댄스 마카브르(ダンス・マカブル) 올클 후기

GAMES/동인 게임

2021. 9. 25.

카모카테 스토리 담당하신 oumi님의 또 다른 게임 댄스 마카브르(La Danse Macabre). (사실 프랑스어니까 당스 마카브르가 가깝겠지만) 1월에 클리어한 카모카테 후기도 아직 덜 썼는데 댄스 마카브르 후기를 먼저 쓰게 되네... 

 

사실 우리집은 무교라서 내가 아는 기독교 관련 지식은 어릴 적에 아동용 세계명작 전집에 포함되어있던 구약/신약, 영문학 수업에서 들은 내용, 그리고 여기저기서 주워들은 잡지식 밖에 없는데, 게임의 배경이 되는 기독교나 라틴어, 프랑스어에 대해서 잘 알면 더 재밌게 할 수 있을 것 같다. 

 

공홈에 나와있는 예상 플레이 타임은 2시간 내외였는데 나는 8시간쯤 걸린 것 같다... 엔딩 1, 2를 보려고 할 때 이벤트 순서가 꼬여서 한 5번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한 것 같은^^; 지도 같은 경우에는 초반에 너무 헷갈려서 아예 공책을 꺼내놓고 공책에 지도를 그려가면서 했다. 오프라인에서도 온라인에서도 길치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지도를 기억할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믿지 않았음...ㅋㅋㅋㅋㅋㅋㅋ 

 

실행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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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혜롭게도 한국어 번역을 해주신 분이 계시다! 여기서 다운로드 가능. 그런데 오래된 일본 동인 게임이다보니 그냥 실행이 안 되고 따로 프로그램을 돌려야 한다. 사실 여기서부터 조금 애먹었다..^^; 다른 옛날 일본 동인 게임 돌리면서 로케일 에뮬레이터 받아둔 게 있어서 그걸 쓰면 될 줄 알았는데 로케일 에뮬레이터로 돌리면 중국어(...)로 나오는 오류가 있었다. 그래서 넬타를 다운 받아서 실행하고 아래와 같은 옵션을 맞춰줘야 한다. 

 

 

1. 넬타 실행

2. App Path에 실행할 게임 파일 선택 (*파일 경로에 영어를 제외한 언어가 들어있으면 안 됨. 게임을 처음 다운받았을 때 ダンスマカブル라고 일본어로 되어있는 폴더명도 영어로 바꾸어줘야 함) 

3. Component Select를 ntleaj.dll로 변경

4. Save & Run 

 

등장인물

알루엣(Alouette) & 라자르(Lazare)

같은 마을에 사는, 소꿉친구인 소년소녀. 정신이 들자 본 적도 없는 대성당에 흘러들어와 있었다.

게임의 주인공은 왼쪽의 여자아이 알루엣이고 플레이어는 알루엣을 통해 스토리를 풀어나간다. 물론 소꿉친구인 라자르도 게임 내에서 중요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알루엣과 라자르 외에도 등장하는 인물이 있지만 공식 홈페이지에는 따로 나와있지 않으니 패스!^^


엔딩은 1~5까지 총 5가지가 있고 나는 4-5-3-2-1 순서로 플레이했다. 5는 사실 아무 때나 봐도 되긴 하는데 4 진행 도중에 세이브 파일을 만들어서 보는 게 제일 편하다.

 

아래는 나처럼 순서 헷갈려서 8시간 걸려 클리어하지 마시라고(...) 적어본 최단루트로 올클 가능한 공략. 근데 게임을 노공략으로 플레이하면서 헤매는 건 헤매는 거대로 재밌긴 하다. 게다가 적고 보니 별로 간단하진 않은 듯...;  

 

전 루트 간단(?) 공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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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을 뜨고 라자르를 쫓아감 (라자르 회상1)

2. 오른쪽의 양초를 챙긴 뒤 왼쪽으로 탈출

3. 위로 올라가 신랑의 ALOUETTE라고 적힌 벽의 문 조작하기 (라자르 회상 2)

4. 신랑 아래쪽으로 내려가면 뒤집힌 4 문양이 생겨있는데, 반대쪽 우측의 가면 쓴 남자에게 말 걸기 (?? 회상 1, 정신력 4)

5. 문양의 순서대로 성서 열고 (좌-우-상-하) 계단 내려가기

6. 미로 퍼즐 풀기 (중앙의 A 블록에 도달 후 되돌아 나오며 그림자가 짙은 블럭 넘어트리기. ABCDR)

7. 미로 위쪽의 출구로 나가 쭉 올라가다가 지하 예배당의 십자가에서 획득.

8. 더 위로 올라가 후진에서 우측의 수로 열쇠를 획득한 후 양초를 들고 불에 가까이 다가가 양초에 불 붙인다.

9. 후진에서 내려와 왼쪽의 납골당에서 불 붙인 양초로 횃불 켜기

10. 횃불을 전부 키면 가면 쓴 남자에게 말 걸기 (?? 회상 2, 정신력 3) 회상이 끝난 후 말을 한 번 더 건다.

11. 납골당에서 나와 한 번 내려간 뒤 우측의 저수지에 들어간다. 제일 안 쪽에서 수로 열쇠 아이템 사용.

12. 수로에서 나와 미로로 내려가면 아래쪽 출입구에서 개가 등장한다. 빠르게 위쪽 출입구로 도망간다.

13. 다시 미로로 내려가면 개가 사라져 있다. 미로의 아래쪽 출구로 내려가서 계단 앞의 가면 쓴 남자에게 말 걸기 (?? 회상 3, 정신력 2)회상 속에서 허브를 모두 획득한 뒤 바구니에 넣어 허브 바구니 획득.

14. 회상이 끝난 후 지하 예배당으로 올라가면 개가 을 놓고 사라진다. 빵을 성찬식 바구니에 넣으면 우측 벽에서 식초가 떨어진다.

15. 후진으로 올라가면 불 대신 물 웅덩이가 생겨있다. 쭉 올라가 아이템을 하나 더 획득. (라자르 회상 3)

16. 계단을 사용하지 않고 쭉 내려가면 양쪽에 사다리가 한 개씩 있다. 좌측의 사다리를 올라 못을 사용 후 종을 울려 천상의 열쇠 획득. 다시 내려와 우측의 사다리를 오르고 못을 사용한 뒤 반지 획득. (라자르 회상 4) -> SAVE 1

17. 다시 신랑으로 쭉 내려가면 좌측의 뒤집힌 4 모양 우측에 ABRACADABRA란 글자가 쓰여있다. 근처에서 종잇조각 획득.

18. 저수지로 올라가 ABRACADABRA 순으로 글자 패널을 밟으면 좌측 상단에 조제실 문이 열린다.

19. 조제실에서 빈 유리병 획득. 가면 쓴 남자에게 말 걸지 않는다.

20. 지하 예배당으로 올라가 유리병에 식초 담아서 화이트 비네거 획득 

21. 조제실로 돌아가 맨 왼쪽 도구에 화이트 비네거와 약초 바구니를 넣고 네 도둑의 식초 획득. 가면 쓴 남자에게 말 걸지 않는다 (정신력 4)  -> SAVE 3

22. 식초 완성 후 조제실의 가면 쓴 남자에게 말 걸기 (?? 회상 4, 정신력 3)

23. 납골당으로 이동해 가면 쓴 남자에게 네 도둑의 식초 건네기

24. 오른쪽에 생긴 문을 통해 대기실로 이동하고 대기실에서  획득 후 웨딩드레스 착용 (라자르 회상 5) -> SAVE 4

25. 같은 길로 되돌아가 대기실을 빠져나온 후 후진의 월계 획득

26. 신랑으로 이동 후 ALOUETTE라고 써있던 문을 열고 신당으로 이동

27. 라자르와 대화 후 라자르에게 월계관 건네기 

28. 라자르와 대화 후 지하의 열쇠 획득 (라자르 회상 6)

29. 신랑 아래쪽의 맨 왼쪽의 까만 얼룩 사이로 지나가 측랑으로 이동

30. 못을 이용해 덩어리를 뚫고 지나간 후, 추적자를 피해 빠르게 복도 우측의 끝 부근에 못 박기

31. 측랑 맨 오른쪽 끝의 스위치를 조작한 후 다시 신랑으로 이동

32. 신랑 아래쪽의 문 중 오른쪽의 CAELUM이라고 적혀있는 문을 천상의 열쇠로 열고 선착장 입장

33. 가운데의 나무 패널을 조작해 수로를 액체로 채운다

34. 빙 돌아가 INFERNUS라고 적힌 선착장 왼쪽 문을 지하의 열쇠로 열고 입장

35. 배를 후미에서 조작해서 띄운 후, 다시 CAELUM 쪽 문으로 돌아가 입장한 후 배에 승선 -> FIN 1

 

SAVE 1에서

1. 반지를 들고 ALOUETTE라고 써있던 신랑 위쪽의 문을 연다.

2. 오른쪽의 계단을 내려가 대기실에서 획득 후 웨딩드레스 착용 -> SAVE 2

3. 같은 길로 되돌아가서 신당에 들어감-> FIN 4

 

SAVE 2에서

1. 알루엣의 정신력이 0이 될 때까지 위쪽의 꾸물거리는 덩어리에 여러 차례 접촉 -> FIN 5

 

SAVE 3에서

1. 납골당으로 이동해 가면 쓴 남자에게 네 도둑의 식초 건네기

2. 오른쪽에 생긴 문을 통해 대기실로 이동하고 대기실에서 획득 후 웨딩드레스착용 (라자르 회상 5)

3. 같은 길로 되돌아가 대기실을 빠져나온 후 후진의 가시 면류관 획득

4. 신랑으로 이동 후 ALOUETTE라고 써있던 문을 열고 신당으로 이동

5. 라자르와 대화 후 라자르에게 가시 면류관 건네기 

6. 라자르와 대화 후 지하의 열쇠 획득 (라자르 회상 6)

7. 신랑 아래쪽의 맨 왼쪽의 까만 얼룩 사이로 지나가 측랑으로 이동

8. 못을 이용해 덩어리를 뚫고 지나가 맨 오른쪽 끝의 스위치를 조작한 후 다시 신랑으로 이동

9. 신랑 아래쪽의 문 중 오른쪽의 CAELUM이라고 적혀있는 문을 천상의 열쇠로 열고 선착장 입장

10. 가운데의 나무 패널을 조작해 수로를 액체로 채운다

11. 빙 돌아가 INFERNUS라고 적힌 선착장 왼쪽 문을 지하의 열쇠로 열고 입장

12. 배를 후미에서 조작해서 띄운 후, 다시 CAELUM 쪽 문으로 돌아가 입장한 후 배에 승선 -> FIN 3 

 

SAVE 4에서

1. 같은 길로 되돌아가 대기실을 빠져나온 후 후진의 가시 면류관 획득

2. 신랑으로 이동 후 ALOUETTE라고 써있던 문을 열고 신당으로 이동

3. 라자르와 대화 후 라자르에게 가시 면류관 건네기 

4. 라자르와 대화 후 지하의 열쇠 획득 (라자르 회상 6)

5. 신랑 아래쪽의 맨 왼쪽의 까만 얼룩 사이로 지나가 측랑으로 이동

6. 못을 이용해 덩어리를 뚫고 지나가 맨 오른쪽 끝의 스위치를 조작한 후 다시 신랑으로 이동

7. 신랑 아래쪽의 문 중 오른쪽의 CAELUM이라고 적혀있는 문을 천상의 열쇠로 열고 선착장 입장

8. 가운데의 나무 패널을 조작해 수로를 액체로 채운다

9. 빙 돌아가 INFERNUS라고 적힌 선착장 왼쪽 문을 지하의 열쇠로 열고 입장

10. 배를 후미에서 조작해서 띄운 후, 다시 CAELUM 쪽 문으로 돌아가 입장한 후 배에 승선 -> FIN 2

 

*눈을 뜨자마자 라자르가 아닌 가면 쓴 남자를 따라가고, 이후 FIN 1 공략대로 진행 후 승선 직전에 INFERNUS 문 쪽의 가면 쓴 남자에게 말을 걸면 ?? 회상 5와 6 회수 가능. (FIN 1 내용에 살짝 변화가 생긴다) 

 

이하 내용은 전부 스포일러!

 

스토리 전반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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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의 시작화면인데 처음 보고 당황했다... 라틴어를 띄엄띄엄 알아서 equus pallidus를 보고 대충 '창백한 말'인 건 눈치를 챘는데 '음부가 그 뒤를 따르리라'라고 해서 나 혼자 ????? 상태가 됨. 게임 다 클리어한 뒤에 사전 찾아보고 알았다. 陰部(성기)가 아니라 陰府(저승)라는 걸... 성경 중 특정 판본이 저 번역을 사용하는 것 같던데... 아니 근데 보통 누가 지옥을 음부라고 쓰냐고요...ㅠㅠ;; 암튼 저 때는 당황해서 라틴어 부분을 찾아서 영어로 번역을 돌렸다. 

 

"And behold a pale horse, and he that sat upon him, his name was Death, and hell followed him. And power was given to him over the four parts of the earth, to kill with sword, with famine, and with death, and with the beasts of the earth." (Apocalypse 6:8)

"창백한 말을 보라. 그 위에 타고 있는 자의 이름은 죽음이며, 지옥이 그를 따랐다. 그리고 그들에게는 칼, 기근, 죽음, 그리고 지상의 괴물들로 죽일 지상의 사분의 일에 대한 힘이 주어졌다" (요한계시록 6장 8절)

 

모르는 성당에서 깨어난 알루엣. 못 획득해 빨간 곳에 꽂으면 쥐들이 물러간다. 여러 차례 반복한 뒤에야 이때 알루엣이 "저를 비추어주세요" "저는 당신을 따릅니다"라고 기도한 후에야 알루엣이 빛을 따라 움직인다는 걸 알았다. 

 

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저 십자가는 뜬금없이 왜 저기 있었을까...) 알루엣이 깨어난 곳에는 MEMENTO MORI라는 글이 적혀있다. 라틴어로 '죽음을 기억하라'라는 뜻으로 누구나 죽음을 피할 수 없음을 언제나 기억하고 있으라는 의미다. 게임의 제목 danse macabre도 비슷하게 죽은 자들이 일어나 춤을 추는 모습을 통해 생전의 부귀영화와 관계없이 누구에게나 평등하게 죽음이 기다리고 있음을 알려준다. 

 

라자르 이벤트1

누가 봐도 그렇고 그런 할 말일 것 같은 상황! 근데 알루엣이 기절했다 눈을 뜨니 혼자 남겨져 있어서, 처음 플레이할 때는 라자르가 알루엣만 남기고 도망간 줄 알고 싹수가 노란 놈이라며 욕했다ㅋㅋㅋㅋㅋ 미안 라자르..!

 

처음엔 놀랐지만 생각해보니 당연했던(?) 부분. 알루엣은 옛날 유럽 시골 마을의 여자 애니 글을 잘 읽을 리 없었다. 게다가 아마 저 성경은 라틴어 성경이지 않았을까... 

 

라자르 이벤트 2

알루엣의 이름이 적힌 벽 쪽의 문을 건드리면 라자르가 문 건너편에 있다는 걸 알게 된다. 라자르의 목소리를 듣고 다시 라자르와 관련된 기억을 떠올리는 알루엣. 근데 라자르 누가 봐도 사망 플래그인 대사를 꽂고 갔다......

 

라자르 회상을 내려가면 왼쪽에 거꾸로 된 4 모양이 있다. 처음에는 별생각 없이 동서남북 방위 표시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보니 왼쪽이 북쪽이라서 방위 표시가 아닌 것 같았다. 성호를 긋는 순서일까? 근데 성호는 상-하-좌-우 순으로 긋는다고 알고 있는데 저 모양대로 성호를 긋는다고 하면 누군가 알루엣의 머리맡에서 내려다보며 성호를 긋고 있는 걸까. (의사가?)

 

알루엣은 성경을 읽을 수 없지만 역병 의사는 읽을 수 있다! 의사에게 말을 걸고 나면 성경을 펼칠 때 내용을 읽어준다. 펼쳐진 성경의 내용은 요한 계시록 19:6부터 19:9까지로, '어린양의 혼인 잔치'가 주제. 나중에 성경 너머의 신당에서 알루엣과 라자르의 결혼식이 열린다는 걸 생각하면 슬프다. 

 

처음엔 몰랐는데 여러 번 오다 보니 해골 모양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고 나서도 그냥 눈에서 불 뿜는 것 같아서 웃기다고 생각했는데 흑사병의 증상 중 하나인 고열을 표현한 거라는 설명을 읽고 그저 숙연해짐...

 

납골당에서 만난 의사와 의사 회상 1 (초회차 스샷인데 사실 이 회상을 지금 여기서 보면 안 됨..). 둘 다 당시 시대상이 잘 보이는 대사라고 생각했다. 당시 사람들은 안 좋은 공기(miasma)가 병의 원인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의사들은 가면의 부리 부분에 '공기를 정화하는' 허브를 넣어 다녔다. 그리고 우리의 독실한 알루엣은 그조차도 아니고 하나님이 인류에게 내려준 벌이라고 생각하는 듯... 

 

아까 올린 공략 순으로 플레이하는 걸 추천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 순서가 내 취향이라서..기도 한데, 그 순서대로 진행하면 후진(머리) 꼭대기 부분에 도달했을 때 라자르를 위해 화관을 만드는 라자르 회상 3을 볼 수 있다. 특히 그 자리에는 같이 가시 면류관도 있기 때문에 딱 맞는 위치 선정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미켈란젤로의 피에타상. 피에타(Pietà)는 이탈리아어로 연민, 동정심을 뜻하는 말로 성모 마리아가 아들의 죽음을 애도하는 모습을 새긴 조각상이다. 관을 쓰는 머리 꼭대기 위치에 피에타 상이 위치해있다는 건 아마 신이 의도했던 것은 인류에 대한 연민과 동정이었단 뜻이 아닐까..? 엔딩 2에서 알루엣은 '신이 가시 면류관을 가리켰기에' 인류는 가시밭길을 걸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신이 의도한 건 가시 면류관이 아니라 월계관이었단 생각이 든다. (그래서 엔딩 1이 진엔딩스러운 것 같기도 하고) 

 

종루로 올라가는 사다리 옆에는 스테인드 글라스풍으로 흑사병이 돌던 당시의 모습이 그려진 그림이 있다. 아름답긴 한데.. 역시 슬프다. 그리고 올라가다 보면 창문 너머로 라자르 회상 6에서 라자르가 말했던 바닷가 풍경이 보인다. (눈물 찔끔..ㅠ) 

 

누가 봐도 손바닥 모양인 맵. 그 한가운데에 직접 못을 꽂는 진정한 신성 모독 게임... 게다가 예수가 그리스도의 고난(Passion of Jesus)을 통해 인류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인류를 구원했다고 하는 것처럼, 손바닥에 못을 꽂을수록 가시 면류관에 잎이 피어난다. 손 발에 하나씩, 4개를 모두 꽂았을 때만 가시 면류관이 완전한 월계관으로 바뀌어 엔딩 1을 볼 수 있다.

 

북쪽 종루(오른손)의 가운데 손가락에는 종을 울리는 장치가 있고, 남쪽 종루(왼손)의 약지에는 라자르가 건네준 반지. 아까 라자르 회상 3과 마찬가지로, 위의 순서대로 진행했을 때 반지를 주우며 라자르가 웨딩드레스를 위한 흰 천과 반지를 알루엣에게 선물하는 라자르 회상 4를 볼 수 있다. 회상 4의 라자르 기침 소리 이펙트가 소름이었다. (이 시국이라서 더더욱) 

 

FIN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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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vie éternelle (둘이서 영원을)

라자르가 죽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알루엣. 라자르를 찾아 문을 열자 암전된 신당에서 알루엣의 '엄마'와 '아빠'가 빨리 준비하라며 알루엣을 오른쪽 계단으로 이끈다.

 

계단으로 내려가면 대기실. 무슨 대기실인가 했더니 웨딩드레스가 있는 걸 보면 신부 대기실인가 보다. 라자르가 회상 4에서 알루엣에게 건네준 천으로 만든 흰 옷. 플레이어가 보기에는 영락없는 웨딩드레스인데 아이템 이름이 간단하게 '흰 옷'이다. oumi님에 따르면 당시 웨딩드레스는 보통 화려한 색이었으며  당시 흰 옷은 상복으로 많이 입었다고... 알루엣은 그걸 상복이라고 생각했을까? 아니면 웨딩드레스라고 생각했을까. 아무튼 알루엣은 그렇게 라자르가 준비한 천으로 만든 상복을 입고 다시 신당으로 되돌아간다...

 

그냥 내용만 보면 소꿉친구였던 아이들의 귀여운 결혼식인데 배경의 무한 반복되는 '축하해 알루엣' 때문에 누가 봐도 광기 들린 배드 엔딩ㅠㅠㅠㅠ

 

알루엣 입장에선 라자르에게 yes라고 답한 적이 없는데 라자르 혼자 북 치고 장구 쳐서 서프라이즈 결혼식을 준비한 상황ㅋㅋㅋㅋㅋ 처음엔 좀 뿔이 나있었지만 원래도 프러포즈를 승낙하려고 했으니 얼떨결에 결혼까지 한다...

 

결혼식에서 신랑 신부의 선서 중 유명한 '죽음이 우릴 갈라놓을 때까지'(till death do us part). 결혼식에서 알루엣과 라자르는 영원히 함께 하기로 맹세한다. 엔딩 4만 보면 알 수 없지만 나중에 엔딩 1~3을 보면 라자르가 이미 흑사병으로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이미 죽은 신랑과 죽음의 기로 앞에서 수의를 입고 결혼식을 올린 신부... 죽음이 둘을 갈라놓을 때까지 함께하자고 맹세했지만 이미 죽었다면 죽음조차 그 둘을 갈라놓을 수 없겠지요... 

 

프랑스어를 해석하면 '영원한 생명.' 알루엣은 흑사병으로 인한 고열에 시달리다가 결국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죽는 엔딩인 듯하다. 물론 이 게임은 알루엣의 시점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알루엣이 깨어나지 못한 엔딩 4만 보면 그 사실을 모른다... 

 

FIN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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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li eli lema sabachthani (주여, 주여, 어째서 당신은)

엔딩 4에서 드레스가 있던 대기실 위쪽 길로 가려고 하면 무언가의 가스(?)에 가로막혀 진행할 수 없고, 가스에 닿을 때마다 정신력이 깎인다. 정신력이 0이 되면 엔딩 5를 볼 수 있다. 저 윗길은 납골당으로 이어지는 길인데, 저기에 가스가 끼어있는 이유는 완성된 식초를 납골당의 의사에게 가져다주지 않아서인 것 같다. 그럼 아마 저 가스는 흑사병일 테고 (특히 당시엔 안 좋은 공기가 병의 근원이라고 생각했으니)... 정신력이라고 하는 건 흑사병에 걸린 알루엣의 차도인 걸까? 정신력이 낮아질수록 화면 주위의 춤추는 해골들(죽음의 무도)이 점점 더 화면을 많이 차지하면서 '죽음이 다가온다'라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정신력이 높을수록 병이 나을 확률이 높고 정신력이 낮을수록 병에 걸려 죽을 확률이 높아지는 건가..? 

 

아무튼 정신력이 0이 된 알루엣은 처음 눈을 뜬 측랑으로 돌아가 눕는다. 알루엣이 처음 게임이 시작될 때 '당신을 따르겠습니다'라고 기도했을 때 이후 처음으로 빛 밖으로 나간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빛을 움직여 쓰러진 알루엣을 비춰주어야만 다음 대사를 볼 수 있다. 초반의 기도만 봤을 때는 전혀 몰랐는데, 엔딩 5를 보고 나면 사실 플레이어가 알루엣을 조작한 게 아닌 빛을 조작한 거란 사실을 깨달을 수 있다. 

 

엔딩 5의 제목은 마태복음 27장 46절에 등장하는 예수의 유언. 예수가 십자가에 못 박혀 죽기 전 마지막으로 '주여, 주여, 어찌하여 당신은 나를 버리셨나이까'라고 말한 것이라고 한다.

 

FIN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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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nto mori (죽음을 기억하라)

허브와 식초를 섞으면 '네 도둑의 식초'를 만들 수 있다. 뭐 이런 이름이 다 있나 싶었더니 실제로 옛날 유럽에서 소독제로 사용하던 식초였다. 흑사병이 유행하던 때 네 명의 도둑이 흑사병에 걸리지 않고 도둑질을 하기 위해 만들어냈다고 해서 네 도둑의 식초(Vinaigre des quatre voleurs)라고 불린다고 한다. 그래서 식초를 만들기만 하면 정신력이 +2 된다! 

 

완성된 네 도둑의 식초를 가져다주면 의사가 또 성경을 읊어준다. 부정한 바빌론을 떠나 예루살렘으로 향하라고 신이 명하는 이사야 52:11.

 

아마 엔딩 3에서처럼 라자르 이벤트를 충분히 보지 못 했으면 여기서 알루엣이 라자르가 이미 죽었단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라자르 이벤트를 봤으면 여기서 라자르 회상 5를 볼 수 있다. 십자가에 드레스가 걸려있던 곳은 사실 라자르의 무덤. 난 처음에 "이런 곳에 있었네"라고 하는 말이 "드레스가 여기 있었네"라는 뜻인 줄 알았는데 나중에 보니 십자가가 올려진 돌무덤이었다...ㅠㅠ (눈물 찔끔) 납골당이 아니라 숨겨진 문 너머 대기실에 홀로 잠들어있는 라자르... 알루엣의 정신세계인 이곳에서 라자르의 무덤만 대기실에 있는 건 아마도 알루엣이 너무 괴로워서 라자르의 죽음을 무의식에 묻어두었기 때문에.

 

이것도 신의 빛에 이끌렸다는 말도 플레이어가 알루엣에게 빛을 내려주던 신이란 소리겠지... 알루엣은 신이 자신을 이끌어주었기에 자신에게 해야 할 일이 남아있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플레이 중엔 별생각 없이 넘겼는데 생각해보니 '그걸 스스로 선택한 게 되는 거야'라고 이야기한 건 알루엣이 가톨릭 신자라서. 기독교에선 자살이 지옥에 떨어질 죄니까...

 

심판의 날에 대한 말에선 왠지 존 던의 『죽음이여 뽐내지 마라』(Death be not proud) 소네트의 마지막 행이 생각났다. "짧은 잠을 자고 나면, 우리는 영원히 깨어나고 / 죽음은 더 이상 없으리; 죽음, 그대가 죽으리라." (One short sleep past, we wake eternally / And death shall be no more; Death, thou shalt die, 13-14) 

 

이 대사가 헷갈렸다. 알루엣이 말하는 '그 모습'은 흑사병에 걸린 라자르의 모습일까? 죽어가는 라자르의 모습이 신이 내려준 시련이기 때문에 극복해야 한다고 생각한 걸까.

 

기독교적 세계관에서 인간은 원죄가 있기 때문에 태어나면서부터 죄인이다. 그렇기 때문에 알루엣은 흑사병이 신이 내린 시련이자 죄에 대한 벌이라고 생각한다. 이 부분에 관련해서 oumi님 블로그를 읽으면서 재밌는 구절을 발견했다. "애매한 이야기지만, 인과응보라는 것은 창작물에서도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등장인물이 인식하는 방식은 좁습니다. 죄를 저질렀기 때문에 나쁜 일이 일어난다, 가 아니라. 나쁜 일이 일어나는 것은 죄가 있기 때문이다, 라고 인식하고 맙니다. 우리는 부조리함에 견디지 못하고, 이야기에 의존합니다." 현대인과는 다를 수 밖에 없는, 18세기 유럽을 살아가는 알루엣의 사고방식을 간결하게 설명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그냥 왠지 좋았던 대사. 사실 알루엣이 이야기하는 용서란 세상이 멸망하는 심판의 날에나 받을 수 있는 것이겠지만...

 

결혼식 하객으로 와있던 사람들이 쥐로 변해서 사라지는 걸 보고 비명 지를 뻔 했다...

 

갑자기 웬 바다? 싶었는데 작품의 배경이 1720년의 마르세유 근방이라고 한다. 알루엣 네 마을은 설정상 마르세유에서 걸어서 하루 정도 걸리는 마노스크(Manosque) 근처의 작은 언덕 마을이라고. 그러니 아마 라자르가 아버지를 따라나서던 도시도, 알루엣에게 보러 가자고 한 바다도 마르세유일 듯하다... (사실 난 첨에 흑사병 도는 프랑스가 배경이라고 들어서 당연히 14~15세기 중세일 줄..) 

 

알루엣 머릿속의 라자르를 성불(기독교 세계관 속에서 이 말 쓰기 좀 그런데 정말 이 표현밖에 생각이 안 나섴ㅋㅋㅋㅋ) 시키고 밖으로 나오면 ALOUETTE라는 글자가 IL EST MORT(그는 죽었다)로 바뀌어있다...

 

엔딩 5에서 그랬듯이 신(으로 생각되는 플레이어)의 의지를 따르는 알루엣. 

 

찾아봤는데 아마도 베르디의 레퀴엠(위령 미사곡) 가사인 것 같다. 수의를 입고 이런 대사를 하니 뭔가 자신의 장례식에서 위령을 하는 느낌인데 사실 이 배를 타고 알루엣은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게 된다는 게 모순적이다. 아마 라자르를 위한 기도였겠지... 

 

죽은 세 명의 왕(De Tribus Regibus Mortuis)이라는 14세기 중세 시로, 세 명의 왕이 숲에서 사냥을 하던 중 각자의 조상과 조우하는 내용을 다룬다. 그 왕들은 '우리 또한 언젠가 살아있었고 너희도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라는 메시지를 남긴다. 이 시 외에도 널리 퍼져있던 설화로 누구나 언젠가 죽게 되니 생전의 부귀영화는 무의미하다는 이야기.

 

그리고 엔딩 크레딧과 함께 알루엣과 의사는 배를 타고 간다. 그 위에 보이는 라틴어로 위령 미사곡 중 진노의 날(Dies irae) 부분. 아마 기독교 세계관 속 심판의 날에 대한 이야기인 듯하다.

Dies iræ, dies illa 

진노의 날, 그날
Solvet sæclum in favilla

세상을 재로 만드시는 그날
Teste David cum Sibylla

다윗과 시빌라가 예언한 대로
Quantus tremor est futurus

얼마나 큰 두려움이 있을 것인가
Quando iudex est venturus

심판자가 당도하시어
Cuncta stricte discussurus!

만물을 엄격하게 심사하실 때!

 

배를 타고 탈출하는 알루엣

 

모든 것은 알루엣이 흑사병으로 의식을 잃어서 상상했던 것. 그리고 미친놈 같아 보이던 수수께끼의 인물은 사실 알루엣을 간병하던 의사였다... 그래서 엔딩 3을 본 이후로 진도표에 가면 쓴 남자가 더 이상 ??라고 표시되지 않고 제대로 의사라고 표시된다.

 

마을에 남아 마을 사람들을 기리는 알루엣.

 

사실 memento mori는 '너 또한 언젠가 죽는다는 사실을 잊지 마라'라는 메시지에 가까운데 겨우 흑사병을 털고 일어난 알루엣에게 '너도 언젠간 죽을 거다'라고 이야기하는 건 너무 가혹하고 냉소적이지 않나 싶고..ㅠㅠㅋㅋㅋㅋ 그래서 왠지 이 엔딩에서는 '죽은 자들을 기억한다'라는 의미도 될 것 같다. 알루엣이 무릎 꿇고 있는 저 무덤은 라자르가 실제로 묻힌 곳일까 싶기도 하고. 아니면 알루엣은 심판의 날에 대한 굳은 믿음이 있는 것 같았으니 '언젠가 나도 죽어 다른 사람들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라고도 생각해볼 수도 있을까? 


여기까지 보니 타이틀 화면이 바뀌었다. 아마 라자르 이벤트를 통해 라자르가 죽었다는 걸 깨닫고 신당 앞의 IL EST MORT라는 글자를 보면 해금되는 게 아닌가 싶다. 뒤에 있는 알파벳은 하느님에게 자비를 구하는 곡의 가사로 Kyrie eleison, Christe eleison, Kyrie eleison(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그리스도여 자비를 베푸소서, 주여 자비를 베푸소서).

 

FIN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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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Plague Maiden (역병의 처녀)

 

역병 의사를 4번 이상 만나야 한다. 또 순서를 틀리면 만나는 횟수가 줄어들기 때문에 꼭 순서도 지켜야 한다.

1. 신랑의 성서 앞에서 

2. 납골당에서 불을 붙인 후 (식초 완성하기 전)

3. 미로에서 개를 만나 도망친 직후 지하통로에서 (아직 종루의 못을 박기 전)

4. 네 도둑의 식초 제작 완료의 조제실에서

완전 엔딩 끝부분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나는 사실 엔딩 2에서 알루엣이 흑사병에 걸린 사람들을 돕는 엔딩인 줄 알았다. 그런데 찾아보니 그게 아니라 알루엣이 흑사병을 퍼트리고 다니는 엔딩이라더라(...) 그래서 대체 왜 알루엣이 그런 생각을 하게 된 걸까 고민을 해봤는데... 엔딩 2와 엔딩 3을 보는 조건의 차이점은 의사 회상 4를 보아야 한다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회상 4에서 알루엣이 떠올린 기억은 출애굽기 9:8~9:10를 읽어주는 의사의 모습. 이 구절에서 신은 모세와 아론에게 재를 뿌리라고 명령하고, 그 재를 맞은 이집트의 사람들은 피부병을 앓게 된다. 나중에 알루엣이 '신의 의지에 따라' 흑사병을 퍼트리고 다니는 모습과 똑같다. 그래서 알루엣이 흑사병을 퍼트리자고 마음을 먹게 된 계기는 이 기억을 떠올리며 성경의 그 구절에 꽂혔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엔딩 3에서도 있었는지 잘 모르겠는데 엔딩 2를 볼 때는 신당에 의사도 있더라. 이때 말을 걸면 의사가 요한계시록 2장 10절을 읊어준다. 

"너는 장차 받을 고난을 두려워하지 말라. 볼지어다 마귀가 장차 너희 가운데에서 몇 사람을 옥에 던져 시험받게 하리니.

너희가 십일 동안 환난을 받으리라. 네가 죽도록 충성하라 그리하면 내가 생명의 관을 네게 주리라."

 

알루엣은 이 뒤에 말 그대로 신에게 충성해서 라자르의 손을 잡지 않고 흑사병이란 시련을 이겨낸다. 

 

첫 장면에서도 그렇고 유난히 의사를 싫어하는 라자르. 사실 진짜 라자르가 아니고 알루엣 머릿속의 라자르고, 라자르를 '나의 죄'라고 부르는 알루엣을 보면 아마 흑사병이란 개념(?) 그 자체를 알루엣 머릿속에서 라자르로 구현한 게 아닐까... 흑사병으로 인한 라자르의 죽음이 알루엣에게 워낙 큰 충격이었던 것 같으니까. 그럼 라자르가 의사를 그렇게 싫어하는 것도 이해가 간다.

 

나는 역병을 치료하는 건 줄 알았는데 퍼뜨리는 거였니... 알루엣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인영이 까맣게 변한다. 알루엣은 흑사병을 이겨내고 살아났기 때문에 흑사병에 더 이상 걸릴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본인이 앓지는 않아도 보균자일 수 있는 걸까? 

 

마지막에 알루엣이 부르는 건 신을 찬양하는 상투스(Sanctus) 327번 성가. 쥐까지 바글바글 모여있는 라자르가 있었던 얼룩진 자리에서 신을 찬양하는 모습이 소름 돋는다... 생각해보면 알루엣이 살아남는 엔딩 중에서 유일하게 깨어난 뒤에도 혼수상태였던 때 갇혀있던 성당을 생각하는 엔딩인 것 같기도 하다. 거기서 결국은 벗어나지 못했다는 뜻인가 싶기도 하고.

 

까만 해골로 표현된 사람들은 아마 이미 흑사병에 걸렸지만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겠지..? 아니면 이미 흑사병으로 죽은 사람들의 환영인 걸까...

 

사실 난 제목 보고도 알루엣이 역병을 퍼트리고 다니게 된 거라고 눈치를 못 챘다... 왜냐면 역병 의사도 영어로 Plague doctor이라고 하니까. 알루엣은 의사가 아니기 때문에 역병을 치료하러 다녀도 doctor이 아닌 maiden이라고 불리는 거인 줄...; 게다가 마지막 엔딩 일러스트에서 알루엣이 뭔가 연설을 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알루엣이 "그 불에 태워져야 우리들은 부활의 날을 맞이할 수 있다"라고 하는 걸 보면 신이 내려준 흑사병이란 시련을 이겨내야만 죄를 용서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그런 연설을 하고 다니는 걸 수도 있지 아닐까..? 마을 사람들이 알루엣의 말을 경청하며 기도하고 있는 모습도 보이니까. (알루엣이 역병을 퍼트리고 다닌다는 생각을 하고 싶지 않은 1인..) 

 

라고 생각했는데..! 후기를 올리고나서 oumi님 블로그를 읽었더니 흑사병 관련으로 Plague Maiden이라는 전승이 있다고 한다. 당시 많은 사람들이 '역병의 처녀'라고 불리는 아름다운 마녀가 흑사병을 퍼트린다고 믿었다고. 이 글을 보니 엔딩 2는 확실히 역병을 퍼트리고 다니는 엔딩이구나 싶다. 

 

FIN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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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 Danse Macabre (죽음의 무도)

손 발에 해당하는 위치에 못을 네 개 전부 꽂고 나면 가시 면류관에 잎이 돋아 월계관이 된다. 신당의 의사가 읊는 요한계시록 2장 10절의 '생명의 관'이 아마 이 월계관일 것 같다. 아이템 설명도 "파릇한 잎으로 짜여진 면류관. 그 생명력은 마를 물리친다."라고 되어있고. 애초에 월계관은 주로 영광과 승리를 생각하니까 결국 이 월계관은 각종 시련을 넘어서서 못 네 개를 모두 꽂는 데 성공한 알루엣에 대한 보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라자르 회상에서 "지난 번에 건강을 기원하는 부적으로 화환을 만들어 선물했는데 라자르가 질색했으니 이번엔 잎으로만 만들어볼까?"라고 했던 알루엣의 말이 실현된 거기도 하고ㅠㅠ 

 

알루엣의 대사는 아무리 찾아봐도 어디서 나오는 구절인지 못 찾았다.. 궁금한데. "그분이 모두 짊어지셨으니 우리들은 이제 죄를 두려워할 필요 없다. 가시에 상처 입을 일도 없다. 피를 흘릴 필요도 없다." 어디서 나오는 구절인지 아는 사람 있으면 알려줘...

 

의사가 읊는 건 요한복음 3장 16절이다. 의사가 읊지는 않았지만 그다음에 나오는 구절 "하나님이 그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려 하심이 아니요 그로 말미암아 세상이 구원받게 하려 하심이라"(요한 3:17)이 인상적이다. 연민을 뜻하는 피에타상 앞의 가시 면류관이 월계관으로 점점 바뀌어가는 것도, 흑사병이 유행해서 사람들이 죽어가는 것도, 신이 알루엣을 빛으로 이끈 것도 모두 사람을 벌하려는 것이 아닌 구원하기 위해서라는 뜻 같아서. 

 

불쌍한 애기들ㅠㅠ... 알루엣은 '마를 쫓아내는' 월계관을 라자르에게 선물하고 라자르는 사라진다. '마를 쫓아내는' 관으로 라자르가 퇴마(?)당했다는 게 인상적이다. 알루엣이 흑사병을 신의 뜻이자 신이 내린 시련으로 생각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 구절을 생각해보니 흑사병을 악마의 산물이나 신의 의지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하고. 그러니까 라자르를 보고 '그 모습은 나의 죄'라고 한 거겠지...

 

 

다른 엔딩과는 다르게 신당 바닥의 무늬가 원래대로 바뀌면서 원래 있던 검은 얼룩이 완전히 지워진다. 특히 쥐가 바글바글했던 엔딩 2와는 완전히 반대인 모습...

 

엔딩 1에서 깨어난 알루엣은 라자르를 추억하면서 큰 도시로 나간다. 혼수상태에 빠져있었지만 그 와중에도 알루엣은 라자르의 죽음이란 충격을 이겨내고 정신적 성장을 이룬 듯하다.

 

이 게임에서 어쩌면 가장 직접적으로 플레이어가 신이라는 사실을 알려주는 부분. 알루엣은 신에게 기도를 올리는 거지만 플레이어 입장에선 알루엣이 제4의 벽을 넘어 직접 플레이어에게 말을 건다는 느낌을 받는다. 사실 이 부분에서 장성한 딸내미 독립시키는 느낌을 받아서 눈물 흘림..ㅠㅠㅋㅋㅋㅋ

 

그런데 엔딩 1은 다르게 보는 방법도 있다. 처음 의사를 마주쳤을 때 라자르의 말을 따라 라자르를 쫓아가면 라자르 루트를 타게 되고, 반대로 라자르의 말을 무시하고 의사 쪽을 향하면 의사 루트를 타게 된다. 보통은 칼 들고 있는 무서운 사람 vs. 잘생긴 미소년 소꿉친구 중 한 사람을 택해야 한다면 아무 의심 없이 후자 쪽을 택하기 때문에 사실상 의사 루트는 최소 엔딩 3을 본 이후에야 가능성을 생각해보게 된다ㅋㅋㅋㅋ 아무튼 의사 루트를 통해서만 의사 회상 5와 6을 볼 수 있고, 의사 루트를 통해서 엔딩 1을 보면 결말이 살짝 바뀐다.

 

회상 5에서야 성경 구절이 아닌 본인의 말을 하는 의사를 볼 수 있다. 사실 역병 의사 가면은 당대 의학 이론에 따라 흑사병에 감염이 되지 않으면서 환자를 보려고 만든 도구인데, 현대에는 어쩐지 죽음의 상징이 된 것도 있고 (사실 환자를 안 죽게 하려는 의사인데도) 여태까지는 계속 성경 구절만 읊었기 때문에 광신도나 미친 사람 같은 느낌이었는데, 회상 5에서 갑자기 굉장히 인간적인 캐릭터가 된다. 개를 그냥 개라고 부르는 걸 보면 왠지 좀 어설픈 사람 같고 귀엽고... (무엇보다 작명 센스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 듯...)

 

알루엣이 배를 타고 혼수상태에서 깨어나기 직전, 선착장에 서있는 의사에게 말을 걸면 회상 6을 볼 수 있다. 이 마지막 회상에서는 의사의 이름을 들을 수 있다. 보통 프랑스어로 '로슈'면 아마도 Roche일 텐데, 프랑스어로 그냥 돌이란 뜻이라 처음엔 이름이 이상해서 안 가르쳐주려고 한 건가 싶었다. (여주 이름은 그냥 '종달새'인데도) 나중에 찾아보니 이 캐릭터의 모티브는 역병에 걸린 사람들을 수호하는 성 로슈(St. Roch)라고 한다. 실제로 이 성인은 14세기 사람이니 18세기를 살아가는 알루엣이 그 실존인물을 만난 건 아닐 테지만. 이름이 돌멩이인 것도 아닌데 대체 왜 숨긴 거니?

 

의사 루트를 통해 엔딩 1을 보면 알루엣이 라자르를 추억하며 떠나는 게 아니라 로슈를 돕기 위해 떠난다. 로슈가 흑사병에 걸린 알루엣을 간병했던 걸 보면 아마 로슈도 흑사병에 걸렸다가 완치된 사람이라 (실존 인물도 그랬다고 함) 흑사병 환자들을 돌보고 다니는 듯하다. 그래서 그런가 왠지 이쪽이 정말 진엔딩이라는 느낌. 

 

La danse macabre는 엔딩 3의 제목인 memento mori와 동일하게 누구나 언젠가는 죽는다는 메시지이다. 그렇지만 엔딩 3에서는 좀 더 죽은 사람들과 함께한 과거를 기억한다는 느낌이라면 엔딩 1은 알루엣이 마을 밖으로 나가 새로운 세상을 경험한다는 점에서 미래로 나아간다는 느낌이었다.

 

기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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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의 이름이 알루엣(Alouette)인데 프랑스어로 종달새다. 종달새는 서양 문화권에서 주로 '아침' 혹은 '아침을 전해주는 존재'의 상징으로 쓰이고, 종교적인 맥락에서는 '깨달음'을 상징하기도 한다. 알루엣이 엔딩 2에서 신이 자신에게 시련(흑사병)을 내렸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에게 신의 뜻(흑사병..)을 전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의사도 성경을 인용하며 알루엣에게 '주의 그릇을 짊어질 자'라고 하기도 한다. 알루엣의 무의식(맵)은 십자가에 박힌 예수의 모양을 띠고 있기도 한다. 그래서 어떠한 결론에 도달하든 알루엣은 이름대로 종달새처럼 종교적 깨달음을 얻는 인물인 것 같다. 


이 게임은 분명 강하게 기독교(가톨릭) 색채를 띄는데 게임 자체는 생각해볼수록 신성모독적인 것 같다ㅋㅋㅋ 직접 예수의 손발에 못을 박는 것도 모자라서 플레이어가 감히(?) 기독교의 신으로 등장한다. 게다가 스토리를 곱씹어볼수록 알루엣이 신의 뜻을 굉장히 자의적으로 해석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알루엣은 그것이 절대적인 '신의 뜻'이기 때문에 빛을 따라 시련을 이겨내고, 루트에 따라서는 흑사병을 퍼트리고 다니기까지 한다. 근데 그게 정말 신의 뜻이었을까? 분명 게임에서는 플레이어가 빛을 조작해서 알루엣을 이끈다. 그렇지만 알루엣에게 특정 일을 겪게 하기 위해서 이끄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의 신은 전지전능하지만 플레이어는 게임에서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 그렇기 때문에 개인적으론 엔딩 2에서 많이 당혹스러웠다. 내가 알루엣을 포함한 사람들에게 시련을 내리기 위해서 플레이한 게 아닌데? 게다가 이 모든 게 정말 현실에서 일어나는 게 아니라 알루엣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상상이라는 걸 생각해보면 그 의문은 더욱 커진다. 모든 게 알루엣의 머릿속에서 일어난 것이라면 결국 알루엣을 이끈 빛도 신이 아니라 알루엣 자신 아닐까? 결국 모든 것은 알루엣이 해석하기 나름이라는 점에서 게임의 배경은 굉장히 종교적이지만 주제는 회의주의적이란 인상을 받았다. 


갓겜... 원래도 갓겜이라고 추천받은 거긴 했지만 게임을 하고 나니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비단 스토리뿐만이 아니라 그래픽이나 맵 같은 다른 요소까지 모두 하나의 주제로 묶여서 통일감이 강하다. 게다가 oumi님 블로그를 읽어보니 게임에는 등장하지 않는 아주 사소한 요소까지도 모두 생각을 하고 만드시는 것 같다. 그래서 카모카테도 그렇고 oumi님이 만드는 게임은 언제나 자세히 보면 볼수록 더 많은 것들이 튀어나오고, 이 게임 속 세계가 정말 실존할 것 같다고 느껴지는 것 같다. 사랑해요 돌아와요... 

 

플레이하면서 이 시국에 플레이하는 게 적절한 게임인 건지 부적절한 게임인 건지 헷갈렸다... 안 그래도 이 게임의 배경이 되는 1720년 마르세유 대역병을 찾아보면서 알게 된 건데 사람들이 '전염병 대유행이 100년마다 한 번씩 돌아온다'라고 이야기하면서 드는 예가 1720년의 마르세유 대역병, 1820년의 아시아 콜레라 대유행, 1920년 스페인 독감, 2020년 코로나 대유행이더라...;

 

게임과는 다르게 진행되는 소설판도 있다고 해서 아마존 킨들로 구입했다. 극초반만 조금 읽어봤는데 알루엣의 과거 이야기도 나오는 것 같다. 일본어 읽는 속도가 너무 느려서 과연 언제 다 읽을지는 모르겠지만..ㅋㅋㅋㅋ

 

 

 

 

 

게임 크레딧 배경음악으로도 등장하는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로 후기 끝!^^ (후기 쓰면서 반복 재생해서 들었음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