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라 유행이길래 해본 동인 게임 원숭이의 꿈(猿の夢). 일본 오컬트판에서 유행했다던 '원숭이꿈'(猿夢) 괴담을 모티브로 한 15금 약호러 오토메? 동인 게임이다. 태그에 오토메 게임을 넣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좀 고민이 되었으나... 하여간. 제작자의 정식 소개문은 '원숭이꿈에서 얀데레에게 참살당하는 에로 그로 호러.' 에로 쪽도 그로 쪽도 꽤 수위가 높은 편이라 (15금이다보니 엄청나게 자세한 묘사가 나오는 건 아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그냥 깔끔하게 R18로 나오는 게 좋았을 것 같았다ㅋㅋㅋ
플레이 시간은 5시간 정도로 되어있는데 그것보다 배는 더 걸린 것 같다... 내가 원체 플레이가 느린 편이고 보이스 없는 일본어 동인겜인 것도 있지만... 모든 엔딩 및 분기를 다 보려고 하면 5시간보다 훨씬 더 걸리는 듯. 난 최소 10시간은 넘었을 듯... 첫 1회차 하는데만 5시간 쯤 걸린 것 같은데?!
줄거리
주인공 쿠로세 마도카는 매일 밤 악몽에 시달리고 있었다.
학교 제일의 유명인 '사오토메군'에게 원숭이꿈을 꾸며 끔찍하게 살해당하는 꿈.
오컬트 연구회의 힘을 빌려, 악몽과 사오토메군으로부터 도망치자!
주의사항
일러스트, 문장으로 된 유혈 표현
원래의 소재(원숭이 꿈 괴담)만큼, 혹은 그 이상의 그로테스크한 묘사
성적인 묘사, 특히 비합의적인 성적 묘사
(주로 문자로만) 아동학대를 암시하는 묘사
엔딩은 메인 엔딩만 총 7개로, 크게 트루 루트와 일반 루트로 나뉜다. 그 외에 중도 배드 엔딩들도 5개나 있음. 이하는 내가 본 순서대로의 엔딩 감상~
이하 스포일러 주의!
- 노멀 루트 -
공통 스토리
사실 노멀루트에서는 사오토메 노아의 뒷스토리가 많이 나오지는 않지만.. 사실 오타쿠 짬빠가 있다면 알 수 있다. 별 거 아닌 걸로 마도카에게 도움을 받고서는 '구원받았다'라고 생각하고 집착하는... 물에서 건져놨더니 보따리까지 내놓으라고 하는 부류의 놈인 것을... 얀데레는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원숭이의 손 엔딩
노멀루트 중 원숭이의 손으로 분기 후, '....잠깐만 기다려봐'를 고르면 볼 수 있는 엔딩.
이 엔딩을 보자마자 저는 오열을 했습니다... 비록 이 녀석이 나를 살아있는채로 죽이고 고문하고 추행했지만......... 원래 이런 녀석이 아닐 수도 있었다잖아... 이 모든 게 고작 '마도카와 단둘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주세요'라는 작디 작은 소원 하나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잖아........ 원래는 소심하고 착한 애였다잖아........................... 이 엔딩의 마지막 일러스트를 보면 사오토메 노아의 몸에서 작은 원숭이 손들이 뚫고 나오는데 그 장면이 너무 끔찍해서 마음이 더 북북 찢어졌다... 그 처참한 광경과 이렇지 않았을 수도 있는 사오토메 노아의 if가 너무 대비되어서..... 마도카랑 같이 그저 너무 아연실색했음...ㅋㅋㅋ큐ㅠㅠㅠㅠ 여기서부터였을까요 제가 사오토메 노아를 마음에 품었던 것은... (이 엔딩이 첫 엔딩이라서 다행이었다..ㅋㅋ)
원숭이의 손 배드엔딩
노멀루트 중 원숭이의 손으로 분기 후, '이 꿈으로부터 해방시켜 주세요!'를 고르면 볼 수 있는 엔딩.
나의 SAN치를 체크하는 엔딩... 어떻게 보면 마지막 결과는 이야기해주지 않는 것까지 정말 정통 원숭이의 손 엔딩이다. (원숭이 손 원작의 이야기에서 부부가 마지막 소원을 빌어 좀비아들이 다시 사라져서 평화롭게 끝나는 것처럼 보이는데, 원숭이 손이 소원을 이상한 형태로 들어주는 걸 생각하면 부부의 마지막 소원도 결국엔....) 원작의 이야기에서 부부가 '아들이 살아돌아왔으면 좋겠다'라고 소원을 빌어 썩다만 좀비아들(추정)이 문 밖에 나타난 것처럼 썩다만 좀비 사오토메 노아(추정)이 마도카의 방문 밖에 나타난다. 게다가 부부가 마지막 소원으로 '아들이 돌아갔으면 좋겠다'(추정)이라고 소원을 빈 것과 마찬가지로 마도카도 마지막 소원으로 '꿈에서 깨어나게 해줘'라고 소원을 빌었고.... 심지어 이제 더 이상 소원이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남은 것은 파국 뿐...
원숭이꿈 엔딩
노멀루트 중 원숭이꿈으로 분기 후, '.........'를 고르면 볼 수 있는 엔딩.
나는 사실 노멀 루트에서의 그 선택지가 엔딩 분기점이라는 게 의외였다. '이 모든 것의 원흉'은 당연히 원숭이 손이니까 그것만 정답일 거라고 생각했어..ㅋㅋㅋㅋㅋ 근데 거기서 원숭이꿈을 누르면 루트가 갈리더라고... '일반적인 원숭이꿈과 달리 난 꿈에서 죽어도 죽지 않으니 이 꿈은 나의 꿈이 아니다'라는 추론을 나는 전혀 못 하고 있었고 화들짝 놀랐다ㅋㅋㅋ 이렇게 스토리가 진행될 거라곤 예상을 못 했음... 하지만 사람을 죽일 수 없기 때문에 그냥 포기하면 영원히 그 꿈에 갇히게 된다.. 정신력이 다 해 곧 죽을 사오토메 노아(였던 것)과 영원히..... 함께............
근데 이 엔딩을 보면서 궁금했던 건.. 자살하면 꿈에서 깨어날 수 없는 거임?ㅠㅠ
원숭이꿈 생환 엔딩
노멀루트 중 원숭이꿈으로 분기 후, '사오토메군을 살해한다'를 고르면 볼 수 있는 엔딩.
노멀 루트 엔딩 중 유일한 해피엔딩..과 제일 비스무레한 엔딩. 사오토메 노아를 꿈 속에서 죽이고 현실로 돌아온 마도카는 직감적으로 언젠가 원숭이꿈이 자기에게 찾아올 것을 예상한다. 그리고 그렇게 되면 자기가 죽게될 거란 것도... 원숭이의 손 배드엔딩과 마찬가지로 정통 원숭이꿈 엔딩이기도 한 듯. (시노쨩: 이 게임에 해피 엔딩은 없는 건가요?)
여담으로.. 마도카가 자기 전기톱을 뺏어갔는데도 멍~하니 웃으면서 보고 있다가 "마도카, 좋아해."라고 하고 살해당하는 사오토메 노아가 정말.......... 너는 진짜................
- 트루 루트 -
6일 째에 통학로에서 사오토메와 데이트(?) 후 자판기 앞에서 스포츠드링크를 장착하고 있으면 트루 루트로 분기한다. 이걸 공략 안 보고 어떻게 알지요..?
노멀 엔딩
트루 루트에서 다른 엔딩 조건들을 맞추지 못한 경우 보는 엔딩.
마지막에 의식이 없는 사오토메 노아의 병실에서 마도카가 '완벽한 왕자님 같은 사람은 없는 거야. 다들 그렇게 되기 위해 노력할 뿐.'이라고 한 독백이 좋았다. 사오토메 노아에게 키스를 했지만 기적적으로 사오토메 노아가 깨어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해서. (물론 트루엔딩을 보면........ )
노멀 엔딩에서는 마도카가 사오토메 노아와의 관계를 무엇이라고 단정을 짓지 못 한 채로 끝나는데, 사실 트루엔딩을 보고나면 이게..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모르겠다. 그냥 마도카가 사오토메 노아를 친구라고 생각했다가 철회하는 과정만 없었다 뿐이지 결국엔 걍 같은 엔딩 아녀!?!?!
오카켄 엔딩
오카켄(오컬트 연구부) 멤버들의 호감도를 올리고 마지막 날 SAN치가 남아있는 경우, 사오토메 노아네 집에 가지 않으면 볼 수 있는 엔딩.
아마도 이 게임에서 가장 행복한 엔딩이다. (사오토메 노아 빼고..) 이 엔딩을 보려면 2일 째 방과후에 선택하는 사람과, 3일째 방과후에 선택하는 사람이 같아야 한다. 그렇게 두 번 다 같은 사람을 골라 호감도를 올려두면 5일째 주말에 개인별로 분기되는 이벤트를 볼 수 있고, 마지막 날에도 해당 캐릭터가 마도카를 설득하려고 막아선다.
그렇게 4명의 텍스트를 모으느라 한참 걸렸다.......ㅋㅋ 근데 정말 보람은 있었다. 오카켄 특수회화를 보면 다른 루트에서는 나오지 않는 오카켄 친구들의 개인사(?)를 알게 되는 점이 정말 좋았음.
시노노메 시호(東雲志穂)
오카켄 멤버들 모두 사랑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맘에 들었던 건 시노쨩. 오카켄 특수회화에서 시노노메가 사실 유령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그렇지만 오카켄 멤버들과 현 남자친구 외에는 그 사실을 믿어주는 사람이 없었고 그 때문에 카와이계스러운 첫인상과는 다르게 생각보다 삐뚤어진 성격.. (오히려 좋아..) 그래서인지 사오토메 노아의 사고방식을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사오토메 노아가 마돌카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괴롭히는 거라든지, 죽어서도 마도카를 놓아줄리 없기 때문에 물귀신 작전으로 같이 죽으려고 할 거라든지. 그리고 그 이면에 깔린 외로움에 대해서도 가장 잘 알고 있는 사람이다. 이 밑에는 내가 가장 좋아했던 시노노메 이벤트 대사...
"항상 생각하고 있지 않아도 좋으니, 마음 한 켠에 놓아두세요.
가끔 생각날 때마다 어쩔 수 없을 만큼 후회해주세요. 그러면 분명, 그 사람이 살아있었던 의미가 되니까요."
"의미 같은 건 필요 없잖아. 살아있는 것만으로 충분해..."
"그렇게 생각할 수 없는 사람도 있어요.
세상으로부터 친절하게 대해지지 못했던 인간은, 자신의 의미나 이유를 찾고 싶어하거든요.
아마 사오토메 노아도 그럴거예요.
(중략)
그러니까, 가끔 떠올려준다면... 유령으로 나타나지 않을 거예요!"
게다가 시노노메 루트의 개인 이벤트는 죠시카이인데, 이때 마도카, 사쿠라코, 시노노메 셋이서 찍은 프리쿠라로 받을 수 있다. 무려 장착하고 있으면 정신적 데미지를 80%나 감소시켜주는 강력한 아이템!!! 아주 효녀다.
아사기 사쿠라코(浅葱桜子)
걸걸한 말투의 카리스마 여고생은 언제나 옳다. 사쿠라코는 마도카의 가장 친한 친구인만큼, 사쿠라코와의 이야기에서는 '친구'라는 테마가 제일 두드러지는 듯. 마도카는 생환해서 사쿠라코와 놀러다니다가도, 사오토메 노아를 마지막에 구하러 가지 않은 선택을 약간은 후회하며 '사오토메군과도 친구가 되고 싶었다'라고 이야기한다. 친구라는 건 이렇게 즐거운 일인데, 그걸 하나고 경험해보지 못한 사오토메 노아를 불쌍히 여기면서.
사실 오카켄 멤버 한 명에게 올인하지 못하면 사쿠라코 이벤트들이 나온다. 그거는 납득할 수 있음. 왜냐면 사쿠라코는 마도카를 가장 먼저 걱정해주는 절친이니까....... 근데 왜 사쿠라코는 개별 아이템이 없지요? 심지어 아이템 칸도 6x2로 되어있어서 당연히 하나가 더 있을 줄 알았는데 아이템은 총 11개고 사쿠라코는 개별 아이템 없더라..? 어째서.........??
세이죠 아츠키(西條篤紀)
오컬트 연구부 소속의 1학년 남학생. 개인 루트를 보면 사실 마도카를 짝사랑 중이란 사실이 밝혀진다! 심지어 마도카가 사쿠라코를 도와 오카켄 홍보지를 돌렸을 때, 마도카가 권유했기 때문에 입부한 거라고 한다. (근데 사실 마도카는 부원이 아닌..) 심지어 마지막 선택지에서 마도카가 사오토메 노아를 구하러 가고자 하면, "그건 사오토메 노아라서인가요? 곤경에 빠진 사람이라서인가요?"라고 물어본다. (마도카가 떠나버린 후 시노쨩이 "실연당했네.."라고 하면 "알고 있었어. 처음부터."라고 하는 게 눈물...)
딱히 도움이 되는 아이템은 아니지만 세이죠 개인 이벤트(보드게임 대회와 서점 방문)에서 얻는 오컬트 잡지 아이템으로 오카켄 특수 이벤트를 볼 수 있다. 세이죠 이벤트를 먼저 보지 않았으면 오카켄 특수 회화는 볼 수 없음!
사쿠라코가 친구라는 테마를 담당했다면 세이죠는 사랑이라는 테마를 담당하는 듯. 후일담에서 마도카가 '사랑이란 뭘까?'라고 이야기 하자 '즐거운 거 아닐까요?'라고 답하는 세이죠군. 밝고 착한 남학생이다... 하지만 마도카는 여기서도 여전히 사랑이라는 게 뭔지 전혀 감을 못 잡고 있는 듯 하다...
미나가와 히로무 (水無川大夢)
같은 반 친구인 미나가와군. 이 친구만 나오면 장르가 바뀐다. 괴이와 이미 얽혀본 적이 많고 퇴마사인 친척에게 가르침을 받아 사쿠라코와 제령을 하러 다닌다... 이 친구 개인 이벤트에서는 '마도카에게 힘을 북돋아 주는 물건 발표회'를 연다(..) 항상 돈이 없어서... 직접 만든 부적을 주는데, 공통 루트에서도 부적을 주는 거 보면 나름대로 잘 만드는 듯 하다..? 근데 공통루트에서 주는 부적은 お守り고 개인 루트에서 주는 부적은 お札인데 이거 어떻게 다르게 번역해야 돼ㅋㅋㅋㅋ
오카켄에서 찐 오컬트 소재를 담당하고 있는 인물. 그리고 이런 일에 익숙해서인지 위기상황에서 칼같고 냉정하게 대처한다. 열세라고 판단되는 상황에서는 한 사람을 버릴지언정 나머지를 살릴 수 있는 선택을 한다고. 다만 그런 마음은 자신만 가지고 있을테니, 마도카에게 '불가능하다고 해도 사람을 살리고 싶어하고 후회하는 마음을 너는 계속 가지고 있어줘'라고 하는 게 좋았다. 이 대화도 참 좋고 세이죠군은 로맨스가 2% 첨가되어있길래 여기도 뭔가 있으려나 했는데 여기는 그냥 계속 친구인 듯 하다.
그리고 의외의 모에포인트: 속눈썹이 엄청 길다.
트루 엔딩
사오토메 오락실 특수 이벤트를 봄+SAN치 남아있음+상자를 열쇠로 열었음의 조건을 채웠을 때 볼 수 있는 엔딩 (까다로와...)
노멀엔딩 에필로그에서 선택지 하나가 더 생긴다. 노멀 엔딩에서 사오토메 노아와의 관계를 무엇이라고 정의할 수 없는 채로 끝나버렸던 마도카는, 트루 엔딩에서는 사오토메 노아와의 관계를 '친구'라고 정의한다. 사오토메 노아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 친구란 건 원래 제멋대로라면서. 그렇게 언젠가 다시 눈을 뜰 사오토메 노아와 친구로서 놀러다니기를 기대한다...
분명 여기까진 참 좋았는데...........
시발 내 감동 물어내!!!!!!! 정말로 눈물 쏙 들어가는 진엔딩..... 트루 엔딩을 보지 않으면... 사오토메 노아는 착한 아이였지만 불행한 가정사와 친구의 (매우 잘못 돌아간) 호의, 그리고 한 순간의 사소한 소원 때문에 인생이 좃돼도 아주 좃되어버린 불쌍한 녀석이다... 그렇기 때문에 "만약 부모가 정상적인 사람이었다면," "만약 친구한테서 원숭이 손을 받지 않았다면," "만약 원숭이 손에 소원을 빌지 않았더라면"을 생각하게 되고 행복할 수도 있었을 if에 오열을 하게 된다...... 사실 이게 틀린 건 아님. 사오토메 노아는 정말 불쌍한 삶을 살았고 그런 삶이 아니었다면 이런 결말을 맞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테니까.
그러나.. 그는 기적적으로 (정신이) 되살아났으나 제정신으로도 쓰레기가 되는 길을 택한 것이다..........
즐거웠다! 모든 것이!
그 애와 함께 하교하는 것도, 그 애와 밖에서 노는 것도, 둘이서 잠든 것도, 무릎을 베고 누운 것도.
협박해서 키스를 하게 만든 것도, 도망가려는 그 애를 천천히 몰아넣은 것도, 억지로 몸을 파헤친 것도, 고통에 겁먹은 그 애를 바라보는 것도, 숨을 쉬지 못 해 얼굴이 빨갛게 될 정도로 목을 조르는 것도, 울부짖는 목소리를 들으며 그 눈을 도려낸 것도!
전부 전부 전부, 똑같이 즐거웠다!
그 누구보다도 탐욕스럽고, 그 누구보다 참을성 없는, 원숭이.
아주 오래 전부터, 나는 그런 생물이었던 것이다.
왜 이 게임 제목이 괴담 제목과 똑같이 원숭이꿈( 猿夢 )이 아니라 원숭이의 꿈( 猿の夢 )인지도 밝혀짐... 이 게임의 스토리는 원숭이꿈 괴담에서 따온 것이기도 하지만 정말 원숭이(=사오토메 노아)가 바라마지 않았던 꿈이기도 했던 것이다..
사실 사오토메 노아가 원래 이런 사람인지 아닌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마도?ㅠ) 완전히 다른 환경에서 다른 삶을 산다면 그게 같은 사람이라고 부를 수 있을지의 문제는 차치하고서라도... If에 대해서는 내가 원작자가 아닌 이상 상상만 해볼 수 있을 뿐... 물론 이렇게 이야기 하면 사오토메 노아는 또 이렇게 생각하겠지만은...
신 때문에 미쳐버린 불쌍한 존재라고, 분명 그렇게 믿고 있을 것이다.
왕자님은 언제나 그렇다. 아무것도 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마도카가 좋은 게 좋은 거지~ 하는 둔감한 성격인 것도 맞지만... 그렇다고 해서 본인은 마도카를 있는 그대로 보고 있냐 하면 그것도 아니잖아? 멋대로 왕자님이라고 생각하고 왕자님의 역할을 해주길 기대하고 있으면서... 사람이 어떻게 타인에 대해 모든 것을 완벽하게 알겠니... 아무튼 얀데레 녀석들은 왜 죙일 못난 짓만 하고 다니면서 '너가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줬으면 좋겠어'라고 하는 걸까.
그래서 나는 깨어난 사오토메 노아가 빈 소원이 '마도카와 하나가 되는 것'이고, 원숭이 손이 그 소원을 '마도카를 꿈 속에 영원히 가두어 헤어지지 않는 것'으로 이루어주었다고 생각했다... 여태까지 사오토메 노아가 원숭이 손에 빌었던 소원들과 그게 실현된 방식을 보면 '마도카를 영원히 내 꿈에 가두어 줘'라는 소원을 빌고 그게 그대로 이루어졌을 것 같지는 않아서.
그리고 희망도, 인생도, 무엇이든지 빼앗아 그 안을 전부 전부 나로 채워버리자.
나와 똑같이 만들어버리자!
그래서 똑같이 좋아하는 것을 공유하면, 분명 행복할 것이다.
사오토메 노아는 마도카에게 엄청나게 복잡한 감정을 갖고 있는데... 나를 구해줄 수 있는 단 한 사람으로서 사랑하고 존경하지만 동시에 약속을 해두고 나를 구하러 오지 않은 데에 대한 원망도 있고, 좋든 싫든 본인이 평생동안 수행하고자 한 '완벽한 왕자님'이라는 역할을 해내는 사람에 대한 선망과 질투도 있고, 고통스러운 삶을 사는 본인과는 다르게 행복하고 평범하게 살고 있는 마도카에 대한 증오도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마도카와 같이 평범하게 놀고 싶기도 하고, 마도카를 고통스럽게 죽여버리고 싶기도 하고, 마도카를 나만의 것으로 만들고 싶기도 하고. 소용돌이치는 감정들 사이에서 사오토메 노아가 최종적으로 낸 결론은 '마도카와 하나가 되는 것'이지 않을까. 마도카와 하나가 된다면 마도카와 영원히 헤어지지 않을 수 있고, 마도카를 자신의 위치로 끌어내릴 수 있으며, 자신도 마도카와 하나가 되는 과정에서 '완벽한 왕자님'이 될 수 있으니까. (몰라.. 걍 얘가 이렇게 태어나버린 걸 수도 있긴 하지만 이 녀석의 심리를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이라도 해보고 있음) 그리고 원숭이 손은 사오토메 노아의 소원을 듣고 마도카를 영원히 꿈속에 가두어 버린 것이다. 나와 타인이 영원히 한 공간에서 헤어지지 못하고, 완벽하게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면 자타( 自他 )의 경계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니까.
사람과 사람의 관계란 깊든 얕든 '침입'이라는 말을 어디서 주워들었던 것 같은데... 사오토메 노아의 강박은 '완벽한 왕자님'의 역할을 수행하며 절대로 (특히 여자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즉 절대로 상대방을 침입하지 못하는 성격.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그대로 거울처럼 비추어 그 역할을 수행한다. 그리고 반대로 '그에게 특별한,' '아무런 대가 없이 나를 구원해줄 수 있는' 마도카 앞에서는 그런 연기를 모두 버려버리고, 마도카를 침입하다 못해 하나가 되고 싶어한다. 이거 되게 섹슈얼한 은유인데 사오토메 노아가 벌여놓은 짓거리들을 생각하면 그것도 맞는 듯함.........ㅠㅋㅋㅋㅋㅋㅋㅋㅋ 마도카를 침입해서, 마도카와 하나가 되어, 마도카를 나로 끌어내리고 내가 감히 마도카가 되는 것.
그렇게 트루 엔딩에서도.. 그 당시엔 몰랐지만 노멀 엔딩에서도... 마도카는 영원히 마도카의 꿈을 꾸는 사오토메 노아의 꿈에 갇혀 사오토메 노아의 꿈을 꾼다... 호접몽인가..........
원숭이의 꿈은 끝나지 않는다. 모든 것은 사오토메군의, 소원대로.
멘탈에는 썩 좋지 않지만 자극적이기로는 1등인 게임...... 근데 정말 남한테 추천할 수는.. 없는 게임........ (저는 위 짤과 같은 과정으로 게임을 시작했습니다만...)
물론 정말 오래간만에 즐겁게 플레이하긴 했다... 근데 정말 꿈도 희망도 없다 이 게임....... 이 제작자님 게임 다른 것도 더 궁금하긴 한데 이 제작자님 겜 남주들 중 사오토메 노아가 제일 모럴 있는 편이라고 해서 시도를 못 하겠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쩌면 나중에 한 두 가지는 더 해볼 수 있을지도...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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