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잔느 1주년 기념 소설 번역 <해피 애니버서리> (전편)

ETC/번역

2022. 3. 19.

*번역기로 돌린 것을 읽을 수 있을만큼 다듬은 정도입니다. 말투 같은 요소는 정확히 번역하지 못 했을 가능성이 크니 대충 내용만 본다고 생각해주세요.

 

 

해피 애니버서리 (ハッピー・アニバーサリー) 전편

 

十和田シン ジャックジャンヌ1周年記念小説【ハッピー・アニバーサリー 前編】|JUMP j BOOK

ジャックジャンヌ発売から1周年!! 十和田シンさんがアニバーサリー記念小説を書いてくださいました!!  玉阪市の記念式典で行われるユニヴェールの歌劇。普段はしのぎをけずる

note.com

 

잭잔느 발매 1주년!! 토와다 신 선생님이 애니버서리 기념 소설을 써주셨습니다!! 타마사카시의 기념식전에 올라오는 유니베일의 가극. 평소 치열하게 경쟁하는 라이벌 오닉스, 로드나이트, 쿼츠 세 반이 힘을 합쳐 함께 공연의 막을 올린다!! 볼륨감 넘치는 전후편입니다.

 

 

토와다 신 (十和田シン)

노벨라이즈 작가, 시나리오 라이터. 다른 이름인 토와다 신(十和田眞)이라는 이름으로 『연애 태풍』을 집필, 소설 데뷔. 『NARUTO』, 『도쿄 구울』시리즈의 소설화를 담당, ADV 『잭잔느』의  시나리오를 이시다 스이 씨와 함께 집필. 또한, 오쿠토(奥十)라는 이름으로 만화가로서도 활동한다. 코믹스 『마츠 계장은 여자 오타쿠』 발매중.

 

 

【 1 】

 

「타치바나 군! 타치바나 군! 들어봐 들어봐! 나 당첨됐어, 당첨됐다구우!」
 타마사카시, 타마사카좌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 남자만으로 가극 무대를 올리는 유니베르 가극학교의 학생, 타치바나 키사는, 유니베르를 대상으로 한 가극 워크숍 「모나 스타 스쿨」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축포처럼 요란하게 울린 원장, 모나리 슈고―― 애칭 「모나」의 외침에 눈이 동그래졌다. 모나는 과거, 유니베르 가극학교의 잔느였던 열혈 원장이다.
 여름방학도 얼마 남지 않아, 모나에게 집중적으로 레슨을 받으려고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닌 듯 하다.
「나 정말, 올해 운을 전부 다 써버렸는지도 몰라! ...으응, 아니지! 내겐 귀여운 학생들이 무대에서 날갯짓하는 모습을 지켜볼 의무가 있으니까, 내일부터, 으응, 오늘부터, 지금 이 순간부터 공덕을 쌓아 운을 저금해야지!!!」
 모나는 백중맞이[각주:1]가 지나서도 여름의 기세를 그대로 간직한 채 언덕을 스치는 오늘의 바람보다도 뜨겁다. 
(모나 씨, 뭔가 좋은 일이 있었던 걸까?)
 이유는 모르지만, 일단은 좋겠다며 미소 짓는다. 단지, 이유를 모르기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고 고개를 갸우뚱한다.
「원장님. 그러면 무슨 말인지 몰라요」
 구조선이 나타났다. 모나의 조수이자 언제나 냉정침착한 안자이 아키카다.
「어머, 미안해! 그렇네, 제대로 설명을 해서 이 기쁨을 나눠야지! 잠깐만, 음... 그래, 이거!」
 모나가 한 장의 엽서를 꺼낸다.
「『타마사카의 날 기념식전 초대권』……?」
 일정은 약 2주일 후, 8월 말.
「타치바나 군, 『타마사카의 날』에 대한 얘기, 이미 들었어?」
「앗, 『타마사카의 날』……이요?」
 퍼뜩 떠오른 것은, 유니베르 가극 학교의 모체인 남성 가극의 최고봉, 타마사카좌(玉阪座).
「왜, 『타마사카쵸(玉阪町)』[각주:2]의 생일이야!」
 하지만 아무래도 틀린 듯하다.
 ――타마사카쵸? 생일?
「그러니까. 설명이 안 되고 있어요, 원장님」
 어리둥절한 상태의 키사를 보고, 아키카가 모나를 다시 말린다.
「그러니까, 매년 응모해서, 드디어 올해, 처음으로 당첨된 거라구!? 아키카도 대단하네요, 하고 말했잖니!」
「그건 그렇지만... 지금은 그것보다」
 빠르게 말하는 모나에게 충고하고, 아키카가 키사를 본다.
「타치바나 군, 『타마사카의 날』이라는 건 말야, 타마사카시(玉阪市)의 전신... 타마사카쵸가 태어난 날을 말하는 거야」
 타마사카쵸.
 아키카가 말하길, 메이지 시대, 전국 각지에서 이루어진 시정촌 합병[각주:3]―― 이른바 메이지 대합병에 의해, 오오다테 산의 기슭으로부터 바다에 가까운 항구 도시까지, 넓게 점재하고 잇던 정촌이 합병해 「타마사카쵸」가 된 듯 하다.
「그 이후, 인구가 늘어서 『타마사카시』가 되었지만, 타마사카라는 마을의 형태 자체는 『타마사카쵸』시절부터 별로 변하지 않았어」
 키사는,
「그래서 타마사카쵸가 탄생한 그 날을 『타마사카의 날』이라고 부르고 축하하는 거군요」
 과연, 하고 재차 모나의 손에 있는 당첨 엽서를 본다.
「그런거야~! 타마사카 시청을 중심으로 다양한 이벤트가 개최된다구~! 물론, 제일 중요한 건 기념식전이지만!」
「헤에~……」
(그러고 보니, 타마사카시의 시청은 어디에 있는 거지?)
 이런 건 보통 역 근처에 있지만, 타마사카좌 역의 주변에는 백화점이나 쇼핑몰 같은 상업시설 뿐이다.
 그런 키사의 마음을 눈치챈 건지, 아키카가 「강 건너 반대편에 있어」라고 알려준다.
「타마사카시의 정치기능은 전부 『히라키』에 모여있으니까」
 키사는 어리둥절해졌다.
(히라키……?)
 들어본 적 없는 이름이다.
「음 그러니까, 『타마사카시 역』 쪽인데……」
 타마사카시 역.
 키사가 알고 있는 건 이 학원의 바로 옆에 있는, 타마사카좌 역.
「거기도 원래는 『타마사카쵸 역』이라……」
 아키카는 알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겠지만, 들으면 들을수록 키사의 머리는 혼란스러워진다.
(이거, 내가 이 주변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어서 그래)
 유니베르의 무대에 서기로 마음 먹고 먼 곳에서 혼자 타마사카시에 왔다. 연습 일정은 당연히 바쁘고, 밖에 나갈 기회는 적다.
 그런 가운데, 학교와 타마사카좌 역을 잇는 몇개의 언덕을 지나면, 필요한 것은 모두 손에 넣을 수 있었다. 좁은 범위에서 생활이 성립되고 있었다. 내 눈에 보이는 게 이 마을의 전부라고 생각될 정도로.
(내가 아는 타마사카시는, 극히 일부분일지도 몰라……)
 갑자기 머릿속에서 지도가 펼쳐진다. 아무것도 그려져있지 않은 새하얀 지도. 그곳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는 걸까.
「어쨌든!」
 모나의 목소리에 지도가 날아갔다.
「타마사카의 날 기념식전은 엄청 인기가 많아서 추첨제가 된 거야! 시에서 공식적으로 발표한 건 없지만, 경쟁률은 수십이나 수백이라고도 한다구!」
「에, 그렇게나!? 그럼……」
「그 높은 경쟁률을 뚫고, 멋지게 당첨된 강운의 증거라구!」
 모나가 당첨 엽서를 하늘에 내걸고 환희의 고속 스핀을 선보인다.
 몇 년이고 몇 년이고 응모하고, 낙선되고,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그래도 계속 도전한 결과. 왠지 이쪽까지 기뻐진다.
「잘 됐네요, 모나 씨」
 드디어 모든 것을 이해한 키사로부터의 축복에, 모나는 「고마워~!」라며 환히 웃었다.
「기념식전에서 타치바나 군과 친구들의 모습을 보는 거, 기대하고 있을게!」
 ――응?
 오늘 또 모르는 것이 생겼다.
「타치바나 군과, 친구들......?」
 키사의 의문에, 모나와 아키카가 「엣」이라고 소리를 높인다.
 침묵의 몇 초.
「……어머, 타치바나 군, 아직 못 들었구나, 몰랐구나! 나도 참, 미안해!」
「에, 그렇지만 원장님, 아직 못 들었다는 거, 괜찮은 거예요?」
「헛! 그것도 그렇네, 뭔가 일이 있었던 걸까...... 그게, 타치바나 군」
 모나는 자신을 진정시키려는 듯 가슴에 손을 얹고 심호흡을 한 뒤 말한다.
「『타마사카시 기념식전』은, 유니베르의 학생들이 가극을 선보이는 거야」
 기념식전은 약 2주 뒤.
 얼마 남지 않은 여름 방학, 전부 사라질지도 모른다.

 

 

【 2 】

 

「제군!『타마사카의 날』이 다가왔다!」
 모나의 워크숍으로부터 돌아온 뒤, 마침 있던 동기들과 막 저녁 식사 테이블에 둘러앉고, 오늘 들었지만 아직 모르는 예정에 대해 그들에게 이야기하려고 한, 그 때였다.
 쿼츠의 반장, 네지 코쿠토가 갑자기 나타나 소리 높이 외친 것은.
 재주꾼이며, 기인이기도 한 그의 희희낙락한 표정은, 같은 자리에 앉아 있던 동기들을 경계시키는데 충분했다.
「뭐야, 도대체. 『타마사카의 날』?」
 언제나 가장 먼저 의문을 표하는 것은 쿼츠의 1학년생, 잭의 희망인 오리마키 스즈다.
「알아, 타치바나, 요나가?」
 스즈의 물음에, 같은 테이블을 둘러싸고 있던 키사의 소꿉친구인 잔느, 요나가 소시로가 고개를 젓는다.
「처음 들어. 키사는 뭔지 알고 있어?」
 스즈와 요나가의 시선이 키사에 향한다. 키사는 모나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그들에게 전하려고 했다.
「하! 그러니까 너희는 멍청이 삼형제인 거다!」
 그런데 그들의 등 뒤로부터, 오오토리 쿄지가 끼어들어 온다.
 그도 키사의 동기로, 잭. 다만, 그 셋과는 그 어떤 때도 어울리지 않는, 독립된 존재다.
「야! 나와 요나가는 차치하고, 타치바나는 알고있는 느낌이었다고! 그렇지, 타치바나!」
 스즈가 말하자, 「사실 오늘 들은 이야기인데……」이라고 말을 시작한다.
「얕아!」
 그것만으로도 오오토리가 단숨에 말을 잘랐다.
「어제 오늘 손에 넣은 정보는 수박 겉핥기!『알고 있다』는 축에 들지 않는다!」
 오오토리가 우쭐거리는 표정으로 뽐낸다. 스즈가 다시 「야」하고 말리려고 하자, 키사는 똑바로 오오토리를 쳐다보았다.
「워크숍의 모나 씨와 아키카 씨가 가르쳐 준 거니까, 수박 겉핥기는 아니야」
 사실을 냉정하게, 있는 그대로.
 평상시, 온화하게 웃고 있는 만큼, 키사의 진지한 얼굴에는 표현하기 어려운 으름장이 느껴진다.
 뽐내고 있던 오오토리가 「히익」하고 한 걸음 후퇴하고, 근처에 앉아 있던 스즈와 요나가조차, 움찔했다.
「오오토리! 모나 씨와 아키카 씨에게 사과해!」
 스즈의 주의는 어느 의미에서 오오토리에게로의 구제 조치.
 굳어있던 오오토리가 「거기에 대해서는 정정하고, 모나 씨와 아키카 씨에게 사과의 말씀드리지!」라고 솔직하게 인정한다.
 키사에 대한 사죄는 없지만, 그것은 키사 본인에게 있어 아무래도 좋은 일이다.
 키사의 표정이 누그러진 것을 보고, 요나가가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린다.
「네, 거기의 1학년들! 진정했나요!」
 장면 전환을 지시하듯 네지가 짝짝 손뼉을 쳤다. 1학년들은 한꺼번에「죄송합니다!」라고 하며 그 쪽을 향한다.
「1학년은 『타마사카의 날』을 잘 몰라도 어쩔 수 없지! 유니베르 학생은 타마사카 시외로부터 입학하는 아이도 많으니까. 그러니까!『타마사카의 날』에 대해 설명해보자! 오오토리 선생님이!」
「엑!」
「오오토리 군은 타마사카시 출신이니까! 그러니 선생님! 자세한 내용으로 부탁드립니다!」
 네지의 억지에 오오토리는 당황한다.
「야」
 하지만, 거기서 얼어붙은 목소리가 식당내에 울렸다.
「빨리 설명해」
 쿼츠 2학년의 시로타 미츠키다. 쿼츠의 트레조르로서 아름답게 노래하는 그의 입술이, 지금은 불쾌함을 연주하고 있다. 여하튼 그는 헛됨과 귀찮음을 좋아하지 않는다. 식사를 방해받고, 이야기는 진행되지 않고, 게다가, 지금부터 귀찮은 일이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예감이 그를 초조하게 하는 것일까.
 오오토리는 즉시 「알겠습니다, 시로타 선배!」라고 대답했다. 스즈가 「고생이네 오오토리도」라고 동정했다.
 오오토리의 설명은 지극히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어 오늘 모나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순식간에 쿼츠 1학년생의 공통 인식이 된다.
「에∼, 그래서 『타마사카의 날』인가. 뭔가 좋네요, 동네의 생일 축하!」
「그 기념식전으로 저희는, 무엇을 하면 될까요」
 키사의 질문을 받아, 조용하게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쿼츠의 잭에이스, 무츠미 카이가 「보통은……」하고 과거를 되돌아 본다.
「쿼츠, 오닉스, 로드나이트, 앰버 네 반이, 각각 5분씩 무대에 선다. 오닉스가 댄스, 로드 나이트가 노래인 것은 매년 고정이고, 쿼츠와 앰버는 매년 바뀌어」
 요나가가 「5분…… 꽤 짧네요」라며 놀란다.
「아. 기념식전의 무대에 서는 것은 유니베르만이 아니다. 우리들의 뒤에는, 본진, 타마사카 좌의 무대도 기다리고 있어」
「뭐, 개막 공연같은 거야, 우리는」
 카이의 설명에 덧붙인 것은, 의자에 그저 앉아있는 모습마저도 아름다운 쿼츠의 알잔느, 타카시나 사라후미.
「각 반마다 5분, 합계 20분, 회장 분위기를 달구는 게 우리 역할이야. ……물론, 우리를 보러오는 사람들도 있지만」
 후미는 당당하게 웃는다. 후미를 보기 위해서 회장에 오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바로 그거―! 이왕 하는 거 내가 바로 주역이라는 느낌으로오! 유니베르 화이팅!!」
 네지가 주먹을 하늘에 치켜올린다. 다만 거기서, 요나가가 「저기, 그럼……」하고, 어떤 일을 눈치챘다.
「이번에는 앰버도 기념식전에 참가하나요?」
 지난달, 격투를 펼친 여름 공연. 그 무대에 앰버는 서 있지 않았다. 이유는 분명하지 않다.
 ――쿼츠의 1학년들에게는.
 네지가 「그렇지는 않지」라고 껄껄 웃는다.
「애초에 작년 기념식전에도 「간신히 참가」였던 앰버가, 올해 참가할 리 없지!」
 후미가 「그렇겠지」라고 수긍한다.
「어차피 작년의 기념 공연, 앰버인 잭에이스와 알잔느는 불참이었고」
「어머나, 맞아요! 협조성이 없는 녀석들이네에, 유감스럽네요오! 듣자하니, 작년은 쿼츠도 몹시 엉망이었다는 것 같아요! 나오기만 하면 다는 아니지요오」
「쿠―로?」
「어머나 무슨 일일까요, 후미 씨. 당신의 눈, 너무 무서워요. 설마 나를 먹어버리는 작정……! 아닛 살려줘」
「코쿠토, 후미」
 1학년은 잘 모르는 이야기로 분위기를 살리는 두 명을 카이가 말린다. 네지가 「이런 미안, 뭇츠―미!」라고 쓸데없이 포즈를 취하며 사죄했다.
「어쨌든, 어쨌든 말이죠! 그러한 경위도 있으니, 올해는 제대로 해보고 싶죠! 이왕 하는 거 전력으로! 그렇죠, 그렇죠오!」
 이왕 하는 거 전력으로, 라는 말은 1학년들에게도 쉽게 이해됐다.
「그럼, 그 5분을 전력으로 연기해내면 되겠네요」
 키사의 말에, 요나가도 스즈도 응 응, 이라고 수긍한다.
「확실히 그렇지만 아니기도 해!」
「어」
「그렇지만 5분은 너무 짧잖아―!」
 네지가 기묘한 말을 하기 시작했다. 의문은 1학년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2학년, 3학년에도 퍼진다. 시로타가 노골적으로 눈살을 찌푸리고 후미와 카이는 얼굴을 서로를 쳐다보았다.
 요나가가 「저……」라고 조심스럽게 손을 든다.
「이번에는 쿼츠, 오닉스, 로드나이트 세 반이 각각 5분 동안 무대를 올리는……거죠?」
 전원이 바뀔리 없는 대전제라고 생각하는 것을 확인하자, 네지가 「그거, 그거랍니다!」라고 외쳤다.
「이번에 여러가지로 화제에 오른 문제로 앰버가 불참가야! 이대로는, 유니베르의 무대 좋았죠― 같은 정도, 앰버 불참이었네―라는 말이 돌 수도 있고? 오히려 그쪽이 더 화제가 될 수도 있고?」
 솔직히, 1학년은 네지가 말하는 것을 아직 잘 몰랐다.
 그러나, 흐려지는 2학년과 3학년의 표정이, 네지의 말을 긍정하고 있다. 거기에는, 지워낼 수 없는 비장함도 있었다.
(앰버……)
 복잡한 울림.
 같은 유니베르생이면서, 키사가 손에 넣을 수 있는 앰버의 정보는 지극히 적다. 마치 누군가의 손에 의해, 눈이, 귀가 막혀 있는 것 같다.
 그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공백이, 앰버라고 하는 존재를 보다 한층 커보이게 한다.
「……아무튼, 앰버 어쩌고를 제외해도, 평상시라면 모든 반을 볼 수 있는데 한 반이 빠진다는 건 다들 아쉬워하겠지」
 후미의 말에, 모두 고개를 들었다. 지당한 말인 것과 동시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는 사실이 무서웠다.
「그거 어떻게 안 되나요? 모처럼 하는 건데, 우리도, 봐 주는 사람도, 다들 「좋았다―!!」라는 생각이 들게 하고 싶어요!」
 스즈가 목소리를 높인다. 모두 같은 기분이다.
 네지가 기다렸다는 듯이 빙긋 웃었다.
「어떻게든 된다!」
 네지가 소리를 지른다.
「예년이라면 갖추어져 있어야할 네 반! 올해는 하나가 빠진 세 반! 그 하나가 눈에 띈다면……」
 안경의 안쪽, 네지의 눈이 반짝 빛났다.
「남은 세 반이 함께, 하나의 무대를 만들어 버리면 되지 않는가!」
 쿼츠 학생들은 굳어진다.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말을 깨물며 삼키고.
「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에~!?」
 쿼츠 기숙사에 학생들의 소리가 메아리쳤다.

 

 

 

【 3 】

 

「……요약하자면, 오닉스, 로드나이트, 쿼츠 연합으로, 『타마사카의 날』에 무대를 올린다, 라고 하는 것이군!」
 오닉스의 조장 겸 잭에이스, 카이도 다케신의 목소리가 유니베르 극장에 힘차게 울려퍼진다.
「후후…… 지금까지 없었던 시도고, 앰버의 부재에 대항할 수 있는 임팩트도 있겠네」
 부드러운 미소를 띄우며 그렇게 말한 것은 로드나이트의 조장 겸 알잔느, 거기에 트레조르이기도 한 오시나리 츠카사.
『타마사카의 날』에 대해 처음으로 알게 된 다음날.
 쿼츠, 오닉스, 로드나이트 세 반은 유니베르 극장에 모여 있었다.
 오닉스와 로드나이트에도 이야기가 전해진 것 같다.
 네지가 「카이도, 츠카사, 고마워!」라고 말하고 앞에 나온다.
「그럼 그럼, 기념식전으로 하는 상연 목록에 대해…… 이야기하기 전에 전해야만 하는 게 있어!」
 유니베르 극장에 모인 전원이, 네지에 주목했다.
 「여름 방학이라고 해도, 모든 반이 모여 연습할 수 있는 회수는 엄청 적어! 거의 못 해!」
 학생들이 단번에 술렁거린다.
 상연 시간은 참가하지 않는 앰버의 분량까지 합해 네 반×5분의 합계 20분.
 통상의 학생 공연에 비하면 짧지만,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
 상응하는 연습수를 밟지 않으면 완성하지 못 할 것이다.
 네지가 「아무튼 아무튼, 진정해」라고 아주 가볍게 학생들에게 말한다. 
「여하튼 우리들 반장이나 거기에 준하는 학생들은 가을 공연의 준비가 있으니까요! 그 사이에……가 되면 시간은 한정되어 버려!」
 네지의 말을 받아, 언제나 소극적인 남자가 차분한 표정을 띄우면서 앞에 나온다.
「……저희 77기생은, 방문공연의 준비도 있습니다」
 로드나이트의 잭에이스, 미노리카와 키이토다.
 유니베르 가극학교에서는, 학교의 방침에 의해, 초중학교나 복지시설에서의 방문 공연도 하고 있다.
 이 중심에 있는 것이 주로 2학년, 올해로 말하면 77기의 학생들이다.
 그렇지 않아도 바쁜 와중에, 전례가 없는 공연이라는 미션이 더해지면 부담도 크겠지.
 미노리카와와 같이 표정이 딱딱한 학생도 적지는 않다.
 대조적으로, 같은 77기생, 오닉스의 알잔느인 스가치 키요하루는, 표정 하나 바꾸는 일 없이 카이도의 곁에 서있다.
「애초에!」
 여기서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일어선 것은, 로드나이트의 1학년, 잔느인 오시나리 마레.
「왜 모처럼의 여름 방학에 그렇게 힘든 연습을 해야하는 거야!」
 
 미노리카와가 「아니, 말해 두지만, 기념식전의 연습 자체는 원래도 있었으니까!?」라고 주의한다.
「미노리카와 선배 시끄러워! 그렇지만 이거, 평소 연습보다 무조건 엄격해지잖아! 땡땡이 칠 수 없는 연습이잖아! 대체 왜 얼마 남지 않은 여름 방학에, 갑자기 그런 걸 해야 하는 거예요! 좀 더 유익한 여름 방학을 보내게 해줘!」
 언제나 마레와 함께 있는 1학년의 잔느, 우시로 유키도 「맞아 맞아!」라고 소리를 지른다. 이국적인 모습으로, 항상 말이 없는 토리마키 에이타도 「……응」이라고 수긍했다.
 미노리카와가 「조용히 해, 조용히 해」라고 그들을 말린다. 이것 때문에 미노리카와는 아무래도 부정적으로 되는 건지도 모른다.
「충분히 유익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저는」
 거기서 마레와 반대되는 의견을 찌르듯 발언한 것은, 오닉스의 1학년, 카사이 아타루였다. 78기생의 탑 잭은 언제나 향상심으로 충만하다.
「다른 반의 학생과 함께 무대에 오를 수 있을 기회는 그렇게 많지 않고, 여름 방학의 마무리로는 최고라고 생각해요」
 마레가 틈을 주지 않고 「너 어차피 키사랑 연기하고 싶은 것뿐이겠지!」라고 외친다.
「 『뿐』은……. 뭔가 도전하는데에 있어서, 목적을 하나로 좁히는 거, 아깝지 않아? 이왕이면 더 많은 걸 배우고 싶어. 다른 반의 잭을 가까이서 느끼는 것……이라든지?」
 카사이의 시선이 살짝 쿼츠에 향한다.
「오」
 스즈가 목소리를 냈으므로, 시선이 마주쳤을 것이다.
 카사이의 시선은 그대로 슥 옆으로 움직였다.
(……아)
 이번은 키사와 시선이 마주친다.
「그러한 많은 목적 중에, 타치바나와 연기하고 싶다는 마음도 당연히 있지만」
「거봐 역시! 이봐요 다들, 카사이가 카사이 하고 있어요!」
 흔들리지 않는 카사이에게 마레가 비난의 목소리를 높인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할 거예요. 합동 연습을 거의 못 한다는 문제」
 탈선만 계속되는 이 상황을 참기 힘들어, 시로타가 네지에게 묻는다.
「오오, 과연 시로타 군! 그래, 그러니까, 부담을 최대한 없애고, 앰버가 없는 기념식전에서 제대로 올릴 수 있는 각본을 썼어!」
 짜잔! 하고 네지가 보인 것은, 이미 준비된 대본.
 그 순간, 독특한 긴장감이 학생들의 사이에 달렸다.
 갑자기 진해진 무대의 향기가 그렇게 만들었다.
「자아, 우선은 다들 받아!」
 평상시보다 페이지는 적지만, 권수는 많은 대본이 각각 배부되어 간다. 키사의 수중에도.
 쓰여진 제목은 극히 심플했다.
「……『타마사카쵸』」
 네지가 「그래!」라고 키사의 소리에 호응 한다.
「이 타마사카라고 하는 마을의 탄생에 대해 그린 이야기야! 자아, 개요를 말해줄게!」

 남성 가극의 최고봉, 타마사카좌를 상징으로, 크게 발전해 온 마을, 타마사카시.
 이 도시가, 원래는 서로 다른 두 개의 마을이었던 일을 알고 있는가?
 하나는  당연히, 이름 그대로, 초대·타마사카 히메히코가 여인숙 마을 근처에 토지를 받아 작은 극장을 지어 돋보이는 연극의 마을 「타마사카」.
 그리고 또 하나.
 그 히메히코에게 토지를 하사한 영주, 히라키 마츠바라 등 히라키 일족이, 성을 쌓아 주거지를 지은 무사의 마을 「히라키」.
 그러나, 메이지. 이 두 개의 마을이 합병해, 하나의 마을로서 다시 태어나게 되었던 것이다.
 거기서 일어났던 것이 마을의 이름을 「타마사카」로 할까 「히라키」로 할까의 대논쟁.
 타마사카와 히라키의 커다란 싸움.
 과연 마을의 이름은 어떻게 정해졌는가――

「……보시는 바와 같이, 실제 이 타마사카에서 일어난 사건을 네지 코쿠토 풍으로 어레인지 해 제작했습니다!」
 내용적으로는, 타마사카의 탄생을 축하하는 기념식전에 이 이상 제격인 것이 없지 않을까.
「덧붙여서! 연극의 마을 『타마사카』를 로드나이트, 무사의 마을 『히라키』를 오닉스에 맡기려고 생각하고 있어!」
 그것을 듣고, 쿼츠 학생들이 웅성거렸다.
「어, 네지 선배, 저희 쿼츠는요!?」
 스즈의 말에 네지가 「당황하지 말 것!」이라고 기쁜 듯이 말한다.
「이번 쿼츠는……」
 거드름을 피우는 모습은 못된 장난을 계획하는 어린아이 그 자체.
「잔느 학생을 로드나이트, 잭 학생을 오닉스에 나누어 배속합니다!」
 그 선언에, 쿼츠생 뿐만 아니라, 전학생이 침묵했다.
「에에에에엣!!?」
 겹쳐지는 소리가 마치 합창과도 같다.
「작전은 이러하다! 이번 앞 부분의 댄스와 마지막의 댄스 이외에는, 기본적으로, 타마사카 측과 히라키 측, 각각의 시점에서 교대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타마사카 측과 히라키 측으로, 이야기가 독립되어 있다!」
 카이도가 「과연」이라며 순식간에 이해했다.
「 각각의 진영이 연습을 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인가. 모든 반이 모이는 것은 무리여도, 반 단위이면 빠르게 대응할 수 있다」
「예스! 쿼츠 학생은 수고해주셔야겠지만, 거기는 뭐어, 사랑스러운 나를 위해 체면을 좀 세워줘!」
 시로타가 차가운 눈으로 네지를 쳐다보았다.
 쿼츠의 잔느생은 로드나이트, 잭생은 오닉스.
 여기서, 키사 안에서 의문이 떠오른다.
 그렇다면 신인 공연으로 알잔느, 여름 공연에서는 잭을 연기한 자신은, 어느 쪽으로 가면 좋을까.
 하지만, 초조해 하지 않아도 답은 올 것이다.
「그런 이유로, 배역 발표을 하죠!」
 네지의 말에, 자연스럽게 그 자리의 공기가 긴장감으로 팽팽해졌다.
 쿼츠 뿐만 아니라 어느 반에서도, 그 『발표』는 긴장이 되는 듯 하다.
「그럼, 우선, 타마사카 좌의 당대이며, 타마사카의 마을을 인솔하는 아름다운 타마사카 히메히코! 본래 남성이지만, 타마사카 좌의 배우인것 같은 매력을 알잔느로서 표현해줘! 우리 쿼츠의, 타카시나 사라후미!」
 주역은 후미.
 쿼츠생들은 즉석에서 납득하고, 후미가 연기하는 타마사카 히메히코의 아름다움까지 상상할 수 있었다.
「에에에에에엣!?」
 그러나, 그런 쿼츠생과는 정반대로, 로드나이트의 1학년들로부터 불만 섞인 소리가 일어난다.
(아, 그런가……)
 이것은 반 합동.
 마레가 「잠깐만, 잠깐만요, 네지 선배!」라고 크게 손을 들었다.
「타마사카 측은 로드나이트 중심인데, 왜 형이 알잔느가 아닌가요!」
 마레의 얼굴은 지금까지와는 다른 진지함을 띠고 있다.
 다만, 미노리카와 등 2학년 이상은 달랐다.
「야, 진정해」
「그치만!」
「곧 알게 될 거야」
「에……」
 미노리카와 등 로드나이트 2학년, 그리고 3학년은, 알고 있다.
 로드나이트의 보스, 본래의 모습을.
「코쿠토, 빨리 불러 줄래?」
 관객석에 앉아 있던 츠카사가 우아하게 다리를 꼰다.
「빨리 불리고 싶어, 그 "이름"을」
「예! 노래 뿐만이 아니라 달변인 타마사카 좌의 『2번 히메』…… 이 역에 로드나이트, 오시나리 츠카사! 트레조르!」
 이름을 불린 츠카사가 일어섰다.
 그 현란한 모습에, 떠들고 있던 로드나이트의 1학년뿐만이 아니라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숨을 집어 삼킨다.
「잘 부탁해? ……알잔느」
 츠카사가 미소지은 채 후미를 쳐다본다.
 가만히, 그저 가만히.
 그 자리에 있는 인간을 따끔하게 만들 정도로 가혹한 시선으로.
「아아, 잘 부탁해, 트레조르」
 거기에 대하는 후미는 천천히 머리를 쓸어 올리며 웃었다. 늘 하던 대로 깔끔하게, 가볍게. 그렇지만 그게 오히려 더 무섭게 느껴진다.
「……오래간만이군, 이 광경」
 그리운 듯 그들을 응시하는 카이도의 시선은 강렬하다.
「……」
 반대로 카이는, 불편한 듯 시선을 딴 데로 돌렸다.
(뭘까, 이건……)
 키사는 이마를 짚는다.
 파지직, 섬광이 터진다.
 무심코 시로타를 본 것은, 트레조르라고 라는 말이 귀에 남아 있었기 때문에.
 키사와 같은 쿼츠생에게 트레조르라고 하면, 시로타 미츠키.
「………」
 시로타는 후미와 츠카사의 모습을 보고 있다.
「그럼 다음! 히메히코의 애제자, 3번 히메는 시로타 미츠키! 너도 트레조르야」
「……네」
 시로타의 표정에, 진한 우울감과, 평상시와는 다른 각오가 보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키사는 일단 눈을 감고, 숨을 들이마신다.
 이것은 기념식전을 위한, 합동 공연.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눈 앞이 아찔한 것인가.
「다른 로드나이트생들은 각각 타마사카 좌의 배우로 부탁해! 쿼츠의 잔느도!」
 그렇게 긴 이야기는 아니다. 게다가, 세 반 합동이다. 역을 취할 수 있는 사람은 한정되어 있다.
 쿼츠의 잔느생인 요나가는 조용하게 수긍했다.
「에에~, 싫어요~!!」
 그러나, 마레는 납득할 수 없었던 것 같다.
「잠깐만요, 네지 선배! 배역이 엉성하잖아요! 타카시나 선배와 미츠키 님이 대단한 건 인정하는데! 그렇다고 해도 로드나이트가 너무 적어요! 저한테도 배역 주세요!」
「맞아요 맞아요~! 저희도, 히메히메가 되고 싶어요~!」
「……응」
 미노리카와가 「야」라고 당황하며 제지한다.
「좋아, 알았어!」
 그러나 네지는 이제 와서 인심이 후했다.
「자, 오시나리 동생은 4번……을 날리고『5번 히메』! 우시로 유키와 토리마키 에이타는 합쳐서『6번 히메』! 그럼,  요나가 군은 『7번 히메』로 잘 부탁해! 너희는 사랑스러운 게 임무야!」
「엣!?」
「앗싸ー! 나한테 딱이네!」
 요나가의 당황스러운 목소리는, 마레 등의 환성에 싹 지워졌다.
 미노리카와가 「괜찮은가요, 그런 억지에 맞춰주셔도……」라고 미안한 듯이 묻는다.
「아 그리고, 미노리카와 군에게도 배역이 있어! 로드나이트의 잭에이스는 무시할 수 없으니까!」
「에, 아, 네. 어떤 역인가요」
 잊어 버릴 정도의 배역일거라고 미노리카와는 생각했을 것이다.
 다만, 네지는 이런 타이밍의 악질적인 연출을 좋아한다.
「너는 타마사카 좌의 「1번 히코」! 유니베르의 말로 하자면 잭에이스네. 히메히코의 파트너이자, 유능한 오른팔. ……요컨데!」
 네지가 「짜잔!」하고 스스로 외치며, 양손을 후미에게 향한다.
「너는 이번에, 후미의 파트너다!」
「………………. 엑」
 네지의 손이 푸드득 푸드득 바쁘게 날갯짓하는 새처럼 움직이는 중, 미노리카와는 후미와 얼굴을 마주한다.
「……그렇다고 하네. 잘 부탁해, 미노리카와?」
 미노리카와의 이마에 훅 땀이 솟아올라, 그 물방울이 떨어지는 속도로 얼굴이 파랗게 질려간다.
 그 자리에 있던 많은 학생들이, 미노리카와에게 연민의 시선을 향했다.
 그 타카시나 사라후미의 곁에 선다니, 라고.
「어, 미노리카와 선배 위험하지 않아? 할 수 있어?」
「무리 완전 무리~!」
「응……」
 무엇보다도 로드나이트 학생들의 목소리가 엄격하다.
「자아 자아, 타마사카 측의 잭에이스적 존재는 미노리카와 군이지만, 이 무대에 있어서의 잭에이스는 따로 있어!」
 미세하게 떨고 있는 미노리카와를 두고 배역 발표는 진행된다.
「여기부터는 히라키 측의 소개!」
 소리 높은 선언과 함께, 학생들의 시선이 오닉스나 쿼츠의 잭들에게 향했다.
「오오다테산을 등지고, 대대로 이 일대를 다스리고 있던 것은 『히라키』라고 하는 영주! 그러나 무가 정권은 대정봉환[각주:4]에 의해 끝나고, 신시대 메이지에 태어난 폐번치현[각주:5]에 의해 히라키의 영주는 마을을 떠나게 된다! 남겨진 것은 『히라키』라고 하는 마을의 이름과, 영주를 잃은 히라키의 무사들 뿐……」
(있을 곳이 없어진, 무사들……)
 키사의 가슴에, 슬프게 울린다.
「그런 히라키 무사들의 우두머리이자 정치가인 『닛타』를 오닉스, 카이도 다케신에게 맡길게! 잘 부탁해 , 카이도!」
 카이도가 거수하듯 곧게 손을 뻗어, 그 손으로 자신의 가슴을 쿵, 하고 힘차게 때렸다.
「내가 맡지! 성심성의껏, 무대를 위해서!」
 반사적으로 등이 펴졌다. 키사 뿐만이 아니고, 많은 학생들이.
 무엇보다도 오닉스 학생들의 얼굴이 바뀌었다. 이 순간부터, 오닉스생들은 카이도를 지휘관으로서 모든 의식을 공유해 나갈지도 모른다.
「…………」
 한편, 들릴 리 없는 침묵이 왠지 키사의 귀에 닿았다.
(아…… 카이 씨……)
 사람이 모일 때는 고리의 가장 멀리, 줄로 말한다면 맨 끝에서, 모두를 조용하게 지켜보고 있는 일이 많은 카이.
 그 카이가, 카이도를 응시하며 살짝 미소를 짓는다.
 입가에 떠오르는 것은 분명한 미소.
 하지만, 카이의 입술은 너무도 복잡한 형태를 하고 있다. 감정을 읽어내는 것이 어려울만큼.
 그런 카이와 닮은 기색을 느꼈다.
 키사는 카이가 있는 장소와는 반대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
 카이와 같이 입다문 채로, 카이도의 모습을 응시하는 것은 스가치였다.
 키사는 눈치챈다.
(그래……, 자신의 파트너가, 다른 사람과 페어가 된다……)
 카이라면 후미, 스가치라면 카이도.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가의 곁이 된다.
 그것을 그들은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카이와 달리 스가치의 표정에 변화는 없다.
 다만, 어느 쪽이든 감정은 읽어낼 수 없다.
 다음에 이름을 불리는 것은, 스가치일까.
「다음으로, 카이도가 연기하는 닛타를 형처럼 생각하는 사족(士族)[각주:6]이자 젊은 기업가, 『하츠하나』를 잭, 카사이 아타루!」
「네!」
 이름을 불린 카사이는 놀라지도 당황하지도 하지 않고 바로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노력하겠습니다」
 그의 표정에는, 이미 자신이 넘치고 있다.
 카사이는 항상 어떤 배역이라도 다해낼 각오가 되어 있을지도 가론다.
「그런 카사이 군이 연기하는 기업가의 심부름꾼으로서 단테 군과 나가야마 동생 군, 잘 부탁해!」
「네ー♪」
「알겠습니다!」
 정확히 카사이의 양 옆에 서 있던 단테 군페이와 나가야마 토우이치도 바로 대답을 한다.
「닛타의 총명한 아내로는 잔느, 스가치 키요하루!」
「네」
 흐름도 기세도 그대로 받아, 스가치가 대답한다.
 오닉스생의 이름이 차례차례 불려 간다.
「…………아직인가」
「……!」
 스즈가 말을 더듬듯 작게 신음하는 것을 들었다.
(그렇다, 쿼츠는……)
 타마사카에 비하면, 히라키는 오닉스색이 강한 배역이 되는 것일까.
 스즈가 카이를, 그리고 오오토리를 본다. 그러자 오오토리가 날카롭고 작게 「이쪽 보지 마라!」라고 불평했다.
 다만, 그들은 시선이 마주쳤던 것이다. 오오토리도 스즈를 보고 있었던 것이다.
 키사는 재차 카이를 본다.
 그는 조용하게 자신의 역할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다음은 히라키의 무사 일족으로 닛타와는 구면인 경찰관 『나라시바』! 여기에 잭, 무츠미 카이!」
 여기서 간신히 카이가, 쿼츠의 잭이 이름을 불렸다.
「잭으로서는 이번수(二番手)[각주:7] 정도의 느낌이야」
「아니, 일번수(一番手) 정도가 딱 좋다!」
 네지의 말에 덧붙여, 카이도가 말한다.
「선처하지」
 카이는, 어디까지나 소극적이었다.
「이 나라시바의 동생과 같은 사람, 사족이지만 무직인 『린』에는, 잭, 오리마키 스즈!」
「우오오 네! ……무직?」
「나라시바에게는 경관의 부하도 있다! 여기에 잭, 오오토리 쿄지!」
「네!」
 카이의 뒤에, 스즈, 오오토리로 이어진다.
「그리고 이쪽도 타마사카 측과 같이, 쿼츠의 잭은 히라키 측의 사족으로서 춤 춰줘!」
 히라키 측의 이름이 있는 역은 여기까지.
「덧붙여서! 메이지라면 그들의 통칭은 『무사』에서 『사족』으로 바뀌어 있는데, 그들은 과거의 생각을 다 버리지 못하고, 어디까지나 『무사』에 집착하고 있다……라는 설정으로 부탁해. 알기 쉽게 배려한 설정 어쩌고 저쩌고로 해뒀어. 사실을 취급한다고 하는 건 정말이지 섬세해서, 나는 서투른 편이니까, 아아 슬퍼라!」
 진심으로 한탄하고 있는지, 아니면 말 뿐인지, 경계선은 애매하다.
「덧붙여서 나는 마을 사람 A, 마을 사람 B, 마을 사람 C, 마을 사람 D등을 연기할게! 타마사카와 히라키의 대립에 농락당한다거나, 농락당한다거나. 진행도 관장하는 소중한 역이야, 제대로 연기해 줘 네지 코쿠토 군!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네지의 1인극을 보고, 오닉스생들과 로드나이트생들의 동요가 보였다. 쿼츠생들은 익숙해진 것이다.
 그리고 지금, 키사는 또 생각한다.
(나는 어떻게 될까……)
 네지가 자신의 배역을 발표한 건, 이번 무대의 배역 발표가 끝나가는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다.
(나는 타마사카와 히라키, 잔느와 잭, 어느 쪽을 연기하면 될 지)
 이름을 불리지 않았던 학생들이 낙담하는 중, 자세를 바꾸는 일 없이 올곧게 자신의 있을 곳, 그리고 역할. 키사가 보고자 하는 것은 그것이다. 이 무대에 있어서의 자신의 역할.
「그리고 마지막으로 타치바나 군!」
 이제 와서 갑자기 네지가 키사를 불렀다.
「너에게는, 의장을 맡길게!」
 ――의장?
「타마사카와 히라키, 쌍방의 의견을 듣고, 마을의 이름을 어느 쪽으로 할까 결정하는 권한이 있는 인물이야! 중요한 배역이지만 등장은 적어! 노래도 댄스도 불참!」
 다른 학생들과는 특징이 다르다. 순간적으로 많은 의문이 솟아 올랐지만, 빠르게 우선 순위를 결정해 질문을 한 개로 좁혔다.
「잭과 잔느, 어느 쪽으로 연기하면 좋을까요」
「둘 다이기도 하고, 둘 다가 아니기도 해! 투명한 느낌을 보여줘!」
「엣」
 네지의 회답은 불명료하다.
「그런 이유로! 잠시 휴식을 갖고 대본을 읽을게! 그리고, 초반의 댄스 신과 마지막의 가창 신도! 여기는 모든 반 합동이니까! 그럼, 10분 후에 집합!」
 네지가 짝, 손뼉을 치는 것이 휴식의 신호. 그 순간, 연극 관람을 끝낸 뒤와 같이, 극장내가 소란스러워진다.
「뭔가…… 배역 발표만으로 지쳐 버렸다……」
 요나가가 후~, 하고 숨을 내쉰다.
「나는 타마사카, 스즈 군은 히라키, 키사는…… 어느 쪽도 아닌 의장? 모두 뿔뿔이 흩어졌네. 연습, 어떤 식으로 진행될까」
 주위를 둘러보는 요나가는 어딘가 불안한 듯했다.
「……」
(……스즈 군? )
 한편, 이런 때 언제나 가장 먼저 감상을 말하는 스즈가, 오늘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는 가만히, 유니베르 극장의 무대를 보고 있다.
「이거 괜찮은, 걸까……」
「 『괜찮』다니? 뭔가 신경 쓰이는 거 있어, 소우쨩?」
 스즈의 모습을 신경쓰면서, 요나가에게 묻는다.
「아, 음…… 너무 깊게 생각한 걸까. 왜냐하면 연극이고, 모두 그렇게, 아니, 그렇지만……. ……아, 미안! 음, 그러니까 말야」
 요나가 후ー 하고 숨을 내쉬고, 이 장소에 있는 학생들을 바라본다.
「오닉스와 로드나이트는, 같은 무대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그렇다, 이 두 반은 유니베르에 있어 가장 알기 쉬운 「정반대」다.

「잠깐만! 춤이 너무 어려운데요!!」
 유니베르 극장에 마레의 절규가 메아리친다.
「아ー  나 참, 오닉스 식의 군대 댄스! 로드나이트의 장점이 전혀 돋보이지 않는데요!? 땀 흘리게 하지 말아주세요!?」
 마레는 씩씩 숨을 거칠게 쉬며 이마를 닦고, 언제나 사랑스럽게 세팅 하고 있는 롤 머리를 어떻게든 유지하려고 손가락 끝으로 빙빙 돌린다.
「에, 전혀 오닉스 식 아닌데?」
 한편, 땀 한 방울 나지 않는 것은 오닉스의 카사이.
「로드나이트에 맞춰서, 꽤 쉬운 댄스가 되어있는 거 아니야?」
「하아―!? 뭐야, 그 '우리는 너무 잘 해서 수준 맞추어 주고 있습니다'하는 태도는!!」
「그런 말 안 했어. 오닉스 생은 벌써 모두 댄스 외워버렸지만」
「그런 거!!」
 카사이가 말하는 대로, 댄스 연습이 시작되자 마자 오닉스생들은 댄스를 습득해 버렸다. 지금은 몸이 식지 않게 스트레칭을 하면서 대기하고 있다.
 덧붙여서, 쿼츠의 학생들은 완성도가 엉성하다. 그래도 로드나이트보다는 춤출 수 있는 상태다.
「죄송합니다! 댄스는 돌아가서 연습할테니, 먼저 진행해주실 수 있을까요……!」
 지지부진한 현상황에, 미노리카와가 비통한 목소리를 높였다.
「그래 그래! 자, 노래 연습으로 가볼까요」
 이거라면, 이라고 로드나이트 뿐만이 아니라, 오닉스나 쿼츠생도 생각했지만.
「……자아아아암깐마아아아안!」
 다시 외친 것은 노래를 내세우는 로드나이트, 마레.
「뭐예요 이 노래? 이렇게 단기간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불가능해!」
 악보를 보고 광분하는 마레에게, 카사이가 「불만이 많다」고 솔직한 의견을 말한다.
「너는 이 노래가 얼마나 어려운지 안 보이는 거야! 에, 무서워! 무서워! 진짜 공연할 수준이 아니야, 무서워무서워무서워!」
 이것에 관해서는 마레의 감각이 올바른 것인지도 모른다. 여하튼 미노리카와도 파랗게 질려가고 있다.
 그러나, 네지는 「그거야 그렇지!」라는 당연하지, 라는 얼굴.
「마지막에 결정된 이름은 「타마사카」니까요. 타마사카 조가 노력해 주지 않으면! ……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만 어떻습니까, 츠카사 히메!」
 네지의 질문에, 츠카사는 싱긋 미소짓는다.
「"나"는, 노래할 수 있어. 지금 당장이라도」
 스즈가 무심코 「우와, 무서워」라고 말했다. 요나가가 「스즈 군」하며 당황한다.
 하지만, 이 장소에 있는 대부분의 학생이 스즈와 같은 기분이다.
「……후미 씨」
 시로타가 슥 후미의 근처에 선다.
「꽤 눈에 띄지 않으면, 잡아먹힐 거예요」
 후미는 여유의 미소를 무너뜨리지 않는다. 그것이 제일의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키사는 이마를 짚었다. 갑자기 눈치를 챈 것이다.
 ――그런가, 불꽃.
(감정의 교착이 너무 격렬해…… 모두의 사념이 서로 부딪쳐 불꽃이 튀고 있어……)
 오닉스의 카이도도 그렇다.
「…………」
 3반 합동으로 무대를 만든다고 했을 때도, 배역 발표 때도, 굵은 나무줄기처럼 버티던 그가, 네지의 대본을 읽은 뒤 침묵으로 돌아섰다. 칼끝과 같이 예리한 표정으로.
 파지직, 파지직, 파지직, 파지직.
 하나의 상자에 담을 수 없는 정체 불명의 감정이, 여기저기에서 부딪쳐 격렬하게 춤추고 있다.
 마치 화약고 근처의 센코 하나비[각주:8]와 같다.
 연습이 진행되지 않는다.
 네지가 음ー하고 고개를 갸우뚱하고는, 후미와 카이도를 본다.
「그리고, 잭에이스와 알잔느는 손을 마주 잡아 춤춰 줬으면 하는데……」
 쿠로, 라고 후미가 말렸다.
「오늘은 패스하는 게 좋지 않아? 그렇지, 카이도」
「……그래. 지금은 아직 해야 할 일이 쌓여 있다」
 카이도가 딱딱하게 수긍한다.
 카이도 그들의 의견을 존중하라는 듯이 네지를 쳐다보았다.
「좋ー아! 그럼, 각각의 진영마다 과제를 정리해볼까! 츠카사도 괜찮아?」
「응」
「그럼, 다시 한 번! 건투를 빈다!」
 네지가 빳빳하게 경례를 했다.
 오닉스생들이 「수고하셨습니다!」라고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인다. 그렇지만, 그들은 빠르게 유니베르 극장을 나섰다.
 로드나이트생들은 「어떻게 되는 거야, 이거……!」라고 원을 이루며 푸념을 시작한다.
「……괜찮은 건가, 이거」
 벌써 사라진 오닉스를, 불만이 멈추지 않는 로드나이트를 보고, 요나가가 또 말한다.
 처음 들었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의 무거움이 있었다.
 키사는 대본에 기록된 배역을 본다.
 인쇄된 글씨조차, 불꽃이 튀는 것 같아 보였다.

【등장 인물】
타마사카 히메히코: 타카시나 사라후미 (Aj)
닛타: 카이도 다케신 (Ja)

2번 히메: 오시나리 츠카사 (jan)
3번 히메: 시로타 미츠키 (jan)
5번 히메: 오시나리 마레 (jan)
6번 히메: 우시로 유우키·토리마키 에이타 (jan)
7번 히메: 요나가 소시로 (jan)
1번 히코: 미노리카와 키이토 (j)

하츠하나: 카사이 아타루 (j)
하츠하나의 심부름꾼: 단테 군페이·나가야마 토우이치 (j)
닛타의 아내: 스가치 키요하루 (jan)
나라시바: 무츠미 카이 (j)
린: 오리마키 스즈 (j)
부하 경관: 오오토리 쿄지 (j)

마을 사람 A/B/C/D: 네지 코쿠토 (jan) (j)

의장 타치바나 키사(--)

 

 

【 4 】

「……『그러면 여러분. 마을의 이름을 타마사카로 할지, 히라키로 할지, 결정해 주세요』」
 지금 우는 매미들은, 함께 가을을 맞이하는 것일까.
 아무도 없는 쿼츠의 연습장. 키사는 기념식전으로 행해지는 『타마사카쵸』의 연습에 도전하고 있었다.
「 「『제 의견은 없습니다』. 『그럼 오늘의 회합을 종료합니다』. ……으음」
 키사가 연기하는 의장은, 이름을 결정할 권리를 가지면서, 철저히 무관심하다.
 의견을 물어봐도 쌀쌀맞고, 그들이 마을에 대한 사랑을 이야기해도 시치미를 떼고, 시간이 오면 빠르게 퇴석한다.
 군중 속에 있어도 사람과 교류하지 않는 고립된 존재.
 그러니까, 연습도 이렇게, 다른 파벌에 섞이지 않고 혼자서 하고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설마 잭이냐, 잔느냐는 답마저 주어지지 않을 줄이야.
(성별의 테두리라는 건, 그 사람의 인간성을 생각하는데 있어서 꽤 중요하구나……)
 만약, 남성의 의장이라면?
 여성의 의장이라면?
 떠오르는 모습에는 각각 차이가 있어, 서로 다른 그릇에 영혼이 들어간다.
(성별……인가)
 자기자신은, 있어도 없는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지만.
 결정되지 않는 불명료한 사고 속, 네지가 말하는 "투명함"을 찾아내는 것은 어렵다.
 네지는, 기념식전 실행위원회와 무대에 관한 협의로 바쁜 것 같다.
 그러니까 연출은, 타마사카라면 로드나이트, 히라키라면 오닉스에 맡고 있다.
 타마사카좌의 아름답고 유연한 배우들을 로드나이트적인 표현으로, 히라키인 무사들의 용감함, 강력함을 오닉스적인 표현으로 보여주는 것이 타당하다는 판단일 것이다.
「그러고보니……」
 키사가 이렇게 『타마사카쵸』의 연습을 하고 있듯이, 지금, 다른 쿼츠생들도 잭과 잔느로 나뉘어 각각의 파벌의 연습을 하고 있다. 히라키 측은 아침 일찍부터, 타마사카 측은 점심 이후부터다.
 다만, 어느 쪽도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
 연습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일까.
「…………」
 키사는 어제의 불꽃을 생각해 낸다.
「……어라」
 정확히 거기서, 연습장의 문이 열려 있었다.
「아, 소우쨩」
 잔느로서 타마사카 조의 연습을 하러 가고 있던 요나가다.
「소우쨩, 수고했…… 괘, 괜찮아?」
 요나가는 한 눈에 보기에도 녹초가 되어 있다.
「아, 키사쨔……음음! 안 돼……, 너무 노래를 많이 해서 목이 이상해졌어…… 아―, 아―, 아―……」
 목 상태를 정돈하려고 하는 요나가에게 「무리하지 않는 게 좋아」라고 이야기하고, 키사는 물을 받으러 갔다. 연습장에 비축되어 있는 미네랄 워터다.
 차가운 것도 있지만, 트레조르인 시로타가 언제나 마시고 있는 상온의 물을 선택한다.
「아, 미안……」
 벽 옆에 앉은 요나가가 고마워하며 물을 받았다.
 그는 천천히 목을 적시고, 후우, 하고 한숨 돌린다.
「고마워, 덕분에 살았어」
 그의 목소리에 생기가 돌아왔다.
「연습, 그렇게 힘들었어? 노래에, 춤에, 연기……」
「연기는…… 아직 따라갈 수 있는 편, 일까……. 흐름대로 역을 받았을 뿐, 대사는 적으니까. 수많은 타마사카좌의 배우들 중에서, 히메히코의 주변인으로서 아주 약간씩 더 등장하는 느낌이야. 오시나리 씨네는 자꾸 앞으로 나와버려서 미노리카와 선배에게 지적받고 있지만」
 마레 3인방과 미노리카와의 공방은 쉽게 상상이 간다.
「춤은 어때?」
 그것이 타마사카 측―― 말하자면 로드나이트의 고민. 요나가는 살랑살랑 고개를 젓는다.
「그게 전혀, 하나도 안 되고 있어」
「엣」
「노래가, 힘들어서」
 그렇게 어려운 노래야? 라고 키사가 묻는다.
「어려운 건, 확실히 어려워. 그렇지만, 그 이상으로……」
 무엇인가를 생각해 냈는지, 요나가의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싸우고 있어. 후미 씨와 오시나리 선배가」
 ――후미 씨와 오시나리 선배……?
 파지직 파지직, 눈 안쪽에 불꽃이 그려졌다. 유니베르 극장에서 본, 그 섬광. 키사는 두 명의 상황을 물어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 순간, 꽹과리를 치듯 열린 문이, 모든 것을 날려버렸다.
「우와아아아아아아아! 큰일났어!! 진짜 큰일났어, 완전 대박 큰일났어!!」
 적발을 쥐어뜯으며 들어온 것은 히라키 조로서 오닉스에 연습하러 갔던 스즈다.
「오오토리! 조금 전의 춤 기억하고 있어? 기억하고 있지? 가르쳐 줘!」
「거절한다! 그럴 시간 없다!」
 스즈의 뒤로부터 같이 히라키 조의 오오토리가 모습을 드러낸다. 스즈에 대할 때는 언제나 신랄한 오오토리지만, 오늘은 평소 이상으로 말투가 단호했다.
「스즈 군, 무슨 일 있었어?」
「아, 타치바나! 아니 그게, 오닉스의 잭이 너무 대단해서……」
「오닉스가 아니다!」
 오오토리가 즉석에서 부정했다. 바짝 쥔 주먹, 번지는 초조. 키사와 요나가는 무심코 숨을 집어 삼킨다.
「오닉스가 아니다…… 오닉스가 아니라……」
 오오토리가 오오토리의"대답"을 말하려고 한 순간.
「오오토리!」
 이번은 스즈가 목소리를 거칠게 뱉었다. 그 박력에, 키사와 요나가의 몸이 펄쩍 뛴다.
(스즈 군……? )
「……쿼츠의 잭을 보여주면 되는 거야! 이 정도로 끝날 거 아니니까, 우리는! 게다가 오오토리는 벌써 춤도 출 수 있고!」
 평상시라면 스즈의 발언을 1부터 10까지 부정하는 오오토리. 그러나 지금은, 훨씬, 훨씬 강하게 무엇인가를 참아내듯이 삼켰다.
「……춤을 완벽하게 하고 나서 말해라!」
 한 박자 뒤, 오오토리가 외친다. 스즈가 「그건 그렇지!」라고 크게 수긍한다.
 오오토리도, 스즈도, 평소와 같다.
「오리마키, 오오토리!」
 거기에, 카이가 빠른 걸음으로 나타났다.
「춤, 내가 가르쳐 줄게」
 마치, 지금까지의 대화를 듣고 있었던 것처럼 말을 건넨다.
「우오오오, 다행이다! 잘 부탁드립니다!」
「야 오리마키! 무츠미 선배를 번거롭게 하는 건……」
「신경 쓸 필요 없어. 그리고 다른 잭들도」
 카이가 주위에 시선을 던진다.
「저, 불러올게요! 나중에 봐, 타치바나, 요나가!」
「에, 아, 응, 힘 내!」
 스즈가 연습장을 뛰쳐나와, 오오토리도 스즈의 등과 카이의 얼굴을 번갈아 본 뒤「저도 불러오겠습니다!」하고 달려 나간다. 카이가 「미안, 부탁한다! 댄스 룸으로!」라고 외치자, 멀리서 「옙!」하고 스즈의 목소리가 들렸다.
「아, 저, 카이 씨……」
 무심코 이름을 불러 버린 키사를 카이가 휙 돌아본다.
「아, 미안해. 소란스럽게 했구나. 두 명은 연습 중이야?」
「아, 그게, 휴식중이에요」
「그런가. 너무 무리는 하지 마. 그럼」
 그렇게 말하고, 연습장을 뒤로 한 카이. 닫힌 문 너머, 달려가는 소리가 들렸다.
「스즈 군과 오오토리 군, 엄청 초조해 하고 있었지……」
 요나가가 걱정하듯이, 문 너머를 들여다본다.
「춤, 꽤 힘든가봐……」
 요나가의 말을 들으면서, 오닉스의 모습을 마음 속에 그린다. 오닉스는 댄스를 자랑으로 여기는 잭 중심의 클래스. 특히 일사불란한 군무의 훌륭함은 다른 이의 추종을 허락하지 않는다.
 스즈나 오오토리가 초조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다만.
 귀에 남는, 카이의 목소리.
 키사 안에, 혹시, 라고 하는 감정이 싹튼다. 평상시는 호수면 아래의 물과 같이 조용하고 침착한 카이의 목소리. 그것이 오늘, 격렬하게 물결치고 있었다.
(스즈 군이나 오오토리 군 이상으로, 카이 씨가 초조해 하고 있어……? )
 오히려, 스즈가 제일 침착하고, 카이가 제일 초조해 하고 있어?
 그렇지만, 어째서――.
「……나도, 연습하고 올까」
 스즈 등의 모습을 보고 무엇인가 생각했는지, 요나가가 키사에게 받은 패트병의 뚜껑을 닫았다.
「키사쨩, 물 고마워! 그럼, 수고해!」
「앗, 응, 수고해!」
 요나가를 보내고, 연습장에 또 혼자.
(괜찮은 건가)
 타마사카 조도, 히라키 조도, 생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현장을 실제로 두 눈으로 본 것은 아니다.
 손 안의 모래알 정도의 정보로 해본 상상 따위는, 결국 땅에 닿지 않고, 공상이 되어 떠올라, 조잡한 망상에 먹힐 뿐.
(……파지직거리지 말아라……)
 키사는 눈을 꼭 감고 나서, 대본을 펼친다.
 항상 남의 일처럼 행동하는 의장의 말은, 지금의 키사와 겹쳐지지 않았다.
 나 자신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는 날에는, 모르는 척 산 너머로 사라져 가는 태양이 매정해 보였다.

 그 날 저녁. 주홍빛으로 물드는 유니베르 건물 근처를 지났더니 마레와 마주쳤다.
「아, 마레쨔……」
 여느 때처럼 말을 건네려고 했지만.
「너희, 노래, 제대로 할 수 있는 거지!?」
(……! )
 마레의 낭랑한 목소리가 건물의 벽에 부딪혀 성대하게 튕겨나간다.
 그 순간 카사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건 그렇고 타마사카 조…… 라고 할까, 로드나이트는 괜찮아?」
 마레의 정면에는 역시 카사이.
「오프닝을 장식하는 소중한 댄스니까. 여기를 확실하게 해주지 않으면……」
「그 『로드나이트는』하는 말투 좀 관둬줄래!?」
 마레가 카사이를 노려본다.
「아무튼! 노래! 제대로 하라고!」
 마레 흥, 하고 얼굴을 돌려, 교문을 향해 척척 걸어갔다. 카사이는 「어휴」하는 표정으로, 마레와는 반대쪽, 오닉스 기숙사로 돌아간다.
 하지만, 걸음을 멈추는 일 없이 작아져 가는 카사이와는 달리, 마레는 도중에 멈춰 서서, 카사이를 되돌아 보았다.
「……하―」
 마레가 등을 구부리고, 큰 한숨을 쉰다.
「……『타마사카쵸』연습, 벌써, 하기 싫어어……」
(……! )
 마레는 우우~하고 볼멘소리를 내고, 그런 자신이 싫었는지 뺨을 찰싹찰싹 때린 뒤 교문 쪽으로 달려갔다.
 지금부터 시내에 가는 걸지도 모른다. 기분 전환을 위해서.
「마레……」
 파지직 파지직 한다.
 불꽃이 늘어나고 있다.
 그 날 밤. 기숙사에서 저녁밥을 먹으려고 했더니, 학생의 수가 적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잭이 없어……?」
 스즈, 오오토리, 거기에 카이. 다른 잭들도 아무도 없다.
「응? 오―, 키사, 수고했어」
「……그런 곳에서 멍하니 서서, 뭐하고 있는 거야」
 두리번 두리번 당황해서 식당을 둘러보는 키사의 등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아, 후미 씨, 시로타 선배……」
 되돌아 보자, 쿼츠의 알잔느와 트레조르가, 후미와 시로타가 서 있었다.
「뭐야, 잭이 없네」
「아, 그래서 조용한 건가」
 후미가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한다. 다만, 키사와 같이 멍하니 서 있는 짓은 하지 않고, 식사가 담긴 트레이에 손을 뻗었다. 이어 시로타도 손을 뻗자, 키사도 당황해 저녁밥이 담긴 트레이를 들었다.
 그대로 자연스럽게 세 명, 같은 자리에 앉았다.
「……정말로 잭이, 한사람도 없네요」
 재차 주위를 바라본 시로타가, 아주 조금 곤혹스러움을 담아 그렇게 말했다. 뭔가 귀찮은 예감을 느끼고 있는 것일까.
「다들 춤 연습을 하고 있는지도 몰라요」
 키사는 연습장에서 본 스즈, 오오토리, 카이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말한다.
 후미가 「 『타마사카쵸』의?」라고, 확인하듯이 물어 왔다.
「네. 엄청 힘들어 보였어요……」
 후미가 「과연」이라고 중얼거린다. 늘 앞서가는 후미의 눈에, 이 현상은 어떻게 비치고 있는 것일까. 당연히, 후미의 생각을 들을 수 있기를 기다렸다.
「그것보다, 키사」
「네」
「밥. 식는다?」
 그런데 , 잭에 관한 대화는 벌써 끝나있었나 보다.
「아, 그렇네요」
 지적받고 나서야 식사를 앞에 두고 완전하게 멈춰 있던 손을 눈치챘다.
 손 뿐만이 아니라, 생각도, 인가.
「오늘의 스프는 어때, 미츠」
「에에……? 스프는 스프예요. 저는 따뜻한 쪽을 좋아하지만」
 보아하니 스프로부터 솟아오르는 김이 없다. 방치해서 식은 것이 아니고, 오늘은 여름 채소로 만든 냉스프다.
「가끔씩 먹는 건 괜찮지만」
 시로타가 스프를 살그머니 입에 넣는다.
 키사도 덩달아 스프를 입으로 가져갔다. 야채의 단맛이 부드럽게 퍼지는 소박한 맛이다.
 지금에 와서, 갑자기 배고픔이 느껴졌다.
 생각에만 집중되어 있던 신경이, 비로소 온몸을 맴돌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새삼스레, 오늘이 끝나가는 걸 느낀다.
「키사, 내일 타마사카조의 연습, 보러 올래?」
「엣, 괜찮나요?」
 후미의 제안에, 놀라서 그를 본다.
 시로타는 슬쩍 후미를 보고, 또 시선을 떨어뜨린다.
「키사는 이번에 의장역이라 사람과 만나는 일이 적어서, 전체적인 그림이 보이지 않아서 힘들겠지」
 후미의 말은 키사의 고민이 그대로 언어화 된 듯 툭 떨어졌다.
 그래, 그래서 분명 자신은 날아다니는 불꽃만을 쫓고, 불명료하게 생각만 하고 있다.
「그러니까 자신의 눈으로 보고, 느끼고, 생각하면 되는 거야」
 그런 이야기를 하면서,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적절한 속도로 식사를 마친 후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ー. 내일 보자」
 떠날 때의 웃는 얼굴도 아름답다.
 자리에는 시로타와 키사 두 명.
 후미의 등을 배웅한 시로타가, 약간 예의 없게 턱을 괸다.
「참 나…… 후미 씨는 상냥한 건지, 엄격한 건지. 야, 타치바나」
「네?」
 시로타가 비워낸 스프 접시에 스푼을 올리고 말한다.
「오늘은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빨리 자라. 알겠지?」
 그건, 무슨 뜻일까.
「생각하지 말고 빨리 자라고 말했잖아」
「!」
 반사적으로 생각해버린 키사를 시로타는 재빠르게 눈치채고, 주의시킨다.
「알겠어, 타치바나?」
 시로타가 턱을 괴었던 자세를 풀고 강한 어투로 말했다.
「너는, 지금 먹고 있는 스프가 맛있었다고 생각하면서 자면 돼. 알겠지, 대답은?」
「네, 네!」
 그 밤, 키사는 스프가 맛있었다고 생각하면서 잠에 들었다.
 몹시 긴 하루였다.


【 5 】

 이른 아침, 쓰르라미 울음소리를 들었다.
 확실하게 수면을 취한 키사는 지정된 시간에 로드나이트의 연습장으로 향한다.
「실례합니다……」
 안을 들여다보자 이미 연습은 시작되어 있었다.
 로드나이트라고 하면, 어떤 때에도 떠들썩하고, 화기애애하지만.
(어라……)
 문이 열리는 소리가 울려 버릴 만큼, 안은 쥐죽은 듯이 조용했다.
 게다가, 학생들은 이쪽을 보지 않는다.
 그들의 시선은, 단 한사람의 인물에 고정되어 있었다.
「 『옛날부터! 우리 타마사카좌의 배우들은, 히라키의 무사들에게 어차피 배우와 무시받아 왔다! 』」
 연습장의 중심에서 후미가―― 아니, 『타마사카 히메히코』가, 연설을 하고 있다.
「 『연극 따위는 쓸모 없는 오락일 뿐이라고! 그건 우리에게만 향한 칼날이 아니다. 언제나 웃는 얼굴로 고개 숙여 장사해 온 마을 사람들에게는 돈 냄새 나는 손이라고, 땀 흘려 일하는 농민들은 꾀죄죄하다고, 우리는 언제나 히라키의 무사들에게 무시당해 왔다! ……하지만 어떠한가! 』」
 히메히코가 두 팔을 활짝 펼쳤다.
「 『이 아름다운 타마사카는! 극장을 중심으로 마을은 번창하고, 사람들은 웃는 얼굴로 길을 왕래하고 있다! ……밥이 맛있기도 하고! 나라의 관리들이, 이국의 요인들이 방문하는 것도, 이제 쇠퇴해버린 히라키가 아니라, 이 타마사카다! 메이지의 세상을 선두에서 달리는 건 우리 타마사카인 거야!』」
 부드러우면서도 심지가 있어, 보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아름다움은 꽃으로 한다면 만개한 벚꽃.
 모두가 마음을 빼앗겨 움직일 수 없다. 계속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히라키의 움직임에는 주의해야 하는 겁니다, 히메히코 씨』」
 거기서, 충고하듯 입을 연 것은 미노리카와 연기하는 1번 히코.
「 『확실히, 우리 타마사카에는 기세가 있습니다. 마을에 살고 있는 사람의 수도, 나라에 지불하고 있는 세금도, 이쪽이 훨씬 많아요. 하지만, 자존심 센 히라키의 무사들이, 그렇게 쉽게 마을의 이름을 건네줄 리가』……」
 중요한 장면, 중요한 대사, 그런데도.
 1번 히코가 말하면 말할수록, 쥐죽은 듯이 조용했던 로드나이트의 연습장에, 웅성거림이 퍼진다.
「저기, 역시 1번 히코, 방해만 되는 거 아니야?」
 술렁거림을 정리하며, 찌르듯 말한 것은 마레였다. 유키가 「맞아!」라며 두 손을 잡는다.
「히메히코 님은, 이렇게 예쁘고 멋있고, 선녀 같은 사람인데, 1번 히코는 평범함의 극치라고 할까……. 히메히코 님과 말을 섞다니 주제도 모른다는 느낌!」
 동의를 얻어, 마레가 「그치 그치!」하고 기세를 올렸다.
「우리는 히메히코 님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데 1번 히코가 쫑알쫑알 말하니까 분위기가 식어버리잖아! 좀 조용히 해봐! 라는 느낌!」
 미노리카와가 가슴을 누른다. 아프게 찔린 것 같다.
「……아, 키사 쨩! 무슨 일이야, 견학?」
 거기서, 키사를 발견한 요나가가 종종걸음으로 달려온다.
「어제, 후미 씨와 시로타 선배가 이야기 해주셔서. 지금은 연기 연습?」
「응. 그렇지만……」
 요나가가 미노리카와를 불쌍하다는 듯 응시한다.
「미노리카와 선배가 꽤 고전하고 있어……」
「ー게다가!」
 마레의 공격이 멈추지 않는다.
「1번 히코의 위엄이 없어요! 뭐랄까, 가볍다고 해야 하나, 신뢰감이 없달까. 무츠미 선배와는 완전 달라!」
「윽……」
「그치 그치! 무츠미 선배라면, 예쁜 정원의 커다란 바위처럼 , 듬직하게 버티고 서서 히메히코 님과 이야기해도 방해가 되지 않는데」
「……으윽」
 마레와 유키는 추궁을 잠시도 쉬지 않는다.
「그래, 방해되지 않아! 미노리카와 선배는 뭔가 방해가 돼요」
 끝나지 않는 방해방해 공격.
「……방해, 방해, 그렇게 말하지 마!!!」
 참기 힘들어진 미노리카와가 외쳤다. 하지만, 곧바로 제정신을 차린다.
「젠장……! 죄송합니다, 타카시나 선배! 다음 번까지 생각해 올테니, 저와 맞춰보시는 건 일단 넘기고……!」
 시계도 확인하면서, 미노리카와가 호소한다.
「좀 더 시도해봐도 괜찮은데, 미노리카와?」
「아뇨, 저만의 일로 시간을 쓰는 건 너무……! 저는 로드나이트의 잭에이스니까요!」
 반 전체를 서포트할 책임이 있다, 라고 미노리카와는 말하고 싶겠지.
 그럼에도 잘 되지 않는 자신의 역할이 신경이 쓰이는지, 순간 대본을 슬쩍.
「……이게 꽤, 연습에 영향을 주고 있어」
 요나가가 작은 소리로 키사에 설명한다.
「로드나이트는, 언제나  미노리카와 선배가 모두에게 노래나 댄스, 연기의 지도를 하고 있다는 것 같아. 그런 미노리카와 선배가 본인의 과제로 힘에 부치게 되어버리니까, 진행되지 않는 것이 많아……」
 언제나  클래스를 견인하는 잭에이스. 그 만큼, 이번 사건은 미노리카와라고 해도 상당히 괴로울 것이다.
「거기에……」
 요나가가 슬쩍 주로 연습장의 중앙을 본다.
「제일 큰 문제가, 따로 있어서……」
 요나가의 시선을 쫓아, 키사는 헙, 하고 숨을 집어 삼켰다.
 오시나리 츠카사가 느긋한 걸음으로 그 자리로 향하고 있다. 오싹, 하고 피부가 소름이 끼치는 것 같은 감각이 키사에게 느껴진다.
「자, 다 같이 노래 연습할까요」
 다 같이라고 말하면서, 츠카사의 눈은, 곧장 후미에게 고정되어 있다.
「응」
 후미는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무섭다)
 조금 전까지 출렁이던 호수가 단숨에 얼어붙는 것 같다.
「키사, 나도 갔다올게」
 요나가의 표정에도 긴장이 떠올라 있다.
 당연히, 다른 로드나이트 학생들도 마찬가지다.
「자……, 음악」
 갑자기 떠오른 츠카사의 손가락 끝.
 음악이, 흐른다.
(……! )
 노랫소리가 사납게 몰아쳤다.
(……대단해……! )
 츠카사의 입술로부터 터져나온 목소리는, 키사의 피부를 찌르고 가슴을 때린다.
(이것이……)
 이것이 로드나이트의 트레조르.
 폭력적인 노랫소리는 로드나이트의 연습장 내에서, 꿈틀거리는는 용처럼 날뛰었다.
 그러나, 거기에, 새로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진다.
(……! 후미 씨)
 소리 높이 노래하는 것은, 후미. 알잔느의 후미.
 그의 노랫소리는 지금부터 타마사카에 찾아올 밝은 미래를 가리키듯, 강하고 뜨겁게 울려퍼진다. 그리고, "무엇인가"를 넘으려 하고 있다.
(싸우고 있는 거야)
 알잔느와 트레조르.
 후미와 츠카사가 싸우고 있다.
(그런, 가)
 키사의 눈에, 갑작스럽게 역사가 비쳤다.
 이번에 쿼츠, 로드나이트, 오닉스는 같은 무대에 서는 동료.
 하지만, 그 이전에 후미와 츠카사는 같은 잔느로서 계속 겨룬 라이벌이다.
 게다가, 두 명은 각각 쿼츠의, 로드나이트의 탑.
 그들은 서로, 질 수 없는 것이다.
(……아! )
 후미의 노랫소리가, 한순간, 츠카사를 앞질렀다.
 장소를 지배했다.
(……! )
 연습장의 온도가 내려간다.
 로드나이트생들의 노랫소리가 무디어졌던 것이다.
 그 자리에서 츠카사의 노랫소리가 묵직하게 울려퍼졌다. 이번에는 츠카사의 노랫소리가, 후미를 압도한다.
「……위험해」
「엣, 아, 미노리카와 선배……」
 잔느들이 노래하는 모습을 응시하면서, 미노리카와가 키사 쪽에 걸어 왔다.
「미노리카와 선배. 후미 씨와 츠카사 선배는……」
「투닥투닥 싸우고 있어. 계속 이런 느낌이야」
 미노리카와는, 온몸으로 노래하는 츠카사를 본다.
「오기가 있어」
「에」
「로드나이트로서의 오기가」
 거기서 후미의 목소리에 겹쳐지는 목소리가 태어났다.
(시로타 선배다)
 후미와도, 츠카사와도 다르다. 쿼츠의 트레조르, 시로타의 노랫소리가 새롭게 울려퍼진다.
 미노리카와의 표정이 흐려졌다.
「……타치바나, 로드나이트가 어떤 반인지 알고 있지?」
「네? 그건…… 가창이 강점인 잔느 중심의 반이에요」
「그래. 그렇지만 」
 미노리카와의 옆 얼굴에 비치는, 일말의 슬픔.
「오히려 쿼츠가, 그런 것 같지 않아?」
「에……」
「쿼츠가, 로드나이트 같지 않아?」
 바로 이해할 수는 없었다.
 반마다의 형태를 의심하는 일 없이, 존중하고, 유니베르 생활을 보내고 있던 키사에게 있어, 미노리카와의 말은 너무 어려웠던 것이다. 미노리카와는 그것에 안도하듯 약간은 주저했지만, 또 곧바로 걱정을 내비쳤다.
「타카시나 선배는 춤이라는 강점이 있어서 그쪽으로 유명하지만, 노래도 대단해. 노래가 강점인 알잔느로서도, 해 나갈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말할 필요도 없이 시로타. 그리고……」
 미노리카와가, 키사를 쳐다본다.
「타치바나도」
「엣」
「여름 공연에서는 잭을 했지만, 신인 공연은 알잔느. 난이도 높은 노래를 제대로 부르고 있었어. 쿼츠의 잔느는 레벨이 높아」
 그것 뿐만이 아니야, 라고 미노리카와는 말한다.
「쿼츠에는 네지 선배도 있어. 그 사람은 언제나 형태에 구애받지 않고, 잭, 잔느, 폭넓게 연기하고 있지만, 타카시나 선배와 같이 잔느로서는 한 획을 긋는 사람이야. 나는……『작년』을, 봤고」
 "작년"의 잔상을 보고 있는 것일까. 미노리카와의 시선이 흐려졌다.
「네지 선배는, 잔느로서 관객을 매료시키는 방법을 알고 있어. 그리고, 탑 알잔느인 타카시나 선배의 존재가, 쿼츠의 잔느 레벨을 끌어올리고 있어. 로드나이트 이상으로, 로드나이트 하고 있어, 지금의 쿼츠는」
 도대체 어떤 기분으로, 그 말을 말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니까, 질 수 없는 거야, 츠카사 선배는. 다른 말로 하자면 로드나이트의 마지막 보루. 츠카사 선배가 타카시나 선배나 시로타에게 노래로 지게 되면…… 로드나이트는 존재 의의를 잃어」
「……!」
 키사는 마레를 포함한 로드나이트생을 본다.
 연기 때와는 다르게, 그들의 얼굴은 진지함 그 자체다.
 그들의 노랫소리는 츠카사에게 바쳐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지 마, 지지 마, 라고.
 우리는 로드나이트니까, 라고.
 당신이 로드나이트니까, 라고.
 키사는 아아, 라고 숨을 내쉰다.
 이런 상황에서, 로드나이트가 노래 이외의 일에 집중할 수 있을까.
「이쪽 사정은, 타카시나 선배도 알고 있을 거야. 그렇다고 해도 대충 하는 모습을 보일 수는 없어. 그렇게 되면 이쪽에서도 눈치를 챌 거고…… 무엇보다 타카시나 선배도 지켜야만 하는 것이 있어」
 수많은 로드나이트를 상대로 홀로 맞설 수는 없다.
 그런데도 시로타를 옆에 두고, 후미는 계속 당당하게 노래한다.
 그것이 로드나이트의 자신감을 빼앗고, 깊게 상처 입히게 되어도, 후미는 노래한다.
 후미는 쿼츠의 알잔느로서, 쿼츠의 얼굴로서, 계속해서 싸운다.
(……)
 연습장에 울려 퍼지는 노랫소리.
 확실히 아름답지만, 가슴이 조여온다.
 이 소리는, 무대 위에서 섞일 수 있는 것일까.

「……」
 아직도 노랫소리가 울리는 로드나이트의 연습장을 뒤로 하고, 키사는 홀로 걷고 있었다.
 문득, 갑자기, 어제 먹은 냉스프가 맛있었던 것이 떠오른다.
 후미도, 시로타도, 키사가 타마사카 조의 연습을 보면, 어떠한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런데도, 매료시켜 주었다.
 키사는 하늘을 들이킨다. 이제 8월도 후반에 접어들었는데도 하늘에는 새하얀 뭉게구름.
 그러나 발밑에는 가을의 입구, 싸리꽃.
 이쪽과 저쪽.
「……」
 그러고보니 어릴 적, 오빠 츠키와 놀곤 했던 공원에서 이 꽃을 본 적이 있다.
 이후에 유니베르의 지보(至宝)로 불리는 사람. 쿼츠의 잭에이스였던 사람. 그리고 지금은――.
 키사는 멈춰 있던 다리를 눈치채고, 무리하게 내딛는다.
 그러나, 곧 다시 멈춰 섰다.
「……아」
 후미라고 하는 알잔느를 앞에 두고, 싸우고 있던 로드나이트.
 그렇다면, 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츠키가 잭 에이스였던 시대의 오닉스는, 도대체 어떤 눈으로 츠키를 보고 있었을 것인가, 하고.
「잭에이스……. 그래, 히라키……」
 어제, 오닉스에서의 연습이 끝나 돌아온 쿼츠의 잭들.
 어쩌면, 그들도, 로드나이트와 같은 문제가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고 하면――.

「……그나저나 네지 선배는, 터무니 없는 역할을 오닉스에 맡겼네」
 근육이 제대로 붙은 토우이치의 굵은 손발은, 외형과 다르게 놀라울 정도 부드럽게 움직인다.
「끌려다니지 않는 게 좋을 거예요. 이건 어디까지나 마을의 세레모니. 숙원을 잊어버려서는 안 돼요. 그렇죠, 아타루?」
 하늘로 향해 손을 뻗는 단테의 손끝은, 손톱의 끝까지 춤추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네. 아무튼 우리는 『승리의 오닉스』니까」
 카사이가 힘차게 바닥을 딛고, 높게 솟구치고, 착 내려선다.
 오닉스의 바닥에, 착.
 그 바닥에는――.
「하아ー 하아ー 하아ー 하아ー……」
 쿼츠의 잭들이 주저앉아 있다.
 그들의 굵은 땀이 뺨을 타고 흐르다가 떨어져, 오닉스의 바닥을 적셨다.
「따라오는 게 최선인 것 같네, 쿼츠생들은」
「따라올만큼 근성이 있는 거죠. 어차피 그들은, 우리와는 탤런트(재능)가 달라요」
 오닉스니까요, 우리는, 이라고 단테가 생긋 웃는다.
 그런 토우이치와 단테의 대화를 들으면서, 카사이는 이 장소에서 유일하게 움직이고 있는 쿼츠생을 보았다.
「괜찮나? 어제보다 훨씬 좋아지고 있어. 그 후에는 정밀도를 올리면 된다」
 쿼츠의 잭에이스인 카이가, 주저앉은 쿼츠의 잭 한 사람 한 사람에 말을 걸고 있다.
 그리고 카사이는, 연습장의 구석을 보았다.
 거기에는 대본을 한 손에 쥐고 홀로 계속 투덜거리고 있는 오오토리가 있다. 춤 때문에 피곤할텐데도, 그의 의식은 다음을 향하고 있다.
 그리고 또 한 사람.
「우오옷ー!」
 뻥, 하고 힘차게 연습장의 문을 열고 등장한 것은, 카사이의 동기, 스즈였다.
 그의 이마에는 땀이 배어있지만, 주저앉은 쿼츠생들의 땀과는 다르다.
「과자, 가지고 왔어!」
 스즈는 초콜릿이나 젤리, 음료 등을 수북히 안고 있었다.
「야, 오리마키, 그거 괜찮은 거냐……!」
 주저앉아 있던 쿼츠생들이 과자를 가득 들고 온 스즈의 행동을 눈치 주듯 말한다.
「카이도 선배가 괜찮다고 했어요!」
 그걸 받아, 카이도가 「그래, 괜찮다고 했다!」라고 답했다.
「쿼츠에는 쿼츠의 방식이 있을 거고요」
 카사이가 말하자, 다른 오닉스생들도 「그렇네」라고 동의한다.
「감삽니다! 자, 초코랑 젤리 어느 쪽이 좋으십니까!」
 공공연한 허가가 떨어지자 스즈가 쿼츠생들에 과자를 나눠주기 시작했다.
「야, 오리마키. 너, 그런 건, 어디에서 가지고 왔냐」
 대본에 집중하고 있던 오오토리가 기가 막힌 표정으로 묻는다.
「쿼츠 연습장」
 그러자, 이 자리에 있던 쿼츠생들이 깜짝 놀랐다.
「너!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어떻게!」
 오닉스의 연습장으로부터 쿼츠의 연습장까지, 멀지는 않지만 가깝지도 않다.
「에, 뛰어갔다 왔죠」
 카사이는, 댄스 연습이 끝난 순간, 힘차게 달려나간 스즈의 등을 생각해낸다.
 쿼츠생들은 나눠지는 과자에, 난 됐어, 못 먹어, 라고 말하며 웃고 있다. 방금 조금 전까지 쿼츠생의 사이에 흐르고 있던 비장함이 사라졌다.
「오닉스가 먹을 과자도 가지고 왔습니다!」
 어쩐지 양이 많다고 생각했다.
 오닉스생들로부터도 웃음이 나온다.
「……」
 카사이는 그 모습도 확실하게 관찰한다.
「좋아, 다음은 연기 연습이다!」
 에너지 보급이 끝나자, 카이도가 다시 지시를 내렸다. 오닉스생들은 순식간에 바짝 군기가 들고, 쿼츠생들에게는 긴장감이 돌아온다.
 그런 그들을 등 뒤에 두고, 카이가 슥 앞으로 나왔다. 믿음직한 등.
 ――하지만.
 카이도 내심, 평화롭지만은 않은 것이다.
「그럼 간다! ……『"타마사카쵸 히라키"가 되라고, 그 배우들은 말하는 것인가 』」
 어리석다, 라고 조소하듯 웃는 것은 카이도――가 아니라, 히라키인 무사 우두머리, 닛타다.
 이곳은 히라키.
 집합한 무사들의 분위기는 무겁다.
 히라키의 무사들은 곤경에 허덕이고 있었다.
 모셔야 할 주인은 사라지고, 히라키 성은 비었으며, 마을은 마치 누더기와 같이 엉성하다.
 그럼에도 히라키의 무사로서 긍지를 갖고 살아가던 그들에게 닥친 것은, 타마사카와의 합병 이야기.
 더구나, 마을 이름은 이 일대를 다스려온 히라키의 이름만이 유일한 선택지가 아니다.
 원래는 히라키의 영주로부터 토지를 받아 정착했던 배우들의 마을 이름이, 히라키의 옆에 서 있다.
「……『하지만 닛타』」
 카이――가 아니고, 닛타의 옛 친구, 경관 나라시바가 닛타를 쳐다본다.
「 『현재, 유리한 건 타마사카다……. 어쨌든 타마사카 좌의 사람들은 에도로부터 메이지로 바뀌어가는 동란의 와중에,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국가와의 관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 뿐만이 아니다, 라며 나라시바는 표정이 어두워진다.
「 『타마사카의 마을사람들은 윤택한 자금력을 살려, 의회에 많은 정치가를 보냈다. 그것이 다시 타마사카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히라키는 어떻지?』」
 나라시바는 현재 상황에 불안감을 숨길 수 없다.
「 『히라키 님이 떠나신 뒤라고는 하지만, 마을은 쇠락할 뿐이다. 일자리를 잃은 사람도 많고, 타카라 강에서 잡은 생선이나, 오오다테 산에서 캔 산나물을 먹고 굶주림을 면하는 사람도 있는 꼴이다』」
「 『에, 맛있는데요! 』」
 거기서 스즈―― 무직인 린이 분위기를 못 읽고 그런 말을 한다.
 나라시바는 「 『입 다물어라! 』」라고 몹시 꾸짖고 「 『그러니 닛타……』」라고 말을 계속하려고 했다.
「카이」
 그러나, 거기에 닛타는 없다.
「나를 돋보이게 하지 마라」
 채찍을 치는 것 같은 강한 힘으로 카이도가 말한다.
「……! 하지만」
「너도 강하고 용감한 경관을 연기해!」
 연습장이 단번에 굳어진다.
 ――시작되어 버렸다.
「하지만, 카이도. 그러면 역할과 역할이 부딪쳐 버린다. 히라키의 우두머리는 닛타인 너. 그런 네가 히라키인 무사로서의 강인함, 늠름함, 그리고 매력을 모두 맡는 게 좋다. 각본도 그런 식으로 읽히고……」
「카이」
 카이도의 소리에 힘이 가득했다.
「쿼츠에서의 네 역할은 알고 있다. 그릇으로서 꽃을 빛나게 한다, 분명 훌륭한 역할이다. 그러나, 그건 어디까지나 쿼츠에서의 역할」
 여기는 오닉스다. 카이도의 눈이 말한다.
「각본을 읽고, 강력한 리더가 두 명 있어도 문제 없다고 해석했다. 그 쪽이 히라키에 어울린다고」
 카이도의 눈에 망설임은 없다. 분명 그에게는 그의 비전이 있다. 그런데도 카이가 「하지만」이라고 목소리를 내자 카이도가 「카이」라고 제압한다.
「히라키의 연출에 대해서는, 우리 오닉스가 맡고 있다. ……게다가. 잭을 빛내는 일에 대해서는, 나는 유니베르 제일이라고 자부하고 있다」
 그 말은 카이의 가슴에 깊게 박혔다. 격렬한 아픔을 동반할 정도로.
 유니베르에는 각 반마다 특색이 있어, 카이는 자신이 소속해있는, 그리고 네지가 만들어 내는 쿼츠의 형태를 믿고 있다.
 믿고 있지만.
 지금의 쿼츠의 형태에 의해서, 사라지는 것도 있다.
 그 우려는 줄곧 있었다. 언젠가는 직면하게 될 문제라고.
 그것이 지금, 눈앞에 닥쳤다.
 카이는 눈치채지 못 하게 스즈를 쳐다보았다.
 아아, 큰일났군, 이라고 후회한다.
 스즈가 자신을 보고 있었다.
 카이는 자신의 사고를 일단 모두 배제하고, 바꾼다.
 이곳은, 오닉스다.
 이곳에서 자신의 역할은――.
「……시도는, 해보지」
「그래! 그럼, 처음부터!」
 연습이 재개되었다. 카이가, 나라시바를 입는다. 그러나 조금 전과는 분위기부터 달랐다.
「 『……현재, 유리한 건 타마사카다……. 』」
 믿음직스럽지 못하게 닛타의 얼굴을 엿보고 있던 나라시바가, 차가운 음색으로 현재 상황을 이야기한다.
「 『어쨌든 타마사카 좌의 사람들은 에도로부터 메이지로 바뀌어가는 동란의 와중에, 시대의 흐름을 읽어내고 국가와의 관계를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나라시바의 눈에 분노가 스며든다. 약삭빠르게 움직이는 타마사카의 인간을 경멸하듯.
「……응, 좋은데」
「어, 이쪽이 확실히 좋다」
 새로운 나라시바를 보며, 오닉스생들이 서로 수긍한다.
 다만, 쿼츠의 잭들은 복잡했다.
 나라시바의 부하 경관으로서 배후에 서 있는 오오토리도, 카이의 연극에 맞추면서도 표정은 딱딱하다. 그렇지만, 이 장면에서는 카이의 선택이 올바르다고 오오토리는 생각하고 있다. 다른 쿼츠생들도 그럴 것이다.
「 『타카라 강에서 잡은 생선이나, 오오다테 산에서 캔 산나물을 먹고 굶주림을 면하는 사람도 있는 꼴이다』」
 나라시바가, 마음 속으로 한탄하듯이 말한다. 히라키의 괴로운 현상황이, 오싹하게 전해져 왔다.
 그런데.
「 『에, 맛있는데요! 』」
 그 공기를 찢는, 린―― 스즈의 대사.
 학생들이 한순간 굳었다가, 그 후, 갑자기 입을 막는 학생들이 속출했다.
 거의 웃을 뻔 했던 것이다. 아니, 웃고 있는 학생도 많았다.
 카이가 카이도의 지시에 따라 오닉스의 색을 짙게 보여주던 중, 스즈는 왠지 자신만의 색이 한층 더 진해졌다.
 타카라 강의 물고기도, 오오다테 산의 산나물도 그렇게 맛있는데 왜 그렇게 심한 말씀을 하십니까, 부끄러워할 필요가 무엇이 있습니까, 오히려 사치스러운 정도가 아닙니까, 다 같이 먹으면 좋지 않습니까!
 스즈의 한 마디로부터, 그런 감정이 보여 온다.
 그것이, 비장함으로 가득 차 있던 히라키의 공기를 박살낸다.
 웃음을 참은 오닉스생이 「저거 괜찮나요?」라고 카이도를 쳐다본다.
 카이도도 생각하는 것이 있었는지 「오리마키」라고 이름을 불렀다.
「네!」
 스즈가 활기 차게 대답을 한다. 카이도는 스즈를 가만히 보았다. 그 눈은 결코 만만하지 않다. 연습장이 한순간 움찔한다. 하지만 스즈는 그 시선을 올곧게 받아들였다. 산에서 산나물을 뽑아, 강에서 물고기를 낚시하는 린과 함께. 「뭐가 나쁘냐」라고 말하듯이.
「……아니. 너는 그대로가 좋다」
 카이도의 말에, 스즈가 「네」라고 당연한 듯이 대답했다.
 카사이가 진하게 웃는다.
「재밌네」
 쿼츠가 직면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
 그것은 타치바나 츠키의 졸업 후부터 계속되는, 잭의 압도적인 「화려함」의 부족이다.
 쿼츠의 잭의 상당수는 그릇 기질. 잭의 곁에 잔느의 망령이 보인다.
 반 내에서는 그래도 괜찮겠지만, 잭만 모였을 때, 화려함이 압도적으로 떨어지는 것이다. 그것이 오닉스와 나란히 서면, 희미하게 사라져 버린다.
 쿼츠는 잔느에 있어서는 전체적으로 레벨이 높지만, 잭에 있어 다른 반과 손색 없게 싸울 수 있는 사람은 단 세 명 밖에 없는 것이다.
 비록 그릇이지만 잭에이스로서 존재감이 뛰어나게 우수하고 높은 카이. 모든 방면으로 높은 수준을 보이는 오오토리.
 ――그리고.
「…………」
 1학년이면서, 쿼츠 잭의 화려함을 홀로 짊어진 스즈의 눈은, 계속 불타오르고 있다.
 정신을 차리면 스즈를 보고 있는 오닉스생도 적지 않다.
 그것을 분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쿼츠의 잭들은 불탄다.
 카이는 이런 때, 강하게 생각한다.
 재능뿐인 유니베르에서, 1학년 때부터 선택받는 인간은, 다른 것이라고.

「……잭생들, 안 돌아오네……」
 키사는 시간을 확인한다. 지금은 19시, 여기는 쿼츠 기숙사의 홀.
 타마사카 조의 연습을 본 것으로 잭의 상황이 신경이 쓰여 그들의 귀가를 기다리고 있던 키사이지만, 아직도 누구 하나 돌아오지 않는다.
「아, 키사 쨩? 수고했어」
 그때, 요나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아, 소우쨩, 수고했어. 타마사카 조의 연습, 끝났어?」
「연습 자체는 빨리 끝나서, 자습하고 있었어. 뭔가 해야할 것 같은 기분이라」
 키사는 로드나이트의 공기를 생각해낸다. 요나가가 그러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것도 이해했다.
「긴장감…… 대단했지」
「……그렇지.  가슴이 답답해질 정도로……. 그게, 한 반을 짊어진다는 것, 이겠지……. 그렇지만 나는……」
 요나가는 거기서 입을 다문다.
「으응, 미안. 어라, 그러고보니, 히라키 조는?」
 키사는 「아직이야」라고 고개를 젓는다. 요나가가 「그렇구나」라고 말하고, 커다란 창문 너머에 보이는 유니베르 건물을 쳐다본다.
「히라키 조도 오닉스와의 연습은 끝나고 자습하고 있을지도」
 키사도 쫓듯이, 점점이 불이 켜지는 유니베르 교사를 보았다.
「자습……이라면 댄스 룸일까……」
 오닉스의 곁에 서는데, 춤은 필수.
「가볼래?」
 요나가가 묻자 키사는 「응」이라고 수긍했다.
 그리고 두 명은 함께, 기숙사를 나온다.
 학교 건물 밖으로부터 들여다보면, 댄스 룸에 불이 켜져있었다. 안으로 들어가, 어두운 복도로 나아가, 문의 틈새로부터 빛이 새는 댄스 룸 앞에서 멈춘다.
(잭, 다들 있을까……)
 키사는 눈치를 살피듯, 문을 약간 연다.
 안을 들여다보자, 카이나 오오토리, 쿼츠의 잭들이 춤 연습을 하고 있었다.
(와……! )
 살짝 열린 틈새를 그 이상 넓힐 수 없었던 것은, 잭들의 귀기 흐르는 박력에 놀랐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한 번 더!」
「네!」
 카이의 말에 그들은 기합을 다시 넣고, 춤추기 시작한다.
 키사와 요나가는 살그머니 문을 닫았다. 들어갈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그렇지만, 떨어질 수도 없었다.
 댄스 룸의 바로 옆에 서서, 귀를 쫑긋 세운다.
 댄스 룸으로부터 들리는 음악에. 잭들의 숨결까지 들려 오는 것 같았다.
「……타치바나에, 요나가?」
 문이 열린 것은, 20분 정도 지났을 무렵이다.
「카이 씨! 수고 하셨습니다」
「오리마키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가?」
 키사와 요나가가 모여 있는 것을 봐 그렇게 생각했을 것이다.
 다만, 키사와 요나가는 눈치채고 있었다. 여기에 스즈는 없다.
 아주 조금 열려있던 틈새 너머, 그는 없었던 것이다.
「……응? 뭐야, 타치바나에 요나가잖아……」
 두 명을 눈치챈 오오토리가 노골적으로 싫어하는 표정을 보였다. 다만, 그 이상 아무것도 말하지 않은 것은 카이를 의식했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이제 기숙사로 돌아가는데, 일단 함께 올래?」
 카이가 그렇게 물어 온다.
 키사에게 무엇인가 알고 싶은 것이 있다고 헤아려 주었는지도 모른다.
 키사는 「부탁드려요」라고 고개를 숙였다.
 유니베르 학교 건물을 나오자, 공기가 섬뜩하게 차갑다.
「매일 연습하고 계시네요」
 키사의 물음에, 카이가 「그래」라고 수긍한다.
「오닉스는 자신을 돋보이게 하는 법을 숙지한 잭들이 모여 있다. 그런 오닉스생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것은……꽤 노력이 필요한 것이라」
「강점으로 내세우는 것이 다를 뿐입니다!」
 키사들로부터 거리를 취하고는 있지만, 이야기는 확실히 듣고 있던 오오토리가 그렇게 단언했다.
「로마에 가면 로마 법을 따르라고, 우리는 오닉스 식으로 여기까지 맞추고 있으니, 당연히 노력이 필요합니다! 아무튼, 네지 선배에게 단련된 덕분에 빠르게 적응하고 있습니다만! 반대로, 저희의 홈그라운드였다면 오닉스생은 이 정도로 따라잡을 수는 없었겠지요!」
 오오토리가 흥, 이라고 콧방귀를 뀐다. 분개하고 있지만, 그 말에는 어딘가 온기가 있었다. 카이를 감싸고 있는 듯이 들리기도 했다.
 오오토리는 입학하고 나서 쭉, 잭으로서 카이로부터 지도를 받고 있다. 그러니까 오오토리는―― 아니, 쿼츠의 잭들은, 카이에 대한 특별한 감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물론 스즈도.
「그…… 스즈 군은 어땠나요?」
 그러니까, 스즈의 부재에는 위화감이 있었다.
 오오토리가 「바보니까 높은 곳에라도 올라가 있는 게 아니냐」라고 말한다.
 높은 곳―― 옥상인가.
 카이에게 여러가지 이야기를 듣고 싶지만, 연일 잭의 지도를 하는 그에게 더 이상 시간을 할애하게 하는 것은.
 게다가, 『타마사카쵸』의 연습이 시작되고 나서, 전혀, 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대화를 못 하고 있는 스즈도 신경이 쓰인다.
 지금은 스즈 쪽으로.
 키사는 「갈까, 소우쨩」이라고 이야기한다.
「요나가는 타마사카 쪽의 상황을 보고해라」
 그런데, 오오토리가 명령하듯이 그렇게 말했다.
「에, 아」
 당황하는 요나가였지만, 카이가 「확실히, 히라키 쪽만으로도 벅차서 상황 파악을 못 하고 있어」라고 말한다. 요나가도 카이가 그렇게 말한다면, 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럼, 키사, 잘 다녀와」
「알겠어. 그럼, 실례합니다」
 키사는 카이와 잭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고, 쿼츠 기숙사를 향해 달려갔다.

「……저기, 스즈 군은, 왜 연습에 참가하고 있지 않았나요?」
 키사의 모습이 작아져 갈 때, 요나가는 카이에게 묻는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못 하게 했다. 쉬게 했어」
「에」
「오리마키에게는 상당한 부담을 안겨주게 되었어」
 오오토리가 「정말이지 분하다」라고 투덜댄다.
「그게, 무슨 일인가요……?」
「그게……. ……」
 카이는 말을 더듬었다.
 요나가에 들려주어도 괜찮은 것인지, 고민했기 때문이다.
 아니, 들려주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멍청한 오리마키가 오닉스와 경쟁하다 무리했을 뿐이다! 이대로 폭주해서 다치기라도 하면, 이쪽이 곤란하다!」
 카이가 망설이고 있는 동안, 오오토리가 그렇게 대답했다.
 말투는 험악하다.
 하지만, 그 말이 얼마나 모서리가 깎이고, 둥글어진 것인지 카이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요나가로부터 타마사카 측의 상황을 듣고, 고마움의 말과 함께 헤어진 뒤, 카이는 기숙사 식당에서 홀로 식사를 하고 있던 오오토리의 곁에 앉았다.
「신경 쓰게 해서 미안했다」
「천만의 말씀입니다! 무츠미 선배가 요나가 같은 것에 마음을 써서 시간을 할애하는 게 싫었던 뿐입니다!」
 카이와 이야기할 때의 오오토리는, 언제나 성실하게 배려할 줄 아는 후배다.
 연습에도 항상 열심이고, 홀로 숨어 시행착오를 겪는 모습도 알고 있다.
 좀 더 주변―― 구체적으로 말하면 요나가지만. 요나가에게 상냥하게 대하면, 오오토리를 둘러싼 환경은 크게 바뀌겠지만.
 다만, 오오토리는 오오토리대로, 안고 있는 것이 있다.
「……요나가도, 타치바나도, 좀 더 생각을 해야합니다. 신인 공연으로, 왜 제가 주역이 되지 못 했는지를요. 왜 항상 제 위에 오리마키가 있는 것인지를」
 오오토리가, 시선을 떨어뜨린다.
「사교성이라든지, 협조성이라든지, 한 눈에 시선을 끄는 화려함이라든지, 그런 것만으로 선택될 리가 없어요」
 오오토리의 표정이 어려 보였다. 애쓰는 걸 그만둔 아이처럼.
 그것이 반대로, 그를 어른스럽게 보이게 한다.
「저 녀석들은 모릅니다」
 오오토리는, 잭으로서 뛰어난 체구를 가지고, 풍족한 재능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 심지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누구보다 가까운 장소에서 스즈를 보고 있다, 느끼고 있다, 생각하고 있다.
 왜, 스즈가 선택되고 있는지를.
 왜, 자신이 선택되지 않는 것인지를.
「저 녀석은……, 쿼츠의」
 오오토리가 무언가 말을 꺼내려다가, 입을 꾹 다물었다.
 말이라는 형태로 세상에 내놓으면 그것은 이제, 평생 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자신을 옭아맨다.
 아무리 토로하고 편해지고 싶어도.
「……저 녀석은 바보입니다!」
 완전히, 바꾼 듯 같다.
「오오토리의 경관……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다」
「어, 그, 그렇습니까?」
 그러니 카이도 흐름을 바꾼다.
 이것은, 실제 전하고 싶었던 말이다.
「그래. 행동거지가 점잖고 정직해서, 좋아보인다. 게다가, 나라시바와 뜻을 같이 하고 있다는 게 보여」
「……! 감사합니다! 나라시바와의 관계는, 유의하고 있는 부분입니다!」
 오오토리의 표정이 밝아지자 마음이 놓인다.
 동시에, 답답하다고도 생각했다.
 스즈와 함께 있어줄 수 없는 자신을.

 밤의 옥상은 언제나 부는 바람이 다르다.
 키사는 바람 때문에 흐트러지는 머리카락을 진정시키며, 어두운 옥상 끝을 보았다.
「그러니까…… 아」
 옥상의 구석, 난간에 기대어 가 마을의 경치를 바라보는 스즈. 키사는 「스즈 군」이라고 그를 부른다.
「응? 어라, 타치바나. 무슨 일이야, 무슨 일이야」
 스즈는 언제나처럼, 키사를 향해 선다.
「아, 그러니까……『타마사카쵸』, 히라키는…… 스즈 군은 어떻게 되고 있나 싶어서. 요즘, 전혀 이야기 못 했으니까」
「에? 아―……」
 스즈는 쓰게 웃는다.
「오닉스 엄ー청 짜증내고 있어」
「엣」
 그런 이야기, 카이도 오오토리도 하지 않았다.
「타마사카 측은 히라키에 이겨서 이름을 손에 넣잖아? 그렇게 되면, 당연하지만, 히라키가 타마사카에 져. 오닉스는 그게 싫은 가봐. 『승리』의 오닉스니까」
「아…… 그런가……」
 여름 공연에서도 오닉스의 공연을 보고, 그들의 승리에 대한 열정을 느꼈다.
「그 때문인지, 네지 선배의 대본에 대해서 거부감이 있는 것 같아. 그래서 오닉스적 연출? 이라는 게 강하게 나오고 있어. 엄청 멋있어, 히라키의 무사들. 나는 그냥 나 같지만. 아무튼, 그건 아무래도 좋지만」
 탈선하게 될 것 같은 이야기를 스즈가 되돌린다.
「나, 멋있는 건 좋다고 생각해. 그렇지만―, 멋진 만큼, 마지막에, 이름을 빼앗겼을 때의 절망감이 장난 아냐. 이렇게 열심히 노력했는데…… 라는 느낌. 보고 있으면 괴로워질 정도야」
 타마사카도, 히라키도, 각각의 이름에 긍지를 가지고, 부딪치고, 결과가 나온다. 기쁨과 절망이 공존한다.
 오닉스는, 『승리』에 대한 집념이 강한만큼, 패배하는 연기가 무시무시해질지도 모른다.
「오닉스가 그러한 연출을 할 거라고 예상하고, 네지 선배는 각본을 쓴 걸까……. 보다 리얼하게 보이도록, 이라든지」
 키사는, 신인 공연, 여름 공연으로 봐 온 네지의 모습을 생각해 낸다.
 최고의 무대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어떤 수단도 불사하는 네지의 모습을.
「그럴지도 몰라. 그럴지도 모르, 지만……. 나는 뭔―가 신경 쓰인단 말야……」
「뭐가?」
 스즈가 팔장을 끼고 으음, 하고 소리를 낸다.
「……이거, 봐서 재밌을까, 하고」
「에……」
 아무렇지도 않은 말이지만, 갑자기 시야가 넓어지는 것을 느꼈다.
 연기하는 우리들. 그리고, 우리를 보는 수 많은 사람들.
「이게 유니베르의 무대라면 다르겠지만, 식전에 오는 사람은, 어떠려나」
 키사는 「식전……」이라고 중얼거린다.
「그러고보니…… 모나 씨가 온다고 했어」
「워크숍의?」
「응. 모나 씨, 기념식전에 참가하고 싶어서, 매년 추첨에 참여하고 있었대. 경쟁률이 엄청난 것 같아. 그러니까 올해 겨우 당첨돼서, 엄청 기뻐했어」
 스즈가 「우와―, 그런가……!」라고 팔짱을 푼다.
「그거 기쁘겠네! 응, 기쁘겠다. 완전 기쁠 거야. 응, 응. ……」
 스즈가 갑자기 입을 다물었다.
「스즈 군……?」
「나, 내가 왜 찝찝했는지 알았어」
「엣」
「아니, 배역 발표 때부터 쭉, 찝찝~한 상태였어. 이거, 이대로는 안 되지 않나……!? 아―, 그렇지만, 내가 이런 얘기를 해도 말야~!」
 스즈가 머리를 감싸쥐었다.
「……뭔가 말하기 어려운 게 있으면, 내가 말할까?」
 내용은 모른다. 다만,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 타치바나가?」
「응. 스즈 군이 괜찮다면, 이지만」
「아~…… 타치바나가 말하는 편이, 나을지도」
 스즈가 또 입을 다문다.
「……아니, 역시 안 돼! 이건 내가 말해야 돼!」
 스즈가 붕붕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응, 하고 크게 끄덕였다.
「그래도 어쨌든, 개운해졌어! 고마워, 타치바나! 그러고보니, 타마사카 측은 어떻게 되고 있어?」
「아, 그건 소우쨩이……」
 그 후, 요나가와 합류해, 요나가에게 있어서는 키사, 카이와 오오토리, 그리고 스즈와의 세 번째 타마사카 조 설명이 시작되었다.
 스즈는 그 사이, 팔짱을 끼고 입을 다물고 있었다.


【 6 】

「자아 자, 여러분, 합동 연습의 날이 왔어요~!」
 첫 합동 연습으로부터 며칠 뒤, 유니베르 극장에 다시 세 반이 모였다.
 평상시라면, 지난 번에 비해 보다 나아졌을 것이다.
 그러나.
「타마사카 쪽……이라고 할까 로드나이트, 춤 어떻게 된 거야?」
 춤 연습이 시작되고 1분도 지나지 않아, 카사이로부터 소박하지만, 한편 날카로운 질문이 들어온다.
「시끄러워, 그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고!」
 마레는 반박하지만, 목소리에 기운이 없다.
 한편, 노래에 관해서는, 오닉스도 제대로 연습을 했는지 이전보다 훨씬 레벨이 오르고 있었다.
 다만, 가창으로 타마사카 측을 서포트 한다, 라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그쪽도 가창, 타마사카 레벨이 아니잖아! 잭이니까 좀 더 제대로 잔느를 서포트 해!」
 반격하는 마레.
 그 말에는 카사이도 생각한 것이 있었던 것 같다.
「잭이니까, 잔느이니까, ……가 아니고, 서포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상대인지 아닌지, 아냐?」
「뭐야 그건! 자신이 인정한 상대가 아니면 진심을 낼 수 없습니다~ 라고 말하고 싶은 거야!?」
「그런 말은 안 했어. 그렇지만, 이왕이면 지지하고 싶다고 생각하고 싶은거지」
「그런 말 하고 있잖아! 그렇게 이쪽 탓을 하는 거지!」
 초조함은 분노로 성장한다. 지난 며칠간의 스트레스가 상대를 향하고 있는 걸지도 모른다.
「대체 오닉스는!」
「로드나이트는」
 정신을 차리자 카사이와 마레에게 호응해서, 다른 학생들도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하고 있었다.
(이거, 위험한 거 아닌가)
 키사는 양쪽의 상태를 보고, 당황한다.
 동시에, 생각하고 있던 이상으로 그들 사이에서 이 무대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휘날리는 불꽃.
 이대로는, 폭발한다.
「……야, 쿠로」
「아~, 좋지 않아, 좋지 않네에!」
 후미가 날카롭게 네지를 부르고, 카이도와 츠카사에게도 눈짓했다.
 각각의 조장이 수긍해, 각자의 반을 저지하려고 한다.
 바로 그 때였다.
「저!!!!!!」
 ――마치, 불꽃처럼.
 스즈의 목소리가 극장내에 울려 퍼졌다.
 전원이 어안이 벙벙해 그를 본다.
 스즈는 오른손을 크게 들고 있었다.
「그래, 빨간 머리!」
 네지가 즉석에서 스즈를 지명한다. 스즈가 「감삽니다!!」하고 한층 더 소리를 지른다.
「저, 솔직히, 여기에 있는 모두, 무대에 서는데에 있어서 모자란 것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뜻밖의 발언에 학생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본다.
「에, 뭐야…… 모두? 여기에 있는 사람 모두?」
「노래라든지, 춤이라든지, 연기라든지…… 그런게 아니고?」
 스즈는 마레와 카사이를 보고, 「더 중요한 거야」라고 대답한다.
「무슨 말을 할 생각인 거야, 저 녀석……」
 타마사카 측에 있던 시로타가 눈살을 찌푸리면서도 가만히 스즈를 쳐다본다.
 요나가도, 「스즈 군……」이라고 그를 걱정하듯 중얼거렸다.
 히라키 측에 있던 오오토리는 「헛」하고 숨을 뱉는다.
「이래서 저 녀석이 싫어」
 그 말을 들으면서, 카이는 스즈를 지켜본다.
(스즈 군……)
 이것이 옥상에서 말한 것인 걸까.
「……빨간 머리, 들려주지 않겠나, 네 의견을」
「그래, 나도 흥미가 있어」
 카이도와 츠카사가 그렇게 말하자, 오닉스생들과 로드나이트생들도 듣는 자세를 취했다.
 쿼츠생들도 스즈를 지켜본다.
「지금 모두에게 부족한 것…… 그건」
 스즈는 전원을 바라보고, 그리고, 말했다.
「 『타마사카의 생일을 축하하자』라는 마음!」
 그건 굉장히 유치하게 들리는 말이었다.
 김이 빠진 학생도 적지 않다.
「타마사카의……」
「생일을 축하하는 마음……?」
 아니 아니, 라고 웃으려고 한 학생들에게, 스즈는 「가지고 있어, 그 마음?」이라고 묻는다. 직접 질문을 받게 되자, 모두 거북하게 입을 다물어 버렸다.
 그리고 되돌아본다.
 그 마음을 가지고 있었나? 하고.
「 『타마사카의 날』은 우리가 사는 타마사카시의 생일. 기념식전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그 생일을 축하하고 싶은 사람들이에요. 그런데 그 무대에 서는 우리들이, 학교, 반, 자신에 대한 생각 밖에 없어도 괜찮은 건가요!」 
 스즈의 지적에 「아……」하고 목소리가 새어나오는 학생들이 생긴다.
「무대에 서는 우리야말로, 타마사카시, 생일 축하해ー라는 마음이 없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스즈가 자신의 말로, 자신의 목소리로, 필사적으로 호소한다.
「타마사카의 날의 주역은 우리가 아니야. 타마사카시야! 『타마사카쵸』야! 그러니까……」
 스즈의 눈이 유니베르 극장의 무대를 보고, 그리고 다시 한 번, 학생들을 보았다.
「좀 더 축하하는 마음을 가져야 해! ……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거칠고, 기분만이 앞선 연설이었다.
「일리 있다!」
 그러나, 카이도는 가장 먼저 스즈의 말에 호응 했다.
「우리는 조금, 다른 일에 너무 정신을 빼앗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학의 일성[각주:9]이라는 것은 이런 것인가. 오닉스생들이 자신의 행동을 돌아본다.
「그, 그렇지만…… 무대에 서는데에 있어서, 버릴 수 없는 것도 있잖아!」
 마레가 그렇게 주장하는 것은, 츠카사가 로드나이트를 지키듯이 노래하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부정당한 기분이 되어 싫었던 것이다.
「알아!」
 스즈는 수긍했다.
「아니, 뭐라는 거야! 네가 말한 거잖아!」
「나도 그런 거 있어! 잭에이스가 되고 싶다든가, 잭에이스가 되고 싶다든가, 잭에이스가 되고 싶다든가! 그렇지만, 어쨌든 지금은, 여러 가지 일이 정리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게다가, 모처럼 이렇게 다 같이 모여서 연극을 할 수 있으니까, 좋은 무대를 올리고 싶잖아. 아니, 올리고 싶어요. 그래서, 관객이 즐겨주면 최고잖아요. 모처럼 좋은 날이니까!」
 스즈의 말에, 마레와 동조하던 학생들도 입을 다문다.
「네지! 이 건에 대해서는 돌아가서 제대로 생각하고 싶다!」
「드물게 나도 같은 생각이야. 방침을 조금 다시 생각해보고 싶어」
 카이도와 츠카사의 말에, 네지는 「분부 받들겠습니다!」라며 윙크를 날린다.
「그럼 해산!」
 구령에, 극장 내가 단번에 웅성거렸다.
「스즈 군!」
「놀랐어! 갑자기 손을 들어서……!」
 히라키 조 사이에 있던 스즈에게, 키사와 요나가가 달려 온다.
「아니 뭔가, 지금 말하지 않으면 기회가 없지 않나? 라는 느낌이라……」
「야 오리마키」
 시로타도 기가 막히다는 얼굴로 다가왔다.
「오리마키, 너 말이야……」
「마, 말하면 안 됐던 건가요?」
「네 생각은 어떤데」
「그렇지만, 이미 말해버렸으니까」
「이러니까 너는……. 하―, 갑자기 쿼츠가 정식 무대에 올라 버렸네」
 오닉스 대 로드나이트라고 하는 구조가 단번에 무너졌다.
「세울 수 있는 무대가 있다면 올라야지, 거기는!」
 끼어들듯이 네지가 나타난다.
「……」
「아, 뭡니까, 시로타 군, 그 눈초리는! 그러고 보니 원인이 나한테 있다고 생각하고 있군요!」
 스스로 말하는 것은 자각이 있기 때문일까.
「맞잖아요. 대본 읽었을 때부터 생각했어요. 이건 싸움이 날 거다, 라고」
「아니―, 그렇지, 아하하! 생각하고 있었던 이상으로 싸움이 났지, 음하하하하!!」
「……」
「아~, 시로타 군이 희번뜩한 눈으로 나를 보고 있어~!」
 어디까지나 장난치는 네지이지만, 등 뒤로부터 후미가 「쿠―로?」라고 이름을 부른다.
「아무래도 반성하지 않으면 안 되겠네, 나도……」
 네지가 갑자기 태도를 고쳤다. 시로타가 한층 더 지긋지긋하다는 얼굴이다.
「오리마키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란 학생은 많다고 생각해」
 카이가 그렇게 말하자, 「아, 아니, 저도 타치바나로부터 이야기를 듣고 눈치챘달까」라고 키사를 쳐다본다.
「에, 나?」
「어. 타마사카의 날, 모나 씨가 온다고 말했잖아. 그래서」
 금시초문이었던 학생들이 「모나 씨가?」라고 물어온다.
「아, 네. 당첨되었다고, 몹시 기뻐하고 있었어요」
「그런가…… 기대하고 있는 사람이 있구나」
 요나가가 곱씹듯이 말한다.
 다만, 이런 때에도 시로타는 냉정함을 겸비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부터가 큰일이야. 이 공연, 마음가짐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너무 많아. 누군가 씨의 각본의 때문에」
「저런, 누구일까……? 그렇지만 아무튼, 흐름은 바뀌지 않을까. 이것 봐」
 네지가 극장내를 가리킨다.
 거기에는 오닉스생도, 로드나이트생도 반끼리 모여,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전에는 일찌감치 극장을 나섰던 사람들이, 여기에 남아있어. 그 때에 비하면, 훨씬 본 공연과 가까워졌어」

 

 

후편으로

 

 

 

 

 

 

(각주)

  1. 양력 8/15에 기념하는 일본의 명절. 오봉(お盆)이라고 부른다. [본문으로]
  2. 일본의 기초자치단체는 시(市)-정(町)-촌(村)으로 이루어져있다. 정(일본어 발음 '쵸')은 대략적으로 한국 기준 읍에 해당한다. [본문으로]
  3. 마을 간의 격차를 없애기 위해 시, 정, 촌이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에도 시대부터 이어져오던 마을들을 합병. 메이지 대합병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본문으로]
  4. 1867년 11월 9일 도쿠가와 막부 15대 쇼군 도쿠가와 요시노부가 메이지 천황에게 통치권을 반납하는 것을 선언한 정치적 사건. [본문으로]
  5. 1871년 메이지 정부가 전국의 봉토를 폐지하고 현(県)을 설치한 개혁. [본문으로]
  6. 무사의 가문. 메이지 유신 이후 무사 계급 출신자에게 준 명칭이었으나 현재는 폐지. (참고어: 화족(華族)) [본문으로]
  7. 다카라즈카 남역 중 톱스타 다음으로 제일 가는 남역. 유니베르로 치자면 잭에이스 다음으로 제일 가는 남역. 니방테 혹은 2번수라고 부른다. [본문으로]
  8. 일본의 전통 폭죽. 여름 불꽃놀이에 많이 사용한다. [본문으로]
  9. 鶴の一声: 제각기 쏟아지는 발언을 순식간에 잠재우는 한마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