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미국 동부로 출장을 길게 와서.. 거의 매주 주말마다 뉴욕시티로 놀러가고 있다ㅋ
주중에는 뉴저지 중에서도 암것도 없는 시골 쪽에 있는데 주말에도 여기 박혀있으면 정신병 올 것 같아서 주말에는 도시로 가줘야됨..
그리고 뉴욕하면 다른 것도 많지만 뭐니뭐니해도 브로드웨이!
스스로 뮤덕이라고 생각하냐고 하면.. 그렇진 않다.
뮤지컬을 자주 보러가는 것도 아니고, 이런저런 작품을 많이 봐본 것도 아니고.
고등학교 때 해외 뮤지컬배우에 꽂혀서 한참 덕질하고 (영원한 오라버니 라민 카림루,,)
레미제라블이랑 오페라의 유령 사운드트랙을 주구장창 듣긴 했지만..

아무튼 좋아는 하지만 딱히 식견은 없음.
그래서! 미국 동부에 와있는 동안 뮤지컬이나 잔뜩 보기로 했다.
내가 살면서 브로드웨이에서 뮤지컬 볼 수 있는 날이 뭐 얼마나 있겠어.
첫 타자는 위키드!

사실 위키드는 2020년에 뉴욕 왔을 때도 보긴 했었다.
코로나가 엄청나게 커지기 직전이었던 2020년 1월에 와서 봤었음…
이미 본 거라 다른 뮤지컬 보러갈까 했는데, 이 날은 혼자 본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같이 있었던 파티원 2명이 모두 위키드 본 적이 없다고 하길래 (심지어 영화조차!!)
위키드는 이 시대의 교양이다, 라는 명목으로 데려갔음ㅋ
원래 예약해둔 게 아니고 저녁 먹으면서 뭐하지..하던 중에 충동적으로 결정된 거라 티켓 예약도 못하고ㅋ
온라인으로 사려고 했는데 공연 1시간전이 되면 온라인 티켓 구매가 닫히더라고?
그래서 부리나케 지하철 타고 달려가서 쇼 시작 20분 전에 거슈윈 극장 티켓 오피스에서 직접 티켓 삼ㅋ
쇼 직전이고 온라인 아니니까 (온라인 구매처들이 수수료를 엄청 떼감ㅠ) 거의 인당 100불씩 싸게 봐서 개이득.
E열이었나? 암튼 꽤 앞자리였고, 무대가 한 눈에 안 보일 정도는 아니지만 배우들 얼굴하고 표정이 다 보이는 정도의 거리라 좋았다.
위키드는 한국애서도 한번 봤고, 브로드웨이에선 두번째 보는거고, 영화도 봐서..
딱히 엄청나게 새로울 건 없었지만.
이번 프로덕션은 전반적으로 위키드 영화를 많이 의식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일단 엘파바역인 렌시아 케베데가 브로드웨이의 첫 정규 흑인 엘파바라고 하고..
(근데 진심 엘파바 분장 사진 너무 핸썸함 나 관객석에서도 엘파바 나올 때마다 얼굴 보며 침흘림)
글린다 역의 배우 연기도 뭔가 내가 기억하는 거보다 훨씬 과장된 느낌이 영화랑 비슷했다.
암튼 그래도 5년만에 보니 감회가 새롭기도 하고, 역시 Defying Gravity에서 미친 도파민 돌고..
엘파바역 배우가 (당연하지만) 노래를 진짜진짜진짜 잘했다.
다른 거 기억나는건.. 피예로 배우 머리숱이 듬성듬성했다.. (안타까움)
두번째 타자는 물랑 루즈!
사실 2020년에 브로드웨이에서 뭐보지~할 때 후보 중 하나가 물랑 루즈였다.
사유: 크리스티안 역의 당시 배우(이자 오리지널 캐스트)가 아론 트베잇이었음..
아는 배우 나오는 극을 찾아보고 싶었는데 아론 트베잇 밖에 없었다ㅋ
그래서 아는 배우 나오는 모르는 극 vs. 모르는 배우 나오는 아는 극 중에 고민하다가 결국 모르는 배우 나오지만 재미가 보장된 위키드를 봤던..
그리고 같은 사고의 흐름으로, 사실 이번에도 뮤지컬 체스를 보고 싶었음.
왜냐면 아론 트베잇이 주연으로 나오기 때문에..
(이 오빠 브로드웨이 지박령인가요, 다른 배우들은 코빼기도 안 보이는데 이 오빤 매번 있네)
암튼 그래서 체스를 보러가려고 했는데.. 가격이 1인석 최소 345불..^^
알고보니 이 체스라는 극은 노래는 좋았으나 극의 재미는 똥망이라 여러번 리바이벌 했으나 그냥 여러번 망한.. 극이엇던 것이다.
그래서 또 어떤 사람이 리바이벌하며.. 마케팅을 위해 주연 배우를 개 짱짱한 유명한 인물로만 때려박아 티켓값이 천정부지로..
(근데 브로드웨이 극 중엔 티켓값 최소 1000불.. 이러는 극들도 있긴 함ㅠㅠ 미친 동네)
암튼 이번엔 혼자 뉴욕 당일치기 외출이라, (아무도 나랑 안 봐줄 것 같은) 체스를 볼까 했으나 가격을 보고 벡스텝하여..
친구와 미국인 동료가 추천한 물랑 루즈로 결정.
소와레는 끝나면 11시라 나의 깡촌 숙소로 돌아가기가 넘 힘드니 그냥 마티네로 봤다.

위키드 때는 쇼 20분 전에 극장에 도착해서 사람 많은 줄 몰랐는데… 이번엔 혼자 점심 먹고 좀 일찍 50분전 쯤에 도착했더니 입장줄이 장사진이었다.
어차피 가방검사줄이라 금방금방 빠지긴 했지만.

들어가자마자 엄청나게 화려한 무대장치.
물랑 루즈를 보는 묘미 중 하나다.
근데 예매할 땐 몰랐는데…! 1층 오케스트라석은 천장(2층 메짜닌석)에 뷰가 일부 가려진다ㅜㅜ
무대가 가려지는건 아니라 극을 보는데 문제는 없지만 양옆의 빨간 풍차와 파란 코끼리가 가려져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주인공 사틴이 그네를 타고 극장 천장에서부터 내려온데, 그때 위에서 내려오는 건 안 보임ㅜㅜ
그리고 2층 메자닌 천장이 있다보니 1층 오케스트라석 단차가 엄청 적다… 앞자리에 키 180쯤 되는 아주머니 앉으셔서 이리저리 기웃거리면서 봄^_ㅜ
결론은 알 허쉬펠드 극장에서 물랑루즈를 보기 위해서라면 2층 메자닌 석의 맨 앞 열이 최고 좌석이다. 어쩐지 거기가 다 나가있더라…

아무튼 사틴은 진짜 예쁘고 노래 너무 잘 했고.. 크리스티안 배우 음색이 아론 트베잇이랑 되게 비슷하더라. 아론 트베잇이 오리지널 캐스트니까 당연하기도 하지만. 그리고 툴루즈 로트렉의 물랑 루즈 그림이 무대장치 배경으로 나오는 연출도 재밌었다.

재밌었던 점: 미국 뮤지컬 극장에선 각종 주전부리와 음료를 판다.
(한국은 극장 내 취식 모두 금지였던듯?)
물, 소다, 맥주 등을 파는데 미니 사이즈 모엣 샹동도 팜ㅋㅋㅋ
200ml도 안 되는 작은 병에 32달러…^^인데 주문하면 입구를 따서 마시기 쉽게 깔때기?를 꽂아준다.
나는 1막서는 안 마셨는데 인터미션 때 너무 덥고 목말라 한 병 시켜마셨다. 맛도 있지만 알딸딸한 상태로 극을 보니 더욱 즐겁더군요…^^
게다가 진짜로 1899년 몽마르트르의 물랑 루즈에서 술 마시며 보드빌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이 된 듯한 기분도 들어서 2배로 즐겁다.
전반적으로 물랑 루즈 공연이 그런 느낌이었던 것 같다.
1899년 물랑 루즈에서 일어난 크리스티안과 사틴의 러브 스토리를 보는 것과 동시에, 1899년 물랑 루즈에서 하나의 관객이 되어 보드빌 공연을 보는 듯한 기분.
특히 뮤지컬만의 오리지널 음악이 아닌 유명 팝송들을 넘버로 사용하는데(영화를 안 봐서 몰랐는데 원작 영화도 똑같더라…) 그게 사실 처음엔 위화감이 들었다.
그야 복장은 1899년스럽게 입어놓고 갑자기 케이티 페리의 Firework를 부르면 분위기 깰 수 밖에…ㅋㅋㅋ
심지어 마지막에는 사틴이 죽었는데 슬퍼할 시간도 없이 다같이 무슨 애니 엔딩곡 파트 마냥 나와서 사이좋게 노래 부르니까 더더욱ㅋㅋㅋㅋ
그래서 극의 스토리에 엄청 몰입이 되지는 않았지만, 그치만 그런 분위기였기 때문에 콘서트를 보고 있는 듯한, 19세기 물랑 루즈에 공연을 보러 온 관객이란 느낌도 들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갠적으로 뮤지컬은 처음 볼 때보다 뮤지컬 내용과 넘버를 이미 알고 있을 때 더 재밌다고 생각하는데, 그런 의미에서 물랑 루즈의 넘버들은 첨 들어도 어딘가에선 다 들어본 팝송이기 때문에 흥이 날 수 밖에 없다.
(너무 즐거운 나머지 옆자리 아주머니는 자체 싱어롱으로 감상하심ㅜㅜ…)

2시 공연이었는데 요즘은 5시만 되어도 꽤 어둡다.
(2막에서 샴페인 마셔서) 화장실 다녀왔다가 나왔더니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있었다.
알고보니 스테이지 도어!
내가 본 건 2시 마티네고 8시에도 또 소와레 공연이 있어서 어차피 배우들 퇴근은 못 볼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차피 우버 부르고 시간이 꽤 남아서 그냥 한번 그냥 기다렸다.

근데 의외로 배우들이 다들 나왔다…?
한국처럼 8시 공연이라고 캐스트가 다른 것도 아닌데…?
딴데서 쉬다가 오나…?
암튼 처음 나온 건 산티아고.

두번째는 지들러.

세번째는 크리스티안. 크리스티안 배우는 차 불러둔 게 있었는지 인사 많이 못 해서 미안하다고 하고 후다닥 지나갔다.

그리고 (내가 본 배우들 중엔) 젤 마지막으로 나온 사틴!! 팬들이랑 사진도 많이 찍어주고 사인도 다 해줬다.
알고보니 다음날이 사틴으로서 마지막 공연이더라. Ashley Loren이라는 배우였는데 브로드웨이의 최장기 사틴이라고 한다. 사틴 그 자체를 보여준 배우.


그래서 나도 처음으로 배우 사인을 받아봤다!
신기한 경험이었다ㅋㅋ
누구랑 같이 갔으면 스테이지 도어 앞에서 기다릴 생각 못 했을 것 같은데 혼자 돌아다니니 이런 경험도 해보네…
앞으로 더 보고 싶은 극은 아까 말했던 체스와 해밀턴. 가능하다면 (토니상 받았다는) 어쩌면 해피엔딩, 위대한 개츠비, 북 오브 몰몬, 하데스타운도…^^
DI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