울 정도로.
「……지는 쭉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스가치는 그렇지 않는 것 같다.
「카이도 씨랑 타카시나 선배가 페어가 된다꼬 들었을 때, 거긴 내 자리라고」
「……!」
 맨 처음, 시작 지점.
「이번 무대가 정해졌을 때로부터, 쭉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합동인 시점에서, 두 명이 페어가 되는 건 상상할 수 있었으니까」
 카이의 의식은 스타트 지점에 되돌려진다. 합동 공연이 정해진 그 날.
 그리고, 배역 발표가 있던 순간.
「확실히 화려한 두 명이 페어가 되며는 돋보이지요. 그렇지만서도…… 카이도 씨를 제일 빛낼 수 있는 건 내라고 생각합니더. 타카시나 선배가 상대라도 지지 않는다고. 내라고」
 언뜻, 감정의 기복이 부족한 쿨한 그이지만, 그 가슴에는 뜨거운 투지가 숨어있다.
(후미와 카이도……)
 그들이 페어가 된 건, 실은 처음은 아니다.
 타치바나 츠키와 페어였을 때도, 타치바나 츠키가 사라졌을 무렵에도, 그리고 카이라고 하는 파트너가 있는 지금도, 76기가 모이면, 후미는 언제나 카이도와 페어가 된다.
 카이도는, 크게 변화하는 후미를 아랑곳하지 않고, 제왕의 풍격으로 후미의 옆에 선다.
 그는 후미를 즐겼고, 후미도 그렇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그런 두 명을 보고, 카이는 쭉 생각하고 있었다.
 ――어울린다, 라고.
 과거를 생각하자, 무력함이 가까워진다.
(아니, 안 된다)
 카이는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감정을 억누른다.
 배웠으니까. 여름 공연으로.
 그릇에 지나지 않는 내가, 그릇도 될 수 있는 나로 바뀌었다.
 거기에 무슨 차이가 있냐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
 선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스스로의 의지로, 원해서 그릇을 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카이를 위해서 그릇이 되어 준 키사 덕분에.
 그러니까, 과거의 자신의 나약함으로, 지금의 바뀐 자신을 상처 입히고 싶지 않다.
 그러기 위해서는―― "솔직함"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이번 무대에 대해서는, 축하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있다. 오리마키와 마찬가지로. 다만……」
 카이는 자조하는 미소를 띄웠다.
「조금 고민하고 있었다. 파트너의 일도 그렇고, 그리고, 쿼츠의 잭이라고 하는 것」
 카이는 툭 이야기를 꺼낸다. 그것이 스가치에 대한 예의라는 생각도 들었다.
「쿼츠의 잭은, 잔느의 그릇으로서 움직이는 일이 많아. 지극히 유니베르적이지」
 그래, 유니베르에서 잔느는 꽃. 그 꽃이 돋보이도록 움직이는 것이 잭. 그것이 통례.
 잭을 주역으로 세우는 오닉스는, 오히려 특수한 케이스다.
 다만, 그 특수함에 비추어지면, 스스로의 형태를 알게 된다.
「꽃으로서 매료하는 방법을 숙지하고 있는 잭들과 나란히 서서, 수준차 같은 것을 느꼈다. 반마다 특성이 다르다고 하면 그걸로 끝이지만…… 오닉스의 잭은, 강하다」
 그리고 카이는 생각했던 것이다.
 자신이 화려함이 있는 잭을 육성할 수 있는지, 라고.
 아니.
 자신이, 오리마키 스즈를 키울 수 있냐고.
 그 투명함이 있기 때문에, 그 누구에게도 아름답게 물드는 키사와는 정반대.
 스즈는 결코 물들지 않는 오리마키 스즈라고 하는 이름의 원색.
 오닉스생을 상대로 아무리 서투르더라도 결코 뒤떨어지지 않고 겨루는 스즈를 보고, 그 생각이 한층 더 강해졌다.
 쿼츠의 잭에이스가, 화려함이 있는 인간이라면―― 타치바나 츠키와 같은 사람이면, 스즈는 좀 더 성장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금의 반의 형태가, 그릇이라는 입장의 자신이, 그의 성장을 저해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무츠미 선배」
 그때, 스가치가 입을 연다.
「그케도 당신은 여름 공연에 은상 탔다 아입니까」
「……!」
 개인상.
 카이에게는, 많은 도움을 받아 손에 넣은 결과. 꽃이 핀 순간.
 그러나, 오닉스―― 스가치에 있어서는 어떤가.
 항상 후미에 이어, 은상을 계속 받던 카이도의 함락.
 어쩌면, 카이도 이상으로, 스가치가 그 사실을 무겁게 받아들이고 있을지도 모른다.
 카이도의 그릇으로서 그를 빛내는데 항상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그이기 때문에 더더욱.
 그가 그릇으로서 카이도의 곁에 서 있는 시간은, 카이가 후미의 곁에 서 있는 시간보다, 길다.
「내, 하나 생각하고 있는 게 있습니다」
 이런 때도 그는 페이스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무츠미 선배의 말은, 참말로 무츠미 선배의 말입니까」
「무슨…… 말이지?」
「무츠미 선배의 말, 듣다보면 네지 선배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
 생각치 못한 말이었다.
 하지만 가슴을 찔린 기분이 들기도 했다.
 짐작 가는 부분이, 있다.
 스가치는 옆구리에 끼고 있던 대본을 팔랑팔랑 넘긴다.
「무츠미 선배는, 네지 선배가 각본에 담은 의미를 읽어내고, 그걸 잘게 부수고, 알기 쉽게 맹글어서, 우리에게 전달하는 대변자처럼 보일 때가 있습니다. 거기에, 무츠미 선배의 의지가 있는 겁니까?」
「내……」
「카이도 씨는, 그게 걸리는 겁니다. 그래서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 겁니다」
 그렇지만, 이라고 스가치는 말한다.
「무츠미 선배의 『목소리』라면 들을 겁니다」
 스가치의 목소리는 상냥했다.
 스가치가 대본을 덮고 눈을 가늘게 뜬다.
「이번 무대, 카이도 씨의 진정한 옆자리는, 타카시나 선배가 아이고 무츠미 선배가 아입니까?」
「스가치……」
「보여주지 않으실레예, 무츠미 선배의 "은"을. 축하해야하지 않겠습니까, 『타마사카의 날』을」
 이것이 오닉스의 알잔느다.
 그릇인 자신을 자랑스러워하고, 흔들리는 일 없이 계속해서 싸워나가는 알잔느.
「……. 스가치」
「네」
「카이도를 불러줄 수 있나?」
 스가치가 입꼬리를 올린다.
「슬슬 오지 않켔습니까? 좀 전에 연락 해뒀습니다」
 스가치가 그렇게 말하는 것과 거의 동시였다.
「돌아왔다!」
 카이도가 오닉스에 귀환했다.
「자, 어떻게 됐지!」
 확인을 위해, 스가치에게 묻는다. 거기서 카이가 한 걸음 앞에 나섰다.
「……무슨 일이야, 카이」
 무엇인가 느꼈는지, 카이도가 카이를 향해 돌아선다.
「무대에 대해서, 제안을 하고 싶다」
「……호오. 듣지」
 카이도와 카이의 대면에, 토론하고 있던 히라키의 학생들이 당황해서 그 쪽을 쳐다본다.
「카이 씨……」
「……」
 스즈와 오오토리도.
 그렇다,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라고 카이는 생각한다.
 나 자신을 위해서도, 후배를 위해서도, 쿼츠를 위해서도.
「너를 꽃, 나를 그릇으로 두고 움직이고 싶다」
 카이가 처음에 꺼냈고, 카이도가 거절한 제안이다.
「그것은, 어째서지?」
「가장 적격이기 때문이다. 한번 더 시도하게 해줘」
「……」
 카이가 똑바로 카이도를 쳐다본다. 카이도는 수긍했다.
「……다들, 준비해 주게!」
 학생들이 일제히 일어났다.

「 『……이대로 이름을 빼앗긴단 말인가』」
 카이도가 연기하는 닛타가 이를 갈았다.
 히메히코 등, 타마사카좌의 배우들의 움직임에 의해, 이미 『타마사카』는 신시대의 대명사가 되어가고 있었다.
「 『닛타…… 너는 충분히 애썼어, 그러니까, 좀 쉬어』」
 여위고 궁지에 몰린 닛타를, 카이가 연기하는 나라시바가 충고한다.
「 『……아니, 안 된다! 히메히코를 만나고 오겠다』」
「 『히라키의 정치가가 스스로 히메히코를 찾는단 말인가……! 네가 그럴 필요 따위는 없어, 이제 됐어, 시대가 안 좋았던 거야, 시대가……! 」」
「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히라키를 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것이다…… 뭐든지!』」
 충돌하는 두 명.
 그것을 보며, 많은 학생이 끄덕였다.
 무사로서의 강함을 가졌지만 그로 인한 슬픔은 모두 카이도가 연기하는 닛타에게, 시대에 농락당하면서도 그것을 받아들이려고 하는 나약함으로 말미암은 강인함은 나라시바에게.
 꽃으로서 서는 것은 카이도지만, 그릇인 카이의 존재감도 분명히 있다.
 나중에 이어지는 전개 등을 생각해서도, 이 관계성은 매우 효과적이기도 했다.
 무엇보다, 퍼즐 조각처럼 서로 포개지는 두 사람의 관계가 아름다웠다.
「……먼저 말해두고 싶은 게 있다」
 연기를 끝내고 카이가 재차 카이도를 쳐다본다.
「이 대본이, 코쿠토가, 나에게 『그릇』이 되라고 하는 건 확실해. 하지만…… 나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이번 무대, 카이도의 그릇으로서 움직이고 싶다고」
「!」
 카이도가 놀라 눈을 뜬다.
「나는 코쿠토의 무대를 좋아해서…… 코쿠토가 만들고자 하는 것을 함께 보고 싶다, 함께 만들고 싶다, 라고 하는 마음이 있다. 그래서, 코쿠토의 말을 그대로 빌려 말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이건 내 의지야. 나 자신이 납득하고 있기 때문에, 이렇게 움직이고 있는 거야」
 카이는 「기억하고 있나, 카이도」라고, 묻는다.
「동기들의 방문 공연, 잭에이스로서 앞에 나서는 너의 뒤에서, 나는 이름도 없는 배경이었다. 하지만, 코쿠토가 쿼츠에 와서, 내가 잭에이스로 선택되고, 그릇이 되어…… 지금 이렇게, 무대 위, 너와 대등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을 수가 있다. 그건, 나에게 있어 대단히 행복한 일이야. 그러니까, 내 힘을 살리고 싶다. 그릇으로 연구해 온 이 힘을 쓰고 싶다」
「……」
「솔직히, 너를 상대로 꽃을 하는 것보다 그릇을 하는 편이 더 어려워. 너에게는, 언제나 완벽을 만들어내는 파트너가 있으니까 말야. 그 녀석과의 싸움이기도 해」
 스가치가 조금 고개를 들었다가 다시 숙였다.
「그러니까 카이도, 인정해 주지 않겠나. 네가 꽃이고, 내가 그릇이다」
 아마.
 카이도와 같은 무대에서 연기할 수 있는 건 이것이 마지막이다.
 ――76 기생.
 분명 후미와 츠카사의 가슴에도, 같은 마음이 있을 것이다.
 네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럼에도.
 이 무대는, 76기생에게는 앞으로 맞게 될 애틋한 작별들 중 하나.
 우리는, 졸업을 앞둔 3학년이니까.
「……」
 카이도가 슥, 팔짱을 낀다.
 대답은 빨랐다.
「알겠다!」
 카이도의 가슴에 감상(感傷)은 없고, 분명 누구보다 미래를 바라보고 있다.
「뛰어난 걸 인정하지 않고 번영은 없다! 이번에는, 네가 힘껏 벼려온 그릇의 힘, 느끼게 해 주지!」
 카이도가 카이에게 손을 뻗었다.
「……그래!」
 그 손을, 확실히 잡는다.
 그 순간, 오닉스생도, 쿼츠생도, 전원, 가슴을 쓸어내렸다.
「……하지만 언젠가는 꽃이 되어라」
「!!」
 그 목소리는, 카이에게만 닿는 크기.
「너에게는 그럴 힘이 있다」
 굳게 움켜진 손이, 미련 없이 멀어져 갔다.
「야, 오오토리!」
 스즈가 자랑스러운 듯한 얼굴로 카이를 쳐다본다.
「역시 카이 씨는 대단해!」
 오오토리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이러니까 스즈가 싫다고 몇 번이고 생각한다.
 이 유니베르에서, 오오토리와 제일 사이가 좋은 건, 이 오리마키 스즈가 아닐까 착각할 것 같기 때문이다.
「너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동감이다」
 스즈가 푸핫, 웃는다.
「좋았어! 저요 저요 저요 저요!」
 스즈가 크게 손을 뻗었다.
「무슨 일이냐, 빨간 머리!」
「이 기세로 한 번 더 춤 추고 싶슴다!」
「하하하하하! 좋다, 무대의 처음부터, 한 번에 간다! 타마사카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


【 8 】

 매미의 울음 소리가, 뚝 그쳤다.
「키사 쨩~!」
 카이도와 함께 『히라키』를 접한 다음날, 오후.
 타마사카좌 역의 개찰구로부터, 중학생 시절부터 친구인, 아카네 아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양손에는 몹시 무거울 것 같은 토트백을 들고 있다.
「아오! 이렇게나 많이 준비해준 거야!?」
 키사가 달려와, 그녀의 손으로부터 가방을 집어들었다.
「자료가 될 것 같은 거, 되는 대로 전부 가지고 왔어!」
「와아, 미안해! 음, 우선 카페에 갈까!」
「응!」
 역에서 걸어가자마자, 히메히코 거리에 있는 카페.
「이거 봐, 키사 쨩. 이게 『타마사카쵸의 명명에 대해서』. 이건 『메이지의 대합병』. 그리고 이게 『이름을 잃은 히라키』……」
 테이블 위에는 두꺼운 역사서가 쌓여간다.
 카이도와 헤어진 뒤, 키사는 타마사카에 대해, 그리고 자신이 연기하는 의장에 대해, 조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역사에 대해 조사할 때,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막막하다. 그래서 아오에게 상담했던 것이다.
 아오는 느긋하고 태평스러워 보이지만, 유니베르 가극 학교의 무대를 보고 싶다고 하는 꿈을 가슴에 품고, 타마사카시의 옆, 아야하마시에 있는 성 아가타 여자학원에 합격한 재녀(才女)다.
 입학한 뒤로는, 언제나 시험공부로 힘들어하고 있지만 그녀는 공부를 잘한다.
 아오는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오도 도울게!」라고 말해주었다.
「나도 기념식전을 보러가고 싶지만, 타마사카시에 살아야만 응모할 수 있어서~ 아쉽다~ 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이런 식으로 도울 수 있어서 기뻐! 키사의 도움이 될 수 있는 건 더 더 기뻐!」
「아오…… 정말 고마워」
「에헤헤. 아, 그렇지, 그래서, 타마사카시의 역사…… 책에 따라 미묘~하게 내용이 달라」
 키사는 아오가 가지고 와준 책을 읽는다.
「정말이네……. 여기엔 타마사카의 배우에 대한 내용이 많아. 여기는 히라키……」
「이런 건 작가의 생각이 뚜렷하게 반영되기도 해. 그러니까 가능한 한 다양한 자료를 모아서, 생각이 치우치지 않도록 하는 게 좋아」
 아오는 가볍게 말하고 있지만, 그건 정말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 누구에게나 하고 싶은 말이 있으니까, 어느 쪽이든 한쪽을 편들면, 다른 한쪽이 보이지 않게 된다. 타마사카와 히라키처럼.
「그리고 말야, 자료를 다 읽고 나면 키사에게 보여주고 싶은 게 있어」
「보여주고 싶은 거? 알았어. 그럼, 우선은 읽을게」
「응」
 키사가 책을 읽기 시작하자, 아오는 입을 다물고 그걸 지켜본다.
 그러고 보면 중학교 때도, 이렇게 둘이서, 조용하게 시간을 보낼 때가 있었다.
(……내가 힘들었을 때…… 아오는 항상 곁에 있어줬지……)
 키사의 손을 아무 말 없이 꼭 잡아 준 일도.
 그 때의 일을 생각해 내면 눈물이 날 것 같아, 키사는 부러 숨을 내쉬고, 자료에 집중한다.
 카이도가 말처럼, 의장에 대한 여러가지 소문도 실려 있었지만, 실제로 어땠지는 적혀있지 않았다.
(이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이었을까……)
 조사하면 조사할수록, 알 수 없어진다.
 아오가 준비해 준 자료를 전부 읽어도, 결국 그것은 마찬가지였다.
「후―……」
 성과를 내지 못 했다는 탈력감.
 그러나, 그때 아오가 가방 안에서 파일을 꺼낸다.
「에, 이건……」
 살펴보니 문헌의 복사본.
「반출 금지인 책이라 복사했어!」
「그래!? 그렇게 대단한 책이구나」
「응. 이거 말야」
 복사본의 문면(文面)을, 아오가 덧그린다.
「이름짓기 소동 때, 의장을 하고 있던 사람이 쓴 기록이야」
「엣!?」
 카페 안에서, 본인도 모르게 소리치고 일어섰다. 모두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자, 키사는 황급히 허리를 숙인다.
「의장님의 자손이 정리한 것 같아. 덕분에 글도 그럭저럭 읽을 수 있어. 너무 오래된 글은 아오도 잘 모르니까」
 아오가 「음ー 그럼」(이)라고 읽기 시작한다.
「 『마을의 명명에 관련해서 내가 의장으로 지명되었다. 나는 지금부터, 일절의 교우를 끊는다. 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에……」
 처음부터 충격적이었다.
(투명성……)
 아오의 말은 계속된다.
「 『타마사카의 배우로부터 면회 신청. 거절하다』 『마을에서 히라키 무사를 만났기 때문에, 되돌아가다. 당분간 마을은 돌아다니지 않는다』 『타마사카의 토리카사야끼[각주:5]도, 제철인 무화과도 먹지 못하고』 『장기(将棋)의 권유. 거절하다』」
 아오가 이야기하는 그는, 사람과의 교류를 철저하게 피해 두문불출하고 있었다. 마을의 이름에 대한 자신의 견해는 하나도 없다.
「의장으로 선택되고 나서 쭉, 이런 느낌이야. 봐, 이것도. 『오늘은 홀로, 장기를 둔다. 어제도 그렇고, 내일도 그럴 것이다』……」
 평상시라면, 정면에 사람이 있다. 분명 히라키의 동료들이.
 아오는 더욱 뒷부분을 읽는다.
「 『정원의 단풍』」
「에……」
 그 말에 기억이 있다.
「 『정원의 단풍, 아직도 푸르다. 어서 빨리 마을이 붉고 아름답게 물들면 좋겠다』……」
 풍경이, 떠오르기 시작한다.
 갑자기, 예감이 들었다.
「아오, 의장님은 마을의 이름이 정해진 뒤에 뭔가 말한 게 있어?」
「전혀. 아무것도. 오늘은 우동을 먹었다든가, 동료가 집에 왔다든가, 동료와 옛날에 찍은 사진을 보고, 그 중 한 사람이 늦잠을 자서 찍히지 않은 일에 함께 웃었다든가 ……」
「……!」
 키사는 무심코 입을 막았다.
 뇌리에 카이도의 말이 되살아난다.
 ――린 씨는 이 사진에 없다. 사진을 찍는 날에 늦잠을 잤다고 한다.
 ――이 집의 주인이 수기에 그렇게 적어두었다.
 카이도가 데려다준, 히라키의 무사의 저택. 그곳의 큰 단풍나무.
「그 집……, 의장의 집이었어……!」
 히라키의 역사로 묻힌 곳. 사진에 찍힌 동료들.
 그것이 의장의 저택.
 그렇다면 의장도 히라키를 사랑하고 있었을 게 분명하다.
 그렇지만 의장으로 선출된 그는, 타마사카는 물론, 동료들과의 교류도 피하고, 누구와도 섞이지 않고, 이름이 정해지는 그 날까지 기다렸다.
 그것은 어째서인가.

「……」
 아오와 헤어진 뒤 타마사카 언덕을 오르며 키사는 마을을 바라본다.
 여기저기서 역사의 정취가 감도는 마을.
 언덕의 위에서라면, 멀리 강 건너, 히라키의 모습도 보인다.
 얼마 전까지, 그곳도 타마사카시라는 사실을 몰랐다.
 ――단풍, 아직도 푸르다. 어서 빨리 마을이 붉고 아름답게 물들면 좋겠다.

「……」
 어떤 생각으로, 그렇게 썼을까.
「……타치바나?」
 유니베르가 가까워지자, 전방을 걷고 있는 사람을 발견했다.
 저쪽도 이쪽을 눈치채고 뒤돌아본다. 한 기수 위의 선배, 시로타다.
「시로타 선배, 수고하셨어요」
「그래. ……뭐야, 또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있어?」
「제가 연기하는 의장에 대해 여러가지 조사하고 있었어요」
 시로타는 하아, 하고 질린 듯한 한숨을 쉰다.
「바쁘네 너도. 그래서? 또 타마사카나 히라키의 연습을 보러 오는 거야?」
 키사는 쓴웃음을 짓는다.
「아니요, 제 연습에 전념하려고 해요」
 시로타가 의외, 라고 말이라도 하듯 키사를 보았다.
「모두의 일이 신경이 쓰여서, 이쪽저쪽 움직이고 있었지만…… 제 역은 의장이에요. 타마사카도, 히라키도 아닌, 중립적인 입장을 가진 사람. 그렇다면 제대로 자리를 잡고 배역과 마주해야 한다는 걸 겨우 깨달았어요」
 사람의 감정이 격렬하게 교차하고 불꽃이 튀는 장소는, 키사의 마음을 격렬하게 교란시킨다. 무엇인가 하지 않으면, 이라는 생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렇지만, 사람과의 관계를 피해 자신의 역할에 전념한 의장을 생각해, 고쳤다.
「적합한 사람이, 적합한 장소에서, 적합한 힘을 발휘한다……」
 이번 배역 또한 그렇다.
「내게 요구되는 것은 사람과 섞이는 게 아니다. 중립, 그리고…… 투명함」
 격렬하게 부딪치는 시대의 흐름, 그 한가운데, 집어삼켜지지 않고 내 발로 선다는 표식.
「모두라면, 틀림없이 괜찮아. 꼭, 좋은 무대가 될 거야」
 키사는 믿는다. 모두를.
「죄송합니다, 시간을 길게 뺏어서. 그러면, 수고하셨어요」
 키사는 시로타에 고개를 숙이고는 쿼츠의 연습장을 향해 달려갔다.

「……」
 혼자가 된 시로타는, 달려간 키사의 등에, 유니베르 극장의 한가운데서 겁먹지 않고 손을 들었던 스즈를 겹쳐본다.
「이게 동기라니, 요나가나 오오토리도 힘들겠네」
 키사와 스즈에, 이번은 미노리카와와 스가치를 겹쳐본다.
「…………」
 나의 모습은, 도대체 어디에 겹쳐질 것인가.

「아―…… 짜증나」
 시로타는 하아, 크게 한숨을 쉰다.
「……어쩔 수 없네!」
 시로타는 걷기 시작했다.
 교문에서부터 이어지는 지독한 지옥의 계단을 올라, 그 기세 그대로 유니베르 교사를 가로질러, 쿼츠 기숙사도 지나.
「이봐!」
 찾아온 곳은 로드나이트 기숙사.
「……엣, 미츠키 님!? 미츠키 님이다!」
 마레는 깜짝 놀라 소리를 높였고, 다른 로드나이트생들도 눈 깜짝할 새에 모여들었다.
 소란을 듣고 미노리카와도 온다.
「엣, 시로타? 무슨 일이야」
 미노리카와의 손에는 대본이 쥐어져 있었다. 안색은 매우 나쁘다.
「 『타마사카쵸』 관련해서 뭐 확인하러 왔어?」
「무슨 일이냐니, 너다 미노리카와. 그리고 너희들도, 로드나이트생들. 언제쯤 성실하게 춤 연습을 할 거야」
 로드나이트생들이 「아앗」하고 가슴을 눌렀다.
 카사이나 오닉스생에게 들었을 때처럼 반발하지 않은 것은, 시로타의 잔느로서의 소질이나, 트레조르로서의 실적으로부터 오는 존경심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지만, 아무래도 노래가 마음에 걸려서……」
 마레가 손끝을 문지르며 힘 없이 말한다.
「변명하지 마」
「죄, 죄송합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시로타에게 야단맞아도, 바로 사죄한다.
「으음, 추, 춤 연습 할까!」
 풀 죽어있는 로드나이트생들을 보고, 미노리카와가 일부러 밝게 말했다.
( 『적합한 사람이, 적합한 장소에서, 적합한 힘을 발휘한다』……)
 그런 건 싫다.
 싫지만.
「미노리카와, 넌 조용히 해」
「엣」
「내가 이 녀석들의 노래를 봐줄게」
 그 자리에 있던 로드나이트생들이 일제히 술렁였다.
「에, 노래? 춤이 아니고, 노래라고 했지!?」
 가장 먼저 마레가 외친다.
「말했어 말했어! 그렇다는 건, 미츠키 선배가 우리한테, 노래 레슨~~~!??」
 유키도 놀라 소리를 지른다.
 천재지변의 예고라도 들은 것처럼 로드나이트생들이 당황한다.
 그중에도 제일 놀란 것은 미노리카와일지도 모른다.
「야 시로타, 무슨 일이야?」
 곤혹스러운 얼굴의 미노리카와를 시로타는 노려본다.
「너는 네 일에 집중해」
「엣」
「후미 씨의 옆자리가 틈틈이 준비해서 설 수 있는 자리야?」
 잘라 말했다.
 우리 알잔느를 얕보지 마.
 그러자, 미노리카와가 입을 꾹 다물었다.
 그건 아마, 미노리카와 자신이 가장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지만, 포기할 수 없는 책임이 그에게는 있다.
 ――그러니까.
「로드나이트가 춤 연습에 집중할 수 없는 건, 노래에 자신이 없기 때문이야. 내가 단번에 가창력을 끌어 올릴 거야!」
 그때까지 떠들고 있던 로드나이트생이 숨을 집어삼켰다.
 시로타의 눈이 진심이었기 때문에.
「그러니까 넌, 남는 시간을 전부 자신에게 투자해, 미노리카와. 그리고, 후미 씨 상대로 정면으로 승부하지 마, 기지를 발휘해서 활로를 찾아. 난 알고 있어, 미노리카와. 넌 머리가 나쁘지 않아」
「시로타……」
「그럼, 연습하게 모여. 희망자만 와도 상관 없어. 의욕 없는 사람을 봐줄 만큼 나는 상냥하지 않아」
 시로타가 로드나이트생들을 엄숙하게 바라보았다.
「아니 무조건 참가예요―!!」
 하지만, 즉시 마레가 크게 손을 들었다.
「미츠키 님이 직접 노래 지도라니 레어 중의 레어 이벤트잖아!」
 좋아 죽겠다는 표정이다.
 근처에 있던 유키와 에이타도 마찬가지였다.
「미츠키 님의 노래도 가까이서 들을 수 있고! 진짜 진짜 해피 세트!」
「……응!」
 로드나이트생들이 서로 손을 잡고 기뻐하고 있다.
 차이는 있지만, 로드나이트생은 모두 노래를 좋아하는 것이다.
「……어머 어머」
 조금 떨어진 장소에서, 츠카사가 그 광경을 본다.
「후후, 괜찮네」


【 9 】

 이곳은 언제나, 근심을 피하려는 듯 청정한 향기로 감싸여 있다.
「……그럼, 앰버는 개선 공연을 안 하는 건가요?」
 연극 강사이자 쿼츠 담임, 에니시 로쿠로가 그 향 너머에 있는 인물에게 물었다.
「그래. 타나카미기가 그럴 기분이 아니다고 해서」
 당대 타마사카 히메히코, 츄자 슈리는 「뭐, 그럴 것 같았지만」이라고 웃는다.
「해외 공연은 성공했다고 들었습니다만」
 그것을 축하하기 위해 거행되는 것이 개선 공연이다.
「주위의 평가가 좋더라도, 당사자가 납득할 수 없으면 그만이지. 타나카미기가 움직이지 않으면, 앰버는 누구 하나 움직이지 않아」
 앰버.
 천재·타나카미기 츄이의 왕국.
「타가네 선생님은 뭐라고 하셨죠?」
 그건 앰버의 담임, 타가네 카즈야.
「 『타나카미기 군에게 결정을 맡기겠습니다』라고. 실제로는, 평화롭지 않겠지만. 그렇지만 아무튼, 뭐든지 이용하는 거 아니겠어. 교활한 사람이니까, 그 사람은」
 가볍게 말하고는 있지만 그야말로 뿌리깊은 문제다.
「그보다 에니시, 그건 어떻게 된 거야」
「『타마사카의 날』말씀이십니까?」
「마침, 타마사카좌에서 이야기가 와서. 출석하실겁니까, 라고. 그야 당연히 참가해야지」
 이름의 유래가 된 타마사카좌의 대표로, 이 식전에 참가한다.
「순조롭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하하하! 세 반 합동이라는 계획에는 깜짝 놀랐지만, 역시 평범하게는 안 되는 건가」
 츄자는 어딘가 즐거워보인다.
「할 수 있겠지, 그 애들이라면」
 자식을 사랑하는 부모의 목소리로, 츄자는 단언한다.
 세상과 동떨어진 듯 보이는 이 향이 피워진 방 안에서에서도, 그는 학생들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그 녀석은 어때?」
 숨겨진 이름은 금방 알 수 있었다.
「변함없습니다」
「좋아. 다른 학생들만큼만 신경 써 줘」
「네」

 교장실을 나와, 직원실로 돌아가자,  마침 오닉스의 담임, 나가야마 야마토와 로드나이트의 담임, 탄쵸 미도리가 둘이서 이야기하고 있었다.
「호오, 그럼 오닉스의 마음에 불이 붙었다고?」
 기쁘다~♪라고 탄쵸가 노래한다.
「예! 제 마음도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습니다!」
 감정을 그대로 몸에 싣고, 야마토가 춤춘다.
 언어가 아닌 열정으로 말하는 두 명.
 에니시는 방해가 되지 않게, 기척을 지우고 살그머니 자신의 자리에 앉는다.
「로쿠로! 츄자에게 다녀왔나?」
 그러나 탄쵸가 재빠르게 눈치챘다.
「아, 예. 바로 알아보시네요」
「향기가 나, 침향[각주:6]이야. 부친이신 오사무와는 취향이 다르시군!」
 교장실에서 피우던 향일 것이다.
 눈이 아니라 코가 좋은 것 같다.
「앰버 때문에, 여러가지로」
「그래, 카즈야가 말했어. 나로서는 앰버의 바다를 넘은 무대, 보고 싶지만…… 우선은 『타마사카의 날』이다! 로쿠로, 아무래도 히라키가 진행된 것 같아」
「히라키가?」
「뜨거운 날갯짓이 일어나는 것 같아. 그 바람이 다른 누군가의 날개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지」
 탄쵸의 등에 달린 날개가 흔들린다.
「이거 참, 마음이 춤을 추네요……! 좋아, 나도 내 발로, 하늘을 춤 춰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렇다 야마토! 너는 날 수 있다!」
 이 두 명이라면 정말로 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미 날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노래하고 춤추는 두 명을 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직원실의 문이 열렸다.
「선생님들, 괜찮으신가요!」
 나타난 것은 로드나이트의 잭에이스, 미노리카와다.
「무슨 일인가 우리 장미의 기사!!」
 탄쵸가 경쾌하게 오른손을 뻗는다.
「제가 타카시나 선배의 옆에서 손색 없이 설 수 있는 방법을 배우고 싶습니다!」
 그건 에니시를 포함한 교사진에게, 자극적인 말이었다.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무슨 수를 써서라도 괜찮으니! 뭐라도 할테니! 제 그릇의 한계까지는! 부서지지 않는 범위에서요!」
 여기서 모든 것을 헛되게 할 생각은 없다. 그 냉정함이 오히려 좋다.
「알겠다, 키이토!」
 가장 먼저 목소리를 낸 것은 탄쵸였다. 로드나이트의 담임. 뭔가 실마리가 있겠지.
「로쿠로에게 맡기자!」
 아니었다.
 U턴은 간단하지 않으니, I턴의 각도로 이야기가 에니시에게 던져졌다.
 다만, 가장 적합할 것이다. 지금의 미노리카와에게 필요한 것은, 이야기를 제대로 들어주는 어른이다.
「지금, 타카시나의 옆에 서서, 무슨 느낌이 들지?」
「제 존재가 방해예요. 1번 히코 때문에, 히메히코의 화려함이 흐려집니다」
 그런 현실을 인식한다는 건 괴로울 텐데, 그 괴로움을 딛고서라도 앞으로 나아가려 하고 있다. 그래서 에니시는 천천히 대화한다.
「구체적으로, 어떨 때 강하게 느껴지지?」
 가혹한 질문이지만, 미노리카와는 이런 일로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가 있다.
「대사를 말할 때 강하게 느낍니다. 말하면 말할수록, 무대의 분위기가 싸해져요. 그렇지만, 이건……」
 거기서 미노리카와가 말을 더듬었다.
「솔직하게 말해도 돼」
 강서는 그 뒤를 재촉한다.
「……각본을 볼 때부터 느꼈습니다. 1번 히코는 지나치게 건방진게 아닌가, 하고」
 탄쵸가 「그렇구나」하고 등의 날개에서 깃털을 하나 뽑아, 자신의 머리에 꽂았다. 마치 머리 장식 같다. 왜, 지금 갑자기 그런 짓을 했는지 모른다. 다만, 탄쵸는 원래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으므로 의문도 느끼지 않는다.
「로쿠로, 확실히 『타마사카쵸』시대의 히메히코는 『타마사카 시키넨』이었다. 그 시대의 1번 히코는, 실제 히메히코에게 잔소리가 많았다고 한다. 주위로부터 미움을 사는 일도 있었다고」
 미노리카와가 「엣! 그럼……」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가능성을 눈치챈다.
「분위기가 싸해지는 쪽이 진짜라는 거야!! 대단하잖아, 키이토! 충실하게 재현하고 있어!」
「과연, 그렇군요, 다행이다…… 가 아니라! 실제로는 그래도 무대 위에서는, 보는 사람의 흥이 깨지잖아요, 분명히!」
 미노리카와의 의견은 지당하다. 네지는 이따금, 이런 일을 저지르지, 라고 에니시는 생각한다.
「이런 분위기가 될 정도라면, 말을 안 하는 게 낫다고 생각될 정도니까요! ……앗!!」
 거기서 미노리카와가 헙, 하고 눈을 크게 떴다.
 찾아낸 것 같다.
「말을 안 하면 되는구나!!」
 여기에 로드나이트생이 있었다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라고 그를 바보 취급했을 것이다.
 그러나, 에니시는 생각했다.
 나쁘지 않다, 고.
「네지에게 이야기해 봐. 무대를 위해서라면, 그 녀석은 무슨 짓이든지 한다. 갑작스러운 대사 변경이라도. 그리고…… 너라면 그 『연기』를 할 수 있어」
「……! 감사합니다!」
 미노리카와가 공손히 머리를 숙인다.
「그럼, 실례했습니다!」
 그는 그대로, 직원실을 뛰쳐나갔다.
「청춘의 발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어…… 타마사카 조도 크게 바뀔 것 같네요, 탄쵸 선생님!」
「아!」
 분명히, 잘 될 것이다.
 힘내라, 라고 에니시는 작게 중얼거렸다.
 미노리카와에게, 그리고 이 무대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그럼 기쁨의 노래를 소리 높여 부르지 않겠나!」
「저는 그 노래에 몸을 실어 춤을 추지요!」
「로쿠로, 자, 너도 함께!」
 내친김에 자신에게도, 힘내라고 말해주었다.

 밤이 깊어지자, 산으로부터 바람이 불어온다.
 솨아, 솨아, 솨아.
「쳇」
 그 중에, 혀를 차는 욕지거리. 
「젠장……, 젠장……!」
 퍽, 퍽 하고 발뒤꿈치로 길을 걷어찬다.
「항상 생각하는데요」
 물어보면서도 남의 일처럼.
「그렇게 물건을 차면, 아프지 않아요? 혹시, 아픈 걸 좋아해요?」
 생긋, 눈이 일그러진 호를 그린다.
「그럴 리가 있냐! ……쓰레기가」
 으득, 이를 가는 것은 앰버의 잔느, 카미야 우츠리.
「아, 무서워, 무서워라」
 의식적인지, 무의식적인지, 우츠리를 태연하게 부추기는 것은 같은 앰버의 잔느, 모모나시 카쿠토. 우츠리가 노골적으로 쳇, 하고 혀를 차며 모모나시를 노려본다.
「……어째서야. 해외 공연은 성공했는데, 모두가 앰버를, 츄이 씨를 찬양했는데…… 어째서, 츄이 씨는……!」
 앰버의 신은 모든 것을 멀리하고, 자취를 감추었다.
「그만큼 높은 곳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거죠」
「네가 츄이 씨에 대해 뭘 알아!」
 우츠리가 물어 뜯을 것 같은 기세로 다가선다. 모모나시의 눈동자, 칠흑 같은 어둠이 우츠리를 덮는다.
「카미야 군, 모모나시 군」
 충고한 것은 연륜이 새겨진, 앰버의 담임, 타가네 카즈야였다. 그는 팔을 뒤로 꼰 채로, 이쪽으로 다가온다.
「흥」
 일단 휴전. 여하튼 갖고 싶은 정보가 있다.
「츄이 씨는, 뭐라고……?」
「딱히」
 버리지 못한 희망이, 한순간에 짓밟혔다.
「……젠장」
 타나카미기 츄이를 위해서 자신의 피와 살을 바치듯 애써도, 돌아오는 것은 차가운 시선 뿐.
 그럼에도, 봐 준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것일지도 모른다.
「츄이 씨……」
 꾹 주먹을 쥐는 우츠리를, 흥미 없다는 듯 모모나시가 보고 있다.
「그럼……」
 타가네는 몇 시간 전의 일을 생각해냈다.
 오오다테산에 홀로 들어가려고 하는 타나카미기와의 대화.
 ――『타마사카의 날』?
 타가네는 「그래요」라고 대답했다. 거기서 네지를 볼 수 있다고도.
 ――시시한 날이군.
 그렇지만, 네지 군이 나와요, 라고 반복한다.
 세 반 합동으로 나온다고도 덧붙였다. 거기에는 흥미가 없을 것이다.
 ――…….
 타나카미기는 가만히 입을 다물고, 그리고, 떠나갔다.

(의외로, 어쩌면……)
 타가네는 콧수염을 문지른다.
「어쨌든, 준비는 해 두세요. 타나카미기 군을 위해서」
 그의 이름을 대자, 둘의 표정도 바뀌었다.
 산에서 바람이 불어온다.


【 10 】

「아니~, 정말 놀랐어!」
 로드나이트 2학년, 이치노세 이온은, 그 자리에 있는 전원에게 들리도록, 「놀랐어, 아아, 놀랐어!」라고 반복한다.
「어제, 그 미츠키가 로드나이트에게 노래 지도를 했다는 거야! 튀김과 초콜릿이 뒤집힐 사건이야![각주:7] 그건 그렇고 내 불찰이야……! 이 이치노세 이온, 깜빡하고 불참했어! 내가 있었다면, 시로타 미츠키의 서포트를 할 수 있었을텐데! 아니 반대로? 시로타 미츠키가 내 서포트를 해 주었을지도 모르는데! 물론 참가할 수 없었던 이유는 있다! 중요한 이유다. 너…… 주먹밥을 알고 있니? 그래, 쌀 주먹밥이야! 실은 말이야. 이번에 새로, 히메히코 거리에 『곤로 주먹밥』를 하는 가게가 생겼어! 곤로 위에서 셀프로 주먹밥을 구울 수 있는 가게야! 게다가, 주먹밥 뿐만이 아니라, 반찬으로 나오는 생선이나, 디저트로 나오는 떡까지 구울 수 있어! 한여름에 곤로에 그을려서, 나도 구운 경단처럼 되어버렸지만! 아~, 잠깐만 기다려 줘! 경단의 흰색과 시로타(白田)의 흰색은 같잖아!」
「에엣ー! 미노리카와 선배, 대사가 한 줄이 되어버렸어~!!」
 로드나이트의 연습장. 타마사카 조의 연기를 끝마친 뒤 마레가 소리를 질렀다.
 대사 수로 말하자면 후미 다음으로 많았던 미노리카와가, 극중, 단 한마디 밖에 말하지 않게 되었다.
「미노리카와 군으로부터 대사 삭제 의뢰를 받아서! 대담하게 컷 해 보았어요!」
 그 결과를 보기 위해, 오늘은 네지도 타마사카 측에 참가하고 있었다.
「그래서 어때, 너희의 잭에이스는!」
 네지가 로드나이트생들에 묻는다.
「엄청 방해였는데 방해가 아니게 됐어요!」
「미노링 선배답지 않은 차분한 맛이 있어서, 매력적이야!」
「……응!」
 제멋대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대체로 호평이다.
 게다가, 대사가 없어졌다고 해서, 1번 히코의 존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
 히메히코의 조금 뒤, 과묵하게 따르고 있는 1번 히코는 화려한 히메히코의 파트너로서 잘 어울렸다.
「응, 좋다고 생각해, 미노리카와」
「! 감사합니다!」
 후미의 칭찬을 받고 미노리카와가 감사인사를 한 뒤, 불끈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로드나이트생들을 본다.
「아니 그건 그렇고, 노래도 대단하네. 하루 사이에 이렇게 달라진 거야?」
 미노리카와가 말했듯이, 시로타의 지도로 로드나이트생들의 노랫소리는 한결 좋아졌다.
「노래, 쿼츠스러운 흐름이 들어가있어. 네지 씨가 만들었으니까. 그걸 부르는 요령을 가르치니까, 나머지는 빨랐어」
「아~, 과연! 아니 근데, 시로타, 가르치는 재능 있는 거 아냐?」
「별로. 이번에는 내가 적합했을 뿐이야」
 그래, 적합했을 뿐.
 시로타는 흘끗 츠카사를 본다.
 네지의 곡을 단번에 완성하고, 연습을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꼭대기를 갱신해 가는 츠카사의 모습을.
 그런 츠카사가 노래에만 전념할 수 있는 트레조르가 아니라, 알잔느가 된 슬픔을.
 트레조르로서 노래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보았기 때문에, 츠카사가 지금 떠맡고 있는 알잔느라고 하는 역할에 복잡한 생각이 싹튼다.
 적합했기 때문에.
 지금의 로드나이트에서, 그 역할을 담당하기로.
 적합했기 때문에.
 그게 운명이 된 것인가.
「……!」
 시선을 눈치챘는지, 츠카사가 생긋 웃었다.
 츠카사는, 학급생들을 고무시키고, 선두를 달리는 오닉스의 카이도와는 다르다.
 어느 때라도 우아하게, 찬란하게, 그렇지만 때로는 타오르는 것 같은 아름다움을 발하는 로드나이트의 꽃.
 그 꽃은, 자신의 주위를 날아다니는 나비를 즐거운 듯이 바라보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시로타는 트레조르이기 때문에 더욱, 그 재능을 아깝다고 생각하지만, 츠카사는 어쩌면 유니베르에서의 운명에 대한 비장감은 없고,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그저 즐기고 있을 뿐 인지도 모른다.
 모두 상상이다. 결국, 츠카사의 일은 모르는 것이니까.
 오시나리 츠카사가 로드나이트라는 사실 밖에, 모른다.
「그럼 다음에는 후미가 모두에게 춤을 가르쳐줘」
 츠카사가 후미에게 조르듯이 말했다.
「……잠깐만요, 멈춰주세요, 오시나리 선배」
 시로타가 과연 그것을 말린다.
「그렇지만, 이 다음엔 춤을 잘 추게 되면 되는 거잖아? 그렇지, 코쿠토」
「그러하옵니다 장미 공주님!」
「응, 응, 그러니까 부탁해 후미! 미츠키도 해줬으니까!」
 츠카사가 기도하듯이 손을 모은다.
「뭐, 나도 슬슬 일해야지. 하지만 노래랑은 다르게 시간이 걸릴 거야. 반 내에서도 개인차가 많이 나니까」
 후미가 로드나이트생들을 빙 둘러본다.
「레벨별로 나누어 연습하는 편이 좋을지도. 그래서, 그 중에 춤출 수 있는 학생을 리더로서 넣어서……」
 후미는 미노리카와나 에이코처럼 춤을 잘 추는 학생들의 이름을 부른다.
「그리고 쿠로도」
「……뭐라굽쇼? 잘못 들었습니다만!」
「지금 말했어. 일손부족」
「너무해! 전 당신 마음의 구멍을 메워주는 마음씨 좋은 여자일 뿐이군요……!?」
「그리고 춤 잘 추는 녀석이 좀 더 있으면 좋겠는데……」
「너무해 좀 더 받아쳐줘!」
 후미가 음ー 하고 고개를 돌린 그 때였다.
「실례한다!」
 힘차게 연습장의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이 있다.
 아니, 사람들, 이다.
「수고하셨슴다ー!」
「……뭐야, 코쿠토도 있었나」
 카이도 등 오닉스와 쿼츠의 잭들이다.
「어머 무슨 일이야」
 츠카사의 말에, 카이도가 대표해 앞에 나섰다.
「히라키의 연습은 완료했다!」
 로드나이트가 단숨에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어, 벌써 끝났어!?」
「부, 분명히 먼저 시작하긴 했지마안!」
 마레가 머뭇거리고, 유키가 당황한다.
 타마사카는 간신히 지금부터 시작할 참이었는데.
「잠깐만 카이도! 그런 말을 하면 이쪽의 사기가 떨어지잖아!」
 츠카사가 정면으로 카이도에게 불만을 터트린다.
「여기는 겨우 춤을 힘내보자고 분위기가 고조된 참이야! 정말 눈치 없는 남자네!」
「그런가, 그렇다면 딱 좋다!」
 카이도가 응, 하고 끄덕인다. 츠카사가 「하아!?」하고 짜증을 낸다.
「……츠카사, 우리는 춤을 도와주러 왔다」
 부딪치기 쉬운 카이도와 츠카사의 사이에, 카이가 끼어들었다.
「게다가, 연습이 끝났다는 건, 『우리끼리 할 수 있는 일이 끝났다』 라는 것 뿐이다. 여기서부터는, 타마사카 측과 맞추어나가고 싶다. 그래서, 여기에 왔다」
 카이의 성실한 설명에, 로드나이트생들의 마음이 일단 침착해진다. 미노리카와도 「잘 됐네요!」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침 일손이 모자랐으니까! 가르쳐달라고 하죠!」
 미노리카와의 말을 받아 스가치가 슥 앞으로 나선다.
「어 그래, 니 춤도 봤다, 미노리카와. 그카고 시로타도」
「어」
「………」
 가르치는 쪽이었던 미노리카와의 입장이 갑자기 역전됐다. 그리고 조금 전까지 노래를 가르치는 쪽이었던 시로타도 그 회전에 말려 들었다. 로드나이트생들에 비하면 나름대로 춤출 수 있었으므로 괜찮을 것이라고 방심하고 있었다. 스가치는 의외로 시로타에 가차 없다. 시로타는 현실을 도피하기 위해 슥 눈을 감았다.
「음 그리고, 아, 요나가!」
 스즈에게 이름이 불린 요나가는 그쪽으로 달려간다. 좀처럼 사람들 틈에 끼지 못하고, 특히 집단이 되면 혼자서 침묵하기 십상인 요나가에게, 이런 때의 스즈의 존재는 언제나 고마웠다.
「대단하네, 히라키 조. 그렇게 힘들어보였는데, 제대로 완성되었구나」
「갑자기 『빰ー!』하고 나와서, 그대로 『으아아!!』하고 진행돼서, 힘차게 『짠ー!』하고 됐어」
「그, 그래……?」
 무슨 일을 계기로 일이 잘 풀린 거겠지, 라고 상상한다.
「요나가는 춤 어때? 그리고 다른 쿼츠생들도」
 스즈가 흩어져 있던 쿼츠생들에게도 손짓 한다.
「춤을 출 수는 있지만, 히라키와 함께라면 아직 어려워. 상당히 노래에 집중하고 있었어서…… 다른 쿼츠생들도 비슷한 느낌이 아닐까……」
「우와―, 타마사카 조 노래, 대단해 보이는데……! 그렇지만 일단은 춤인가! 오오토리, 모두의 춤, 도와주자!」
「너 따위가 나에게 지시를 내리지 마라! 너에게만은 절대로 듣고 싶지 않아!」
 스즈가 말하자, 오오토리가 으르렁댄다.
「오오토리, 미안해. 아무쪼록 부탁한다」
「알겠습니다!」
 카이가 말하자 순식간에 말을 바꾼다.
「오리마키, 오오토리, 우리도 돕는다!」
「오, 고마워, 나가야마!」
「그럼 저는 로드나이트의 꽃에게……」
「단테! 너도 여기다!」
「아아~」
 타마사카와 히라키가 섞여간다.
「오시나리, 가르쳐줄게」
「에에~, 카사이? 빚 지는 것 같아서 싫어~!」
「빨리 노래 연습에 들어가고 싶으니까 스파르타로 갈게」
「싫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엇!!!!」
 반이라는 울타리 없이, 유니베르생으로서 서로 섞여 간다.
「오~, 이거 좋네요~」
 그 광경을 보면서 네지가 응응, 하고 끄덕이고, 등을 돌렸다.
「오~. 어디 가는 거야, 쿠로?」
 그런 네지의 어깨에, 후미의 팔이 휙 둘러진다.
「어머나, 후미 씨! 이렇게 든든한 광경이 펼쳐지고 있으니, 나는 모두에게 마음을 맡기고……」
「오닉스가 도와주면, 좀 더 높은 곳을 목표로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뭐죠, 이 안 좋은 예감. 그만 둬, 그 이상 말하지 말아줘!」
 거기에 카이도 가세한다.
「코쿠토. 가끔씩은 다 함께 땀 흘리며 춤추는게 좋아」
「잠깐만, 카이! 후미와 합세해서 압박주지 말아줄래! 끈질겨! 너무 끈질기다구 너희는! 게다가 마을 사람은 A도 B도 C도 D도 춤 안 추는데욧!」
 양 옆의 장신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아, 네지! 무슨 일이냐, 포획당한 외계인 같은 모습으로!」
 거기서 카이도가 달려왔다.
「도와줘 카이도! 이대로라면 달에 돌려보내질 거야! 달에 강제송환 되어버려!」
「아니, 여기서 후미가 납득할 때까지 춤출 뿐이야」
「그게 제일 힘들어!」
 네지가 반항적으로 주저앉는다.
「그런데 네지! 무대에 대해서 질문해도 되나!」
 카이도는 개의치 않고 이야기를 진행했다.
「넵, 말해 보시죠」
 네지가 발딱 일어난다.
「미노리카와의 대사를 대담하게 깎았다면서! 그렇다면 그만큼, 나에게 새로운 대사를 주지 않겠나!」
「뭐야, 그 시스템」
 그렇게 말하면서 안경을 들어 올리는 네지의 눈은 호기심으로 빛나고 있다.
「닛타로서, 히라키의 무사로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호오? 그 마음은?」
 카이도는 자신의 가슴을 누른다.
「많은 사람들을 동료로 만든 타마사카 측이 이름을 차지한다…… 그건 사실이지만, 다른 견해도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하게 됐다. 지금 이렇게 반끼리 협력하는 모습을 보니 그 기분은 더욱 강해졌다!」
 네지가 메모장을 꺼냈다.
「카이도. 히라키의 무사는 뭐라고 말하고 싶어하지?」
「그건――」

「………」
 팔락, 하고 대본을 넘긴다. 가만히 응시하며, 팔락, 팔락.
 쿼츠의 연습장에, 키사 혼자.
 언제나 떠들썩한 이 장소에,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만이 울려퍼진다.
 그 소리는 조금 열린 창문으로부터 스쳐지나가는 바람에 마저 날아갈 듯 가볍다.
 그렇지만, 이곳에 적힌 여러 가지 말은, 어디까지나 넓고 깊다.
 빤히 쳐다보고, 눈을 감는다. 그리고 마음 속에 그린다.
 이 말이 만들어내는 세계를.
 키사는 일어섰다.
「……시작된다」
 무대가.
 『타마사카쵸』가, 여기에.


 ――처음 뵈어요, 안녕하세요!
 갑작스럽지만, 잠깐 괜찮니?
 당신의 마을의 이름은, 뭔가요?
 헤에, 헤에, 그렇구나, 좋은 이름이네요!
 엄청 멋진 이름이잖아!
 물론, 네가 붙인 이름이겠지?
 에, 아니야? 그럼 누가?
 이렇게 멋진 네가 사는 마을에, 이렇게 멋진 이름을 붙인 거니――?

 때는 메이지 22년.
 오오다테 산을 정면으로 펼쳐진 두 마을은 크게 흔들리고 있었다.
「맙소사, 이런 일이 어디 있나!」
 그 마을 중 하나에서, 히라키 출신의 기업가, 하츠하나는 초조함을 감추지 않는다. 그의 심부름꾼들도 동의하듯 고개를 깊이 끄덕인다.
「애초에, 이런 회합이 열린다는 것 자체가 굴욕이다! 즉각 결의하고, 해산시켜야 해!」
 하츠하나가 목제 책상을 거칠게 때리자, 그 옆에 있던 장신의 남자가 타이른다.
「일부러 여기까지 와준다고 하지 않나……, 그렇게, 초조해 하지마라……」
 자리를 주선하듯 말하는 자도 히라키 출신의 경관, 나라시바다. 몹시 강인한 체격을 지녔으면서도, 사람의 안색을 살피고 있는 소심한 사람. 그의 부하 경관도, 기가 막혀 한숨을 쉬고 있다.
 그래서 하츠하나는 나라시바의 말을 상대하지 않는다.
「애초에 뭔가, 저 녀석들은! 약속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지각할 생각인가!」
 그러자 상석에 앉아있던 남자가 「하츠하나」라고 불렀다. 거기에는 하츠하나도 움찔 반응한다.
「아직은 시간이 아니다」
 위풍당당한 자태. 한 눈에도 보통 사람은 아니라는 게 보이는 그 남자는, 히라키 무사들의 우두머리이자, 정치가이기도 한 닛타였다.
 그는 여유로운 표정으로, 회중시계를 확인하고 있다.
「그래, 그래. 화내도 배만 고프지」
 나라시바의 동생 격인 린이 태평하게 그런 말을 했다.
 하츠하나가 「직업도 없는 방해꾼이」라고 내뱉는다.
 히라키는 본래 무사의 마을. 이전에는 번주를 섬기고 있었지만, 메이지는 그런 그들의 인생을 무심하게 뒤집었다. 대정봉환이다.
 무사들은 주인을 잃고 일자리도 사라져, 익숙하지 않는 장사나 농업에 종사하거나, 북쪽의 개간지로 이사한 사람도 있다.
 린처럼 정처 없이 사는 인간도 적지 않았다.
 이 발 맞추기 어려운 시점에 나온 것이, 마을의 합병 이야기다.
 상대는 에도 시대에 히라키의 영주가 토지를 내린 배우들.
 일찍이 내주었던 자에게, 이제는 빼앗기게 될 참이다.
「……왔군」
 닛타가 회중 시계를 탁, 하고 닫는다. 긴장이 흘렀다.
「실례합니다」
「……!」
 가장 먼저 들 온 인물에 전원 숨을 집어삼킨다.
 경국의 미녀라는 분위기가 감도는 그 사람은, 타마사카좌의 2번 히메.
 그 뒤로부터 백자 인형과 같이 아름다움을 지닌 3번 히메.
 게다가 5번, 6번, 7번 히메가 계속된다.
 하츠하나의 심부름꾼이 「여긴 용궁인가?」라고 무심코 말을 흘렸다.
 너무 아름다운 것이다.
 하지만, 이미 압도당하고 있는데도, "정점"이 마지막에 모습을 보였다.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합니다」
 공포심이 들 정도의 아름다움.
「타마사카의 대표로 왔습니다. 타마사카 히메히코라고 합니다」
 타마사카좌의 당대, 여자 역인 히메를 연기하는 타마사카 히메히코.
 무척 사랑하는 형을 잃고 슬퍼하면서도 무대에 서, 타마사카좌의 내정을 스스로의 손으로 크게 바꾸어 지금까지 없는 시도를 차례차례 해나가는 재주꾼이기도 하다.
 히메히코의 기백은 이 자리를 압도하고 있었다.
 다만 한 사람, 닛타는 부드럽게 꼰 손가락을 풀지 않고, 아니, 히메히코를 보지도 않고 미소를 띄우고 있다.
 히메히코 옆에 있던 남자가, 닛타의 정면에 있는 의자를 당겼다. 이쪽도 미목 수려. 들은 바에 의하면, 히코 역의 정점이자 히메히코의 상대역, 1번 히코인 듯 하다.
 히메히코는 그가 당겨둔 의자에 앉는다. 다른 배우들도 자리에 앉는다.
 그리고, 그제서야, 회합의 의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의장이 담담하게, 시작 신호를 내린다.

「의제는 이름을 타마사카로 할 것인가, 히라키로 할 것인가. 양쪽에서 결정해 주십시오.」
 의장이 그렇게 말했을 때, 닛타가 책상을 걷어찼다.
「……당연히 히라키다」
 갑자기, 음악이 흐르기 시작한다.
 그래, 이것은―― 유니베르 가극.

「와아……!」
 타마사카시가 소유한 문화 시설 내, 대형 홀. 객석에 가득 찬 타마사카 시민.
 조명이 단번에 무대를 비추었다. 양쪽에서 대기하고 있던 학생들이 모두 등장해, 타마사카와 히라키로 나뉘어 춤추기 시작한다. 
「대단해……!」
 유니베르생들의 춤에, 『타마사카의 날 기념식전』의 참석자들이 환호한다.
 그래, 유니베르다.
 쿼츠, 오닉스, 로드나이트의 울타리는 없다.
「굉장해…… 유니베르의 가극……!」
 관객은 군무의 박력에 이끌려 숨을 삼킨다.
「마을의 이름은 히라키!」
「마을의 이름은 타마사카!」
 타마사카와 히라키는 격렬하게 주장을 반복한다. 언제까지도 멈추지 않는다, 언제까지도 끝나지 않는다. 어쩌면, 영원히?
 땡, 하고 갑자기 야박한 종소리가 울렸다.
 격렬하게 춤추고 있던 타마사카와 히라키가, 뚝 멈춘다.
 그리고 한마디.
「착석해 주십시오」
 양쪽의 모습을 지극히 무관심하게 지켜보던 의장이 그렇게 재촉한다. 타마사카와 히라키는 일제히 착석했다.
 그 우스꽝스러움에, 관객들이 와, 하고 웃는다.
「결론이 나지 않았으니, 오늘은 끝내고, 다음 번에 다시 합시다」
 매정한 의장이 그렇게 말하고, 빠르게 퇴석한다. 남겨진 타마사카와 히라키의 사람들은 서로를 노려보고 , 그리고 정반대의 방향으로 나갔다.
 관객들은, 박수로 이들을 배웅했다.

「춤…… 엄청 좋았어요!!」
 무대 옆, 키사는 감정을 억제할 수 없었다.
 양쪽의 주장이 격렬하게 부딪치는 춤이, 타마사카와 히라키의 역사와 양보할 수 없는 생각을 선명하고 강렬하게 불태우고 있었으니까.
 키사에게도, 그리고 무엇보다 이곳에 찾아온 『타마사카의 날』참석자들에게도, 강하게, 강하게.
 그들은 이미, 이 가극에 매료되어 있다.
 카이도가 훗, 웃었다.
「당연하다! 어쨌든 우리는, 그 유니베르 가극학교의 학생이니까!」
 카이도의 말은, 한 없이 높고 자랑스러운 듯했다.
「아ー 다행이다……!」
 한편, 마레와 로드나이트 쪽은 춤이 끝나 휴우, 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오시나리」
「윽, 카사이!」
「로드나이트 엄청 좋았어」
「에」
 카사이가 선뜻 칭찬하고, 휙 지나갔다.
「……저거 뭐야! 방금 뭐야! 지금, 카사이가 칭찬을 했어!?」
「……응」
 당황하는 마레에게, 에이코가 카사이의 등을 보며 끄덕인다. 유키가 「대박!」하고 떠들었다.
「참, 카사이는 정말~! 분명히 인기 많겠다~! 미노링 선배보다 백 배 더 인기 많겠다~! 진짜 죄가 많다~!」
 갑자기 튄 불똥에 미노리카와가 「야!」하고 딴지를 건다.
「카이, 히라키 조는 조금 폭주하는 정도가 좋을 것 같으니까, 그렇게 부탁해! 오오토리 군도!」
 무대의, 극장의 분위기를, 그 피부로 정확하게 측정한 네지가 날카롭게 지시를 내린다.
「그래」
「네!」
 맡겨줘, 맡겨 주세요, 라고 하듯이 카이와 오오토리가 고개를 끄덕인다.
「……스
 입을 크고 벌리고, 얼굴을 풀고 있던 스즈에게 후미가 슬쩍 다가갔다.
「어때, 우리의 타마사카의 날 축하는」
 스즈는 잘 푼 얼굴로 씨익 웃는다.
「최고예요!」
 무대는 아직 계속된다.

「아아아아아아아~~~~~~!」
 무대의 한가운데, 빙글빙글 나뭇잎과 같이 춤추는 것은 마을 사람, 네지다.
 A일 수도 있고, B일 수도 있고, C 일 가능성도, D일 가능성도 있다.
「이렇게나 다른 두 마을이 하나가 되다니, 애초에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뺨에 손을 얹은, 난처한 표정. 마흔 살 정도의 여성일까.
「……그렇지만 정부가 그렇게 말했어. 히라키로 할 수 밖에 없겠지」
 갑자기 소리가 낮아졌다. 어조도 위압적인 그는 히라키의 마을 사람일지도 모른다.
「무슨 말씀! 히라키의 마을은, 영주가 사라지고 활기를 잃어, 쇠퇴할 뿐이지 않습니까! 이전에는 무사로 불렸던 사람들도 지금은 실직하고, 도둑 고양이, 그리고 들개나 다름 없어요! 그런 마을의 이름은 붙일 수 없습니다!」
 젊은 여성의 호소에, 남자가 「에잇, 시끄럽다!」라고 찍어누른다.
 그러나, 여성은 지지 않는다.
「그렇게 위협해서 말을 들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틀렸어! 지금은 메이지, 지금부터 타마사카라는 이름과 함께 이 마을은 넓어지고 커질 테니까요!」

「……정말 재주가 좋아, 네지 씨는」
 무대 옆에서 시로타가 투덜거린다.
 혼자서 마을사람 ABCD. 때로는 E, F와 세상의 흐름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연기하고 있다.
 너무 굉장해서 어이가 없다.
「관객  여러분도 즐거워 보이네요」
 시로타의 옆에서 똑같이 무대 위의 네지를 보며 요나가가 말한다.
 혼자서 몇 개의 배역이고 연기하는 모습은, 진기하고, 재미있다.
 여기서 한 박자 쉬어가니, 다시 이야기에 집중할 수 있을 것이다.
「……네지 씨가 없어지면, 어떻게 될까」
「에?」
「아니, 됐어」
 각본, 연출, 잭에 잔느, 그리고 반장.
 반에서 네지가 맡는 역할은 너무나 크다.
 따지고 보면, 후미도, 단순히 알잔느만을 맡고 있는 게 아니고, 카이도 그렇다.
 그것이, 시로타의 마음을 무겁게 한다.
 이번에, 다른 반과의 연습으로, 다른 반의 동기들이 어떻게 선배나 후배들과 지내고 있는지, 직접적으로 느낄 수가 있었다.
 자신은, 뒤쳐져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건, 겪어보지 않아도 알고 있었는데, 막상 직접 보니, 너무 크다.
「야, 기모노 옷깃, 너무 흘러내렸어! 좀 더 깔끔하게 입어! 그리고 오비도 너무 많이 꾸몄어!」
 미노리카와가 로드나이트생들에 얘기하고 있다. 과보호로 보이기도 하지만, 미노리카와는 항상 학급생들을 의식해 움직이고 있다.
 스가치도 그렇다. 다른 반인 시로타에게 자연스럽게 춤을 지도해준 것은, 반에서 쌓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행동을 하면 타인은 물론, 자신마저 「웬일이야」라고 생각하는 시로타와는 다르다.
「잘도 그렇게까지 후배들 신경을 쓰는구나」
 미노리카와의 모습을 보면서 툭하고 중얼거린다.
「정말 대단하죠」
 요나가도 조용하게 동의 했다.
「그렇지만, 시로타 선배도, 77기 선배들 중에서, 가장 저희 지도를 많이 해 주고 계시잖아요」
「……어?」
 들은 말의 뜻을 정말로 이해할 수 없었다. 요나가도 「어」하고 당황해서, 「저, 그……」라고 자신이 뭔가 잘못 말했는지 생각한다.
 그렇지만, 결국 그 말 이상의 것은 발견하지 못 했을 것이다.
「2학년 선배들 중에서, 시로타 선배가 제일, 저희 1학년들을 돌봐주시는 것 같아요. 노래는 물론이고, 뭐랄까, 쿼츠생으로서의 자세라든지……」
「……」
 어떤 사람에게도 적당한 거리감으로 살그머니 다가설 수 있는 키사나, 누구에게나 제로 거리에서 바로 앞에 있는 스즈가 아닌, 요나가에게 그런 말을 듣다니.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는데」
 슬며시 부정해 버린 것은, 아직 받아들일 용기가 없어서일까.
 그렇지만, 이 말은, 잊지 못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요나가, 너는 좀 더 기모노 옷깃을 느슨하게 하는 게 좋겠어. 답답해 보여」
「엣, 아, 네!」

 통ー.
 연분홍색 공이 내던져져 튀어올랐다.
 통ー, 통ー, 데굴데굴.
「……그만 둬! 돌려줘!」
 마을의 소녀가 공을 뒤쫓아와, 꼭 껴안는다.
「왜 이런 짓을 하는 거야……. 에, 타마사카 사람이니까……?」
 무대는 확 어두워졌다.
 이번에는 「어째서입니까!」라고 목소리가 울리고 불이 켜진다.
 거기에, 곤궁한 남자의 모습.
「돈은 빌려 줄 수 없다……!? 내가, 히라키 사람이라서……?」
 또, 빛이 사라진다.
 다음은 타마사카, 다음은 히라키, 또 타마사카, 그리고 히라키.
 마을의 이름 소동을 계기로 관계가 급격하게 악화되어 가는 타마사카와 히라키.
 마을은 검게 흐려져 간다.

「……히메히코, 조심하세요」
 타마사카좌. 2번 히메가 충고한다.
「히라키 무사들이 네 목숨을 노리고 있어」
「하. 열정적인 후원자가 생겼네」
「히메히코 씨」
 경솔한 말을 한 히메히코를, 3번 히메가 나무란다.
「그래요, 형님께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 싫어요」
 5번 히메가 그렇게 말하자, 동의하듯 다른 배우들도 고개를 끄덕인다.
「한 사람의 목숨이 아니어요, 형님」
 7번 히메의 말에, 「그건 이제, 이번뿐만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그렇겠지?」라고 히메히코가 웃는다.
「괜찮아, 가슴 속 깊이 새겨 둘게. 자, 오늘은 이걸로 마지막이야」
 배우들은 전원 불안해 보이지만, 히메히코가 일어서자, 모두 어쩔 수 없이 일어선다.
「……응?」
 거기에, 천둥소리가 울렸다.
「……비가 오겠구나」

 쏴아 쏴아 쏴아.
 천둥소리로부터 얼마 있지 않아, 비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이대로는 이름을 타마사카에게 빼앗긴다!」
 닛타의 저택에서, 하츠하나가 외쳤다.
「몇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이 히라키의 이름이……! 목숨을 걸고 지켜 온 히라키의 마을이, 우리 대에서……! 저런 배우들에게 토지 따위를 주는 게 아니었어!」
「……하츠하나. 그건 히라키 공의 판단이다」
 닛타가 그건 안 된다며 날카롭게 주의한다.
「하지만! 그것이야 말로, 이대로 이름을 빼앗기면 히라키 공께 면목이 없다!」
 쿵, 하고 책상을 치는 하츠하나의 눈은 번뜩였다.
「만약, 히라키의 이름이 타마사카 밑에 깔리게 된다면…… 타마사카 히메히코의 목숨, 빼앗아 버리겠어!」
 그러자 나라시바가 당황했다.
「어이 멈춰라! 나는 경관이다. 못 들은 것으로 해 주지, 그러니까이제 두 번 다시 그런 말을 하지 마라. 그렇지 않아도 치안이 나빠져 큰 일이야, 이 이름 소동 때문에」
「그것 때문이다, 이 겁쟁이가! 아아, 그래, 지금이라도 히메히코를 죽인다……. 히라키 님의 은혜에 보답하지 않고 배반하는 원수를 말이지! 그러면, 그 녀석과 함께 타마사카의 이름도 없어질 것이다……!」
「그만둬라, 그만해라, 하츠하나! 어이 너희들, 하츠하나를 쉬게 해 줘라!」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하츠하나의 심부름꾼이 그의 몸을 부축하고 퇴실했다. 나라시바가 하ー 숨을 내쉰다. 이제 이런 이야기는 그만하고 싶다는 듯이.
「하츠하나가 하고 싶은 말은 알겠다」
 하지만, 끝날 리가 없다.
「어이, 닛타! 그만해라, 너까지. 함부로 말하지 마라」
「타마사카 히메히코는 무서운 녀석이다. 저 녀석이라면 정계에 갔다고 해도 확실히 올라갈 수 있었을 것이다. 무서울 정도로 두뇌가 명석해. 거기에 사기꾼이다. 완전히 여론을 손에 넣었어」
 언제나 강인했던 닛타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린다.
「히라키 공께 면목이 없다」
「닛타……」
「……이대로 이름을 빼앗긴단 말인가」
「닛타…… 너는 충분히 애썼어, 그러니까, 좀 쉬어」
「……아니, 안 된다! 히메히코를 만나고 오겠다」
 닛타가 자리로부터 일어선다.
「히라키의 정치가가 스스로 히메히코를 찾는단 말인가……! 네가 그럴 필요 따위는 없어, 이제 됐어, 시대가 안 좋았던 거야, 시대가……!」
「나는 포기하지 않아! 히라키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것이다…… 무엇이든지!」
 당장 저택을 뛰쳐나갈 것 같은 닛타를 나라시바가 막는다.
「닛타, 진정해 닛타. 부인, 닛타를 안방으로!」
 닛타의 아내가 바로 모습을 보이고, 살그머니 그의 등에 손을 기대고, 안쪽으로 사라져 간다.
 더 이상, 대화가 가능할 리 없다.
「……큰일 났네요, 나라시바 씨」
 빗속. 우산을 쓰고 히라키의 질척이는 길을 걷는다. 뒤에는 동생처럼 대하는 린.
「……살해당할지도 모르겠네요, 히메히코는」
 불쑥 린이 말했다.
「바보 같은 말 하지 마라」
「하지만, 마을 이름은, 타마사카가 된다. 이건 틀림 없는 일이잖아요?」
「……」
 린이 우산을 빙글 돌린다.
「지금 살해당하지 않아도, 머지않아 죽을 거야. 이름을 빼앗긴 히라키의 사람들 중 누군가에게. 피에 젖은 마을이 되겠네요, 『타마사카쵸』는」

 빗줄기는 잦아들지 않는다.
「그건 그렇고, 곤란하네, 히라키 녀석들. 눈이 번뜩이고 있어」
 히메히코는 우산을 어깨에 메고 자신의 저택으로 향한다. 조금 뒤에는 1번 히코.
「이 근처에서 히라키 녀석들이 보이면 보고하라고 말해두고는 있지만」
 타마사카좌에는 의심스러운 인물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감시도 붙이고 있다.
 7번 히메도 말했다. 한 사람의 목숨이 아닌 것이다.
「이름을 잇는다는 건 어려운 일이야」
 그것은, 타마사카 히메히코라고 하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싫을 정도로.
 거기서, 찰팍, 하고 물소리가 들렸다.
 내리는 빗소리는 아니다.
 물이 밟혀 튀는 소리다.
「……응? ……!! 너……」
 빗속에, 남자 하나가 우산도 쓰지 않고 서 있다.
 ――나라시바였다.
「………」
 경관의 제복, 허리에는―― 군도.
「경관은 편리해. 의심을 받지 않거든」
 찰팍, 하고 웅덩이를 밟는다.
「마을 사람들은 히메히코 씨를 지켜 주세요, 라고 말을 건네오고, 파수꾼도 순찰이라고 말하니 쉽게 통과시켜줬다」
 비로 질어진 흙에 질퍽하게 부츠 자국이 난다.
「당신……」
 비에 젖어 달라붙은 머리카락의 틈새로 번쩍이는 눈이 히메히코를 본다.
「마을은 타마사카가 되겠지. 당신이 있든 없든 상관 없이. 그렇다면 적어도……」
 천둥소리가 울렸다.
「누군가 너를 죽이기 전에, 내가 널 죽여버리겠다!!」
 나라시바가 군도를 뽑았다.
 그 칼끝은 나라시바의 눈처럼 이상하게 번뜩이고 있었다.
 거기서, 지금까지 쭉 등 뒤에 대기하고 있던 1번히코가, 우산을 접고 앞으로 나온다.
 히메히코를 지키듯이.
「야!」
 이쪽은 비무장. 당해 낼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러나 1번 히코는, 이 장면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 우아하고 느긋하게, 히메히코를 되돌아 보았다.
「……연습 시간이에요. 어서 가십시오」
 그는 작게 미소지으며, 히메히코의 몸을 툭, 밀었다.
 상냥하고, 온화하지만, 어디까지나 강하다.
「안 돼……!」
 히메히코는 필사적으로 그의 소매를 잡으려고 했다.
 그런 1번 히코의 뒤.
 나라시바가 땅을 박차고, 단숨에 다가온다――
「이것이…… 무사의 긍지다!」

 그리고 피가 흩날렸다.
「……!!」
 흘러내린 피는 히메히코의 것이 아니었다.
「……! 린!」
 히라키의 사족, 린.
 나라시바가 달리는 것보다도 더 빠르게 린이 달려들어 치켜든 군도 앞으로 뛰쳐나갔던 것이다.
「……으윽……!」
「린, 어째서!」
 린의 오른팔에서 피가 흐른다.
「의사를 불러와!」
 외친 것은, 히메히코였다.
「!?」
 나라시바가 놀라 히메히코를 본다.
「빨리! 지금 당장!」
 히메히코는 1번 히코를 향해 외치고 있었다.
「어이, 형씨, 괜찮나!」
 히메히코는 자신의 기모노를 벗어 린의 팔을 지혈한다.
「왜……」
 멍한 나라시바를 향해 히메히코는 「『왜』가 아니야!」라고 고함쳤다.
「사람은 죽으면 돌이킬 수 없어! 저택에 옮길 거야, 당신이 등에 업을 거야, 빨리 해! 이 형씨를 돕고 싶지 않은 거냐!」
 린은 팔을 누르고 신음하고 있다.
 나라시바는 숨을 죽이고, 린을 등에 업고, 앞장서는 히메히코의 뒤를 따라 달리기 시작했다.
 
「나라시바, 린!」
 그리고 몇 시간 뒤. 히메히코로부터 연락을 받은 닛타가 히메히코의 저택에 뛰어든다.
「닛타…… 미안해…… 미안하다……」
 나라시바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린은……!?」
「자고 있어」
「……!」
 나라시바 대신에 대답한 히메히코에게, 닛타는 퍼뜩 그를 쳐다본다.
「의사에게 진찰 받고, 상처는 봉합했어. 열이 좀 나긴 하지만…… 강한 녀석이야」
 그런, 가……」
 히메히코에 안내로 닛타는 잠든 린의 앞에 앉는다.
 인기척을 눈치챘는지, 린이 신음하며 눈을 뜨고, 닛타를 올려다보았다.
「아, 닛타 씨……. 죄송합니다, 이런 시간에」
「아니, 괜찮다.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린이 헤, 하고 콧방귀를 뀐다.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나라시바 씨의 히라키를 향한 마음은 남들보다 훨씬 커요. 히라키의 동료가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고, 타마사카에 대한 증오를 참을 수 없게 된 거예요」
 닛타가 불끈 주먹을 쥐었다. 눈치채지 못하고, 몰아붙인 자신의 한심함.
 내가 했다면 좋았을 것을.
 그런 생각마저 하게 된다. 바로 눈 앞에, 녀석은 있다.
 다만 또 하나, 물어봐야 할 것이 있다.
「……린, 너는 어째서」
 ――히메히코를 도왔지?
 닛타는 넌지시 물었다.
「그건……」
 린이 눈을 감는다.
「히라키를 위하는 마음이 강하기 때문이에요」
「뭐?」
 나라시바의 설명과 같은 이유가 아닌가.
「그렇지만 이런 일로 히라키가 이름을 남겨서 어쩝니까. 10년 뒤에도, 100 년 뒤에도, 이 마을의 이름이 살아있는 한, 피에 젖은 히라키의 이름이 남을 거예요」
「!」
「나라시바 씨는 제게 형 같은 사람이에요. 히라키의 동료도 그래요. 그러니까 10년 뒤의, 100년 뒤의, 얼굴도 모르는 아무래도 좋은 누군가에게 바보 취급을 당하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막았어요. 그러면 모두, 정신을 차릴 거라고. 언제나 바보 취급 당하고 있지만, 내 목숨이 모두에게 가볍지 않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린……」
「거기에」
 린이 히죽 웃는다.
「나 타마사카의 무대를 좋아해요」
 닛타도, 그리고 얼굴을 숙이고 잠자코 듣고 있던 히메히코도 휙 고개를 들어 린을 쳐다본다.
「옛날에, 다 같이 보러 갔잖아요. 타마사카의 무대. 닛타 씨가 한턱 내서. 아, 즐거웠는데, 그 무대」
 린이 눈을 뜨고, 닛타를 본다.
「또 가요. 닛타 씨가 한턱 내서. 히라키의 동료들, 다 같이. 분명 즐거울 거예요, 그때처럼」
 그렇게 말하고, 린은 다시 잠들었다.
「……」
「……닛타 씨. 이번 일, 난 다른 사람에게 말할 생각 없어요. 그 녀석이 목숨을 구해줬으니까」
「……」
「나머지는 뭐……」
 히메히코는 린을, 그리고 나라시바를 본다.
「다시 보러 와 줘요, 우리 무대」
「……!」
「괜찮아요, 이번에는 내가 한턱 낼게. 특등석이야. 모두 함께 보러 와줘. 꼭 당신들을 즐겁게 해줄게」
 그 말을 듣고, 어쩐지 나라시바가 고개를 숙이고, 울기 시작했다.
「읏…… 흑……으, 으흐……」
 동료들과 함께, 타마사카좌에서 본 무대가 생각난 것일까.
 닛타가 「그래」라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며칠 뒤, 닛타는 린을 데리고 히라키의 마을에 돌아갔다.
 거기에는 히라키의 동료가 모여, 모두 침통한 표정을 짓고 있다.
 그들에게는 모두 이야기했다.
「내가…… 내가 그런 말을 해서……」
「아니다, 하츠하나……! 내 탓이다……!」
 하츠하나의 말을, 나라시바가 강하게 부정한다.
 닛타는 기모노 소매에 손을 넣고 가만히 입을 다물고 있다.
「이제 그만두어라. 나는 살아있고 히메히코도 입 다물기로 했다. 이제 되지 않았나」
「괜찮지 않아! 괜찮지 않다, 괜찮지 않아……」
 하츠하나가 린의 움직이지 않는 오른팔을 본다.
「모두」
 거기서 닛타가 일어섰다.
「타마사카좌의 무대를 보러 간 날, 기억하고 있나?」
 곧바로 대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러나, 하츠하나가 「기억하고 있어요」라고 쥐어짜낸다.
「닛타 씨가 한 턱 내서 보러 갔지」
「그렇다. 그러니까 잊어버리면 안 되지」
「그렇지만, 그런 무대……」
「하츠하나. 솔직하게 말해 주지 않겠나」
 닛타가 하츠하나의 말을 막는다. 아니―― 『거짓말』을 막았다.
 하츠하나는 이마에 손을 얹고, 눈을 꾹 감는다.
「……즐거웠습니다, 평소의 근심은 전부 날아가버릴 정도로. 무사의 근심을 잊어버릴 정도로」
「나머지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역시 주저했지만, 하츠하나와 같이 「즐거웠다」고 대답했다.
 닛타는 그 말을 듣고, 의자에 다시 앉는다.
「모두에게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 있다」
 그 진지한 표정에, 모두 등을 쭉 폈다.
「나는……」

 하늘은 완전히 바뀌어, 푸른 하늘이다.
「히메히코 씨 정말로 가시는 거예요?」
 3번 히메가 눈을 내리뜨고 묻는다.
「그래, 가야지」
「분명 위험할 거예요, 형」
「형님, 히라키는 신용할 수 없어요」
 그때 일은 비밀로 하고 있어도, 일어나 버린 일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것이다.
「정말 말 안 듣는 남자구나, 너는. 언젠가 호되게 당할 거야」
 2번 히메는 차갑게 말하면서도 히메히코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는다.
 1번 히코도 그렇다.
「그럼, 오늘은 어떻게 될까」
 배우들은 타카라 강에 걸린 다리를 건너, 회합장에 입장했다.
「……」
 오늘은 드물게 일찍 왔지만, 히라키의 대표자들은 이미 모여 있었다.
 다만, 언제나 거칠었던 히라키의 대표자들이 지금, 바람 없는 호숫가와 같이 조용하다.
 그 이질적인 분위기에, 5번 히메나 6번 히메가 무심코 몸을 사린다.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네」
 하지만, 히메히코는 언제나처럼, 자기 자리에 앉는다. 다른 배우들도 쭈뼛쭈뼛 자리에 앉았다.
 그때 의장이 나타나 가운데에 앉는다.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언제나 한결 같은 이 신호.
「마을의 이름을, 타마사카로 할 것인가, 히라키로 할 것인가」
 언제나 히라키 측이 이런저런 의견을 말해 오지만, 오늘은 닛타만이 슥 손을 들었다.
 의장은 조용하게 닛타를 본다.
「……닛타 씨」
「네」
 닛타가 일어선다. 그리고, 말했다.
「마을 이름은……『타마사카』입니다」
 배우들이 놀라 그를 올려다본다.
 반대로 히라키의 사람들은, 닛타의 말을 씹어삼키듯 고개를 숙였다.
 의장만이 변함없이, 정면을 향하고 있다.
「……닛타 씨, 그렇게는 안 돼요」
 히메히코는 무심코 제지했다. 나라시바의 죗값에 대한 보상은 원치 않기 때문이다.
「얼마 전, 우리 나라시바가 큰 폐를 끼쳤다. 그는 히메히코의 목숨을 노리려 했다」
 그러나 닛타가 스스로 그 사실을 타마사카 측에 폭로한다.
 배우들은 헤아리고는 있었을 테지만, 실제로 히라키 측의 입으로 듣자, 격분했다.
「네 녀석, 잘도……!」
 적의를 태우는 3번 히메를 히메히코는 제지한다.
「……정말, 죄송했습니다!」
 그때, 나라시바가 일어서, 깊게 고개를 숙였다.
 자존심 강한 히라키의 인간이 고개를 숙이자, 배우들은 굳어졌다.
 닛타는 더욱 자세하게 일의 전말을 배우들에게 이야기한다.
 린의 이야기를 듣자, 배우들도 자연스럽게 입을 다물었다.
「사죄의 의미로, 이름을 양보하는 건가」
 이야기가 끝나자 히메히코는 닛타에게 묻는다.
「설마, 아니다」
 닛타는 분명히 부정했다. 히메히코는 「그렇다면 왜」라고 묻는다.
「여기에 있는 동료들과 타마사카좌의 무대를 보러 갔던 적이 있다」
 당돌한 추억 이야기. 게다가 적대하고 있던 타마사카좌의.
 모두가 거기에 귀를 기울인다.
 의장도.

 ――키사도.

(여기부터가…… 새로 추가된 대사……)
 사실은, 그야말로 좀 더 시원시원하게, 마을의 이름은 『타마사카』로 정해져 있었다.
 그러나, 카이도가 히라키 무사로서 말하고 싶은 것이 있다고 이야기하고, 거기에 덧붙여 후미나 카이, 그리고 츠카사가 서로 의견을 내서.
 전부 끌어안듯이, 네지가 말을 자아냈다.
 그래서 키사는 귀를 기울인다. 의장으로서.
 누구와도 어울리지 않지만, 맨 앞자리에 앉는 사람으로서.
「무대를 보는 내내, 즐거웠다. 무대를 보고 난 뒤도, 즐거웠다. 세월이 지나도 되돌아 보고, 또 가고 싶다는 말을 주고받았다. 그래, 그 날의 무대를 생각할 때, 우리 마음에 불이 들어온다」
 닛타가 자신의 가슴을 누른다.
「이번에 린이 나라시바를 막고 히메히코를 감쌌던 것도, 그 생각이 있었기 때문이다. 나는 생각했다. 초대 타마사카 히메히코에게 토지를 내린 히라키 님도, 같은 생각이있던 것이 아닐까. 히메히코의 무대에 가슴에 불이 들어와, 사라지지 않고 계속 마음 속을 비추고 있던 게 아닐까」
「!」
 타마사카의 배우들이 눈을 크게 뜬다.
「물론, 그 밖에도 여러가지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애초에 이 회의의 전제 자체가 틀렸을 가능성이 있다. 나 같은 사람이 히라키 님의 심정을 헤아릴 수 있을 리 없으니. 하지만, 역시 생각한다. 일부러 여인숙 마을 근처에 토지를 내주고, 지원하고, 자유를 계속 준 것은, 자신의 가슴에 사라지지 않는 빛이 들어와있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그리고 그 빛을, 다른 누군가에게, 더 많은 사람에게 주고 싶었기 때문이 아닐까하고. 관대한 히라키 님이, 기쁨을 나누고 싶어서」
 배우들은 어느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킁, 하고 코를 훌쩍이는 사람도 있었다.
 닛타의 말에 점차 열이 담긴다.
「무엇보다, 내가 생각했다. 격렬하게 변해가는 시대, 불안정한 세상에서, 타마사카의 무대는 사람의 마음을 밝게 지탱시켜 준다. 그리고 그 빛이, 우리의 동료에게, 우리의 자식들에게, 손자들에게, 그리고 더 먼 미래, 우리의 피를 이어받은 자손들에게 이어지면 좋겠다고. 칼도 피도 슬픔의 눈물도 없이, 무대를 즐길 수 있는 세상이면 좋겠다고」
 히메히코가 무심코 「닛타 씨……」라고 이름을 부른다.
「그것을 위해, 우리 히라키는 그늘에서 도와주자. 무대의 마을, 『타마사카쵸』의 일원으로서」
 닛타의 말에 호응하여, 하츠하나가 「같은 의견입니다」라고 일어섰다. 나라시바가, 린이 「같은 의견입니다」라고 일어선다. 그 자리에 있던 히라키의 대표들이 전원 일어서, 「같은 의견입니다」라고.
「……닛타 씨」
 히메히코가 일어선다. 배우들도 전원 일어섰다. 그건, 히메히코와 같은 마음이라는 것.
 히메히코가 손을 슥 뻗는다.
 닛타가 그 손을 가만히 응시하고 손을 뻗는다.
 두 사람은 손을, 서로 굳게 잡았다.
 ――아아.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마을의 이름은」
 의장이 댕, 하고 종을 친다.
「만장일치로 『타마사카쵸』!」
 그 순간, 의장의 목소리가 처음으로 커졌다.
(아, 그래)
 ――키사는 생각했다.
(분명 이 감정이다)
 그리고, 생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
「잘 됐다……!」
 관객석으로부터, 들렸던 것이다.
「잘 됐다…… 다행이야…… 축하해……!」
 마을의 탄생을 기뻐하고, 축복하는 소리가.
 치솟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우레와 같이 울리는 박수의 소리가.
 그것은 점점 크게 부풀어간다.
(아, 그런가)
 키사는 이해했다.
 ――투명.
 어느 쪽의 색에도 물들지 않고, 항상 공정했던 의장.
 그 의장이 내린 판단을 모두 믿었다.
 의장이 인정한 대답이니까, 그건 틀림 없는 것이다.
 타마사카와 히라키가 이끌어낸 대답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정도로 훌륭한 것이라고.
 이 마을은, 모든 사람에게 축복받은 이름이라고, 모두 솔직하게, 올곧게, 기뻐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하는 타마사카의 마을.
(다행이다)
 이 한 순간을 위해서, 키사는 의장을 연기하고 있었다.
(다행이다……)
 그리고, 책임을 다했다.
 키사는 미련 없이 일어나, 홀로 퇴장한다.
「그럼, 마을 이름을 축하하며 노래하지 않겠나!」
 등 너머로 그들의 목소리를 들으면서.
(……아)
 객석에서, 모나와 아키카의 모습을 찾아냈다.
 모나는 얼굴을 찌푸리며 울고 있었다.
 기쁘고, 기쁘고, 행복한 듯.
(다행이다……)
 일찌기, 타마사카와 히라키가 마음 속에 그렸던 먼 미래.
 그것이 지금, 여기에 있다.
 생일, 축하해.

「……어땠습니까, 타나카미기 군」
 아름다운 근대적 건축물. 기념식전을 하고 있는 대형 홀을 타나카미기 츄이는 뒤로 한다.
 눈가의 주름이 깊어지도록 미소짓는 타가네의 질문에 타나카미기는 대답하지 않고 지나갔다.
 저런 저런, 이라고 입밖에 내지는 않고, 한숨을 쉰다.
「……개선 공연, 하겠습니다」
 갑자기, 타나카미기가 말했다.
「……안 하겠다고 했던 개선 공연을…… 말입니까?」
 타가네는 놀라움을 가슴에 간직한 채, 재차 확인한다.
「보았으니까요」
 타나카미기는 되돌아 보지 않는다.
「저도 보여드리죠」
 그리고 그는 떠나 갔다. 고자는 후후, 하고 미소짓는다.
「카미야 군과 모모나시 군에게 연락해야겠군요」

 해질녘의 산에, 가을의 냄새.
「……큐이?」
 풀 밟는 발소리에 귀를 쫑긋 세우고, 흰 족제비가 고개를 들었다.
「큐이! 큐이큐이큐이!」
 달려간 곳에는, 한 소녀.
「아, 오나카! 잘 지냈어?」
「큐이!」
 키사는 쭈그리고 앉아, 오나카와 시선을 맞춘다.
「오늘은, 『타마사카의 날』이었어. 타마사카의 생일을 축하했어」
「큐이~?」
「다 같이 무대에 섰어. 엄청…… 엄청 좋았어」
「큐이~! 큐이큐이!」
「후후」
 난리법석인 오나카에게 키사는 미소짓는다.
「오나카한테도, 보여주고 싶다…… 아」
 문득 올려다본 끝, 석양에 붉게 물이 든 나무가 있었다.
「단풍이다」
 아직 푸르러야 할 단풍이, 꼭두서니 빛[각주:8]으로 물들고 있다.
「……」
 키사는 단풍 너머로, 마을을 바라보았다.
 근처에는 유니베르, 타마사카좌, 히메히코 거리, 그리고 멀게는 히라키의 마을까지.
「……생일, 축하해」
 벌써 몇 년째 이어지는 마을.
 그렇지만, 키사에게는 올해가 처음으로 축하하는 생일.
「축하해」
 그리고 키사는 기도한다.
 내년도, 그리고 내후년도.
 지금과 변함없이 이 장소에서, 동료들과 함께 생일을 축하할 수 있기를.
「축하해…… 축하해」
 키사는 조용히 눈을 감는다.
 먼 미래를 떠올리며.
 ――고마워.
 어디선가 멀리서, 그런 목소리가 들린 듯 했다.

(끝)

 

 

 

 

 

(각주)

  1. 舐める(1. 핥다, 맛보다. 2. 우습게 보다, 깔보다)의 두 가지 뜻을 사용한 말장난. [본문으로]
  2. 타카라(多嘉良) 강은 보물(宝)과 발음이 '타카라'로 동일하다. [본문으로]
  3. 藩主: 막부 시대에 넓은 지방 영지를 다스리던 영주(다이묘). [본문으로]
  4. 닛타(新田)와 하츠하나(初花)는 네지의 대본에도 한자로 적혀있지만 나라시바(楢柴)와 린(琳)은 네지의 대본에 가타카나로 표기되어 있기 때문에 여기서 처음으로 한자가 밝혀진다. [본문으로]
  5. 鶏笠焼き: 표고버섯에 저민 닭고기(鶏)를 채워넣어 삿갓(笠) 모양으로 구운 음식. (추정) [본문으로]
  6. 沈香: 침향나무의 향. [본문으로]
  7. 천지가 뒤집히다(天地がひっくり返る)의 천지(天地)의 발음이 '텐치'로 튀김(天ぷら)과 초콜릿(チョコレート)의 첫 글자와 같다. [본문으로]
  8. 茜色: 꼭두서니의 뿌리로 물들인 빛. 황적색, 암적색.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