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talepsy 올클 후기

GAMES/동인 게임

2022. 12. 13.

아이키미 제작자 cotolia님의 첫 작품 catalepsy! 아이키미를 재밌게 하기도 했고, 검색하던 중 이 게임 후기를 너무 재밌게 쓰신 분을 발견해서 스포부분은 흐린눈으로 빠르게 넘기고 직접 플레이해보았다ㅎㅎ 결과는 역시 만족!! 플레이 타임도 그리 길지 않고 즐겁고 가볍게 플레이했다!

 

플레이해보실 분은 이하 공식의 스토리 소개 및 주의사항 참고~!

 

【스토리】

오라버니 말을 모두 들으면, 무엇이든 내가 원하는 것을 들어준다.

오라버니가 말하는 것은 모두 옳고, 무엇이든 나는 받아들일 뿐.

 

오라버니와 보내는 평온한 나날 속에서, 오늘도 나는 인간 소년을 만난다.

어떠한 비밀스러운 소원을 이루기 위한, 단 한 가지의 비밀.

 

그것이 앞으로 가족을ー 나를 바꾸어가는 것이었다.

 

【주의사항】

플레이 시 이하의 주의사항을 참고해주시길 바랍니다. 덧붙여, 판단은 자기 책임으로 부탁드립니다.

- 【공략대상이 근친자】【의존】【정신병】【가벼운 유혈 묘사】【죽음 묘사】

- 해피엔딩이라고 확실히 부를 수 있는 엔딩이 없습니다. 메리배드 엔딩 혹은 배드 엔딩 위주입니다.

- 주인공의 개성 있음. 처음부터 공략대상에게 의존하고 있습니다. (※주인공의 얼굴도 고정표시 되어있습니다)

 

 

catalepsy | cotolia

 ー注意点ー 以下の注意点をプレイの参考にしてください。なお、判断は自己責任でお願い致します。 ・【攻略対象が近親者】【依存】【病み】【流血(表現軽め)】【死表現】 ・ハッピ

cotocotton.wixsite.com


공략캐별로 엔딩이 2개씩 있고, 공통엔딩이 하나 있어서 엔딩은 총 5개. 초반 공략에서 한 캐릭터에만 몰빵해서 선택하면 (꽤 뻔함) 그 캐릭터 루트로 진입하고, 루트에 진입하고 나면 선택지가 하나씩 더 있다. 엔딩 후기는 내가 본 순서대로~ (접은 글에는 다른 루트 스포도 들어가있으니 주의!)

 

미제라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오라버니」

key: 무지

요하네스의 여동생.

함께 살고 있는 오빠에게 의존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고독」을 무서워한다.

 

따로 나이가 나와있는 것은 아니지만 프로필에 써있는 키를 보면 아마 한 10살쯤 되는 외견인 것 같다. 머리도 하얗고 순둥순둥하게 생겨서 토끼 같이 생겼다. 그치만 처음 이름을 보고나서부터 어떻게 애 이름을 슬픔(misera)이라고 짓냐... 싶었다. 인사이드 아웃 슬픔이도 아니고...ㅜㅜ 하지만 이 이름에는 모두 이유가 있으니.. 이름을 바꾸지 않고 플레이하는 것을 추천.

 

공통엔딩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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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ED「꿈 같은 이야기」(夢物語)

엔딩 공략이 따로 나와있는 건 아닌데 쫄보라서 공통엔딩부터 봤다(ㅋ) 뒤로 갈수록 요하네스한테 리아랑 만나는 사실을 들킬 것 같아서 너무 쫄렸음...ㅋㅋㅋㅋ 

 

리아와 평범하게(?) 친해지고 요하네스와도 잘 지내는 엔딩. 리아의 츤데레스러운 면모가 돋보이는 엔딩이었다ㅎㅎ 이대로 앞으로도 셋이서 투닥투닥하면서 잘 살겠지... 싶겠다가도 요하네스가 음산하게 중얼거리는 걸 보면 그게 또 얼마나 갈까 싶기도 하다... 작가님의 엔딩별 코멘트에 요하네스는 새로운 심심풀이 상대가 생겨서 대만족 상태라고ㅋㅋㅋㅋㅋ 

 

제목이 유메'모노가타리'인 것처럼 동화책 뒷부분으로 끝나는 전개가 좋았다. 

 

리아 페르센

「거기에 네 의지는 있어?」

key: 광신

뱀파이어에 복수를 맹세한 인간 소년.

나이에 비해서 어른스럽다.

 

이 친구.. 유일한 인간캐인데 뭔가 머리색 때문에 디아러버에서 나올 것 같이 생기지 않았음?ㅋㅋㅋ 츤데레 인간 소년. 아무래도 이쪽이 비교적 진상에서 좀 더 멀리 떨어져있을 것 같아서 리아를 먼저 공략했는데 별로 그런 건 없었다. 공통 스토리에서 이미 진상이 풀려버려서... 공략캐가 둘 밖에 안 되긴 하지만 어쨌든 올클하고 봐도 요하네스보단 리아가 좀 더 취향이긴 하다ㅋㅋㅋ 

 

리아 엔딩 1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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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ED「무지한 죄」(無知なる罪)

개인적으로 제일 맘에 들었던 엔딩. 마지막 장면이 비주얼적으로 화려하기도 하고, (머리에 장미 꽂은 미제라가 너무 귀엽다!) 붉은 장미가 피처럼 붉게 휘날린다는 마지막 대사에서 소름이 돋았다... 화려하고 따스한 배경과 대비되는 이런 메리배드 엔딩 좋아...

 

리아가 미제라의 피를 먹었을 때부터 아.. 이 소년.. X됐다...! 라고 생각은 하고 있었지만 마지막에 너무 평안해 보이길래 뭐지? 의외로 인간 쪽에 별로 미련이 없어서 금방 훌훌 털어냈나? 싶었더니 그냥 아예.. 기억상실증에 걸린 거였다... 둘다 불로의 몸으로 살게 되었으니 알콩달콩하게 잘 살 것 같지만... 리아는 몇년이 지나도 늙지 않는 자신의 몸에 이상함을 느끼지 않을까... 그때가 되면 다시 충격으로 기억을 잃으려나..? 

 

리아의 의존 엔딩을 보고 다시 생각해보면 참... 묘한 엔딩이다. 애정 엔딩의 리아는 본인이 뱀파이어가 된 것으로 충격을 받아 기억까지 잃었는데, 의존 엔딩의 리아는 누나와 영원히 함께하고 싶어 뱀파이어가 되고 싶어하지만 그 방법을 알지 못 한다. 영원히 행복할 수 없는 리아...;; 게다가 애정 엔딩에서는 미제라가 리아와 '똑같아'지고 싶어해서 리아가 뱀파이어가 된 것을 내심 기뻐하는데, 의존 엔딩에서는 리아가 미제라와 '똑같아'지고 싶어한다. 이게 다 둘의 이름을 마리아로 똑같이 지은 에스텔 때문이다... 아들을 죽은 딸의 환생이라고 똑같은 이름을 붙여주니 자꾸 둘이 하나가 되고 싶어한다... 

 

전반적으로 요하네스-미제라의 관계가 미제라-리아로 똑같이 이어지는 것 같아서 재밌었다. 요하네스는 미제라에게 미제라가 뱀파이어라는 사실을 숨기지는 않았지만 미제라가 뱀파이어에 대해서 전혀 몰랐던 걸 생각하면 그게 그거인 거 같음... 미제라는 (말 그대로 성모처럼) 리아의 죄까지 대신 짊어지고, 리아는 이전의 미제라처럼 똑같이 아무것도 모르는 채 새빨간 보르쉬를 맛있게 먹겠지...

리아 엔딩 2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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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ED「나만의 성모」 (私だけの聖母)

'게임에 짭근친이 있으면 어딘가에 찐근친이 숨어있기 마련이다'라는 지인분의 만고불변의 진리를 또 다시 되새기게 된 엔딩... 진짜 오빠인 줄 알았던 요하네스는 가짜였고, 리아가 미제라의 진짜 혈연이었다. 공략캐가 딱 둘인데 둘 다 근친이라는 점이 참말로(...)

 

사실 이 게임에서 제일 제정신이 아닌 건 리아의 어머니 에스텔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마리아(미제라)의 탄생기념으로『아아, 우리들의 성모』라는 동화를 쓰기 시작했다는데, 아니 누가 자기 갓난쟁이 딸을 성모라고 부르니...!!!! 차라리 천사였으면 모르겠는데... 천사였어도 리아가 미제라한테 기도하고 집착하는 건 똑같았을텐데 어째서 성모인 것임..!? 갓난아기를 성모라고 부르는 것이 너무.. 크리피하다...

 

리아: 마리아는 내 누나가 되어줬을지도 몰랐던 여성이다...

리아는 자신의 로망(?)대로, 교회에서 누나와 재회하는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미제라를 기절시키고(ㅋㅋㅋㅋ) 깨어나서부터 미제라에게 존댓말을 쓰며 누나라고 부른다. 그리고 미제라를 그대로 교회에 감금한다. (리아 교회에 전세냈니?) 아아 보인다 보여..! 리아에게서 토오노 마키가 보인다..!!!! 리아가 어릴 때부터 누나에게 기도할 때만은 '괜찮은 척'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진짜 자기 모습으로 있을 수 있다고 하는 장면에서 계속해서 마아사에게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줘'라고 간청하는 토오노 마키가 보인다. 이 제작자님 취향 대쪽 같다... 

 

미제라는 결국 누구를 사랑하든 상관 없었던 것 같다. 그저 의존할 대상이 필요했던 것 뿐이지. 그 대상이 요하네스에서 리아로 바뀐 것 외에 달라진 것은 없다. 동화책 속에서 '성모는 모두의 사랑을 받고 모두에게 사랑을 나눠주었다'라는 말은 결국 사랑을 주고받는 대상이 누구여도 상관이 없었다는 거지.

 

리아 엔딩의 요하네스는 자기가 뭘 잃어버렸는지 알지 못할 것 같음

리아 엔딩에서 요하네스는 어떻게 됐을까... 싶은데... 가슴에 구멍이 뻥 뚫렸는데 본인은 모르고 살 것 같다. 요하네스 의존엔딩에서 리아가 계속 '뭔가 잃어버린 것 같은' 감정을 계속 느끼듯이, 요하네스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다고 해서 본인 감정을 제대로 깨닫고 미제라를 찾아헤맬 위인은 못 되는 것 같고... 애정 엔딩 코멘트에서 제작자님이 '이 정도의 충격이 없으면 요하네스는 자기 감정을 깨닫지 못할 것 같네요'라고 하신 것도 그렇고. 초반에 조금 찾아보고 말거나 '결국 떠났네... 역시 가짜 가족 같은 건 만들어도 소용 없구나'하고 또 몇 백년 동안 혼자 무료하게 살아가겠지... 그러니 어찌보면 리아가 미제라에게 '요하네스는 어찌되든 상관없다고 말했다'라고 구라친 게 그리 사실과 다르지는 않을 것 같다. 

 

요하네스

「나에게 있어 너는 소중한 여동생이야」

key: 지배

숲속에 사는 뱀파이어.

항상 온화한 태도로, 여동생인 주인공의 응석을 받아준다.

 

누가 봐도 숨기고 있는 음흉한 속내가 있을 것 같은 지나치게 친절한 시스콤 오라버니. 아무래도 요하네스 루트에서 좀 더 진상에 가까운 무언가가 있을 줄 알고 마지막으로 봤는데 그런 것 없었다. 개인적으로 이 게임 자체가 오토메.. 라기에는 연애적 의미의 love가 잘 안 나오지 않나? 싶은데 (사실 여주가 열살짜리 외형이니 당연한 것 같기도...) 요하네스 쪽은 특히나 더 그랬던 것 같다.

 

요하네스 엔딩 1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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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존ED「허위의 낙원」(虚偽の楽園)

나 이 엔딩 보고 너무 당황스러웠다. 분명... 미제라(마리아)가 성모이니 미제라가 마망(...) 포지션이어야 하는데... 이 남자 왜 이렇게 마망인 거야...? 요하네스가.. 마망? 오라버니가... 마망!? 희생자를 만들고 싶지 않으면 자기 피를 먹으라는 것도 그렇고, 자신의 마력을 전부 빼앗겨가면서까지 미제라에게 자신의 피를 먹인 것도 그렇고, 왤케... 마망 같은 남자라는 생각이 드는지... 혼란스럽다...... 좀 숭한 이야기긴 한데? 뒤에 달빛 내리쬐는 그 일러에서 미제라 머리가 딱 요하네스 가슴께에 와서 나는... 순간 크나큰 착각을 하고 말았다....... 

 

의존 엔딩은 미제라 뿐만 아니라 공략캐도 미제라에게 (건강하지 못한 방식으로) 의존하게 되는 엔딩 같다. 리아 루트에서도 리아가 미제라에게 집착하는 방식이 건강하지 못 하고, 요하네스 의존 엔딩에서도 요하네스가 미제라에게 의존을 하게 되니. 미제라 왈 요하네스와 미제라는 '진짜 남매보다도 더 진하게 피를 나눈 사이'니까.. 앞으로도 그렇게 서로의 피를 마시면서 둘만의 가짜 낙원을 만들어갈 것 같다. 

 

그리고 하나 궁금한 점은... 그러면 정말 둘 이외의 희생자는 필요없이 서로의 피만을 마시며 무한동력 배터리처럼 영생을 살 수 있는 건가? (물론 미제라가 요하네스의 피를 마시며 인간의 마음을 잃어 인간을 죽이는 데에 거리낌이 없어졌으니 일부러 살생을 안 하지는 않겠지만) 아니면 서로의 피만 먹고 사는 건 매일매일 삼시세끼 라면만 먹으면서 사는 것과 비슷한 건가? 너무 궁금함...  

요하네스 엔딩 2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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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 ED「사랑스러운 대가」(愛しい代償)

요하네스는(은) 슬픔를(을) 얻었다!
몇 백년을 살아 「내」가 얻은 것. 그것은, 미제라였다.

모든 것은 이 문장을 위한 빌드업이었던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미제라는 라틴어로 슬픔(misera)이라는 뜻이다. 즉, 몇 백년을 살아낸 끝에 요하네스가 얻은 것은 슬픔이었다. 원하던대로 인간의 감정을 얻었지만 그 대가로 잃어버려야 했던 것은 사랑스러운 여동생. 엔딩 제목 그대로, '사랑스러운 대가.'

 

여담으로 성모 마리아의 이미지 중에 눈물 흘리는 이미지는 Our Lady of Sorrows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그걸 생각하면 어쩐지 왜 마리아에게 '미제라'라는 이름이 붙었는지 알 것 같기도...

 

그렇지만 사실 미제라가 굳이 '성모'였어야 했나?는 잘 모르겠다. 성모는 결국 모두의 어머니라는, 모성을 중심으로 한 캐릭터여야 하는데 미제라를 보면 성모보다는 그냥 성녀의 이미지에 더 가깝지 않나? 싶긴 하다. 특히 모성이란 테마는 주로  '창조'나 '양육' 같은 속성으로 나타나고... 리아 루트에서 미제라가 성모인 건 이해가 가는데 (리아에게 있어 미제라는 에스텔 대신 정신적인 어머니였고, 애정 엔딩에서 리아의 죄를 대신 짊어지고 리아를 먹여살리는 보호자가 되니까..) 요하네스 루트에서는 잘 모르겠다. 요하네스가 너무 마망 같은 것도 있고(?) 그럼 쌍방마망(???)인 걸까(?????) 애정 엔딩에서는 처음으로 요하네스에게 '감정'이라는 것을 알려준 사람이므로 그런 점에서는 어머니 역할과 비슷했을지도.

 

요하네스의 키워드인 '지배'가 꼭 미제라를 지배하는 것만을 말하는 게 아닐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계속해서 미제라에게 말 잘 듣고 있으라고 하기는 하지만... 요하네스는 무엇보다 자신의 본능에 지배당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다. 피를 마시고자 하는 본능에만 이끌려다니는 것이 싫어 미제라를 데려오고 인간의 방식을 모방했다. 인간을 피식자라고 하면서도 외로움을 느끼고, 인간(이었던 미제라)을 가족 삼는다. 뭔가 이 부분이 요하네스에게 아주 중요한 부분 같았음...


제목인 catalepsy란 최면이나 발작으로 몸이 강직되는 상태를 말하는 것 같은데 솔직히 이 게임과 무슨 관련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

 

확실히 첫 작품이라 아이키미보다 만듦새가 덜한 부분들이 보이기는 한데, 그래도 재밌게 플레이했다. 내가 이 제작자분이랑 취향이 비슷한 듯ㅋㅋㅋㅋㅋ 제작 후기에 "첫 작품이라 좋아하는 츤데레비련얀데레메리배드 요소를 모두 넣어보았습니다"라고 써두신 것만 봐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여전히 2020년 트윗 이후로 움직임이 없는 제작자님 트위터.. 돌아와 당신........... 차기작도 만들고 있다고 했었잖아... 왜 내가 사랑한 게임 제작자들은 다들 산새가 되어버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