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추석에 여행 갔다 오는 비행기에서 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오오쿠(大奥). 예전부터 명작이라는 말은 많이 들었었고 넷플릭스에 애니메이션 올라왔을 때도 관심작으로 표시를 해뒀었는데 왠지 이런 류의 컨텐츠는 집중해서 한 번에 봐야 할 것 같아서 엄두를 못 내고 있었다. 평소엔 집중력이 0에 수렴해서 보다가 화장실 가고 보다가 물 마시러 가고 이러니까..ㅋㅋㅋ 비행기에서 볼 영화로 넷플릭스에서 레베카(2020)이랑 오오쿠 애니 전편을 받아뒀었는데 딱 좋은 선택이었다. 10시간 비행이 지루하지 않았음! 결국 한국 도착해서 며칠 동안 만화책도 정주행 했다ㅋㅋㅋ
별 건 아니지만 일단 스포..
애니메이션은 오오쿠 만화책의 초반부만 다루는데 (총 19권 중 4권 극초반까지) 왜 거기까지만 애니메이션에서 다뤘는지 알 것 같았다. 어쩌다가 여자들이 쇼군이 되었는지도 설명이 될 뿐더러 제일 임팩트도 크다. 오오쿠 스토리가 200년 넘게 이어지며 가물가물하거나 헷갈리는 캐릭터들도 많지만 이에미츠와 아리코토의 이야기는 계속 기억에 남는다. 사랑하지만 서로에게 상처입히고 상처입는 기묘하게 비틀려버린 그 둘의 망사랑이...
나머지 스토리도 다 애니메이션으로 나왔으면 좋겠다. 애니메이션으로 먼저 봤더니 캐릭터들이 쇼군을 칭할 때 '우에사마'라고 부르는 걸 알아버렸는데 만화책 한국어 번역판으로는 그냥 '쇼군'이라서 슬펐다. 그야 번역인데 그대로 '우에사마'라고 하긴 어려웠겠지만... 우에사마와 쇼군은 뭔가 뉘앙스가 다르잖아..?ㅠㅠ 그래서 실물 만화책으로 소장하고 싶은데 이 참에 아예 원어로 사버릴까 고민중. (한국어 정발본은 ebook으로 있으니까!)
그리고 오오쿠를 보다 보면 스님이 잘 생겨 보인다........(...) 까까머리 스님을 어떻게 좋아하나 했는데 온갖 아리코토와 닮았다고 일컬어지는 미남자들이 대대로 나타나며 결국 스님이 되어 머리를 밀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 (아리코토 닮았다는 남자들이 계속 나타남.. 거의 세이버 페이스를 잇는 아리코토 페이스 수준임...) 까까머리를 좋아하는 게 아니라 까까머리임에도 잘생긴 미남자를 좋아하는 것이다...라고 생각은 하지만 오오쿠 보면서 이제 스팀에 있는 19금 스님 미연시도 완전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음. ㅋㅋ.
스토리가 묘하게 현실적인 점도 매력적이었다. 여성이 쇼군이 되는 스토리라고 해서 그냥 말 그대로 남녀역전물일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남자가 거의 다 죽어버려서 여자가 쇼군도 하고 바깥일도 하지만 그렇다고 남자가 완전히 이전의 여자와 같은 취급을 받느냐 하면 그것도 아님. 물론 씨뿌리기용(..)으로 몸을 팔아야 하는 경우도 많지만 아들이 태어나면 귀한 대접을 받으며 애지중지 키워지는 점이 참 묘했다... 실제로 전쟁 등의 이유로 남자가 많이 죽으면 남자가 너무 귀해져서 한동안 여자들이 바깥일도 집안일도 다 하게 된다.. 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던 것 같은데 오오쿠 보면서 그 생각이 났다.
그리고 이건 오오쿠만의 이야기는 아니고 장르적 특성이기도 하지만 몇 백 년에 걸쳐진 이야기를 보고있다보니 후대의 사람들이 선대의 사람들 이야기를 할 때 참 이상한 기분이었다. 특히 에지마 이쿠시마 에피소드. 에지마는 딱 한 번 최애 배우를 직접 만나고 실제로 문란하게 놀아난 것은 다른 무리였는데 에지마가 그 덤터기를 써 귀양 보내진다. 그런데 그 스토리가 잘못된 버전으로 신문 등의 기록으로 남고 가부키로도 전승이 되어 나중에는 후대의 인물이 '상자에 숨어들어가 몰래 외출을 하다니 네가 에지마 이쿠시마냐!' 같은 대사까지 하게 된다. 뭐랄까 독자는 여자가 쇼군이었던 시대의, 기록에 남지 않은 역사의 뒷이야기들을 쭉 보아온 입장이다보니 묘했던 것 같다.. 마치 인간사를 가깝고도 먼 거리에서 관망하는 인외나 신이 된 것처럼..(?)
사실 보기 전에는 전혀 몰랐는데 질병과 백신에 대한 이야기 굉장히 많이 나왔다. 그냥 사극 if물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전염병이라는 이유로 스토리가 전개되는 SF 스토리. 학창시절 언젠가 교과서에서 배웠던 것 같은 인두법과 종두법도 나오고, 전공 시간에 들었던 레이디 메리 워틀리 몬테규 이야기도 나온다. 실제 있었던 사건들을 픽션과 섞어 어우러지게 만든 게 이 작품의 매력인 듯. 게다가 역병이 창궐하고 그것을 극복해내는 이야기라는 점에서 코로나가 한참일 때 봤으면 감상이 또 남달랐을 것 같다. 21년도에 댄마카 플레이했던 것처럼...
아무래도 오오쿠 보고 가장 기억에 남는 인물은 아리코토. 아리코토가 오오쿠의 첫 총책임자이자 쇼군의 총애를 받은 오오쿠의 전설이기도 하지만 보는 내내 아리코토는 생불인 걸까 싶었다.. 심지어 얼굴도 레전드임(?) 개인적으로 아리코토에 cv. 미야노 마모루 너무 완벽한 캐스팅 같았다. 원래도 좋아하는 성우인데 머리가 좀 꽃밭인 미남 도련님 역에 너무 잘 어울리는 것 같아ㅋㅋㅋ (얼마 전에 오란고교 애니 봤음)
그 다음은 카즈노미야인 듯. 분량이 아주 많은 인물은 아니긴 하지만... 마지막 대의 인물들은 몇 년 후 어떻게 살고 있는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카즈노미야는 전혀 나오지 않아서. 그야 카즈노미야가 텐쇼인이나 타키야마처럼 외국으로 나갈 수 있을 위치는 아니지만. 역시 먼저 죽은 어머니나 남동생처럼 그냥 어느 한적한 절에서 남은 평생 살다가 죽는 법 밖에 없는 걸까...... 오오쿠에 고난 없었던 인물은 없지만 그중에서도 카즈노미야는 인생이 너무 기구했고 행복했던 순간이 정말 짧았는데 후일담조차 주어지지 않아서 어쩐지 젤 아픈 손가락이 되었음...ㅠㅠ
만화책을 다 보고 나니 드는 생각은.... 요시나가 후미는 만신이구나... 사실 제대로 요시나가 후미의 작품을 본 적은 없었고, 드라마판 <어제 뭐 먹었어?>로만 살짝 알고 있었는데 오오쿠 보고나니까 시대물이 보고 싶어졌다! 원래도 사극/시대물을 좋아하지만 갑자기 더 땡김. 지금은 하루카6 하고 있는데 (이것도 시대물이라면 시대물긴 한데) 조만간 비르샤나를 해볼까. 근데 트친이랑 다른 겜 하기로 약속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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