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 프리즌(Steam Prison) 올클 후기

GAMES/오토메 게임

2021. 7. 26.

토리아이 vol.1 이후로 플레이한 게임은 스팀 프리즌(Steam Prison)! 지인분들이 많이 하셔서 나도 관심이 가던 게임이다.


사실 겜 심의 등급이 CERO D인 데다가 주인공이 무지하게 구르는 겜이라고 해서 이 겜을 할까 말까 고민을 좀 많이 했음.. (여주가 '여자라서' 불이익을 받거나 '여자라서' 고통받는 전개는 보는 내가 힘들어서... 현실도 시궁창인데 왜 내가 돈 주고 그런 경험을 해야 하나 싶었음.. CERO B였던 잭잔느에서도 살짝 그런 장면이 한두 번 있었는데 내가 워낙 과몰입 중이었어서ㅋㅋㅋㅋ 스트레스받아서 그 장면들 보고 하루 이틀 겜 쉬었음) 근데 핀이랑 키루스가 계속 눈에 밟혀서... 핀이 마지막에나 공략할 수 있는 해금캐라는걸 알면서도 겜을 샀다ㅋㅋㅋㅋㅋ 국내에는 매물이 잘 없는 것 같길래 그냥 오란소와랑 같이 신품으로 일마존에서 직구. 몇 백 엔 차이 안 나지만 특전판을 구매하면 보이스 드라마 다운로드 링크를 보내줘서 특전판으로 구매함. 솔직히 좀 끝낼 수 있을지 긴가민가했지만 어쨌든 완료!

총 플탐은 70시간 이상으로 찍혔는데 사실 5시간은 유네 오마케 보느라 쓴 것 같다..^^; 스팀프리 정말 후일담/공략캐 시점/if 스토리까지 SS 너무 많아서 언제 다 읽을 수 있을 지 정말 모르겠다ㅠㅠㅋㅋㅋㅋ

블로그 쓰면서 찾아봤는데 16년 12월에 첫 발매된 겜이었네!? PC판은 그때 첨 발매됐구 Vita 판이 17년 10월, 스팀판이 19년 2월, 그리고 스위치판이 21년 2월... 휴넥스 스팀프리 이식 진짜 열심히 했구나... 고맙다.......

첫 발매됐을 때는 핀 루트가 없었다구 하던데ㅋㅋㅋㅋㅋㅋ(그래서 그때 표지 일러 보면 핀 없음) 핀 루트는 새로 펀딩 받아서 만든 루트라고 한다... 팬들의 사랑과 자본(..)으로 행복을 얻은 핀 유클레스.... 그래서 스팀판에는 핀 루트만 따로 DLC로 나와있음! (그렇지만 타 캐릭터 루트에서 구르고 또 구르는 핀을 봐야만 핀 루트를 진정으로 즐길 수 있는 게 아닐까요^^)

스팀프리도 닌텐도 스위치 스토어에서 체험판을 배포 중이다. 엘트크리드 해피엔딩 전체를 볼 수 있는 완전 혜자스러운 구성... 게다가 일본어/영어/중국어(번체, 간체)를 모두 지원하니 일본어를 잘 몰라도 영어를 할 수 있다면 플레이 가능. 닌텐도 스위치가 없어도 Vita 판, Steam 판 모두 있으니 다들 플레이해줘....(*스팀판은 영어판 한정)


스팀 프리즌은 메인 스토리가 크게 네 갈래로 나뉜다.'모 사건' 이후 보호지구로 보내진 후 보호지구 밖 하계로 이동해 Guard Route를 타면 엘트울릭 공략 가능. 보호구역에 계속 남아있으면서 Prisoner Route를 타면 아다쥬이네스 공략 가능. 하계로 보내지는 걸 거부하고 상계에 남아있으면 Servitor Route를 타서 유네가 공략 가능하다. (해금) 그리고 하계에 내려가되 HOUNDS 소속으로 가게 되면 Warder Route를 통해 최종 해금캐인 이 공략 가능! (해금)

그리고 특이하게도 A 캐릭터 루트를 타도 B 캐릭터 엔딩을 볼 수 있다. 물론 A 캐릭터 루트인 만큼 스토리의 중심은 A 캐릭터지만... 이런 시스템은 첨 봤는데 다른 오토메겜 중에서도 이런 경우가 있나? 암튼 신기했음.

공략 순서는 엘트크리드-울릭-아다쥬-이네스-유네-핀-그랜드 엔딩. 사실 핀 제외하곤 유네가 관심캐였는데 유네도 해금캐여서..^^ (해금캐만 잡는 몹쓸 취향) 결국 트친분이 추천해주신 순서대로 공략했다.

 

키루스 티스텔라

18세, 158cm, cv. 없음
캐릭터 테마: 정의(Justice)
"나는 법을 따르며, 정의를 관철하는 자. 범죄를 간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상계에서 태어나 자란 인물. 하급 경찰관으로서 사람들의 생활을 지키고 있다.
늠름하고 정의를 관철하는 성실한 노력가. 그 강한 정의감 때문에 주위와 충돌하기도 한다.
임무의 일환으로 하계 시찰을 명령받는다.


솔직히 일본 오토메겜에서 이런 여주를 보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음... 최강자 여주는 한국 웹소설에서 꽤 많이 나오는 소재이긴 한데 이쪽에서 볼 줄은 몰랐지.. 정의감 넘치는 경찰에 거의 최강자급 검술 실력 가진 검사 여주라니 완전 내 취향ㅋㅋㅋ 개인적으론 키루스만 보고 스팀프리를 사도 뽕 뽑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나도 스팀프리 할까 말까 무지 고민하다가... 꿈에서 '스팀프리는 키루스의 존재만으로도 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라는 계시(?)를 받아서 바로 아마존 결제함ㅋㅋㅋㅋ

암튼 그래서 좀 호불호를 타는 성격인 것도 같다. 요령을 부려서 살짝 피해 가면 되는 일인데 키루스는 우직하게 오직 정도만을 걷는 캐릭터라서ㅋㅋㅋ 개인적으론 취향이었지만 불호라는 후기도 본 듯한... 그래서 말투도 되게 딱딱한 편. 1인칭이 와타시인 것 빼곤 군인 말투란 느낌을 받았다. 경찰이니까 그 엇비슷한 거긴 하지만. 트친분 왈 핀은 여고생 말투 쓰고 키루스는 아재 말투 쓴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상계는 자유연애가 금지인 곳이라서 연애에 대해서 정말 아무것도 모른다. 데이트를 해본 적 없는 것은 당연하거니와 상계에는 연애소설조차 존재하지 않아서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에 대해서 잘 모른단 느낌. 오히려 이런 환경에서 키루스를 짝사랑한 핀이 대단한 건가 싶기도...

엘트크리드 발렌틴

25세, 178cm, cv. 시라이 유스케
캐릭터 테마: 구휼(Charity)
"나는, 갖고 싶다고 생각한 것은 무조건 손에 넣습니다. 권력이든 명예든 - 그리고 당신도요."
하계에 있는 '리베라리타스' 지구를 지배하는 발렌틴 은행의 은행장.
누구에게나 존댓말을 쓰며 신사적인 태도로 대한다.
우스꽝스러운 말을 자주 하지만 지역주민들로부터 신뢰를 받고 있다.
하계 출신이지만 상계에 대한 동경을 가지고 있다.


엘트크리드 발렌틴 당신은 그저 빛... 재력과 두뇌와 인맥 등등 모든걸 가진 이 남자가 없으면 타캐 루트에서 스토리 진행이 안 된다. 거의 데우스 엑스 엘트크리드 급으로... 이 남자만 등장하면 모든 게 다 해결됨. 그러나 본인 루트서 너무나도 부담스러움... 남의 루트에서 더 빛나는 이 남자... 키스 레슨만 없었다면 훨씬 좋아했을 텐데...

챠라오 속성이다 보니 숨 쉬듯이 키루스한테 수작질을 해댄다ㅋㅋㅋㅋ 챠라오 속성 나쁘지 않아서 그 부분은 나쁘지 않았음. 근데 루트에서 키루스한테 '키스 레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을 해줘서 자꾸ㅋㅋㅋㅋㅋㅋ 키스하는 소리가 보이스에 들어가 있는데 성우님이 녹음하시다가 산 낙지 드신 줄 알았음ㅠ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ㅋ 진짜 핵 부담스러움... 그리고 한 번은 진짜 츄우와아압 하는 질척한 소리 나서 차마 못 견디고 비명 지르며 대사 넘김ㅠㅠㅠㅋㅋㅋㅋㅋ
그런데 말입니다.. (김상ㅈ씨 톤) 엘트 루트를 끝내고 유튜브에서 동인 쪽 성우 찾아보다가 꾸금 시츄드씨에 입문하게 되었습니다... 시츄드씨에 익숙해진 담에 엘트 루트를 봤다면 아무것도 아니었을 텐데... 세상사는 정말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엘트크리드 루트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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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엘트 루트에 대해 너무 무서운 얘기를 넘 많이 들어서 엄청 쫄고 봤는데 생각보단(?) 괜찮았다. 트친분 말씀에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봐서 그런가ㅋㅋㅋㅋ 키스 레슨은 지금도 좀 부담스럽긴 하지만 엘트 루트 끝내고 나니 엘트도 사랑할 수 있었다...ㅎㅎㅋㅋㅋㅋ 근데 엘트 루트가 첫 루트여서 그렇기도 하고.. 핀이 너무 또라이가 되어 나타나서 진짜 엘트 루트 내내 머리 싸맸음... 엘트 루트에서 핀 엔딩을 젤 먼저 보기도 했고(ㅋㅋㅋㅋㅋㅋ) 여러모로 충격적이어서 더더욱... 엘트 루트인데 계속 핀 생각만 한 것 같아...ㅠㅠㅋㅋㅋㅋㅋ 엘트 미안....

 

남에게 기대받는 대로 행동하는 캐릭터라는 게 재밌었다. 그 누구보다 능력 있고 현장을 휘젓고 다니는 리베라리타스의 수장인데도 사실은 그저 남의 욕망의 거울로서만 존재했다는 게... 얼마나 허무한 인생인 거야 대체ㅠㅠ 잘생긴 부잣집 도련님으로 태어났으면 아무래도 여러모로 기대받는 게 많았겠죠... 그런데 키루스는 처음으로 자신에게서 무언가를 요구하지 않는 사람이었고 그게 너무나 신선해서 처음엔 흥미 본위로 접근했던 키루스에게 점차 진심이 되어가는 듯. 처음으로 욕망받고 그 욕망에 답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가 욕망한다'라는 포인트가 좋았다.

 

그리고 울릭 루트 보면서 생각한 건데 처음부터 키루스에게 다정하고 (물론 어느 정도는 가면이지만) 호의를 품고 있는 캐릭터라는 게 큰 메리트인 것 같다. 엘트 루트 볼 때는 울릭이 너무 천사 같았는데 울릭 루트 보다 보니 첨부터 키루스에게 호의적으로 대해주는 엘트가 너무나 천사 같았다...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엘트 루트는 뭐랄까 아무것도 모르는 키루스를 엘트가 홀랑 잡아먹었단 생각이 계속 드는 듯ㅋㅋㅋㅋㅋㅋ 상계는 자유연애가 금지이기 때문에 키루스가 연애에 관한 것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인데 엘트는 잘 놀고(...) 여자한테 인기도 많고 맨날 플러팅만 해대다 보니... 처음 만난 사람이 엘트가 아녔더라면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됐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고..ㅋㅋㅋㅋ 그놈의 키스 레슨도 그렇고. 사실 좀 상사한테 세쿠하라 당하는 기분이었음ㅠㅠㅋㅋㅋ 그래서 그런가 감정이입이 좀 잘 안 됐어... 루트 다 보고 엘트도 아끼는 사위가 되긴 했지만 모랄까... 아까 위에서 말했듯이 내가 여주가 '여자라서' 당하는 일들에 유독 빡쳐하고 스트레스받기도 하는데... 세쿠하라에 불쾌감을 느끼지 않기 위해서 스토리에 과몰입하지 않고 멀찍이서 보게 되고 그럼 감정이입이 안 됨...ㅋ

파생 엔딩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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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여왕 (엘트 베스트 엔딩)

무조건 엘트 호감도 오르는 선택지만 눌렀을 때 나오는 엔딩! 그야말로 엘트의 꿈이 현실화된 엔딩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그런지 엔딩 이름도 '나의 여왕'이다. 엘트는 어릴 적에 아버지가 쓰고 어릴 적 어머니가 읽어주었던 '기사와 여왕' 그림책 때문에 상계에 대한 로망을 가지게 된 건데.. 상계 출신의 검사 키루스와 사랑에 빠졌으니 정말 어릴 적 꿈이 그대로 현실이 된 거ㅎㅎ

 

다른 엔딩에서는 핀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이쪽에는 없다... 이쪽 엔딩은 엘트가 상계로 안 가고 하계에 남아있으면서 HOUNDS를 전부 잡아들여서..인듯.

 

계속되는 미래 (엘트 굿 엔딩)

공략 블로그에 <나의 여왕>은 해피, <계속되는 미래>가 어나더 엔딩으로 되어있긴 했는데... 사실 이쪽이 더 해피 엔딩 아닌가? 싶었음. 그냥 개인적인 취향이긴 한데 고난과 역경이 있는 완벽하지 않은 사랑이 더 맛있지 않나요? (?) 게다가 이쪽은 뒷 이야기가 더 풀려서... 베스트 엔딩이 문제를 원천 차단한 스토리라면 어나더 엔딩은 문제를 해결한 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네가 어떤 인물일지 궁금했는데 (게임하기 전에 스팀프리 세계관이 불로불사의 미소년 박ㅈㅎ가 다스리는 디스토피아 세계관이라는 후기를 보고 그럼 유네 루트에선 박ㅈㅎ랑 연애하게 되는 건지 너무 궁금했음) 생각보다 유네가 좋은 사람이라는 것도 알게 되고 그래서... 베스트 엔딩보다 더 맘에 드는 엔딩이었음.

 

그리고 여기서부터 핀 유클레스의 미친놈 행진이 시작됨... 키루스가 자신에게 집착하는 핀과 결투하고 키루스에게 이길수도, 키루스에게 사랑받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은 핀은 키루스에게 직접 죽여달라고 함... 진짜 미친 거 아니야 핀 유클레스 그리고 <계속되는 미래> 엔딩에서는 검으로 찔러 죽인다. 키루스는 검을 사랑했고 핀은 그 칼에 직접 찔려 죽었으니 조금이나마 행복했을까... 핀 성우인 신가키 상의 신들린 연기가 정말 대박이었다. 피 토하며 죽어가는 연기... 게다가 그 와중에 키루스에게 소중한 티스텔라家 펜던트를 넘겨주고 죽는 것도... "처음으로 죽인 상대는 기억에 남아요. 제가 키루스의 처음이 될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이건 정말 미친 대사임... 키루스에게 죽여달라고 한건 핀의 처음이자 마지막 욕심이 아닐까... 그전까진 키루스에게 뭐 하나라도 해가 될까 봐 전전긍긍하던 핀이 키루스에게 크나큰 상처가 될 것을 알면서도 본인을 죽여달라고 한 건 정말 본인을 죽어서도 잊지 말라고 하는 부탁인 거지...

 

안녕, 기사님 (울릭 배드 엔딩)

이 엔딩 정말 맘에 들었다. 드물다고 해야 하나. 공략캐가 죽는 배드 엔딩인데 어쨌든 꿋꿋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이 나온다는 게 좋았음. 물론 엘트를 계속 기다리고 있기는 하지만... 만약 돌아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무너지는걸 엘트가 바랐을 리 없기 때문에 울릭과 함께 동료로서 계속해서 살아남는 것ㅠㅠ 울릭이랑 친구가 되어 서로를 지켜나가게 된다는 것도 참 좋았다. 바로 다음에 나오는 친구처럼 이상한(?) 엔딩이 아닌 나름대로 산뜻한 우정 엔딩이라 맘에 들었어.

 

여기서 핀은 키루스에게 교살당한다. 사실 이쪽이 핀에게 더 무자비하고 냉정한 선택지일 거라고 생각했음. 왜냐면 검은 키루스에게 특별하니까 키루스의 검으로 죽는다는 사실은 핀에게 조금이나마 위안이 될 것 같아서... 근데 핀이 문제가 아니라 키루스가 멘탈 터지는 선택지였다... 키루스 독백 중 핀의 목을 조르려고 하니 '피부의 온기가 느껴진다'라는 묘사 보고 정말 비 명지를 뻔했음. 키루스 어떡해... 게다가 이쪽은 칼에 찔린 게 아니고 목이 졸리고 있으니 펜던트 넘겨줄 때의 같은 대사도 연기가 다르다ㅋㅋㅋㅋ 나 정말 너무 죽고 싶어서 셀프로 이마 쳤음. 핀은 그러면서 "이러면 죽이기 어려워지나요? 죄송합니다"하고 사과나 하고 있고...

 

그리고 이 엔딩에서 나온 울릭 대사에 진짜 마음 덜컥했다. 엘트가 자살할 결심으로 상계에 올라가고 나서 키루스가 계속 "내가 그때 제대로 했었다면" "내가 다른 선택을 했었다면"하고 자책하는 모습을 본 울릭이 "그때가 언젠데? 네가 어디서 틀린 건데? 그 실수 하나만을 고치면 미래는 바뀌었을 거란 거야?"라고 한다.. 울릭은 '네 잘못이 아니다' '네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넌 최선을 다 했다'라는 위로의 의미로 한 건데... 오토메 게이머 입장에서 메타적으로 생각해보면 정말로 바꿀 수 있었던 미래였으니까. 내가 선택지만 좀 다르게 골랐었다면 엘트는 죽지 않고 살아서 키루스랑 해피엔딩을 맞았을 거니까... 정말 오토메 게이머 셀프로 머리 때리게 하는 대사였음ㅠㅠ

 

돌아가야만 하는 곳 (핀 배드 엔딩)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사실 엘트 해피엔딩 보기 전에 첫 엔딩으로 이 엔딩을 제일 먼저 봤다... 기절하는 줄 알았음...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선택지가 1. 울릭에게 물어본다 2. 직접 핀을 찾아 나선다.인데 핀 상태가 메롱하니까 핀 직접 찾아 나서면 안 될 게 뻔한데 핀이 어떻게 나올지 너무 궁금해서 참을 수 없었음ㅋㅋㅋㅋㅋㅋㅋㅋ그리고 그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최고의 엔딩이라고 자부합니다. CG까지 있을 줄은 정말 몰랐고 최고로 짜릿한 경험이었다...ㅋㅋㅋㅋㅋㅋ

 

나 집착캐 진짜 취향 아닌데 핀은 왠지 싫어할 수가 없어... (물론 오대오 가르마+강아지상+눈물점+다정+존댓말+자낮+순정남이라서 내 취향일 수밖에 없긴 한데)

 

달콤한 대가 (엘트 배드 엔딩)

선택지의 업보가 휘몰아치는 엔딩ㅋ

 

나 정말 전혀 예상 못하고 있어서 까무러치는 줄 알았음. 사실 예상했을 법도 한데ㅋㅋㅋ 세이브-로드하면서 엔딩 여러 개를 한꺼번에 봤더니 타임라인이 자꾸 헷갈려서ㅋㅋㅋㅋ 핀이 살아있다는 걸 까먹고 있었다ㅋㅋㅋㅋ 그래서 키루스가 보호지구의 집으로 갈 때도 아이고 어째.. 메를로네 이미 이사 가고 없을 텐데ㅠㅠㅠ까지만 생각하고 있었지 핀이 나타날 거라곤 전혀 생각을 못 했어.........ㅋ

 

이 엔딩이 충격적이었던 게, 사실 나도 '핀을 죽일 수 없다' 선택지 쪽이 제일 공감 갔으니까... 애초에 사람을 죽이는 것도 그렇지만 핀은 키루스에게 있어서 가족 같이 소중한 사람인 거고, 그런 사람이 본인을 죽여달라고 해도 죽여줄 수 있을 리 없잖아... 그래서 나도 이런 상황에선 핀이 아무리 원한다고 해도 그 소원을 들어줄 수 없겠다, 핀도 어찌 되었든 살면 좋겠다 싶었었는데...ㅋ... 그 선택지를 고른 업보가 이렇게 돌아올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죠....

 

나는 이 엔딩이 핀 엔딩이 아니라 엘트 엔딩으로 들어가 있다는 게 너무... 너무하다고 생각해..... <돌아가야만 하는 곳>이랑 다르게 이 엔딩은 핀 엔딩으로 들어가 있지 않다는 건... 정말로 엘트가 죽었다는 게 포인트라서.. 겠지.... 이 엔딩에서는 핀이 엘트 죽여서 옆에 엘트 시체 있는데... 그 바로 옆에서 핀이 넹글 돌아서 키루스 ㄱㄱ..한거잖아... 보면서 리얼리 이 표정 됨...

 

원제가 '甘い代償'인데 '달콤한 대가'와 '사소한 대가' 두 뜻으로 다 해석할 수 있는 듯... 핀의 집착과 애정이 '달콤'하고 그것을 얻은 대신 지불한 엘트의 목숨이라는 '사소한' 대가... (둘 다 반어법으로..)

 

하늘의 끝에 흩날리다 (엘트 배드 엔딩)

상계에서 자폭하는 동반자살 엔딩.. 있을 거라곤 생각했지만..ㅠ_ㅠ 자폭해서 상황을 해결한다는 점에서 약간 니어 오토마타 프롤로그 생각났음... 블랙박스 맞대서 자폭하고 앵겔스 친구들 몰살시키는 2B랑 9S... 근데 얘네는 안드로이드도 아니어서 메모리 백업도 안 되잖아 ㅠㅠㅠㅠㅠㅠ

 

어차피 독 안에 든 쥐 신세라는 걸 알면서도.. 엘트가 "우리들,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라고 웃으면서 말하는 거 보고 진짜 넘 마음 아팠음ㅠㅠ 애초에 자살을 각오하고 온 거긴 하지만... <계속되는 미래>에서처럼 무사히 돌아갈 수도 있었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더 멘탈 부서졌음.. 그리고 <안녕, 기사님>에서 울릭 대사처럼... 엘트의 "... 다른 미래에서는, 우리들은 결혼했을까요" 대사도... 또 메타적인 뉘앙스 있어서 오토메 게이머 머리 쥐어뜯음...

 

원제가 空の果てに舞う인데 첨에는 '하늘의 끝에서 춤추다'로 번역했었다가.. 생각해보니 폭탄으로 터져서.. (인체가..) 흩날린다고 한 걸까 싶어 져서 '하늘의 끝에 흩날리다'라고 번역함... (제목 다시 보고 멘탈 다시 깨짐)

 

울릭 페리에

18세, 168cm, cv. 타카츠카 토모히토
캐릭터 테마: 현명(Prudence)
"지켜지기만 하는 건, 좋아하지 않아."
하계 출신의 신출귀몰한 정보상.
엘트크리드와는 악연인 듯, 개인적으로 의뢰받는 일이 많다.
자유로운 성격으로 빈정거리는 인물. 어떤 이유로 상계 출신을 싫어한다.


엘트 루트 하면서 울릭이 너무 귀여워서 얼른 울릭 루트 하고 싶었음ㅋㅋㅋㅋ 스팀 프리 공략캐들을 동물에 비유한다면 울릭은 츤데레 아기 고양이란 느낌이다 ㅎㅎ 다른 캐릭터들은 전원 키루스보다 연상인데 울릭만 키루스랑 동갑이라서 만 18세라는 나이에 걸맞게 어떻게 보면 좀 유치한 말다툼을 하면서 티격태격하는 관계가 너무 사랑스러움ㅎㅎ 키루스랑 울릭 동갑이면서 서로를 철없는 어린애로 생각하는 점이 더 웃기다. 서로 자신이 더 연상일 거라고 생각한 거 정말 어이없어ㅋㅋㅋㅋㅋ

원래 키 작고(?) 어려 보이는 캐릭터에 큰 관심을 가진 적이 없는데 울릭이 예외를 만들었다... 맨날 예상치 못 하고 치이니까 덕통 사고라는 말도 있는 거겠지만ㅋㅋㅋㅋ 원래 덩치만 크고 무해한 캐릭터들 좋아하는데 유독 스팀프리에서는 키 작은 캐릭터들이 눈에 밟힌다.

울릭 해피엔딩 클리어하면 해금되는 오마케 보이스가 진짜. 진짜. 귀엽다ㅠㅠ 다들 꼭 들어봐 줘ㅠㅠㅠ

울릭 루트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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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트는 해피 엔딩이 두 개였는데 울릭은 왜 하나밖에 없는 거죠..? 울릭도 행복하게 해 달라고요... 울릭은 왜 행복할 수 있는 확률 이렇게 낮은 건데... 그리고 핀이 등장하지 않아서 놀랐음. 엘트 루트에선 정말 강렬한 인상을 남겼던 핀이라서 울릭 루트 하면서도 긴장하고 있었는데 코빼기 한 번 보이지 않았다... 울릭 루트에서 핀은 그냥 키루스가 죽었다고 믿고 계속 살았으려나..

 

진짜 여러 번 말하는 건데 울릭 진짜 진짜 진짜 귀엽다ㅠㅠ 엘트 루트 하면서도 좋았지만 울릭 해피 엔딩 보고 정말 사랑하게 됨... 내내 트위터에서 '나.. 울릭 사랑하냐?' 이러고 있었어...ㅋㅋㅋㅋ큐ㅠㅠㅠㅠ 츤데레는 언제나 사랑스럽지만 울릭은 더더욱.. 아까 위에서 말한 오마케 보이스가 그 귀여움의 정점인 거 같음. "나에게 미움받기 싫으면 날 소중히 대할 것. 날 반하게 한 책임, 제대로 지란 말이야." 이 대사 진짜 최고로 귀여워...... 지금도 함박웃음 나온다ㅎㅎㅎ

 

울릭 스토리의 포인트는 '사람을 믿고 싶지만 믿을 수 없는 것' 그리고 '살아있어도 되는 이유.' 그리고 그 두 포인트 모두 울릭이 페리에家의 자손이라는 데서 기인한다... 사람을 믿고 싶어 하지만 어릴 적부터 여러 번 '믿으면 안 된다'라고 교육받았고, 본인도 친아버지에게 배신당한 경험으로 사람을 믿지 않음. 그리고 믿음은 사랑과도 직결되기 때문에ㅠㅠ 사람을 믿지 않으면 사랑할 수 없고 믿음을 주지 못하면 사랑받을 수도 없다. 결국 이른 나이에 어머니까지 잃고 천애고아가 된 울릭은 그 누구와도 애정을 주고받을 수 없는 너무나 외로운 아이가 되어버려서ㅠㅠ 그렇지만 역으로 너무나 외롭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절실하게 타인을 믿고 싶어 한다. 울릭은 18년 내내 계속 혼자 이걸로 고민했을게 분명ㅠㅠ 울릭한테 형제나 사촌이라도 있었다면 조금이라도 다르지 않았을까 싶은데... 페리에家는 비밀을 지키기 위해서 무조건 한 세대 당 한 사람만 낳았던 걸까?ㅠㅠ

 

그런 울릭에게 조건 없이 믿음을 준 게 엘트. 둘은 서로를 친구라고 이야기하지만 사실상 엘트는 울릭에게 무조건적인 신뢰와 보살핌을 주기 때문에 울릭에게 엘트는 배신한 친아버지를 대신할 존재나 마찬가지... 그렇지만 울릭은 이미 10년 넘게 모두를 불신하며 살아왔기 때문에 엘트를 친구라고 생각하는 정도까지는 왔지만 자신을 향한 엘트의 무조건적인 신뢰는 돌려주지 못하는 상태였음. 그리고 엘트와 비슷한 포지션에 들어오는 게 키루스다. 엘트와는 알고 지낸 지 오래되었고 몇 백 년 전부터 가문끼리 교류가 있는 사이였는데도 엘트가 아닌 키루스가 울릭의 마음을 녹이게 되는 이유는 아마도 울릭이 엘트에게 뿌리 깊은 열등감을 느끼고 있어서... 키루스는 울릭에게 무조건적인 신뢰를 주는 사람이되 열등감을 느끼게 하는 사람은 아니어서 둘이 사랑에 빠질 수 있었던 게 아닐까...

 

근데 페리에家가 상계와 하계의 균형을 유지하는 존재라는 설정 진짜 히로인스럽지 않아? 세계관의 열쇠를 지닌 인물이라니 이거 완전 여주 설정인데ㅋㅋㅋㅋ 오히려 키루스가 '남주'스러운 게 일단 완력으로도 울릭보다 세고 (울릭도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지만 힘보단 유연한 쪽인 듯) 울릭을 지켜주려고 함. 게다가 울릭도 "보호받기만 하는 건 싫어"라는 대사 하고ㅋㅋㅋㅋㅋ 울릭키루는 계속 울릭이 히로인 같았어ㅋㅋㅋㅋㅋㅋ

 

암튼 그리고 울릭이 성격 나쁘고 입도 험한 츤데레라서 루트 초중반까지는 계속 키루스랑 티격태격하는데 그게 정말 귀여웠다. 딱 동갑내기 느낌이기도 하고ㅋㅋㅋ 친구->연인으로 발전하는 관계가 취향이라서 울릭키루 정말 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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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의 이야기 (울릭 베스트 엔딩)

엘트는 <기사와 여왕> 그림책으로 상계에 대한 동경을 키웠고 본인의 해피엔딩에서는 키루스와의 사랑을 통해 그 그림책이 현실이 되었던 것처럼, 울릭도 그 이야기에 영향을 받았다. 그렇지만 엘트와는 다르게 울릭은 그걸 '자신의 이야기' 혹은 '동경하는 이야기'로 받아들인 게 아니라 '나와는 관계없는 이야기'로 받아들인 것 같음... 엔딩 이름이 <나만의 이야기> 인건 결국 그 전에는 자신의 인생을 '나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지 않았단 거니까... 아마 그런 동화의 주인공은 엘트처럼 빛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이니까 자신은 결코 주인공이 될 수 없다고 생각했던 게 아닐까. 엘트를 유일한 친구이자 가족으로 신뢰하지만 동시에 신뢰하면 안 된다는 강박과 열등감에 시달리던 울릭... 그런 울릭이 그 누구도 아닌 자신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나만의 이야기'를 갖게 되는 이 엔딩이 너무 사랑스러웠다ㅠㅠ

 

그 동화책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더라고 하더라도 울릭은 책을 좋아하는 애서가이고, 키루스와 관계가 급격하게 가까워지는 것도 책 덕분이다. 울릭이 키루스한테 하계의 글자를 알려주면서 책 읽는 걸 도와주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ㅠㅠ CG도 진짜 최고로 사랑스러워. 그리고 울릭의 "난 마음을 전달하는 게 서투르니까, 등장한다고 하면 삼류소설일까" 이 대사 정말 너무 좋았다... 이 둘이 책, 그중에서도 연애소설을 통해서 가까워지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조금씩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 좋았다. 키루스는 연애가 금지인 상계 출신에, 울릭은 여태 다른 사람을 믿지 않아 비즈니스 외적인 교류가 없었던 인물이라, 둘이 같은 속도로 나아간다는 점이 너무 귀엽고 간질간질함. 원래도 항상 문학소년은 취향에 들어가는데... 울릭은 약간 공돌이 느낌이 있어서 그런가 문학소년 느낌은 아니었지만 책을 통해 교류한다는 것 자체가 너무 좋아.

 

편익(片翼)의 새 (엘트 배드 엔딩)

엘트 루트 <안녕, 기사님> 엔딩의 반대 엔딩. 여기서는 울릭이 죽고 엘트와 키루스가 울릭을 기린다. <안녕, 기사님>은 해피엔딩은 아니지만 나름대로 키루스가 고난을 넘어서 굳세게 살아간다는 느낌이라서 좋았는데 <편익의 새>는 그냥... 그냥 너무 슬펐어... 자신만 없다면 모든 게 해결된다고 생각하고, 유일한 친구에게 자신을 죽여달라고 하는 울릭의 심정은 대체 어땠을지... 게다가 울릭을 멈추고 싶지만 페리에家를 섬겨야 한다는 발렌틴家의 사명 때문에, 그리고 자신에 대한 친구의 믿음을 져버릴 수 없어서 자기 손으로 친구를 죽이는 엘트의 심정은 또...ㅠㅠㅠ 울릭이 모든 걸 정말로 체념했다는 게 느껴지는 엔딩이라서 정말 엉엉 울면서 봤다...

 

게다가 이 엔딩은 '울릭과의 약속을 저버리고 엘트에게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선택지를 골라야 볼 수 있는 엔딩이라... 울릭이 '키루스는 조금이라도 믿어볼 수 있지 않을까'하고 고민했던 마음을 꺾어놓는 게 너무 괴로웠다ㅠㅠ 너 같은걸 믿은 내가 바보였다고 할 때 진짜 맴찢........ㅠㅠㅠㅠ

 

배드 엔딩이지만.. CG가 정말 최고다... 꼬마 엘트와 꼬마 울릭 CG랑 스탠딩 정말 너무 귀여워ㅠㅠㅠ 이 두 사람의 첫 만남도 그렇고, 여러모로 엘트와 울릭 두 사람의 관계가 많이 설명되는 엔딩인 듯. 자신의 오른팔이자 친구이자 가족이었던 울릭을 잃은 엘트는 말 그대로 날개 한쪽을 잃은 새...

 

『페리에』 (울릭 배드 엔딩)

진짜 깨비참 엔딩... 울릭의 신뢰를 저버리지 않은 엔딩이라서 나름대로 울릭과의 사이도 나쁘지 않았고, 무사히 바이스도 해결한 상태인데 이제 모든 게 잘 해결될 거란 희망을 무참히 짓밟아버리는 엔딩... 죽기 전 키루스의 마지막 대사가 "결말... 알고 싶었어..."인 것도 참..ㅠㅠ 소설의 결말을 알고 싶었다는 얘기지만 동시에 키루스의 마지막 말이라는 점... 그리고 다른 울릭 엔딩 이름이 <나만의 이야기>인 것도 같이 생각해보면... 키루스는 울릭의 인생이 앞으로 어떻게 되는지를 보고 싶어 했다, 울릭의 곁에서 그를 지켜보고 싶었다는 뜻도 되는 건데...ㅠㅠㅠ키루스가 총상 때문에 죽어버리는 걸 보면서 울릭이 제발 누군가 문을 열어달라고 소리치는 거 보면서 진짜 눈물 줄줄 흘림....

 

성우분이 연기 너무 잘하셔서 진짜 머리 깼음. 결국 울릭도 모든 걸 포기하고 물에 잠기기 전 독약으로 자살... 하려다가 자살할 용기가 없어서... 자살 못 하는 것도...ㅠㅠㅠ <편익의 새>나 <마지막 페이지>와는 다르게 이 엔딩의 울릭은 결국 마지막까지 살고 싶어 했던 게 눈에 보여서ㅠㅠ 누구보다 살고 싶지만 죽어야 한다는 점이 너무 절망스러웠어ㅠㅠ 아니 보통 이런 시점에서 엘트가 와서 문 열어줘야 하는 거잖아ㅠㅠ 보통 가상의 이야기는 그래야 하잖아ㅠㅠㅠㅠ

 

게다가 울릭이 키루스한테 죽지 말라면서 "책을 빌려주기로 약속했잖아. 난 내가 약속을 어기는 것도 상대가 어기는 것도 싫어. 그니까... 약속을 지키게 해 줘."라고 하는데 또 여기서 울릭의 신뢰 문제 생각나서 넘 맘 아팠어... 울릭이 상대방을 믿지 않는 건 결국 상대방이 자신을 배신할 때 상처 입기 싫어서 미리 선을 긋는 자기 방어라는 게 보여서... 자신을 내버려 두고 먼저 죽어버린 키루스한테 "내가 널 믿게 한 책임, 지란 말이야..!"라고 하는 것도ㅠㅠ 이미 사람한테 상처를 너무 많이 받아서 (친아버지 건도 그렇고..) 그냥 사람을 믿길 포기한 울릭.. "누구도 믿지 않았던 내가, 누군가에게 의지해도 될 리... 없지. 아아, 그래." 대사에서도 울릭의 체념이 느껴짐...ㅠㅠ

 

울릭은 여러모로 '페리에'라는 이름에 사로잡힌 인물이라서... 특히 이 엔딩에서는 "이렇게 되기 위해서 나는! 페리에를 지켜온 거냐고!"라고까지 하고 있어서 더 슬프다. 페리에란 이름이 대체 무엇길래 나의 삶을 옥죄어왔던 것일까, 그러나 페리에가 아니라면 나는 대체 무엇인가, 라는 고민을 끊임없이 해왔을 울릭ㅠㅠ 첫인상에선 울릭에 큰 관심 없었는데 게임해보고 나니 너무 사랑하게 되었음... 울릭 내 아들이야 들리냐고 휴넥스 내 아들 행복하게 해 줘....

 

마지막 페이지 (울릭 배드 엔딩)

키루스는 바이스에게 살해당하고, 울릭은 바이스를 끌어들여 서고에서 동반 자살하는 엔딩. 둘 다 죽는데 서로 죽은 사실을 모른다... 울릭 마지막 대사 중 하나가 "혼날 각오하고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을게. 엘트와 키루스는 천천히 와."인데 만약에 스팀프리 세계관에 사후세계가 있다고 한다면... 울릭은 먼저 도착해있는 키루스를 만나게 되지 않을까... 그래서 그런지 이 대사 보면서 저승에 도착하자마자 "왜 네가 여기 있는 거야!?"하고 멘붕하는 울릭이 계속 상상됐음ㅠㅠ 사후세계에서조차 방심할 수 없는 게임 스팀 프리즘...

 

심지어 혼자 남은 엘트는 어떨지 가늠조차 안 된다. 울릭이 자기를 죽여달라고 하는 엔딩 이름이 <편익의 새>인데 키루스까지 없으면 엘트는 그냥 날개 없는 새 아닌지...ㅠㅠㅠ 엘트는 책임감이 강한 인간이라 어떻게든 정상적인 척하며 리베라리타스의 수장으로 계속 살아갈 것 같긴 하지만 완전 마음이 조각났을 것 같음...

 

들을 수 없는 말 (울릭 배드 엔딩)

이 제목도 중의적이려나.. 聞けない言葉라서 '들을 수 없는 말' 혹은 '물어볼 수 없는 말'일 수도... 어찌 되었든 키루스가 죽었기 때문에 키루스가 책에 대해 하려던 말은 못 들었겠지...

 

완전 희망을 줬다 뺏었다 하는 엔딩이었다. 키루스가 자신을 죽여달라고 했을 때 울릭이 고민하다가 결국 마음을 다잡고 독약을 맞춰주려고 했는데... 바이스가 중간에 방해해서 울릭은 나름대로 안심했을 것 같은데 그 사이에 바이스가 키루스한테 주사를 놔버려서 결국 키루스는 또 죽고..........ㅠㅠㅠㅠ 희망을 갖고 방심한 사이에 다가오는 죽음이 진짜 울릭에게 너무 잔인했다...

 

아다쥬

26세, 175cm, cv. 후루카와 마코토
캐릭터 테마: 절제(Temperance)
"... 나에게 사람을 좋아하게 될 자격은 없어."
HOUNDS가 관리하는 보호지구 변두리에서 사는 의사.
무뚝뚝하지만 잘 돌봐주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원래는 상계의 주민이었지만, 어떠한 죄를 지어 하계로 보내졌다.


일단 성우가 후루마코. 스팀프리는 검색해도 검색 결과가 안 나오는 성우들이 몇 명 있는데 그중에서 드물게 내가 아는 성우가 붙은 캐릭터다. 후루마코는 예전에 하던 모바일 겜에서 몇 번 봤어서 나름 아다쥬 루트를 기대하고 있었음. 게다가 엘트 루트에서 잠깐 얼굴을 비추는데 궁금해져서ㅋㅋㅋㅋ 첫인상은 남의 말은 전혀 안 듣는 개썅마이웨이 4차원 의사...였는데 의외로 아니었다. 생각보다 제대로 주변사람들을 신경 쓰고 있는 캐릭터더라...

아다쥬 루트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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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다쥬랑 키루스 관계가 넘 귀여웠다. 키루스보다 8살 연상인 캐릭터라 그런지 되게 나이 차이 많이 나는 오빠와 여동생 같단 느낌이 많이 들었다ㅋㅋㅋㅋ 키루스가 하계에 온지 얼마 안 돼서 잘 모르는 것들이 많으니 아다쥬가 하나 하나 알려주는 관계라 그런가. 그리고 엘트 루트에서는 뭣도 모르는 키루스가 처음 보는 상대한테 홀랑 넘어갔다고 느꼈는데 아다쥬 루트도 좀 비슷했다ㅋㅋㅋㅋ 정확히 말하자면 홀랑 넘어갔단 느낌이라기보다는 아다쥬가 자기 좋을대로 맘대로 한다는 느낌? 자기가 먼저 키스 해놓고는 섹스는 꼭 좋아하는 사람이랑만 해야한대. 왜죠!?!? 완전 치사하지 않아?

 

아다쥬가 워낙 잘 안 웃고 무뚝뚝한 캐릭터다인데 키루스랑 있으면서 미소도 많이 짓고 (아다쥬 눈웃음 진짜 유죄임..) 소리내서 웃기까지 해서 놀랐음. 출산이 뭔지 아냐고 물어봤을 때 키루스 대답이 정말 웃기고 귀엽긴 했지만 나도 아니고 그 아다쥬가(?) 폭소까지 할 줄은 정말 몰랐어ㅋㅋㅋㅋ 게다가 아다쥬 상계에 있을 때 아동시설에서 자라면서 나이에 집착하게 돼서 내가 연상이니까 내가 리드한다라는 사실에 되게 신경쓰는 점이 또 귀여웠다ㅋㅋㅋ (명심하자 다른 사람이 이러면 꼴값이지만 아다쥬 정도 되는 얼굴이기 때문에 귀여운 거)

 

아다쥬는 본인이 아버지에게 '열성'이라고 불렸다는 사실을 굉장히 마음에 두고 있는데 사실 루트 내내 이 게임이 열성이란 용어를 어떻게 쓰는 건지 좀 헷갈렸다... 아다쥬가 작중에서 한 번 설명하기도 하지만 일단 생물학에서는 '유전적으로 드러나지 않는 형질'이 열성인데... 생물학적으로 우성과 열성은 우열관계가 있는 게 아닌데 뭔가 작중에서 자꾸 '열등함'으로 쓰이는 것 같아서 좀 신경 쓰였다. 그냥 '드러나서는 안 되었던 형질, ' 즉 '태어나서는 안 되었던 아이'를 뜻하고 싶었던 걸까...?

 

키루스가 보호지구로 보내진 이유가 밝혀지는 루트. 키루스의 특이한 피를 탐낸 그리사드의 요청에 따라 일부러 키루스를 하계로 보내기 위해 상계의 누군가가 키루스의 부모를 살해하고 그 죄를 키루스에게 덮어 씌운다.ㅠㅠ 그랜드 루트 같은 곳에서 밝혀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의 아다쥬 루트에서 밝혀지는 진실.

파생 엔딩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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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치다 (아다쥬 베스트 엔딩)

사실 초반부터 기대가 컸다. 왜냐면 동거부터 시작하는 데다가 위장부부까지 되잖아... 솔직히 한 방에서 자는데 난 조금이라도 달달해지고 나면 뭐가 있을 줄 알았단 말이야... 근데 정말 그런 거 하나도 없었다... 아다쥬군 나는 자네에게 실망했네 (농담) 그치만 키루스한테 키스하는 장면이 귀여웠다...

 

그치만 플레이하는 내내 대체 이 루트의 어디가 해피인 건가 고민했음.... 아다쥬가 그리사드 조수가 되어서 일한 것은 키루스를 내보내려는 계획을 숨기기 위해서 어쩔 수 없었던거니까 그래도 용서할 수 있어... 근데 작센이 부른다고 아무 대책 없이 그냥 바로 '내가 살인범이다'라고 하면서 쫓아가면 어떡해? 고작 일주일 전에 키루스한테 '내가 일생동안 너를 뒷받쳐줄테니 좋아하는 것만은 허락해줘'라고 했었잖아. 그런 말 해두고 일주일만에 처형장으로 가버리면 키루스는 어떡하라고...? 이네스가 도와준게 아니었으면 그냥 바로 처형당했을텐데... 키루스가 그리사드 때문에 HOUNDS 감옥에 갇혀있을 때 아다쥬가 괘씸해서 (키루스한테 언질이라도 해주지 그랬어!ㅠㅠ) 넌 좀 굴러야겠다고 했지만 누가 바로 목숨을 포기하라고 했어...? 너의 각오는 고작 그만큼이었던 것이냐 아다쥬 로젤라이트...

 

그리고 전반적으로 스토리 완성도에 의문이 들었다... 엘트 루트에서도 그렇긴 했지만 갑자기 작센이 얌전한 멍청이가 됨. 이네스가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 생각해라'라는 말에 처형을 멈추는 녀석이 진짜 우리 작센이 맞나요...? 분명 상온에 끓는점 있는 인성 밑바닥인 놈이었는데 갑자기 상식적으로 변해버린 작센... 게다가 작센이 있는데 키루스를 HOUNDS 처소에서 일하게 한다...? 그리고 아다쥬와 평화롭게 알콩달콩 지낸다...? 너무 말이 안 되는 얘기 아닌가...

 

차라리 그냥 작센이 아다쥬네 집에 찾아오지 않는 상태에서 스토리를 끝냈어야 했다... 그럼 적어도 아다쥬가 절절한 사랑고백을 한지 일주일 만에 얌전히 처형당하러 가는 놈이 되지는 않았다... 그리사드 살인범으로 아다쥬를 의심하지도 못하는 작센은 여전히 멍청한 놈으로 보였겠지만 원래 스토리에서도 멍청해 보이니 그게 그거인 걸로 ㄱ- 그치만 뭐... 아다쥬랑 키루스가 행복해 보이긴 하니까... 그리고 나머지 배드 엔딩을 보고 베스트 엔딩을 다시 보니 나름 해피 엔딩이구나 싶었다... 마지막 부분 때문에 사위로서는 약간 믿음직스럽지 못하지만 키루스가 행복하다면야... 그래.

 

근데 그래도 아다쥬를 사랑할 수밖에 없기는 하다... 일단 첫 번째 이유는 얼굴. 그 얼굴만은 미워할 수 없다... 그리고 아다쥬란 캐릭터도 사랑스럽고. 특히 고백할 때 "나를 어떻게 생각해도 괜찮아. 그렇지만... 여기에 있어주면 안 될까. 평생에 걸쳐 당신을 위해 헌신할게. 다른 남자를 좋아해도 괜찮고... 그것과 이건 별개로. 당신을 지키게 해 줘. 당신을 좋아하는 걸... 용서해줘."라고 하는 부분에 꽂혔다... 나 바스타페에서도 그렇고 이런 대사가 취향인 걸까ㅋㅋㅋㅋ 게다가 마지막 문장을 생각해보면... 아다쥬의 대표 대사가 "난 다른 사람을 좋아할 자격이 없어"였는데 거기에 대한 대답이 되니까ㅠ_ㅠ

 

잘 자, 조수 (아다쥬 배드 엔딩)

좀 허무한 엔딩이었다... 너무 초반에 끝나버리는 엔딩이라서 그런가. 아다쥬랑 키루스랑 별로 친해져있지 않은 상태에서 키루스가 죽어버리는 상황이라... 아다쥬의 신념이 보이는 엔딩이기는 했다. 메를로네에게도 그랬듯이 키루스도 살릴 수 없는 것을 알기 때문에 그냥 편하게 보내주는 아다쥬... 또 그러고 살리지 못했단 사실에 자책했겠지. 집에 돌아가서 유독 집에 휑하다고 느꼈으려나...

 

로젤라이트 (이네스 배드 엔딩)

아다쥬가.. 그리사드를 고발하면서 자신도 처형해달라고만 안 했으면 이쪽이 더 해피한 엔딩일 수 있었는데. 이쪽 루트에서는 아다쥬가 버틸 힘이 부족했던걸까ㅠㅠ 키루스는 이네스에게 부탁한 채 자수해서 처형당한다ㅠㅠ 좀만 더 버텨보지 아다쥬..란 생각이 들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근데 사실 아다쥬 입장에선 배드 엔딩인데 이네스한테는 어부지리 엔딩인 듯!?ㅋㅋㅋㅋㅋ 아예 이 엔딩은 이네스 엔딩이기도 하고ㅋㅋㅋㅋ 키루스는 아다쥬의 죽음을 극복하고 아다쥬의 서적을 통해서 의학을 독학하고 이네스는 그런 키루스와 여전히 친하게 지낸다. 일단 둘 관계에 어떤 진전이 있었다고 나오지는 않지만 이네스의 멜로 눈깔을 보면 둘이 사랑하는 사이가 되는 건 금방이지 않을까 싶고ㅋㅋㅋㅋㅋ 일단 이네스랑 키루스는 워낙 비슷한 사람 둘이다 보니 더 그럴 것 같아.

 

건네줘야 하는 것 (핀 배드 엔딩)

핀이 아다쥬와 함께 있는 키루스를 보고 도망치지 않았다면 이런 결말이 아니었을 거란 사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만약 그 순간 핀이 도망가지 않고 문을 두드렸더라면 키루스는 아다쥬에게 "내 상태가 이상하다"라고 말을 꺼내지 않았을테고 그럼 자기가 아다쥬를 좋아한다는 사실도 몰랐을거고 아다쥬랑 키스도 안 했을거임... 진짜 가혹한 운명이란 말 밖에 안 나옴...ㅋㅋㅋㅋㅋ 근데 핀이 도망치고나서 나중에 키루스와 대화를 한다면 키루스는 "그런거 아니고 위장부부다"라고 변명을 했겠지만 그 시점에선 이미 키루스가 아다쥬에 대한 마음을 자각하고 있기 때문에 소용이 없어... 물론 실제로는 그런 대화조차 하지 못 했지만.

 

여러모로 키루스 멘탈 갈리는 엔딩... 솔직히 내가 봐도 핀은 무서워서 나 같아도 도망쳤을 것 같은데ㅠㅠㅋㅋㅋ (도망 안 쳤으면 엘트 루트 때처럼 머리 넹글 돌았을 거잖아..) 키루스가 핀한테 총을 쏜 시점에는 핀이 그저 펜던트를 돌려주려고 했었다는 게...ㅠㅠㅠㅠㅠㅠ 핀 유클레스 너 진짜..........

 

『열성』 (아다쥬 배드 엔딩)

고통스러운.. 엔딩......... 산 채로 눈 뽑히는 아다쥬 비명소리가 너무 괴로웠어........ 게다가 핀이 죽은 직후에 그것까지 보고 있어야 하는 키루스는 또 멘탈이 얼마나 산산조각 났을지......ㅠㅠㅠㅠㅠㅠㅠ 이대로 둘은 프리실라의 몸 안에서 하나가 되었겠죠.... 어찌 보면 '열성'이라는 제목이 딱 맞는 엔딩이다. 아다쥬와 키루스 둘 다 더 이상 각각의 인간이 아닌 프리실라의 몸 안에서 드러나지 않는 일부가 되어버리는 거니까...

 

근데 난 사실 아다쥬 배드 엔딩에서 키루스의 피가 도는 프리실라를 마주한 아다쥬, 혹은 반대로 아다쥬의 눈을 가진 프리실라를 마주한 키루스 소재가 꼭 나올 줄 알았거든... 깨어난 프리실라의 모습도 나름대로 기대하고 있었는데 안 나오더라. 아무리 그래도 이건 너무 잔인했나?;

 

흔들리며 스러지다 (아다쥬 배드 엔딩)

고통스러운 엔딩2.......... 드디어 해피 엔딩 하나 더 보나 했는데 또 배드 엔딩이었다....... 왜 엘트만 해피 엔딩이 두 개인가요 권력자 특전인가요?ㅠㅠ 아니 그리고 그놈의 그리사드는 왜 이번엔 안 죽어있는 거야? 프리실라에 붙은 불을 온몸으로 끄려다가 같이 죽어야 하는 거 아녔어?ㅠㅠㅠ??? HOUNDS 놈들도 피해자가 괜찮다면 괜찮은 줄 좀 알지........ 행복할 줄 알았다가 또 와장창 무너진 엔딩... 이 게임에 희망은 없다......

 

이네스 하인리히 하이네

29세, 180cm, cv. 키미시마 테츠
캐릭터 테마: 불굴(Fortitude)
"타인의 모든 불행을 끌어안을 수 있을 만큼 네 팔은 크지 않아."
하계의 보호지구를 관리하는 HOUNDS의 부(副) 리더.
인망은 있지만 고지식하고 완고하기 때문에 난폭한 인간이 많은 HOUNDS 내에서는 겉도는 존재.
의사인 아다쥬와 교류가 있다.


영생을 사는 인외 유네를 제외하면 공략캐들 중 제일 연장자. 11년의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키루스랑 제일 닮은 사람이다. 솔직히 성격만 보면 키루스랑 Ctrl c+Ctrl v 아닌가 싶음...ㅋㅋㅋㅋㅋㅋ 그렇게 비슷하게 완고하고 정의롭고 FM적인 두 사람의 스토리이다 보니 로맨스력은 솔직히 낮다. 대신 이 둘이 정말 세상을 더 좋은 곳으로 바꿔나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좋음.

여담이지만 사실 이네스 루트 시작하기 전에 혼자 이네스 루트에 대해 궁예 해봤다가 오해가 있었는데ㅋㅋㅋㅋ 이네스가 금발이다 보니 "이네스는 에반스家의 장남 혹은 혼외자식이지만 하계로 보내지면서 의절을 당해 어머니의 성이나 미들네임을 성으로 쓰고 있는 게 분명하다!"라고 궁예를 했었는데 정말 어떻게 이렇게까지 틀리지? 싶을 정도로 그 어느 것도 들어맞지 않았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네스 루트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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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네스 루트 자체는 여러 가지 진실 밝혀지고 떡밥이 해결되어서 재밌었지만 정작 이네스라는 캐릭터 본인은 큰 임팩트가 없는 느낌이었다. 본인 루트에 본인이 가려진 느낌... 이네스 루트 보고 기억에 남는 건 (1) 키루스 단발 (2) 시아 & 작센 과거 (3) 유네 (4) 핀이라서...

 

게다가 이네스도 키루스랑 워낙 비슷한 캐릭터다 보니 정말 마지막의 마지막에야 자신의 감정을 자각하게 되어서 연애도가 0에 수렴한다... 오히려 아다쥬에게 도움을 받은 키루스가 먼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렸을 정도로..^_ㅠ 키루스의 어린 시절 티스텔라家의 펜던트를 찾아준 경찰이 이네스였어서, 키루스의 동경이자 목표였다는 설정까지 있는데 달달함이 부족해서 뭔가 임팩트가 없다... 둘 사이의 스토리는 참 풍부한데 감정이 담백하단 느낌.

 

그리고 대망의 시아... (싀아? 스이아?) 정말 등장한다는 사실 자체가 스포여서 그 누구에게서도 이런 갓캐가 나온단 소식을 듣지 못했어ㅠㅠㅋㅋㅋㅋㅋ 시아를 볼수록 시아가 습격으로 죽지 않았더라면 키루스에게 있어서 정말 좋은 멘토가 될 수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ㅠㅠ 프롤로그 보면 키루스도 경찰관 중 드문 여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험한 소리를 들으니까... 중급 경찰관 승급시험으로 하계 시찰 왔을 때 미친놈의 작센 대신 시아를 만났다면 정말 좋았을 텐데...ㅠㅠ HOUNDS의 리더로 활동하면서 주위 부하들에게 존경받는 시아를 보고 자신의 다짐을 되새길 수 있지 않았을까ㅠㅠ 여러모로 시아가 죽은 게 정말 너무 안타깝다ㅠㅠ

시아는 정말 갓캐다.............

그리고 솔직히 작센 과거 시점 보면서 작센시아 주식 사고 싶었다... 시아는 작센에게 아끼는 부하 이상의 감정이 없을 테고 작센의 일방적인 짝사랑인 걸로. (어라 MIU404의 키쿄랑 시마가 조금 생각나는 것 같기도) 물론 사랑이 아닌 동경과 존경이어도 좋다. 남녀 간의 상하관계는 항상 너무 로맨스적으로 해석되는 경우가 많으니 거기서 벗어나는 것도 좋아. 그렇지만 시아의 죽음 이후 작센이 미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돌변한 걸 보면 그 감정이 무엇이었든 간에 정말 큰 감정이었을 건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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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UNDS』 (이네스 베스트 엔딩)

모든 게 해결되고 해피한 엔딩. 솔직히 엘트-울릭-아다쥬 루트에서 조금씩 나왔던 떡밥들이 거의 전부 풀리는 느낌이어서 의아했다. 이렇게까지 많이 풀려도 되는 거야? 거의 진엔딩 수준 아냐? 키루스는 자신의 부모를 죽인 사람을 찾아 누명을 벗었고 이네스도 자신의 동료가 죽은 이유를 알게 된 데다가 보호지구에서 권력을 가진 HOUNDS로 자유롭게 일하게 된다... 게다가 이네스와 키루스의 조합이라면 여태까지 작센의 HOUNDS와는 전혀 다른 방법을 취할 테니 보호지구에 사는 사람들에게도 훨씬 좋은 이야기일 테고... 이네스와 키루스가 새로운 HOUNDS를 만들어나갈 주역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HOUNDS를 위해서 살아간다는 시아와 작센의 유지를 잇는 것이기도 한 엔딩... 그래서 엔딩 이름이 HOUNDS인가 보다.

 

그리고 정말.. 진리의 유네 사마.... 믿습니다 유네 사마..!!!!! 엘트 루트 <계속되는 미래> 굿 엔딩에서도 그랬지만 정말... 유네 사마 당신은 그저 빛... 당신이 없었다면 스토리 진행이 안 돼... 엘트 엔딩서부터 저는 이미 유네교를 믿고 있었습니다. 오직 유네 님만을 믿을 것을 선언합니다...

 

딱 한 가지 해결되지 않은 일이 있다면 핀... 키루스가 HOUNDS에서 일하게 되었다는 소식에는 뛸 듯이 기뻐하면서 그놈의 '후에에에' 소리까지 냈지만(ㅠㅠㅠㅠ) 그건 키루스가 이네스랑 서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걸 몰랐을 때의 이야기니까... 과연 그걸 알게 된 뒤에도 이네스나 키루스랑 HOUNDS에서 같이 정상적으로 일할 수 있을까? 엘트나 아다쥬 루트에서처럼 눈 돌아가서 미쳐버리는 거 아니야..? 근데 크레딧 끝나고 난 뒤에 나오는 이야기를 보면 이네스랑 키루스는 결국 메를로네 집에서 살면서 (결혼을 한 건진 모르겠지만 어쨌든) 신혼생활을 하고 있는데... 핀이 그걸 모를 리가 있나. 덕분에 오픈 스릴러 엔딩 됨. 과연 이네스와 키루스는 계속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인가..?

 

따라와 (아다쥬 굿 엔딩)

얘네 진짜 웃긴다. 아다쥬 루트에서 아다쥬 죽고나서 이네스가 어부지리로 키루스 얻어가더니 이네스 루트에서는 아다쥬가 어부지리로 키루스를 스틸한다. 아다쥬 루트에서는 나름 아다쥬가 처형당하고 난 뒤라서 마냥 기뻐할 수 없다는 느낌이었는데 이 엔딩은 그런 것도 아니고 이네스가 자기가 원하던대로 상계로 올라감. (물론 상계로 올라간 뒤 살해당했을지 무사히 복직했을지는 확실하지 않지만..) 본격 본인 루트에서보다 더 신난 아다쥬. 맛있는 오믈렛 먹어서 행복하니?

 

그리고 이 엔딩 CG가 정말 예쁘다.. 분명 며칠 전에 아다쥬 루트 끝내고 죽어도 아다쥬 용서 못 한다고 했었는데 아다쥬의 얼굴은 정말 강력하구나. CG를 보니 마냥 웃음이 나오고 세상 모든 근심 걱정이 사라지네.. 아련하게 햇빛 비치고 있는 그림인 데다가 드물게 미소 짓고 있어서 본인 루트 CG보다 더 예쁜 것 같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쁘지 않은 엔딩인 것 같다. 따지자면 굿 엔딩이려나. 이네스도 죽지 않고 상계로 올라갔고 키루스는 하계에 남았지만 아다쥬와 함께 생활하기 시작하니까. 이네스 루트 끝나고 새로 시작하는 아다쥬 루트란 느낌... 예쁜 연애 해라 얘들아...

 

사냥개의 이빨 (이네스 배드 엔딩)

선택지에 따라서 핀이랑 키루스 둘 다 죽는 엔딩이랑 키루스 혼자 죽는 엔딩이 갈린다. 나는 핀에게 말을 걸어서 자신이 키루스라는 사실을 알리는 쪽을 먼저 봤다. 왠지 그쪽이 더 공감이 가서... 그러면 핀이 키루스를 죽이기를 거부하고 작센한테 총 맞고 죽는다... 물론 키루스도 곧 똑같은 운명을 맞이하고. 반대로 말을 하지 않으면 변해버린 핀의 검술에 당황한 키루스가 틈을 보여서 결국 핀에게 찔린다. 그 이후에 핀에게 말을 거니까 핀은 그제야 자기가 찔러 죽이려고 한 사람이 키루스라는 걸 깨닫고 완전 멘붕...ㅠㅠㅠ 근데 그 상태에서 작센이 핀을 몰아세우니까 핀은 작센에게 반항할 생각도 못하고 그대로 죽은 키루스를 안고 HOUNDS 처소로 향한다... 정말 생각만 해도 멘탈 바스러지는 스토리. 어느 쪽을 고르든 같은 이네스 엔딩을 마주하는데 공략 사이트에서는 후자로 나와있었다. 왜인지 알 것 같아... 후자가 더 머리 깨지는 시나리오임...ㅠㅠㅠㅋㅋㅋㅋㅋ

 

핀은 이후에 완전히 재기 불능한 상태가 되지 않았을까 싶고... 여태까지 나온 핀은 키루스를 납치 감금하거나 키루스에게 살해당하는 쪽이었는데 핀이 키루스를 죽이는 엔딩을 본 건 처음이라서... 자기가 유일하게 희망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사람을 자기 손으로 죽여버렸으니 미치지 않고는 못 배기지. 솔직히 말해서 자살하거나 완전히 정신 놓은 상태가 되어서 처분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ㅠㅠㅠ

 

이네스 엔딩인데도 계속 핀 얘기만 하게 되는데ㅋㅋㅋㅋ 이 루트에서 핀이랑 이네스가 참 많이 겹쳐 보였다. 일차적으로는 두 사람 다 자신의 잘못된 선택으로 키루스를 죽게 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핀은 자신이 키루스를 알아보지 못하고 찔러서 그녀를 죽였다는 죄책감, 그리고 이네스는 자신이 키루스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상계로 데려가려고 했기 때문에 키루스가 죽었다는 죄책감. 그리고 이차적으로는 자신이 여태까지 무엇을 위해 살았나 하는 허무함도 있다. 핀은 하계로 내려온 후 삶의 목적과 의미 그 자체가 키루스였기 때문에, 자신의 손으로 키루스를 죽여버린 이상 더 이상 삶에 아무런 목표도 없다. 마찬가지로 이네스는 동료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서 자신의 손을 더럽혀가면서도 '대의를 위해서'라는 변명을 하며 HOUNDS에서 부 리더로 살아남은 것인데, 작센에게 들켜 상계로 올라가는 일은 완전히 무효가 되었으니... 이네스의 "이래서는... 죄인보다도 죄가 큰... 그냥 살인자다...!"라는 대사처럼... 이네스도 삶의 목적을 완전히 잃었다고 할 수 있다.

 

이네스와 핀은 '파트너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알아내기 위해서' '키루스를 만나기 위해서'라는 명목을 내세워 작센이 명령한 대로 사람을 사냥하며 죄책감을 느끼지 않았다. 어찌 보면 그러한 명목은 양심이 찔려올 때 거기에 대항해 자신의 죄를 정당화하는 무기이자 삶의 의미이다. 사냥개의 무기는 이빨이고. 이빨 빠진 사냥개는 죽거나 주인에게 죽임 당하는 게 자연스러운 수순이니... HOUNDS의 사냥개 두 마리가 그런 엔딩을 맞이한 건 어쩌면 당연한 걸지도ㅠㅠ

 

언제나 충성을 (이네스 굿 엔딩)

나름의 굿 엔딩.. 상계로 돌아왔기 때문에 이네스와 이어질 수는 없지만 (애초에 이네스는 자기 맘 자각도 못한 것 같고...) 이네스와 키루스 둘 다 경찰로 복직하는 엔딩. 흑막들은 처단당하고 누명도 벗었지만 왠지 찝찝하다. 키루스가 이미 한 번 하계에서 나름의 자유를 맛봤는데 또다시 억압적인 상계로 돌아와서일까..?

 

그리고 핀은 대체 왜 상계 복귀를 거절한 걸까? 명목상으론 하계의 재건을 돕겠다는 이유였지만 솔직히 그럴 리 없잖아. 키루스가 상계에 있고 본인도 상계에 갈 수 있는데 그걸 거절한다고? 왜?? 핀이 그럴 캐릭터던가..?? 누가 중간에서 전보 가로챈 거 아니야? 아니면 본인이 너무 손에 피를 많이 묻히게 되어서 더 이상 키루스 앞에 설 수 없다 뭐 그런 건가..???

 

차가운 피 (이네스 배드 엔딩)

이런 엔딩 있을 거라고 생각하긴 했지만ㅠㅠㅠㅠ 어휴 그놈의 징글징글한 피츠제럴드 에반스. 솔직히 말해서 이 게임에서 제일 내 취향인 얼굴인데 그 얼굴을 그렇게 쓰다니.. 그 고운 보이스를 그렇게 졸렬하게 쓰다니... 첨에 봤을 때부터 흑막일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런 게 아닌 이상 공략캐도 아닌데 스탠딩 일러를 줄 리가 없잖아..!)

 

유네 세키에이

???세, 160cm, cv. 타카세 야스유키
캐릭터 테마: 희망(Hope)
"간단해. 나와 사랑을 하면 된다."
신에게 사랑받는 존재 '신관'으로서 상계에서 추앙받고 있는 청년.
거룩하게 다가가기 두려운 분위기를 내기도 하고, 아이처럼 천진난만하게 웃기도 하는 종잡을 수 없는 성격.
성인(聖人) 유네라고 불리기도 한다.


루트를 보기 전부터 기대를 하고 있기는 했다... 왜냐면 일단 젤 미스테리한 인물이라 게임하기 전부터 궁금했고 (세계관 속 탑 권력자 박ㅈㅎ라는 얘기를 들었어서 그럼 박ㅈㅎ랑 연애하게 되는 건지 궁금했음..) 엘트랑 이네스 엔딩에서 너무 호감형으로 나와서.. 보다 보니 웃는 표정 스탠딩이 너무 예뻐서... 그래서 엄청 기대하면서 유네 루트를 시작했음ㅋㅋㅋㅋ

결론을 말하자면 난 유네 최애가 됐다... 근데 스토리 자체는 좀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듯함. 나도 좀 아쉬운 부분은 있었지만 그냥 유네 캐릭터 자체가 너무 좋아서 스팀프리 루트 중에서 제일 재밌게 플레이한 것 같다. 다른 캐릭터들은 클리어하는데 일주일 넘게 걸리고 그랬는데 유네 하루 만에 다 밀어버림...ㅋㅋㅋㅋㅋ 게임 올클한 지금도 아직 하루에 한 번씩 유네 엔딩 돌려보면서 눈물 흘리고 있어...

그리고 캐릭터 송이 너무 좋다... 제일 취향인 듯. 하루 종일 무한반복 재생 중...

유네 루트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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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쉬운 점부터 말하자면.. 설정이 좀 무리수였다. 신의 광석(aka 말하는 돌멩이)의 힘으로 유네가 불로불사가 된 거란 설정인데 별로 납득이 가지 않았음. 내가 말하는 돌멩이 나오는 다른 겜 (파판14..)을 하고 있어서 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일단 파판14 세계관에서는 말하는 돌멩이가 신/세계 그 자체에 가까운 존재라서 특별한 힘을 지닌다거나 주인공에게 말을 거는 게 말이 되거든... 애초에 날아다니는 괴물과 마법이 나오는 세계관이기도 하고. 그런데 스팀프리 세계관에서는 여태 그런 판타지스러운 설정이 거의 나오지 않았음. (시체를 이어붙여 사람을 만드는 그리사드가 있긴 하지만 마법보단 SF 세계관 속 매드 사이언티스트라는 느낌이고..) 근데 유네의 돌멩이는 갑자기 튀어나와서 타인의 공격을 반사하는 마법적인 힘을 보여주면서 불로불사까지 선사함.

 

사실 스팀프리 세계관에서 사람들이 유네를 거의 신 그 자체를 대하듯 다루는데 (신을 믿는 게 아닌 유네를 숭상하고 유네에게 기도를 함) 정작 유네의 직함은 '신'이 아니라 '신관'임. 성서 비슷한 것을 읽으면서 예배당에서 기도를 하고 예배도 보지만 정작 그 신이 어떤 존재인지, 신앙이 어떤 형식을 띄고 있는지는 전혀 다뤄지지 않음. 세계관을 자세하게 안 짜둔 건지 계속 설정에 구멍 같은 게 보임... 물론 if story를 읽어보면 상계주민들의 심리적 안정을 위해 '만들어진' 종교라는 걸 알 수 있긴 한데 아무리 그렇다고 쳐도 너무 겉 껍데기만 존재하고 실체가 없는 종교임. 

 

그래서 유네를 사랑하는 존재가 '신의 광석'이 아니라 그냥 '신'이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오토메겜 여주의 연적이 돌멩이인 게 말이 되냐고..!!!ㅠ_ㅠ 차라리 정말로 신의 사랑을 받고 있는 인간이기 때문에 신이 유네의 사랑을 질투해서 사랑할수록 죽음에 가까워진다라고 했어도 되지 않았나ㅠㅠ 진짜로 신의 사랑을 받는 인물이어도 '나는 신이 아니며 그냥 평범한 인물일 뿐이다. 오히려 신의 주박에서 벗어나고 싶다'라는 쪽으로 스토리를 풀었으면 '사실은 성스럽지 않으며 평범한 사람일 뿐이다'라는 설정도 그대로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 신의 사랑을 받는다 한들 지상에서는 신의 힘이 제한되어있다거나 하는 설정을 붙이면 유네가 불로불사 외의 능력을 갖지 못하는 것도 설명할 수 있을 거고. 물론 스팀펑크 세계관이다 보니 몸이 기계로 이루어져 있다는 속성은 좋아. 근데 그게 굳이 '인외 존재에게 사랑받는다'라는 설정과 하나일 필요는 없잖아ㅠ_ㅠ 유네 캐릭터는 너무 좋은데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이 너무 아쉬웠다ㅠㅠ

 

아무튼 그래도 유네 루트는 좋았다... 개인적으론 말하는 돌멩이까지 품어줄 수 있을 정도로... 일단 '파멸과 죽음밖에 없는 사랑,' '닿으면 사랑하는 사람을 죽이는 상황' 완전 오타쿠 테이스트이지 않나ㅋㅋㅋㅋㅋ 뭔가 90년대 00년대 느낌이긴 한데 정말 오타쿠 입맛에 착 붙는 MSG 맛이다ㅋㅋㅋ 약간 후자는 쵸비츠 생각도 나고ㅋㅋㅋㅋ 루트 진행될수록 좀 달라지긴 했지만 초중반부의 유네와의 달콤 살벌한 로맨스라는 느낌이 맘에 들었어서..ㅎㅎ 사실 엘트/이네스 루트에서 유네를 보고 나서 유네에 대한 신앙심으로 가득 찬 상태로(?) 루트를 시작했었는데 그런 내용이 전혀 아니었음... (스팀프리에서 이런 걸 기대하지 맙시다)

 

유네 과거 회상에서 아르센클라임과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면 유네의 키워드가 왜 '희망'인지 알게 된다. 실패를 거듭해도 성공할 때까지 계속한다는 연구자의 마음가짐 그 자체가 희망이고, 따라서 희망은 광석 연구자였던 유네의 진짜 정체성을 관통하는 키워드다. 그리고 아르센클라임이 400년 이상 시간이 흐른 뒤에도 살아있을 거란 비논리적인 믿음도 희망이다. 아르센클라임과 서로 죽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기 때문에 그 실낱 같은 희망을 믿고 있었고, 그래서 울릭이 "아르센클라임과 아는 사이다"라고 했을 때 철썩 같이 믿어버린 거..ㅠㅠ 거기에 더해서 양부가 죽은 이후엔 아르센클라임이 유네한테는 세상과의 유일한 연결고리였던 것 같아서 더더욱 아르센클라임을 포기하지 못 했을 것 같음... 세상과 자신의 유일한 연결고리인 아르센클라임이 없으면 자긴 정말 세상에 혼자 남겨진데다가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인간이니까. 특히 If Story 3을 보면 아르센클라임이 "이 세계에 쓸모 없는 것은 하나도 없다. 만물에는 의미가 있다"라고 했던 것과는 다르게 상계에 올라간 뒤 유네는 길거리에 가만히 앉아서 몇 년 동안 시간을 보내면서 '나는 아무데도 쓸모가 없는 사람이다'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결국 유네는 413년+α라는 긴 세월 동안 죽지 못해 살아가며 자신의 존재 또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실낱 같은 희망을 품고 살았고, 그게 유네의 키워드가 희망인 이유가 아닌가 싶다.

 

사실 유네에 대해서 제일 좋아하는 건 유네의 어린 아이 같은 성격. 유네는 400년 넘게 살았는데 외모만 어린아이인 할아버지가 아니라 사실상 그냥 400년 넘게 어린아이인 것이나 다름이 없다. 그 무엇보다 키루스를 곤란하게 하는 장난을 즐기고 키루스에게 '회의 가기 싫다!'라고 이야기하는 게 키루스에게 마음의 문을 열었다는 증거다. 물론 400년 넘는 시간을 살아온 만큼 헛헛한 이야기를 하기도 하지만 가면을 쓰지 않은 유네의 진짜 모습은 고집불통에 떼쓰는 어린아이에 가깝다.

 

유네는 불로불사가 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마주하고 그걸 자신이 버림받는다고 인식한다. 애초에 평범한 인간이었던 시절도 부모에게 버림받아 길에서 생활하던 중 페리에에게 발견되어 그의 양자로 들어간 것이기도 하고. 사실상 아르센클라임과의 이별도 그에게서 버려졌다고 인식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자신이 그를 버렸다고 이야기하지만... 동시에 자기에겐 유일한 가족인 아르센클라임이 자신이 아닌 부인과 자식을 택했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버림받았다고 느껴도 이상하지 않음) 아무튼 그래서 유네는 버림받는 상처를 입지 않기 위해서 아예 타인과 거리를 두고 가까워지지 않는다. (키루스가 수행원이 되기 전까지 자기 수행원이 어디서 식사하는지조차 몰랐음. 수행원이면 자신과 제일 가깝게 지내는 사람인데도...) 그런데 역설적으로 유네가 타인으로부터 거리를 두기 때문에 스스로를 고립시키게 되고 성장을 할 수가 없다. 말 그대로 하는 일 없이 나이만 먹고 정신은 성장이 멈춘 몸과 같이 그대로 외로운 어린아이인 상태다.

 

그런 유네의 앳됨을 상징하는 게 바로 장난감이라는 소재다. 유네 몸 속의 기계를 멈추는 열쇠는 태엽 열쇠(ねじ巻き)다. 처음에 키루스는 유네 가슴에 있는 게 그냥 열쇠 구멍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일반 열쇠가 아닌 태엽을 감는 손잡이인 태엽 열쇠용 구멍인 것. 이런 태엽 열쇠는 보통 어린이용 장난감에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 키루스도 독백으로 유네의 몸이 마치 인형 같았다고 묘사를 하기도 하고... 사실상 유네의 몸 자체가 인형이자 장난감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베스트 엔딩에서 유네가 장난감 가게를 열고 싶다고 하기도 하고. 장난감이라는 소재가 계속 등장한다는 건 결국 유네가 아직도 성장하지 못 한 어린아이란 이야기... 특히 유네는 먹는 것 중에서도 초콜릿이나 과자처럼 단 것을 좋아하기도 하고. 피터팬 같은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태엽열쇠는 유네의 불로불사를 해제시키고 그를 평범한 인간으로 만들지만, 태엽열쇠를 사용하지 않았을 때 유네의 영원한 유년기를 멈추고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것은 사랑이다. 특히 유네를 죽일 수 있는 사랑은 가족이나 만인을 향한 아가페적 사랑이 아니라 에로스적인, 연애 위주의 사랑이라는 게 중요하다. 왜냐면 첫사랑, 특히 실패한 첫사랑은 주로 유년기의 끝을 고하는 소재로 자주 쓰이니까. 유네가 키루스에게 에로스적 사랑을 느껴버린다면 더 이상 소년으로 남을 수 없게 된다. 그런데 태엽 열쇠를 쓰지 않은 유네는 영원한 소년이어야 하기 때문에 그에게 성장은 용납되지 않음. 그러니 더 이상 소년으로 있을 수도 없으며 어른이 될 수도 없는 유네에게 사랑의 끝은 죽음일 수밖에...

 

암튼 이런 소재가 너무 좋았다ㅠㅠ 외롭고 사람의 손길이 고픈데 방어기제로 둘둘 싸매고 있는 친구들을 내가 너무 사랑해서... (울릭 너도...) 그래서 말하는 돌멩이 소재 너무 쿠소스러웠는데도 유네 끌어안고 우는 것 밖에 방법이 없었어 ^_ㅠ

파생 엔딩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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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간 (유네 베스트 엔딩)

키루스 칼에 찔리고 핀 죽는 장면까지 그냥 너무 이상했고 없어도 되지 않았나 싶었음... (1) 어차피 하계에 보낼 건데 칼로 찔렀어야 했나? (2) 유네가 이름뿐인 권력자라고 해도 나름대로 국가의 기반이자 상징인데 이렇게 갑자기 성인 지위 박탈시키고 보호지구로 보내버려도 되는 거임? (3) 유네는 무엇을 위해 그리 사드에게 생고문을 당해야 했나 (4) 핀은 왜 죽었어야 했나... 심지어 유네가 하계로 내려가는 거 보여주고 갑자기 엔딩 크레딧 나와서 더 ???? 상태가 되어버림 물론 크레딧 뒤에 스토리가 또 있지만...

 

난 돌멩이보다도 그리사드가 너무 싫다... 하계조 플레이할 때까지만 해도 그리사드가 친절한 의사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서 더 배신감 들기도 하고... 아다쥬 루트에서 그리사드 때문에 진짜 너무 고생고생 개고생을 했기 때문에... 솔직히 유네 루트에서 그리사드까지 나올 필요는 없었을 것 같은데ㅠㅠ 유네가 엘레베이터 타고 내려왔는데도 아직까지 돌멩이 힘이 좀 남아있어서 유네에게 돌 던진 애들 무지개 반사당해도 됐잖아ㅠㅠ 그럼 유네도 아직 반쯤은 불로불사인 성인 타이틀을 달고 있을 수 있으니 멀쩡하게 잘 지내다가 보호지구나 하계에서 키루스랑 재회해도 됐잖아ㅠㅠㅠ 물론 키루스랑 울릭이 등장해서 유네를 구출하고 보호지구 밖으로 나가는 건 너무 좋았지만ㅠㅠ 게다가 핀은 왜 죽었어야 했냐고ㅠㅠㅠ 작센만 후드려 팼으면 얼마나 좋아ㅠㅠㅠ

 

솔직히 유네 루트 다른 엔딩을 보면 해피이긴 한데... 너무 아쉬운 해피였어ㅠㅠㅠ 태엽 열쇠로 유네 몸속 기계를 정지시키고 나면 유네는 일반 사람과 같은 몸이 된다는 것까진 좋았다... 근데 수술을 받기 전 유네가 일반인보다 훨씬 몸이 약한 상태였는데 그 상태로 돌아간 거라, 앞으로 유네에게 남은 수명이 1년 일지 10년 일지, 얼마나 될지 전혀 모른다고. 이렇게 생고생을 하면서 드디어 해피엔딩에 들어섰는데 이게 말이 되나요ㅠㅠㅠㅠ SS 보면 그래도 젊고,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발전한 약물을 사용하면 문제 없을 것 같다고 하니까... 유네키루 앞으로 80년은 건강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잔향 (유네 굿 엔딩)

유네 곁에 마지막까지 남기로 하지만 유네는 결국 몸이 점점 약해지다가 죽는다. 그 후 키루스는 '세상에 족적을 남기는 것' 키루스 입장에서는 제일 깔끔한 결말 중 하나일까? 마지막까지 유네를 지킨 뒤 내 사랑이 유네를 죽게 만들었다는 것...

 

유네는 어떻게 체향이 초콜릿일 수 있지ㅠㅠㅠㅋㅋㅋㅋㅋㅋ 진짜 초콜릿을 얼마나 먹어댄거야 싶기도 하면서 초콜릿 향을 풍겼다는데서 너무나 말랑한 아기 같아서... 눈물이 나... 우리 갓기 살려.............. 갤러리에서 이 엔딩 CG를 볼 때 유네의 추가 대사가 나오는데 이거 듣고 또 눈물 흘림... "나는 네 곁에 없지만, 네 근처에 있어. 마음의, 바로 근처에." 해피 엔딩을 제외하면 키루스랑 유네는 서로 죽거나 죽이거나의 관계기 때문에 절대로 함께할 수 없음. 이 엔딩에서 유네는 결국 죽지만 잔향처럼 남아 키루스의 기억 속에 남아 키루스와 함께한다.

 

이 엔딩에서 키루스는 유네의 유언에 따라 '결혼하지 않을 자유'를 얻고 결혼을 하지 않는다. 사실 키루스는 결혼을 해야한다고 하면 하기 싫어도 국가의 방침에 따라 결혼을 할 사람인데 결혼을 끝까지 하지 않는 이유는 아마 그 자유가 유네가 유일하게 남긴 것이라서가 아닐까 싶다. 어찌 보면 결혼하지 않을 자유는 누가 보기에도 명확하게 유네 세키에이가 남긴 특혜이자 선물이고, 유네 세키에이가 키루스를 아꼈다는 증거다. (사랑한 것까지는 모르겠지 아마..) 그런데 키루스가 결혼을 하고나면 결혼하지 않아도 되는 권리는 사라지고 마니까... 키루스에게 한 때 유네가 살아있었고 유네가 자신을 사랑했다고 일깨워주는 유일한 증거가 그 '결혼하지 않을 자유'라서 놓을 수 없었던 게 아닌가 싶은.

 

애타게 기다리던 결말 (유네 배드 엔딩)

유네 좀 행복하게 해 달라고요... 지금 해피 엔딩에서도 오래 살 수 있는지 모르겠는 애한테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 그리사드 영원히 저주할 거야 진짜... 이 엔딩의 유일한 장점은 유네 데리러 온 울릭이 귀엽다는 거. 키루스한테도 그랬지만 언제나 투덜대면서도 맘이 따뜻한 아이라 결국 유네가 원하는 대로 편안하게 만들어주고 떠나는 게 좋았다ㅠㅠ

 

그리고 어떻게 보면 울릭이 유네의 목숨을 거두어주었다는 게 또...ㅠㅠ 유네의 열쇠를 계속 가지고 있었던 게 페리에 일족인데 열쇠가 없더라도 유네의 목숨을 거두어준 게 아르센클라임의 후손이자 페리에 일족인 울릭이었다는 게 슬프다ㅠㅠ 페리에는 세계관 전체적으로도 그렇지만 유네에게 있어서도 참 열쇠 같은 존재인 듯... 

 

끊을 수 없는 실 (핀 배드 엔딩)

둘 다 죽었겠지... 핀도 언제나 키루스를 찾아 헤맸지만 키루스에게도 핀은 절대적인 존재인 것 같음. 물론 그 감정이 사랑은 아니지만 정말 소중한 존재라고 생각하니까 도망치다가도 다시 돌아가서 핀을 도와주려고 하지..ㅠㅠ 말 그대로 끊을 수 없는 실로 이어진 두 사람...

 

이 루트 보면서 계속 핀을 넹글 돌게 하는게 무엇일까 내내 고민했다... 핀을 만나고 가면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고 핀은 그대로 (적어도 키루스 앞에서는) 젠틀하고 착한 동료인데 왜 딱 한 번 만나지 않았다고 미친듯이 넹글 돌아버리는 걸까 키루스 뒤통수까지 때려서 납치할 만큼... 키루스가 자신을 잊지 않고 생각하고 있다는 가벼운 사실만으로도 만족하는 것 같은데 그게 지켜지지 않으면 완전 미쳐버리는 걸까 싶기도 하고.

 

이 엔딩에서 유네는 키루스가 갑자기 사라진 뒤에 계속 키루스를 찾고 있었을까.. 그러다가 키루스랑 핀 시체를 발견했다는 소식을 듣고 슬퍼했을까... 또 버려졌다고 생각했을까................ㅠㅠㅠㅠㅠㅠ 물론 이 엔딩에서는 유네가 키루스를 그만큼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긴 했지만... 차가울 유네 마음을 생각하면 또 마음 아프다ㅠㅠ

 

이뤄진 약속 (유네 배드 엔딩)

솔직히 이 장면 보면서 아 여기서 배드 엔딩 나오겠구나 싶었지만ㅋㅋㅋ 해피에선 나중에 굳이 그런 방법을 쓸 필요가 없었다면서 이 명령을 후회한다고 하는 게 너무 슬프다...ㅠㅠ 키루스는 무엇을 위해 죽었어야 했나...

 

벌 (유네 배드 엔딩)

ㅠㅠㅋㅋㅋ사실 이 엔딩은 이렇게까지 배드 엔딩일지 몰라서 깜짝 놀랐음. 사실 게임 스토리가 진행될 때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르니까 막연히 모든 게 한 달 이내에 진행됐다고 생각했는데 한 달 완전 넘어있었구나 싶어서... 한 달 넘게 계속 같이 있었던 건 나름대로 유네가 키루스를 마음에 들어해서였을까.

 

그리고 이건 좀 다른 얘긴데 오토메게임에서 공략캐가 여주를 죽이거나 위협하는건 유네가 처음이야..ㅠㅠㅋㅋㅋㅋㅋ 물론 그런 게임 그런 캐릭터 많다고 들었지만 사실 그런 소재가 그렇게 취향은 아니어서 여태까진 여주나 공략캐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그건 외부요인 때문인 게임만 했다... 근데 유네가 갑자기 과도로 키루스를 찔러서 ?!?!?!? 했음. 아니 끽해봐야 해고당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뭔가요? 물론 그런 소재 취향이 아니라고 한 것치곤 유네가 최애가 되긴 했는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네가 키루스를 칼로 찌르고 나서 "있잖아... 아까도 말했지만. 나, 너를 꽤 마음에 들어 하고 있었어. 너라면 좋아하게 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고 있었는데. 배신하다니, 너무해. 나보다 법을 선택하다니... 너무해..."라고 하는데 이 대사에서 아르센클라임이 생각났음... 유네 대신 가족을 선택한 아르센클라임... 역시 그때가 트라우마로 남아있기 때문에 나 대신 다른 것을 선택하는 걸 용서할 수 없었던 걸까 싶기도 하고ㅠㅠ 죽고 싶어 하는 것도 있지만 키루스를 맘에 들어하기도 했으니까 그냥 보내줄 수도 있었는데...

 

게다가 "네가 죽어서, 내가 죽여서... 슬픔으로 가슴이 아파.... 고통이 멈추질 않아... 이대로 죽는다면 네 덕분에 드디어 편해질 수 있어..."라고 하면서 키루스 옆에 드러눕는 거 ㅠ_ㅠ 이대로 끝났다면 나름대로(?) 아름다운 결말이었겠지만 스팀프리에 그런 건 없다...

 

다시, 만나자 (유네 굿 엔딩)

이 엔딩 보고 직감했음. 아 이게 유네 진엔딩인데 무리하게 해피엔딩을 만들려고 해서 해피엔딩이 그 모양이었구나ㅋㅋㅋ 물론 나는 해피 엔딩도 좋아하긴 하지만 이 엔딩의 파급력이 엄청났음.. 나 이 엔딩 새벽 3시에 보고 나서 자려고 침대에 정자세로 누웠는데 그냥 눈물이 쉴 새 없이 주룩주룩 흘러서 이 짤처럼 됨... 한 시간 울다 잠들어서 아침에 눈 퉁퉁 부은 채로 일어남. 너무 고통스러운데 너무 슬프고 사랑스럽고 안쓰러워서 일단 최애 엔딩인 것 같다...

 

유네가 키루스와 함께 결혼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고백했는데 거절당하면?"의 이야기가 이 엔딩이란 느낌이 들었다. 그때 유네는 "음.. 그럼 친구로 다시 지내지 않을까?"라고 했었는데 (아르센클라임이 연애하고 결혼하는 것까지 봐서 자긴 사랑이 뭔지 안다고 큰 소리 떵떵 쳐놓고는...) 키루스가 유네를 죽게 하고 싶지 않아서 결국 떠나기로 결심을 하니까. 유네 입장에선 차인 거나 마찬가지... 그때 얘기했던 게 이 엔딩의 복선이었구나 싶었다. 

 

울릭 루트에서 키루스가 엘트랑 겹치는 부분이 많듯, 유네 루트에서는 키루스가 아르센클라임과 겹치는 부분이 많다. 유네의 인생에서 드물게 유네를 이상한 괴물로 보지 않고 사람으로 봐주는 사람들이라서. 그래서 그런지 이 엔딩에서 유네는 결국 똑같은 실수를 또 저지르고 만다. 대홍수 이후 유네가 아르센클라임을 찾으러 가지 못 하다가 400년도 더 지나서야 아르센클라임을 찾을 결심을 했었던 것처럼, 키루스가 늙어죽기 전까지 단 한 번도 찾아갈 용기를 내지 못 하다가 키루스가 죽은 직후에야 찾아가게 된다. 자신과는 다르게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들의 시간은 멈춰있지 않으며 유한하다는 사실이 너무 두려워서 직시하고 싶지 않았던 걸까 싶기도 하고... 물론 유네는 직접 찾아가진 못 해도 많은 사람들 앞에 설 때마다 혹시라도 멀리서 보이는 키루스를 발견할 수 있을까 싶어 열심히 찾았는데 (이 부분이 정말 너무 마음 아팠다... 생각만 해도 눈물 나ㅠㅠ) 이별 이후에는 멀리서 마저 볼 수 없었다는 현실이 너무 가혹하다...

 

그리고 유네 울고 있는 CG... 너무 마음 아픈데 한편으론 내가 또 울고 있는 남캐 너무 사랑해서 또 너무 좋은 이 이율배반적인 마음ㅠㅠㅋㅋㅋㅋㅋㅋㅋㅋ 사실 해피엔딩서 유네가 엘리베이터 타고 하계로 내려갈 때 엘리베이터에서 유네가 우는 장면 CG로 없어서 휴넥스 고소할 뻔했잖아ㅠㅠㅋㅋㅋㅋㅋㅋ 그리고 이 장면에서 유네 성우님 연기ㅠㅠ 울먹이면서도 안 우려고 참는 연기가 진짜 너무 좋았다... ㅠㅠㅠㅠㅠ

 

이 엔딩에서 "이곳에 더 이상 너는 없지만, 네가 내 목숨을 살려줬으니까 내가 살아있으면 너도 함께 있는 것 같아"라고 하는 유네 대사가 너무 좋았다ㅠㅠ 유네는 여태까지 "모두들 나보다 먼저 죽어버리니까 결국 내 곁에는 아무도 없어"라고 생각하는 인물인데 그런 생각에서 벗어난 것 같아 보여서ㅠㅠ 어떤 사람이 죽어서 사라진다고 해도 그 사람의 흔적은 계속 유네의 인생에 남아있으니까... 유네는 앞으로 키루스 말고 다른 사람들에게도 더 다가갈 수 있을까? 싶기도 하고ㅠㅠ 덜 외로울 수 있을까... 제목은 분명 <다시, 만나자>인데 과연 유네는 키루스를 다시 만날 수 있는 걸까?ㅠㅠ

 

핀 유클레스

22세, 182cm, cv. 신가키 타루스케
캐릭터 테마: 신념(Faith)
"나는 당신의 편입니다. 누가 뭐라고 이야기하든 당신을 믿어요."
하급 경찰관. 주인공의 동료이자 업무상의 파트너.
나약하지만 마음씨 좋고 온화한 성격이다.
왤케 핀 소개만 짧앜ㅋㅋㅋ 서브캐였던 시절 그대로인 건가


기다리고 기다리던 핀 엔딩! 핀 루트가 없었던 게 스팀프리 세계관 최고의 부조리라는 얘기 듣고 핀이 궁금해서 이 겜을 시작했던 거였기 때문에 어떻게 보면 핀 루트가 이 게임을 시작하게 된 이유... 근데 정말로 스토리 다 보고 나니까 해피 엔딩은 작가가 꿈에서 핀한테 협박당한 거 아닌가 싶은 스토리였음ㅋㅋㅋㅋ 정말 오직 핀의 행복만을 위한 엔딩이라고 해야 하나. 핀 루트가 원래 따로 없다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DLC 추가된 거라 다들 농담으로 사랑(aka 자본)으로 이루어준 핀의 행복이라고 하던데 해피엔딩 스토리도 정말 딱 그런 내용이라서 메타적으로 웃었다ㅋㅋㅋㅋㅋㅋㅋㅋ

핀 루트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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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기대한 것만큼은 못 미쳤다... 일단은 일차적으로 내가 너무 유네에 미쳐있어서..ㅋㅋㅋㅋㅋ 유네 루트 하루 만에 다 밀었는데 그 여운에서 헤어 나올 수가 없어서 나흘을 핀 루트 못 잡고 있었다... 핀 루트 밀면서도 초반에 유네 나온 거 보고 또 유네사마!!! 를 외치면서 울었음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두 번째 이유는 핀 루트 자체가 워낙 짧아서 큰 사건이 없다는 느낌이었음. 작센이랑 대치하게 되는 거 한 번 빼곤 딱히 없었던... 세 번째는 개인적인 호불호의 문제인데, 아무리 봐도 핀 루트의 작센이 캐붕 같아서. 그리고 소소하게는 핀이 여태 다른 루트에서 항상 흑화 하는 바람에 조신한 핀에 적응이 안 됐다...ㅋㅋㅋㅋㅋ 물론 조신한 핀 너무 좋지만!!!

 

그래도 재밌었던 건 이후에 DLC로 추가된 스토리라서 그런지 이전 루트들을 떠올리게 하는 대사들이 많았다는 점. 키루스가 '언제 한 번 요리를 배워볼까?' 하는 건 아다쥬나 이네스 루트가 생각나고, 유네가 '사람의 목숨은 정말 덧없고 약하구나'하는 대사는 본인 루트에서 했던 말이라 또 유네 루트가 생각나고... 일부러 겹치는 대사를 넣은 게 아닌가 싶었다.

 

그리고 좀 웃겼던(?) 건.. 핀 루트에서는 키루스가 핀 대신 HOUNDS에 소속되게 되니까, 사실 핀이 작센한테 당했던 온갖 고문을 키루스가 당하게 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근데 작센이 키루스한테 하는 짓은 보면 뭐지 중학생인가? 싶을 정도로ㅋㅋㅋㅋ 약하고 유치해서 좀 웃겼어ㅋㅋㅋㅋㅋ 자리 없으니까 신참은 밥 서서 먹으라고 꼽주기 뭐냐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핀이 여태 다른 루트에서 키루스에 왜 그렇게 집착했는지 알 수 있어서 좋았다. 배드 엔딩 <마지막까지 함께>에서 핀 시점 과거 회상이 나오는데 핀 입장에 과몰입해서 정말 서럽다가도 '그렇지, 이러면 사랑할 수 밖에 없지' 싶었다. "네가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안 된다고 생각하는 부분도 전부, 내가 받아내주마"라고까지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어떻게 사랑에 안 빠지겠어... 오히려 이런 말까지 하고 "너는 내 파트너다!"라고 하는 키루스가 야속하기까지 했음ㅠㅠㅋㅋㅋㅋ (그리고 처연하게 눈물 흘리는 핀 CG 최고^^)

파생 엔딩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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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고 있습니다 (핀 해피 엔딩)

생각보다는 취향이 아니었다... 위에서 말한 내용도 있고, 핀이 갑자기 억지로 키스한다거나 하는 스토리가 취향이 아니어서. 키루스는 어디까지나 '동료'로 핀을 믿고 있기 때문에 그를 찾아간 건데 갑자기 자기 감정을 밀어붙이는 게 싫었다... 믿음을 져버린 느낌이라고 해야하나ㅠㅠ 네가 계속 네 감정을 참고 있었다 한들 상대가 그걸 받아줘야만 하는 이유는 하등 없는데도... 남캐가 여캐한테 자기 감정을 밀어붙이거나 '날 의식해봐,' '나도 남자니까 조심해'(ㅋ)라는 사실을 일깨워주려고 하는 게 나는 너무 싫다. 완전 아웃 오브 취향.

 

물론 잘 풀렸고 전반적으로 스토리가 귀여웠다. 특히 엘트네 저택에서 머물 때 키루스가 핀에 대한 마음을 자각하고 핀한테 뽀뽀해주는게 정말 너무너무 귀여웠다ㅋㅋㅋㅋ 좋아한다는 말은 전하기 너무 쑥스러워서 대신 굿나잇 키스만ㅎㅎ 그리고 엔딩 크레딧 이후 결혼 후 1주년을 맞은 핀키루가 정말 귀엽다ㅋㅋㅋㅋ 트친분들이 키루스가 아저씨 같고 핀이 여고생 같다고 한 이유를 깨달았음ㅋㅋㅋㅋ 남편이 기념일 까먹어서 아내가 서운해하는 거 정말 많이 나오는 클리셰인데 핀키루는 그게 반대라서ㅠㅠㅋㅋㅋㅋㅋ

 

근데 핀이 무릎 위에 올라와서 앉아달라고 했을 때 19금 시츄인 줄 알았다 미안하다 핀.... 내 머릿속이 더러워서... 그치만 난 정말 키루스가 앉았을 때 "? 이게 뭐지?" 하면서 그렇고 그런 시츄가 시작될 거라고 생각했는데...ㅋㅋㅋㅋㅋㅋㅋㅋ

 

닿지 않는 목소리 (핀 배드 엔딩)

극불호 지뢰 엔딩...ㄱ- 일단 내 생각엔 작센이 너무 캐붕이었다. 여태까지의 작센은 아무나 죽이고 짓밟는 미친놈이었지만 적어도 성적으로 위협이 있는 존재는 아니었단 말이야. 그게 나름대로 작센의 장점(?)이었는데 작가가 갑자기 캐해석이 바뀐 건지 작센을 갑자기 길거리에서 여자를 ㄱㄱ하는 타지 않는 쓰레기로 만들어놓음... 심지어 엔딩에서 키루스에게 키스했다고 나오는 거 보면 아마 키루스한테도 그럴 것 같은데... 그런 모습이 일단은 여태까지 작센의 행보와 너무 다르고, 솔직히 말해서 필요 없다. 작센이 길거리에서 여자를 ㄱㄱ하는게 아니라 아무 이유 없이 죽이려고 한 거여도, 키루스에게 키스한 게 아니라 단순히 폭력을 휘두른 거여도 내용에는 아무런 차이가 없는데... 왜 찝찝하게 이런 요소를 넣은 건지 전혀 알 수가 없다. 스팀 프리즌에서 키루스가 미친 듯이 구르고 죽지만 적어도 불편하지 않았던 이유는 키루스가 성적인 위협을 받는 장면이 없어서였단 말이야... (물론 핀 엔딩에서 핀이 그러는 내용이 있긴 하지만 일단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행동을 보이는 공략캐는 제외하고... 물론 현실에선 어느 쪽도 일어나선 안 되지만 이건 투디고 그런 장면이 어느 정도는 유저의 욕망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근데 갑자기 여주, 그리고 스크린 너머의 유저에게 성적인 위협을 느끼게 하는 조연을 등장시키면 너무너무 불쾌해짐. 남자 캐릭터였으면 단순히 맞거나 살해당했을 일인데 여자 캐릭터라서 성범죄를 당하게 되는 스토리가 너무 싫다. 그냥 차라리 깔끔하게 죽여...

 

게다가 사실 핀이.. 타캐 루트 5개에서 엄청 굴렀는데 본인 루트 배드 엔딩에서 또 굴러야 하나? 싶었음ㅋㅋㅋㅠㅠㅠ 그냥 행복하게만 만들어달라고ㅠㅠ

 

마지막까지 함께 (핀 배드 엔딩)

핀 루트 처음에 보면서 핀이 "그 사람들은 끈질긴 상인들이니까 문제없을 거예요"라고 하길래 "아들내미 키워봤자 소용없다" 이러면서 농담했는데 왜 핀이 부모님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는지 과거가 풀려서 나름 좋았다. 이렇게 되면 자존감 낮고 자기 비하적이게 될 수밖에 없지ㅠㅠ... 물론 그랜드 엔딩 보면 이건 둘 사이의 오해였던 것 같지만.

 

그리고 키루스가 계속해서 핀에게 "너는 키가 크다"라고 하는게 너무 좋았다. 핀이 공략캐들 사이에서 덩치가 제일 커서 제일 체격차 커플이기도 한데 그 점이 둘 사이의 파트너 관계에 적용된다는 게 보여서ㅎㅎ 키루스에게 있어서 핀이 키가 크다는 점은 멀리 내다볼 수 있다는 점이고, 그게 핀의 성격과 합쳐져서 키루스 자신보다 훨씬 침착하고 앞일을 내다볼 수 있다는 사실이라는 게 좋았다. 특히 키루스가 "키가 커서 멀리 내다볼 수 있는 네가 있기에 내가 검에만 집중하고 돌격할 수 있다"라고 했던게 너무 최고ㅠㅠ

 

사실 핀이 죽어가는 걸 보면서 각성해버린 키루스를 보고 키루스가 작센과 HOUNDS 단원들을 다 휩쓸고 HOUNDS 리더가 되는 스토리를 상상했는데 아니었다... 사실 제목부터 그게 아니었긴 했는데 ^_ㅠ 아무리 우리 키루스가 정의의 사도라지만 그런 엔딩 하나쯤은 있어도 되는 거 아니야!? 키루스가 HOUNDS 리더가 되고 핀을 계속해서 그리워하면서도 보호지구를 관리하며 살아나가는.. 씁쓸한 엔딩이 취향이었는데.

 

그랜드 엔딩

ㅋㅋㅋㅋㅋㅋㅋㅋ

전원 공략 후 해금되는 그랜드 엔딩! 정말 키루스가 주인공이라는 느낌이 드는 엔딩이다. 이 게임의 테마가 '세상의 부조리를 밝혀내는 연애 ADV'였던 만큼 공략캐 전원이 키루스를 도와 스팀프리 세계관 속 부조리를 밝혀내고 해결한다. 그래서 일단은 공략캐들 루트에서 해결되지 않았던 온갖 문제들이 그랜드 엔딩에선 사이다처럼 깔끔하게 해결됨! 정말 게비스콘 짤 생각나는 엔딩ㅋㅋㅋㅋㅋ

그랜드 엔딩 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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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하게 키루스의 부모님이 살아있는 엔딩. 그 점이 좋았다. 매번 티스텔라 부부가 죽는 게 마음 아팠어서... 키루스 부모님이랑 오래오래 같이 살아 8_8

 

그런데 그랜드 엔딩까지 보고 나니 제일 궁금한 건 '대체 왜 센카볼트 아크에게 스탠딩 일러까지 붙었나'이다... 초반에 키루스한테 '여자인 주제에 경찰관이 되어서 민폐다'라고 하는 놈인데 스탠딩 일러까지 있어서 뭔가 비중 있는 조연이나 악역일 줄 알았는데 둘 중 무엇도 아니었고..ㅋㅋㅋㅋㅋㅋㅋ 뭔가 역할이 있었는데 스토리를 바꾸던 도중 통편집되어버린 건가 싶다...ㅋㅋㅋㅋㅋㅋ

 

사실 좋게 말하면 모든 게 원만하게 해결되는 완벽한 해피 엔딩이고, 나쁘게 말하면 좀 머리가 꽃밭인 엔딩이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유네를 너무 사랑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유네가 개혁 이후에도 계속 통치자 역할을 한다고 했을 때 !? 싶었음ㅠㅠㅋㅋㅋㅋㅋ 유네가 살아갈 이유와 목적을 찾은 건 너무나 기쁘지만 여기서 혁명 스토리가 들어갔어야 했는데... 물론 유네가 불로 불사인만큼 단두대에 보낼 수도 없는 일이지만... 21세기 민주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너희 정말 그게 최선인 거냐!? 그런 상태로 정말 괜찮은 거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공략캐 전원이 합류해야 하기 때문에 그 과정이 좀 인위적인 느낌도 있었다. 특히 아다쥬... 원래부터 아다쥬가 좀 다른 캐릭터들에 비해 혼자 동 떨어져 있는 느낌이기는 한데 갑자기 의사로 데려가는 과정이 너무 노골적으로 '일단 스토리상 데려가야 하니까...'란 느낌이어서ㅠㅠㅋㅋㅋㅋ

 

그랜드 엔딩이 원래 핀 루트 없던 시절 핀 루트 비스무레한 엔딩이라고 들었는데 사실 핀키루적으로 핀 루트보다 그랜드 엔딩 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일단 핀 루트 스토리가 좀 불호였기도 하고, 그랜드 엔딩에서 핀과 키루스가 고생도 덜 하고 이어질 가능성이 보이는 것 같아서... 마지막에 핀이 키루스한테 맞선 신청까지 보내 놓고 이름을 실수로 빼먹은 게 정말 귀여웠다ㅎㅎ


결과적으로 나는 의외로 유네에 푹 빠져서 맨날 유네 등장하는 장면 영상 복습 중이다... 약간 레전드 최애가 되어버린 듯. 원래 키작고 어려보이는 남캐에는 정말 관심 없었는데... 유네 세키에이가 나 책임져야 한다.

유네사마.........

사실 세계관 설정이 좀 어설프고 구멍도 있는 편이지만 그래도 정말 재밌게 플레이했다. 일단 캐릭터들이 정말 매력적이고 캐릭터들이 서로 사랑하게 되는 감정선이 이해가 가서 좋았음. 작가님이 세계관 설정보다는 캐릭터 간 세밀한 심리 묘사에 더 능력이 있으신 것 같다.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작품이지만 배드 엔딩 맛집이라서, 배드 엔딩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추천하고 싶다. 플레이할 수 있는 플랫폼도 여럿이고 영어 버전도 지원하다 보니 주변에 추천하기도 좋다. 여주와 공략캐가 구르고 또 구르는 스토리, 정의롭고 멋있는 여주, 배드 엔딩 맛집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쯤은 플레이해보는 것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