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메이트의 야심작(?) 종원의 뷔르슈. 대놓고 배드 엔딩 맛집으로 나온 것 같은 게임이라 살까 말까 고민하던 나.. 아돌프 얼굴에 홀려서 결국 샀다. 근데 한정판 표지 일러 볼 때마다 너무 사기 매물 같아서 웃는다ㅋㅋㅋㅋ 한정판 표지 보면 무슨 <아르페셸의 삼시세끼> 예능 방송 같음ㅋㅋㅋㅋㅋㅋ 암튼 7월(ㅋㅋㅋ)에 스팀프리 올클한 이후로 오토메 게임은 여러 개 손만 대고 결국 끝낸 게 하나도 없었는데 종뷔는 결국 11월 안에 끝냈다. 12월부터 파판14 효월 밀러 가느라 후기가 세 달이나 밀려버렸지만..ㅋ
총 플레이 타임은 70시간 찍혔다. 처음 나왔을 때 일본인도 플탐 80시간 나온대서 두려움에 떨었는데 다행히 그 정도는 아닌 듯. (비싼 돈 내고 산 게임 플탐이 짧길 바라는 모순적인 욕망..)
종뷔는 해금이 엄청 복잡하게 되어있는 게임이다. 기본적으로 절망 엔딩(배드 엔딩)을 먼저 봐야만 구제 엔딩(해피 엔딩)이 해금된다. 캐릭터 공략은 2막과 3막으로 나뉘어 있는데, 2막에 속한 캐릭터들은 마티스, 류카, 시안, 그리고 이브. 와중에 이브는 해금캐이기 때문에 초회차 공략 가능한 캐릭터는 마티스, 류카, 시안 3명. 즉, 이 셋의 절망 엔딩을 보면 이브 절망 엔딩이 해금되고, 이브 절망 엔딩을 보고 나면 3막에 속한 아돌프와 안쿠가 해금된다. 3막의 구제 엔딩을 모두 보고 나면 2막 캐릭터들의 구제 엔딩도 볼 수 있다.
공식의 엔딩 공략 추천 순서는 마티스-류카-시안-이브-안쿠-아돌프였는데 지인분들 추천으로 마티스-시안-류카-이브-안쿠-아돌프로 살짝 순서를 바꿔서 했다.
*이하 게임 내용 및 후일담 소책자 스포일러 있음*
- 1막 -
세레스 (Ceres)
cv. 없음
「...신이시여. 저는... 수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다」
죽음에 홀린 운명과 결별하는 소녀
18세/시설 보조
본작의 주인공. 철도 들기 전 부모님을 잃었다.
관련되는 사람이 사고를 당하거나,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에서 『사신』이라고 불리며, 미움받고 있다.
주변을 불행하게 만드는 인생을 비관하여 목숨을 끊으려던 차에 안쿠와 만나, 그 나라의 다양한 『죽음』과 마주하게 된다.
세레스 일단 너무 예쁘다... 공략캐고 뭐고 세레스가 제일 먼저 눈에 띄었을 정도로...ㅋㅋㅋ큐ㅠㅠㅠㅠ 금단발 대체 누가 생각했어? 당신을 천재로 임명합니다. 근데 진짜 비주얼이 너무 압도적이라서 중간중간 공략캐 시점으로 세레스 스탠딩 크게 나올 때마다 내가 다 사랑에 빠지는 기분이었다ㅠㅠ 아무튼 세레스는 스토리상 여러모로 사람들한테 꺼려지고 경멸받는 위치라서ㅠㅠ 소심하고 어둡게 자라온 천사..
사실 이런 건 오란소와랑 되게 비슷하다고 생각했다. 여주인공이 사람들에게 두려움의 대상이자 동시에 경멸의 대상이라는 것. 그리고 사면이 바다로 둘러 쌓인 외딴섬이 배경이고, 어딘지 모를 곳에서부터 사람이 떠밀려오고, 그 사람들은 대단한 지혜를 전해준다는 것. 섬나라 감성인가..? 암튼 종뷔 플레이하면서 오란소와 생각이 많이 났다. (오란소와 아직 올클 못 했지만..)
공통 루트 스포
첫인상은 연출이나 스토리 구성이 좋다는 느낌이었다. 세레스가 자살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공식에서 공개한 영상에서는 안쿠가 자살을 막기 때문에 발매를 기다리면서 이런저런 홍보 영상을 봐온 플레이어는 처음부터 ‘뭐임? 왜 안쿠 안 나와??’ 하고 놀라게 된다. 그래서 바로 몰입한 듯... 사실 알고 보니 실제 일어난 일이 아니라 예지몽 같은 거였지만. 암튼 이브를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피안화 꽃잎이 날아가는 것도, 옛날이야기 들려주듯이 각 장이 시작하는 것도 그렇고, 연출과 스토리에 신경 많이 쓴 티가 많이 나서 좋았다. 그리고 요미 센세가 작화 담당인 작품답게 cg가 너무너무 아름다웠다...
사형집행인이 누굴 지 엄청 궁예 하면서 공통 스토리를 봤는데 처음에는 아돌프를 의심했다ㅋㅋㅋㅋ 플레이 추천순서가 맨 마지막이라는 것도 수상하고, 맨 처음 세레스가 골목길에서 살인 현장을 마주했을 때 바로 그 자리에서 만난 게 아돌프라서. 그러다가 사형집행인 스탠딩을 보고는 류카랑 포즈가 같아서 류카일 줄 알았다. 게다가 류카가 계속 힘이 센데 숨기고 있다는 식으로 나오니까... 근데 공통 스토리 막바지로 갈수록 사형집행인과 류카가 동시에 등장해서 결국 류카도 아닌 걸로...; 대체 누구야... (사형집행인의 진짜 정체는 이후 개별 루트에서^^)
종뷔가 엄청나게 절망! 유혈! 배드 엔딩!으로 프로모션을 한 것치곤 공통 루트는 엄청 순한 맛이었다. 일단 유혈사건이 일어나고 주인공이 의심받긴 하지만 뭐 그 정도야... 이 정도면 할 만하겠는데? 싶게 만드는 스토리라는 느낌이라서, 이거 플레이어 낚시용 스토리군..^^ 싶었다. 게다가 뒤로 갈수록 공략캐 전원 다 모이니까 엄청 웃겼음ㅋㅋㅋㅋㅋ 다 같이 모인 술자리에서 주사 부리는 모습도, 마티스의 광란의 드라이빙 때문에 제정신 못 차리는 모습도 다 너무 웃겼다ㅠㅠ (올클하신 지인분들 왈: 웃을 수 있을 때 많이 웃어두세요..^^) 순한 맛 공통 스토리로 공략캐한테 정 붙이게 하고 개인 스토리에서 플레이어 머리를 깨 버릴 심산이지..!
공통 스토리 끝낸 뒤 호감도는 아돌프>시안>안쿠>류카>이브>마티스. (마티스 미안...) 아돌프는 발매 전부터도 제일 관심 가던 캐릭터였고, 시안은 하찮은 갭이 너무 좋아서 의외로 순위가 높았다. 안쿠도 오란소와 츠쿠요미 생각도 나고 일단 cv. 오키츠 카즈유키가 좋아서. 류카는 처음에는 그다지 취향캐가 아니었는데 뒤로 갈수록 힘도 숨기고 있고, 왠지 성격도 보통이 아닌데 숨기고 있는 것 같아서 관심이 갔다. 이브는 진 히어로 느낌인 것치곤 크게 관심이 안 갔다...
공통 루트 엔딩 스포
그 종언에 끝은 없고 (その終焉に果てはなく)
안쿠의 제안을 거절하고 해안으로 나갔던 세레스가 누군가에게 살해당하는 중도 배드 엔딩. 정황상 아마 그 누군가는 마티스 루트에서 나오는 그 사람일 것이라고 추정된다. 왜 이 엔딩에서는 바로 죽여버렸는지 궁금했는데, 생각해보니 아직 공통 루트 초반 부분이니까 아마 세레스와 마티스가 만나지 못해서, 세레스가 마티스에게 중요한 사람이 아니라서 그랬던 듯. 사실 그냥 살해로 딱 끝나면 모르겠는데 고문당하고 결국 죽는 묘사가 엄청 잔인하다...
죽음의 포옹 (死の抱擁)
세레스가 살아갈 의지를 보이지 않는 선택지를 눌렀을 때 보는 중도 배드 엔딩. 공통 루트가 끝날 때 즈음 안쿠에게 살해당해서 '죽음의 포옹'... 이 엔딩도 맘에 든다. 이 엔딩 CG가 참 좋았던 점은 안쿠가 세레스를 찔러 죽이는 엔딩이지만 핏자국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거. '죽음의 포옹'이라는 제목에 맞게 칼날에 안쿠의 소매에 가려져서 그냥 안쿠가 세레스를 포옹하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안쿠가 '원하지 않는다면... 그 영혼을 나에게 주련?'라고 속삭이듯이 말하는 부분 연기가 너무 좋았다!
그냥 이 엔딩만 봤을 때는 그냥 중도 배드 같지만... 3막을 본 뒤 돌아와 생각해보면 이 때 안쿠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싶어 더 가슴 아픈 엔딩. 세레스가 죽은 뒤 어떤 일이 벌어졌을지...
- 2막 -
마티스 클로드 (Mathis Claude)
cv. 아마사키 코헤이
「그 녀석을... 형님의 원수를, 이 손으로 죽이고 싶어요...!」
사람을 용서하는 운명을 거절한 남자
17세/클로드家당주
부유구에서 살고 있는 소년. 독서를 좋아해 방은 책으로 넘쳐나고 있다.
심약하고 낯가림이 심한 탓에, 사람과 눈을 마주치고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것이 어려울 때가 있다.
경애하던 형을 『사형집행인(부로)』에게 살해당해, 복수를 위해 범인을 찾고 있다.
어디서든 첫 번째 공략캐로 추천되어있는 마티스. 공략캐들 중 유일한 연하남이고 부유 지구에 사는 클로드 가의 어린 당주. 근데 어쩐지 성과 이름이 뒤바뀐 느낌이다... 예전에 읽었던 소설 등장인물들 중에 이름이 '캠벨 알렉산더'라서 주인공에게 '아저씨 이름은 왜 이렇게 이름하고 성이 순서가 바뀐 것 같은 느낌이에요?'라는 말을 듣는 장면이 있었는데 마티스 공략할 때마다 계속 생각났음..ㅠㅠㅋㅋㅋㅋ 마티스 클로드보다 클로드 마티스가 더 자연스럽지 않아...?ㅋㅋ큐ㅠㅠㅠㅠ
아무튼, 공통 루트에서는 크게 임팩트가 없는 캐릭터였다. 쇼타캐는 꽤 좋아하는 편인데 공통에서 별로 매력을 못 느꼈던 듯... 장발이라서 그런 걸까. (장발캐 좋아하는 경우가 손에 꼽음) 개그 장면 외에는 너무 소심해서... 그런데 본인 루트에서는..!!!!!!
마티스 루트 스포
공통에서 큰 관심 없었던 캐릭터였는데 본인 루트는 너무 흥미진진했다.. 아니 흥미진진했다고 해도 되나...? 적어도 앞으로의 전개가 너무 무서워서 달달 떨면서 봤다... 사실 사랑하는 사람을 개조해서 되살리려고 하는 악역은 얼마 전에 다른 겜 모 캐릭터 루트에서 봤는데 그때도 너무 무서웠어서... 쟝 비주얼도 맘에 들고 꽤 좋아하던 캐릭터였는데 어떻게 이런ㅠ 암튼 마티스 절망 엔딩 보고 내 새끼 됨...ㅠㅠㅠㅠ
1~2장은 그냥 귀여웠다. 세레스가 삶의 목표를 잃은 마티스를 북돋아줄 겸 클로드 가의 메이드로 일하게 되면서 세레스의 메이드복 스탠딩도 볼 수 있고 (워후~!) 마티스가 세레스를 좋아하게 되면서 세레스 앞에서 홍조를 띄우는 CG도 볼 수 있다. (근데 어쩐지 마티스를 그리는 일러레의 시선이 좀 음험하다는 느낌ㅋㅋㅋㅋㅋㅋㅋㅋ) 목적이 오직 복수였다가 복수라는 목적을 잃었던 것... 그래서 사형집행인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후 허무함과 함께 평화를 알아버린 마티스가 나중에 그 평화를 그저 그대로 만끽할 수도, 버릴 수도 없다는 감정선이 좋았다.
그런데 3장부터 급격하게 잘못 되어가는 것 같은 이 느낌... 마티스가 자꾸 성격이 왔다 갔다 하면서 중간에 지하 실험실 같은 이상한 장면이 깜빡깜빡 지나가는데, 캡처해서 봤더니 벽에 이렇게 써있었다...
Ma ché
Rosal
뒷부분은 실린더에 가려져서 안 보이는데 아무리 봐도 Ma chérie Rosalie (내 사랑 로잘리)라서 이때 벼락처럼 깨달음을 얻어버림... 현실 부정하고 싶었는데..!!!!!!!!ㅠㅠㅠㅠ
쟝.. 정말 싫은 캐릭터긴 한데 마티스 구제까지 보면 또 싫어할 수 없는 캐릭터기도 하다. 일단 진짜 로잘리를 너무 사랑했던 놈이라서... 로잘리가 죽고 그 사랑이 왜곡되고 미쳐버린 거라서... (※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나서 남에게 폐 안 끼치고 곱게 미치는 놈이 좋다) 매춘부만 골라 살해하고 배아를 꺼내 실험에 이용하는 스토리는 정말 너무 역겨웠다. 여자를 자궁 그 이상 그 이하로도 보지 않는 거라서 쟝이 세레스의 배를 쳐다볼 때는 진짜 소름 돋았음... 게다가 쟝에 대해 웃긴 점은 이 자식이 너무 미쳐서 그런가.. 배아로 실험하지 않은 시안이 몹시 상식인 같아 보인다는 거...ㅋㅋㅋㅋㅋ
근데 왜 로잘리는 꽃이랑 같이 유리관에 들어있었을까.. 유리병 속 꽃을 '생명의 꽃'이라고 하던데 (물론 몸속의 배아도 포함하는 중의적인 말이지만) 약간 오필리아 생각나기도 하고?
나중에 깨달은 사실이지만 마티스 첫 CG(공개 일러)에서 마티스가 들고 있는 책의 제목은 La Barbe Bleue (푸른 수염)이다. 동화 푸른 수염의 내용을 생각해보면 마티스 루트와 겹쳐 보이는 부분들이 있다. 푸른 수염의 성과 마찬가지로 클로드 저택에도 여자만 골라 죽이는 살인사건이 벌어지는 숨겨진 방이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아 이거 복선이었구나 싶고 소름이 돋는...
근데 마티스 루트 하면서 느낀 건데 오토메이트가 창부와 매춘을 바라보는 시선이 참 기묘하다... 솔직히 여성향 유저의 입장에서는 그 소재 자체가 불쾌하기 때문에 빼주면 좋겠는데 자주 넣더라. 성매매가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것이며 이런 소재를 사용하는 것이 스토리의 '리얼리티'를 살려준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기분 더러우니까 제발 그만... 일본에서는 여성 고객층을 상대로 이런 소재 써도 아무도 문제시하는 사람이 없는 건지?; 작중에 리라이버가 되기 위해 몸을 팔아 돈을 버는 여자들이 등장하는데, 일부 캐릭터들은 이런 여자들을 '영원히 더럽혀진 몸'이라고까지 표현한다. (왜냐면 '남자 경험이 있는' '몸을 팔던' 상태의 몸으로 영원히 박제되기 때문에..) 이게 무슨 처녀 운운하는 시대착오적인 소리... 미쳤니 오토메이트... 정녕 미친 것이니...? 근데 와중에 그런 시선은 부당하며 여자가 성을 파는 것은 주변의 착취 때문이라는 건 또 확실히 해서.. 얘네가 360도 돌아서 이런 소리를 하나 싶기도 하고... 아님 고장 난 시계도 하루에 두 번은 맞는 건지...
마티스 절망 엔딩 1
배달인들 (配達人たち)
세레스가 마티스의 감정도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도망치는 엔딩. 그렇지만 결국 실패하고 카미유에게 잡혀서 마티스가 잠든 사이 살해 및 박제당한다... 그리고 마티스는 세레스를 인질로 잡혀 카미유와 함께 배달인이 된다. 카미유를 따르면 언젠가 사랑하는 세레스를 되살려줄 것이라고 믿으면서..ㅠㅠ 사랑하는 이가 살해당하는 카미유의 입장이 되어 죽은 연인을 되살리겠다는 카미유와 똑같은 목표를 가지게 되는, 그야말로 '자랑스러운 형'을 잇는 엔딩. 그리고 형을 잇는 것이 자신의 정체를 진짜 깨닫기 이전의 마티스가 목표로 하던 것이라는 게 소름 돋았다...
마티스 절망 엔딩 2
사랑과 증오의 이야기 (愛と憎の物語)
세레스가 마티스의 감정은 마티스만의 것이라고 생각하면 나오는 엔딩. 매일 아침 새로운 인격으로 태어나는 마티스와 새롭게 사랑에 빠지는 실험을 받게 된다. 근데 쟝이 마티스 몸에 다운 받는 기억들이 다 너무 찌질하고 폭력적인 범죄자들이라ㅠㅠ 세레스 살려ㅠㅠㅠㅠㅠㅠㅠㅠ
그러다가 결국 살인마 인격에게 살해당하는 줄 알았는데 순간 마티스가 제정신을 차려서 안도의 한숨을 쉬고 있었는데 그 바로 다음 순간 마티스가 세레스를 로잘리로 부른다... 마지막 실험에서 마티스에게 쟝(카미유)의 기억까지 다운로드해서 결국 카미유가 된 마티스...
이 엔딩을 보고 '와 이래서 그냥 배드 엔딩이 아니라 절망 엔딩이라고 부르는 건가???' 싶었다... 진짜 찐 절망... 세레스랑 같이 내 심장 떨어지는 줄 알았다. 세레스는 그 어떤 미친 인격이라도 그게 마티스라면 사랑할 수 있고 마티스에게서 사랑받을 자신이 있었지만 마티스가 자신을 세레스가 아닌 다른 사람으로 본다면ㅠㅠㅠㅠㅠㅠ 카미유가 된 마티스와 결혼하는 세레스를 보면서 모든 걸 다 놓아버렸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모든 걸 다 놓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마티스 곁에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매일 새로운 인격으로 눈을 뜨던 마티스 안에서 '마티스의 상냥한 마음'을 찾아내던 세레스이기 때문에 놓지 못하는 것. 카미유로 변해버려 자신을 로잘리로 인식하는 마티스지만 그 안 어딘가에 또 '마티스의 상냥한 마음'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냥 놓아버렸다면 자살하든 도망치든 했겠지만 이걸 놓지 못했기 때문에 카미유가 된 마티스 옆을 떠나지 못하는 것.
정말 미친 엔딩 같았다... 절망 후일담까지 읽어보면 카미유는 이 둘이 사랑하는 걸 보면서 대리만족하는 것 같다.. (새로운 취향을 깨달은 카미유) 카미유가 '기분이 더러운데 질투는 아니다'라고 한 것 보면 아마도 수많은 실험을 거듭하면서 세레스에게 호감을 갖게 되어버려서 마티스를 통해 '로잘리'를 되살리는 걸 관두고, 대신 마티스에게 자신의 기억을 업로드해서 '로잘리'와 '카미유'가 사랑하는 모습을 바라보는 걸로 마음을 굳힌 듯.
이 절망 엔딩의 후일담이 정말 미쳤다.. 그냥 이 엔딩의 모든 것이 미쳤음.... 마티스가 정신 붕괴해서 외치는 E7Q-,HFBBIE...!!!가 랜덤 기계 언어가 아니라 영-일 키보드에서 いやだぼくはここにい...!!!의 알파벳 버전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그냥 기절함...
마티스 구제 엔딩
당신과 쓰는 사랑 이야기 (あなたと綴る恋物語)
쟝의 실험실이 파괴되었기 때문에 기억을 정기적으로 다운로드 받아야만 살 수 있는 마티스는 죽을 운명이었으니까. 마티스와 세레스 둘이 바닷가에 앉아 이야기하는 장면이 너무 슬퍼서 엉엉 오열하면서 봤는데 의외로 100% 해피 엔딩이었다ㅋㅋㅋㅋㅋㅋ 메리 배드 엔딩을 좋아해서 사실 그렇게 끝났어도 좋았을 것 같긴 하다. 마티스는 죽었지만 세레스는 미래를 살아갈 힘을 얻었다는 엔딩으로. 왜냐하면 안쿠가 바란 구제는 다른 사람이 어떻게 되든 오직 세레스만을 위한 것이니까.
제목처럼 이 엔딩은 마티스가 쓰던 소설의 연장선이다. 마티스에게 이야기란 자신이 주인공인 이야기이자 인생 그 자체가 아닌가 싶다. 사실 마티스 자체가 '만들어진' 존재이자 자아니까... 마티스의 기억과 인생이야 말로 '만들어진' 허구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게다가 소설을 쓰는 건 마티스의 기억 속 형 카미유의 취미이자, 실제로는 클로드 부인이었던 아멜리의 취미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전의 마티스가 소설을 쓰는 게 '죽은 형 카미유'의 기억을 이어나가고 유지를 잇는 형을 위한 삶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다. 반대로 마티스가 주인공이 자신과 세레스인 이야기를 만들어 나간다는 것은 타인의 기억 조각으로 이루어진 마티스가 스스로 새로운 것, 새로운 기억, 그리고 나만의 것을 만들어간다는 말이기도 하다. 마티스는 그래서 외로움 타던 사신과 호문클루스 남자가 결혼하기까지의 이야기를 쓸 수 있었을까...
개인적으로 이 엔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마티스와 세레스는 쟝의 실험을 통해 어떤 인격으로 새로 태어나든 서로를 다시 사랑할 수 있다는 확신을 얻었기 때문에 마티스가 리라이버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 구제가 될 수 있었다. 리라이버가 된 마티스는 이전의 기억이 없지만 새로이 만들어나가면 되는 것이니까. 그것이 마티스와 세레스가 수도 없이 반복해온 일이고 가장 자신 있어하는 일이니까. 다른 사람들이었다면 절망하고 헤어졌겠지만 마티스와 세레스이기 때문에, 이 둘만이 가능한 사랑의 방식이라는 것이 너무 좋았다.
그리고 쟝.. 3막 볼 때까지 내내 싫어했는데 구제 엔딩을 보니 불쌍하긴 했다. 로잘리와의 사이에서 생긴 아이에게 남자아이라면 '신의 선물'이라는 뜻의 '마티스'라는 이름을 붙일 예정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눈물샘 열일함... 아니 근데 슬프긴 한데 호문클루스에게 '마티스'라는 이름을 붙일 생각까지 한 걸 보면 처음엔 어느 정도 아들로 생각했었던 거 아니냐... 너 이놈 아들을 그딴 식으로 취급한 거냐... 그리고 마티스의 '당신을 사랑하지 않았던 시절의 로잘리도 로잘리예요'라는 말이 너무 좋았다.. 결국 그동안 쟝은 그냥 과거에 얽매여 미쳐있었단 거니까. 그동안 그저 '재료'로 취급하던 로잘리의 시체를 끌어안으며 다시 '행복했던 그 시절'이 아닌 '로잘리'를 마주한다는 내용이 맘에 들었다.
시안 브로피워즈 (Scien Brofiise)
cv. 호소야 요시마사
「몸 따위 결국, 뇌와 심장을 보관하기 위한 그릇이야」
사람을 살리는 운명에 열광한 남자
23세(육체연령)/연구자, 국립연구소 소장
국립연구소의 소장이며, "기억의 다운로드"를 만든 천재 과학자. 본인도 다운로드를 반복해, "리라이버"로 긴 세월을 살고 있다.
사람은 일회용 도구이며 감정은 버그라고 생각한다.
효율주의자로, 자신이나 주변의 생명조차도 연구재료의 일부라고 생각하는 사람.
의외로 하찮은 시안. (머리 묶고 있는 거 설마설마했는데 정말 빵끈이란다.) 공략캐 중 유일한 리라이버라서 해금캐일 줄 알았는데 의외로 초반부터 공략 가능한 캐릭터였다. 비공식적인 아르페셸 제일의 권력자라서 그런가 나른한 사자 같은 느낌인데, 정말 스토리 볼수록 너무 하찮고 의외로 개그캐다. 그리고 스토리를 보다 보면 이 자식 생각보다 정상인인데..? 싶다가도 3초 후에 아 이 자식 또라이네 싶은 롤러코스터 같은 캐릭터ㅋㅋㅋㅋ
그리고 호소양 목소리 파괴력 정말 장난 아냐... 루트 내내 침 흘리면서 했다... 사실 비주얼이나 성격 상 내가 그렇게 좋아할 캐릭터는 아닌데 공통 루트 플레이하고 시안 호감도 수직 상승한 이유 중 80%는 cv. 호소양 때문인 것 같음ㅋㅋㅋㅋㅋㅋ 물론 시안 루트 자체의 스토리도 좋아서 만족도 200%였다ㅋㅋㅋㅋ 종뷔 플레이하면서 단 한순간도 지루하지 않고 내내 즐겁게 플레이한 루트는 시안 루트가 유일한 듯.
분명.. 감정은 버그라는 이 오만한 남자가 세레스에 감겨서 어떻게 절망하는지 구경하자! 란 마음으로 시작했는데 감기는 것도 절망하는 것도 나였음을... 하찮고 귀여워 보였을 때 이미 망했다는 걸 깨달았어야 했는데... 시안이 맘에 든다는 사실이 너무 킹 받아...ㅋㅋㅋㅋㅋㅋㅋ
시안 루트 스포
종교 소재 넘 좋아하는데 시안 루트에서 그런 소재가 많이 나와서 좋았다. 구세주와 사신, 신과 성녀, 이렇게 너무나 반대되는 두 사람. 구세주로서의 시안은 신과 같은 부감을 시선을 가지고, 그건 좋게 말하면 모두를 평등하게 바라본단 뜻이고 나쁘게 말하면 시안 눈엔 모두가 한낱 미물이라는 뜻이다. 그리고 세레스는 사람들 사이에서 불평등한 처우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오히려 그 시선에 구원받는다. 게다가 시안을 만나서 사신이자 음울한 소녀였던 세레스는 시안의 잡무 담당이 되고, 위의 비유로 따지자면 신을 따르는 성녀가 된다. (시안이 세레스에게 '이전에는 사신, 우울한 소녀더니 이젠 성녀 노릇인가?'라고 하는 대사 있음) 그래서 연구소에서 처음으로 둘이 키스하는 장면이 너무 좋았다.
「… 이것만으로는 상으로 부족해요」
「뭘 더 원하지?」
「…저 퍼즐, 완성한 걸 아직 못 봤어요. 그러니까, 다시 신의 시점으로 내려다보는 것도 좋지만 ー
가끔은 땅에 발을 붙여주세요. 저와 함께 퍼즐을 맞춰주세요」
네가 바라는 것은 무엇인가?라고 묻는 시안 정말 무엇이든 이루어줄 수 있는 것처럼 오만하고 신 같아서... 그리고 거기에 가끔은 하늘에서 내려와 저와 같은 사람이 되어주세요,라고 하는 세레스. 정말 너무너무 좋았다ㅠㅠ 사실 다른 루트에서도 그렇긴 하지만 이렇게 무조건적으로 상대를 받아들이는 것 보면 세레스도 제정신은 아니야...ㅋㅋㅋ큐ㅠㅠㅠㅠ 오토메 게임의 여주의 멘탈이란...!ㅋㅋㅋㅋㅋ
그리고 또 많이 나오는 소재가 퍼즐인데, 이 두 사람이 딱 맞는 퍼즐 조각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퍼즐은 서로 반대되는 모양을 지니고 있어야 꼭 맞고, 그것처럼 시안세레는 너무나 반대되기에 오히려 잘 맞아 보인다고 생각했다. 서로의 결핍을 채워줄 수 있다는 느낌. 시안의 결핍은 자신의 이해자가 없었다는 거고 세레스의 결핍은 자신의 가치를 인정해주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 (물론 살로메와 아돌프에게 사랑은 받았지만 사랑을 받는 것과 자기 자신의 가치를 느끼는 건 또 다른 거니까) 그렇지만 결국은 비슷하기도 해... 시안이 자긴 감정을 느껴본 적도 느낄 일도 없다고 했을 때 세레스가 '저도 여태까지 감정을 억누르며 살아왔으니까요'라고 한 것처럼...
루트 내내 시안은 스스로를 신이라고 하지만 결국 시안은 언제나 신이자 인간인 존재였다는 점이 재밌기도 하다. 아닌 척했지만 시안도 결국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타인의 공감을 바라고 있었음. 시안은 세레스에게 "나에게 공감을 구하지 마라"라고 했지만ㅋㅋㅋㅋ 지하 실험실 보여준 것도 결국 고양이가 주인한테 고맙다고 바퀴벌레 물어오는 그런 느낌이기도 하고 '이래도 나 좋아해?'라고 세레스를 시험하는 것이기도 하다. 동시에 자신을 이해하고 받아주는 상대를 원했다는, 시안이 어찌 보면 이해자가 없는 외로운 사람이었단 뜻이기도 하고. 게다가 '부감의 시선'을 가진 신은 특정한 피조물을 더 사랑하거나 아끼지 않기 때문에 세레스가 다른 사람보다 좀 더 특별히 맘에 든 시점부터 이미 시안은 인간이었던 거..ㅎㅎ
사실 종뷔 플레이하면서, 특히 시안 루트를 밀면서 내내 했던 생각은 '왜 사람의 메모리는 백업이 안 되나'였다... 분명 메모리를 특정 시점에 저장해두고 정기적으로 업데이트까지 가능한 것 보면 백업 파일도 만들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백업 파일을 안 만들어서 항상 이 사달이 나는 걸까.. 중요한 파일은 꼭 백업의 백업까지도 만들어둡시다 아르페셸 사람들아...
근데 난 시안 루트 밀면서 진짜로 살로메랑 시안이 남매인 줄 알았다ㅋㅋㅋㅋㅋㅋ 이전에 플레이한 게임에서 뒤통수 맞아서 투디계에서 머리색이나 눈 색이 같으면 무조건 의심하는 버릇이 생겼음ㅋㅋㅋㅋㅋㅋ 근데 정말로 살로메랑 시안 머리색이나 인상 비슷하지 않나?ㅋㅋㅋㅋ 티격태격 대면서도 은근히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당연히 남맨 줄.
그리고 진짜 뻘한 얘긴데... 세레스가 집에서 만들어오는 샌드위치 재료비도.. 청구되는 거지? 아르페셸 권력 일짱 시안 브로피워즈가 고아원 아이들이 먹어야 하는 밥 뺏어먹는 거 아니지?????
시안 중도 배드 엔딩
무색의 목소리(無色の声)
시안 루트가 엄청 러프하게 말하면 '너 같은 녀석은 처음이야..!'인데ㅋㅋㅋㅋ 여기서 시안의 흥미를 사지 않으면 곧장 해고됨.. 아니 근데 그렇다고 해도 이런 엔딩일 필요가 있었냐구요ㅠ 그냥 집에 가서 잘 살았습니다 엔딩이어도 됐잖아...!!! 종뷔 고어 묘사 너무 쓸데없이 잔인해..ㅠㅠㅠ
시안 절망 엔딩 1
어머니의 대답(母の答え)
안 그래도 살로메 눈이 좀 맛이 가있다고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절망 엔딩 2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은 건 아마 시안이랑 같이 있어서일까..?ㅠㅠ 와중에 시안이 세레스를 아낀다는 거 약간 모든 사람이 아는 것처럼 되어있어서 조금 웃겼음ㅠㅋ 그리고 살로메가 아돌프 머리를 껴안고 있는 장면을 보고 아.. 이래서 이름이 살로메인가? 싶었다ㅠㅠㅋㅋㅋ 아돌프... 정말 모든 루트에서 구르고 또 구른다...ㅠㅠ
솔직히 처음 봤을 때는 살로메가 이해 안 갔는데 3막과 시안 구제 엔딩을 보고 되돌아오면 살로메가 왜 이런 선택을 했는지 좀 더 이해가 된다...
시안 절망 엔딩 2
공상 속의 너(空想の中の君)
내가 기대했던 대로 결국 사랑에 빠진 탓에 무너져버린 시안을 볼 수는 있었는데 기쁘지 않아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ㅠㅠ 마티스 루트는 3장부터 이미 절망 상태였는데 시안은 4장 후반부까지 희망차고 달달했어서 갑작스런 추락이 더 뼈아프다ㅠㅠㅠ 그리고 이 엔딩에서는 이전에 했던 대화, 특히 시안이 세레스를 계속 곁에 두기로 결정했을 때의 대화를 똑같이 반복해서 너무 슬펐다...
사형집행인에게 공격당한 세레스에게 겨우 맥이 남아있어 리라이버화 시키려고 했더니 도중에 죽어버려서 무산... 희망을 줬다 뺏는 기술이 터키 아이스크림 아저씨랑 맞먹음ㅠㅠ 세레스의 기억을 시안의 머릿속에 다운받은 건 남아있다고 할 수 있는 걸까...? AI 같은 느낌인가... 그렇지만 그건 그냥 시안의 기억 속에 남은 것과 다를 바 없지 않을까?
시안은 리라이버가 되기 전 '오리지널 인간'이었을 때도 감정은 버그이며 쓸모없다고 생각하던 사람이었는데, 이전 몸의 감정을 그대로 가져갈 수 있는 리라이버가 된 후 세레스와 제대로 사랑에 빠졌다는 걸 생각해보면 오히려 감정을 느끼지 못했던 그전의 시안이야말로 버그였던 것... 게다가 드디어 '연애 감정' (나는 이게 육체적 욕망을 포함한 감정이라고 해석했음..)을 느낄 수 있게 되었는데 세레스 육체가 사라졌다는 게 또 억장이 무너짐...
세레스가 죽어가는데 그 안에서 아무것도 못하고 그저 갇혀있을 수밖에 없었던 시안... 방금 전까지 세레스에게 '네가 원한다면 무엇이든지 이루어주지'라는 식으로 말했는데 결국 시안은 너무나 무력했음. 결국 시안은 전지전능한 신이 아닌 인간이었던 것. 이 절망 엔딩을 보고 휴브리스(hubris)가 생각났다. 직역하면 자만심, 오만함 정도 되는데, 보통 신과 대등한 존재가 되고자 하는 인간의 어리석은 오만함 정도로 쓰이는 것 같음. 예를 들어 기독교의 바벨탑을 세우려다가 벌을 받은 인간들이라든가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신을 모욕한 아라크네 이야기 등이 모두 인간의 휴브리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근데 재밌는 건 시안은 결국 감정을 지속할 수 있는 리라이버를 만드는 것에 성공해서 그 점에서는 신에 필적하는 업적을 남긴다. 그런데 '나는 부감을 시선을 가진 신과 같은 존재이기에 사랑이란 감정을 느낄 일이 없다'라고 자신했던 자만심에 대해서는 뼈저리게 뉘우치게 된다... 그리고 그 이유가 감정이 있는 인간이 되어 세레스를 사랑하게 되었기 때문에...라는 점이 정말 최고로 자극적인 듯.
사실 시안이 워낙 먼치킨 캐릭터라서 결국 집념 끝에 세레스를 다시 되살릴 수도 있지 않았을까? 싶기도 한데 (사실 그러면 쟝이랑 뭐가 다른지 모르겠지만) 후일담이 또 그 희망을 철저하게 짓밟아줌..ㅋㅋㅋ큐ㅠㅠㅠㅠㅠ 후일담에서 가장 좋아하는 대사 '이미 신에서 그저 사랑에 열광하는 남자로 전락해 있었던 것이다.'
시안 구제 엔딩 스포
사람으로서의 첫사랑을 (人としての初恋を)
3막이랑 비슷하게 제일 행복하게 끝나는 엔딩이 아닐까 싶었다. 원래 시안이랑 세레스는 가장 높은 곳에 있는 사람과 가장 낮은 곳에 있는 사람이고, 그전에 신과 성녀로도 비유가 됐었는데 후일담까지 보면 신과 사신이라는 대등하고 둘만이 가능한 관계를 맺는다는 게 좋았다. 근데 그래서 더 대조적으로 슬프다... 살해당한 아돌프가 너무 슬프고, 자기가 사랑한 사람이 자기를 살아있는 실험재료로 사용한 사람과 이어지는 걸 봐야 하는 안쿠가 슬프고, 서로 상대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죽고 죽여버린 다하트와 살로메가 슬프고...
사실 스토리 보면서 <프랑켄슈타인> 소설이 많이 생각났다. 근데 재밌는 건 시안은 본인이 창조주이자 피조물란 것. 가장 오래된 리라이버란 뜻은 결국 그 실험을 가장 먼저 자신한테 시도했단 뜻이니까... 그리고 마지막에 감정을 가진 리라이버로 다시 태어나는 실험에서도 자신이 첫 피험체. 그래서 그런가 시안은 신의 경지에 오름에 동시에 가장 인간적인 존재가 되어버린다. 감정을 가진 리라이버를 만드는 실험에 성공해서 신의 영역에 도달하면 인간을 초월해버리는 게 아니라 이전보다 훨씬 인간적인 존재가 되고, 인간이 되어서 타인을 구원하고자 했다는 게 재밌는 것 같다.
그리고 인겜 엔딩도 그렇고 구제 후일담도 그렇고ㅋㅋㅋㅋ 종뷔에서 시안이 당도와 수위를 담당하는 듯. 사실 보면서 좀 인소 같다고 느끼기도 했고 개인적으론 당도 높은 거 별로 안 좋아하긴 하는데 종뷔는 워낙 당도가 멸종한 수준이라 너무 재밌게 플레이한 것 같다ㅋㅋㅋㅋ
류카 프루스트 (Lucas Proust)
cv. 히라카와 다이스케
「교사는 틀림없이, 신이 내려주신 제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사람을 이끄는 운명에 절망한 남자
22세/교사
교회나 고아원을 돌며 아이들을 가르치는 방문교사. 주인공이 살고 있는 시설에도 때때로 방문하고 있다.
착실하고 붙임성이 좋지만, 정의감이 강한 면도 있다. 아픈 여동생이 있어, 병원에 자주 방문한다.
신을 신봉하고 있어, 아이들을 선물이라고 생각하며 특히 소중히 여기고 있다.
사실 Lucas니까 뤼카가 맞을 텐데 류카가 입에 붙어버렸다... 뤼카는 너무 발음하기 힘들어!
암튼 공통 루트 하면서 너무 류카 등장할 때가 너무 웃겼고 무엇보다 공통 루트 마지막 CG에서 너무 웃기고 귀여워서 공통 루트 끝내고 호감도가 꽤 높았다. 숨기고 있는 비밀도 있는 것 같아서 궁금하기도 했고. 그런데 본인 루트에서는... 2
류카 루트 스포
내가 싫어하는 요소만 들어간 루트였다..ㅠㅠㅋㅋㅋㅋ 납치, 감금, 배신, 집착, 얀데레, 말 안 통하는 상대가 자기 감정만 밀어붙이기... 거기다가 광신도 소재까지. 근데 그런 것치곤 나름대로(?) 즐겁게 플레이하긴 했다. 일단 불호 요소가 잔뜩 들어갔는데도 다른 겜 모 루트처럼 분노에 떨면서 루트를 밀지 않았음ㅋㅋㅋㅋㅋ 감금당했을 땐 주먹이 좀 떨렸는데 류카 인생도 너무 시궁창이라 그런가.. 어쩐지 화를 낼 수 없었다... 게다가 류카 비주얼이 최강인 것도 한몫 한 듯ㅋㅋㅋㅋ 특히 사형집행인으로 나갈 때 포니테일로 묶는 거 진짜 최고.
사실 류카 루트가 취향이 아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아직도 류카가 왜 세레스를 좋아하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것. 류카가 '화재 사건에서 유일하게 무사히 나온 아이가 너니까 넌 신에게 사랑받는 천사가 분명해'라고 하는데 정말 그게 이유인 걸까..? 그렇다면 이브가 세레스를 살려준 건데 이브가 신이 되는 건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이유는 세레스도 납득을 하지 못하고 '이런 맹목적인 사랑은 원하지 않는다'라고 하는데 어쩌다가 류카랑 세레스가 이어지는 건지 모르겠다. 내가 뭔가 놓친 줄 알고 대사 다시 읽어보고 지인분들이랑도 이야기해봤는데 여전히 모르겠다....
소소하게 놀랐던 포인트는 사형집행인의 정체가 엄청 빨리 나왔단 것ㅋㅋㅋㅋ 스탠딩 일러 포즈가 똑같아서 사형집행인이 류카일 거라고 반쯤 예상은 했는데 이렇게 빠르게 밝혀질 줄은 몰랐다. 나중에 이브 루트나 3막에 가서야 알게 될 줄 알았는데 의외였던. 그리고 다른 포인트는 카푸신... 마티스 루트에서도 그랬지만 시안 분명 매드 사이언티스트 컨셉 캐릭터인데 쟝이랑 카푸신이 너무 또라이라서 걍 제일 제정신 사이언티스트 같음ㅠㅠㅋㅋㅋㅋ
사이비에 단단히 잘못 걸린 류카... 그리고 무엇보다 류카 자신이 그렇게 싫어하던 사람으로서의 본질을 잃은 '가짜'가 된 것 같아서 더 슬프다. 리라이버를 가짜라고 부르는 이유는 감정이 없어져서, 그리고 영원히 살 수 있다는 자만과 권태에 빠져서인데 정작 류카도 '의식을 치르기만 하면 나디아의 병을 치료할 수 있다'고 믿고 더 이상 고민하거나 다른 방법을 강구하지 않음... (시안 루트 보고 류카 루트 보니까 자꾸 츳코미 걸고 싶었음.. 신체 강화를 통한 연명이 아니라 죽음의 저주를 해주할 방법을 찾아야지..!) 리라이버가 과연 인간인가에 대한 논의 중에서 제일 중요한 건 바뀐 몸뚱이가 아니라 인간성이라고 생각하는데. 근데 결국 류카도 알고 있었음 그래서 악몽도 꾸고.. 약에 세뇌당해서 그걸 잊고 있었을 뿐 ㅠㅠ
'너는 충분히 힘냈어, 이제 힘내지 않아도 돼'라는 메시지가 힐링.. 이긴 한데 끝이 '힘내지 않아도 돼'라서 류카의 엔딩은 어찌 되었든 죽는 것 밖에 없는 것 같긴 하다ㅠㅠ 류카 인생 너무 시궁창이고... 애초에 본인이 리라이버화를 원하지도 않고. 만약 감정을 유지할 수 있는 리라이버가 개발됐다면 달랐을까?
류카 중도 배드 엔딩
나쁜 아이(悪い子)
영문도 모르고 죽는 엔딩...; 공략 안 봤으면 나는 이쪽으로 흘러가는 선택지를 눌렀을 거였어서 (게임에 집중을 안 해서 안쿠가 빨리 도망치라고 한 걸 까먹고 있었음... 나갔다가 넹글 돌아버린 류카 만나면 위험하니까 류카 말대로 얌전히 안에 있으려고 했지 흑) 조금 충격. 게다가 이 엔딩의 류카 너무 밑도 끝도 없이 눈 돌아가 있어서...ㅋ...
신호(合図), 가짜 모녀(偽物の母娘)
선택지 갈림길에서 각각 아돌프 만나기, 살로메 만나기를 선택했을 때. 살로메 쪽 엔딩이 특히 안타까웠다. 같이 잡혀와서 죽을 때까지 산 채로 고문당하는 엔딩인 데다가 제목도 '가짜 모녀'라서..ㅠㅠ 그야 그 둘은 혈연이 아니니까 '가짜 모녀'이긴 한데 거기에 엑소시스트 교단 입장에선 인간이 아니라는 의미까지 덧붙여져서ㅠㅠ
류카 절망 엔딩 1
절망의 여로(絶望の旅路)
엔딩 별로 안쿠와의 합동작전이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게 좋았다. 둘 다 안쿠가 세레스에게 '정말 괜찮은 건가?'하고 되물어볼 만한 계획인데 그 내용이 다르다는 게 최대한 코스트를 줄여가면서 똑똑하게 쓴 스크립트 같았음ㅋㅋㅋㅋ 암튼 이 엔딩은 안쿠가 시선을 끈 사이에 세레스가 직접 류카를 죽이는 쪽.
개인적인 취향인데 2막 루트들 중 다른 공략캐들은 계속 희망을 줬다 뺐었다 하면서 절망 엔딩이 되는데 류카 루트는 그냥 꿈도 희망도 없이 계속 절망뿐이어서 오히려 엔딩이 임팩트가 적었던 것 같다.. (특히 CG 있는 절망 2 엔딩) 원래 가장 희망에 차있을 때 밑도 끝도 없는 수렁에 고꾸라지는 게 제일 맛있는 건데 아쉽다. 그런 의미에서 절망 1은 더 마음에 들었다. 드디어 죽어서 류카를 만날 수 있다는 (비틀린) 희망에 부풀어있었던 세레스.. 그런데 '당신은 천국에 가겠지만 나는 죄인이기 때문에 지옥에 떨어질 거라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하는 류카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게임 내에서만 봤을 때는 이게 정말일까 아님 환청일까 싶었는데 절망 엔딩 후일담을 (절망 엔딩 2의 후일담이지만) 보면 아무래도 진짜인 듯하다. 근데 난 사실 세레스가 영웅으로 추앙받고 살면서 그 안에서 류카를 그리워하며 죄책감으로 괴로워하는 메리 배드 엔딩이 더 취향이긴 하다 ㅎㅎㅎ...
류카 절망 엔딩 2
새장의 세계(鳥籠の世界)
여기선 세레스가 류카를 제정신으로 돌리기 위해 치명상을 입은. 근데 제대로 제정신으로 돌아오지는 않아서... 그대로 세레스를 데리고 다른 곳으로 숨어든다. 그리고 다시 <새장 속의 세계>라는 것이. 새장에 갇힌 건 이번에도 철창 안에 있는 죽은 세레스이기도 하고 스스로를 가짜 세계에 가둬버린 류카이기도 한 것 같다...
근데 궁금한 게 대체 왜 리라이버 눈에 파란색 동공 들어간 거 넣은 건지 모르겠다. 애초에 인겜에서도 리라이버를 오리지널 인간과 구분하는 방법은 피부에 나타나는 문양뿐이라고 했으니 동공으로 구분되는 게 아닌 것 같은데... 여태까지 나온 리라이버는 전부 파란 동공으로 칠해놨으면서 나디아 때만 플레이어를 놀래키려고 파란색으로 안 칠한 거 아닌가. 난 이런 속임수가 싫다..!!! 플레이어를 속일 거면 정정당당하게 승부해라...
그리고 이 엔딩은 절망 후일담이ㅠㅠ 안 그래도 절망스러운 엔딩인데 더더욱 절망스러운 후일담이었다... 류카 별로 안 좋아하는데도 오토메이트 대체 류카한테 왜 그래?! 싶을 정도로... 이쯤 되면 류카가 오토메이트에 100억 엔쯤 빚지고 튄 게 아닌가 의심될 지경. 류카 살려ㅠㅠ
류카 구제 엔딩 스포
다정하고 행복한 꿈을 둘이서 (優しく幸福な夢を二人で)
류카 구제 엔딩은 한 마디로 요약하면 '이게 구제냐?'다. 류카와 세레스가 전혀 행복해 보이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다음 생을 기약해야 하는 거면 그게 해피엔딩일까..? 그리고 종뷔의 해피엔딩에 '구제 엔딩'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어디까지나 안쿠가 세레스의 구제를 바랐기 때문인데, 안쿠의 목적에도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안쿠, 그리고 아돌프가 바란 건 세레스가 행복하게 웃으며 희망차게 살아가는 거니까. 사랑만 했다고 그걸 구제 엔딩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안쿠는 정말로 세레스가 죽고 다음 생에 다른 사람으로 태어나서 행복한 것도 괜찮았던 걸까? 난 모르겠다... 내가 안쿠였으면 류카 따라 자살하는 세레스 보고 절망했을 거임...
그래도 세레스가 류카에게 '이제 더 이상 힘내지 않아도 되니까... 푹 쉬세요.' '수고하셨어요'라고 말해주신 건 넘 눈물 났다ㅠㅠ 류카 루트에서 반복적으로 나오는 테마가 이거여서... 류카도 세레스도 너무 힘들게 살아온 친구들이라 '힘내지 않아도 돼'라는 말이 너무 절실했던 것 같다ㅠㅠ 그래서 그 뒤에 세레스도 죽고 나서 안쿠가 둘의 무덤 위에 스노우드롭을 올려준 게 더 절절하게 느껴졌다. 스노우드롭의 꽃말은 '희망' 혹은 '위안'. 봄이 오기 직전의 늦겨울에 피기 때문에 겨울의 끝과 봄의 시작을 알리는 꽃이라는 점이 너무나도 류카와 세레스의 죽음을 위로해주는 것 같다...
그리고 류카, 이브, 3막 루트 전부에서 다하트랑 나디아의 관계가 나오긴 하지만 이 엔딩에서 유독 더 좋았다. 3막으로 다하트의 뒷이야기를 알고 보니 다하트가 얼마나 큰 각오로 나디아를 살린 건지 알게 되어서. 물론 카푸신에게 살해당할 줄은 몰랐겠지만ㅠㅠ 마지막 힘을 짜내서 나디아를 구해준 게 너무 눈물ㅠㅠ
근데 절망은 그렇다고 쳐도 구제는 어떻게 해도 이번 생에 류카를 행복하게 해 줄 수 없으니 사후 세계란 소재를 쓴 것 같은데 게임 내에서 전혀 나오지 않았던 세계관 설정이 튀어나온 거라 솔직히 반갑지 않음... 애초에 류카는 리라이버화도 거부하고 수명이 거의 끝난 사람이라 나도 그냥 세레스 곁에서 편히 눈을 감겠거니 하고 류카 구제는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단 말이야. 근데 이것조차 해주지 않은 건 그냥 감당 안 돼서 유야무야 덮으려고 한 것 같단 느낌만 든다. 사후세계가 존재한다는 설정이 있었으면 겜 본편 내에서 제대로 된 언급이 있었어야지... 나는 류카 절망 1 엔딩에서도 류카 목소리 들린 거 환청이라고 생각했는데. 류카 루트는 종교가 큰 맥락을 차지하는데 그 종교에 대해서도 카푸신이 사이비 교주였다는 것 외에는 별로 나오지 않아서 실망스러웠다... 류카 루트에선 종교가 나름 중요한 소재인데 제대로 설명을 안 해준 게 너무 아쉽다. 애초에 종뷔 세계관 속 종교는 너무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존재한다. 십자가, 교회, 묵주 같은 소재가 나오는 거 보면 기독교에서 따온 것 같긴 한데 제대로 안 풀어주고 그냥 대애충 넘긴다... 애초에 주인공인 세레스조차 게임 시작에 '신이시여 저는 많은 사람들을 죽였습니다'라고 기도하고, 수녀들이 아동시설을 관리하고, 자경단의 본거지가 교회인 걸 보면 적어도 교회가 사회구조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것 같은데. 근데 그나마 풀리는 것도 인겜 내가 아닌 소책자에서 풀어준다. 오토메이트는 세계관을 좀 더 촘촘히 짜고 그걸 인겜에서 풀어달라...
이브 (Yves)
cv. 사이토 소마
「...설령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고 해도, 나는 모든 사람을 사랑할 거야」
사람을 사랑하는 운명을 받아들인 남자
18세/심부름 센터(크룬), 자경단
크룬이라고 불리는 심부름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청년으로, 자경단의 일원. 착실하고 성실한 성격으로 동네 사람들의 신뢰가 두텁다.
박애주의자로, 나쁜 짓조 차 경우에 따라서는 받아들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릴 때 사고로 입은 화상으로 인해 부모에게 버림받았다.
남을 사랑하고 계속 돕는다면 언젠가 자신을 사랑해줄 상대를 만날 수 있다고 믿는다.
내가 바로 진 히어로다!라는 기운을 뿜는 이브. 하지만 중간보스다. 마티스, 시안, 류카의 절망 엔딩을 보면 이브 루트가 해금되고, 이브 절망을 보고 나면 3막의 아돌프와 안쿠가 해금된다. 그렇지만 중간 보스면서도 패키지 표지를 장식하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이브 루트가 제일 종뷔스러운 루트인 것 같기도.
이브 루트 스포
왜 해금이었는지 알겠는 루트였다. 앞의 루트에서 하나씩 풀린 진상들이 모조리 합쳐져서 나와서 거의 진상 루트급이었다ㅋㅋㅋㅋㅋ 3막이 없고 여기서 끝났어도 진상 다 풀렸다고 생각할 정도로 중요 떡밥이 다 풀린다. 사실 3막에서 풀리는 제일 중요한 떡밥들은 떡밥인지도 모르는 상태여서 그렇기도 하지만...
박애주의자 이브가 진짜 사랑을 깨닫는 이야기라는 주제가 너무 좋았다. 사실 모두를 사랑하면 그건 사랑이 아니지.. 사랑은 누군가를 더 특별하게 여긴다는 거니까.. 그래서 처음의 이브가 사랑에 대해 이야기를 할 때 계속 あい라고 히라가나로 표현되다가 세레스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사랑이란 감정을 비로소 이해했을 때 드디어 愛라고 표현되는 게 좋았다. 일본어라서 가능한 연출ㅎㅎ 이런 거 좋아.
3막에서 아돌프나 안쿠가 왜 그렇게 말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이브세레는 정말 완벽하게 서로를 위해 태어난 두 사람이란 느낌이었다... 이전의 화재 사건부터 이브의 화상을 신경 쓰지 않는 사람, 리코리스의 화신과 리코리스의 수호자. 서로의 가장 깊은 상처를 아무렇지 않게 대하고 어루만져 줄 수 있는 두 사람이다. 사실 세레스의 '그 화상을 입힌 내가, 이런 말을 하면 잔인하다고 생각하겠지만... 너무 아름다워요.'라는 대사는 조금 진부하지 않나 싶었지만ㅠㅠㅋㅋ 그래도 '이 상처까지 포함해서 "사랑해"라고, 누군가 말해주었으면 했어..!'라고 울부짖었던 이브에게는 그 어떤 것보다도 듣고 싶었던 말이었겠지.. (여기서 이브가 이야기한 '사랑해'는 愛してる가 아니라 또 あいしてる인 게 슬픈..ㅠㅠ) 그래서 사실 3막 이후의 이브가 더 신경 쓰이는 것 같다. 마치 원래부터 한 쌍처럼 태어난 둘이 이어지지 못했으니까. 아돌세레를 제일 좋아하지만 세레스에게 이끌렸다는 사실은 무덤까지 가져갈 새로운 비밀이라는 이브의 대사가 너무 눈물 나서ㅠㅠ......
근데 이브 루트에서 풀리는 진상... 자꾸 비과학적인 걸 과학적으로 풀어내려고 하니까 웃겼다... 신화나 미신을 과학으로 풀어내려는 노력은 좋았는데... 다른 거는 다 그렇다 쳐도 리코리스 밭에서 태어났다고 인간 리코리스로 태어난 건 좀? 무리수 아니었는지?ㅠㅠㅋㅋㅋㅋㅋ 시안의 대사 '세상을 다스리는 건 신이 아니라 인간이며 모든 수수께끼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대사에서부터 모든 '저주'를 과학적으로 풀어낸다는 건 좋았지만... 현대인의 사고로 보기엔 너무 그럴듯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그렇지만 이브가 세레스에게 그렇게 '넌 사신이 아니야'라고 말해줬는데 정말 주변인들을 사망으로 이르게 하는 사신이었단 사실이 이 둘에게 너무 잔인했다...
그리고 특이했던 점은 시안 루트에서 살로메가 세레스에게 '절대로 시안에게 저주에 관련된 이야기를 하지 마라'라고 했던 떡밥이 시안 루트가 아닌 이브 루트에서 회수된다는 점이었다. 시안 루트에서 긴장 타고 있었는데 이브 루트에서 시간차 공격을 당해버림..ㅋㅋㅋ;; 이브 루트에서는 너무 당연하게도 시안 호감도 내려간다. 아마 이것 때문에 지인분들이 시안 루트 바로 다음에 이브 루트 하지 말라고 하신 듯. 근데 결국은 인체실험을 포기하려 했던 거 보면 이 자식도 누구누구 같은 매드 사이언티스트는 못 될 것 같다. 컨셉 매드 사이언티스트 녀석...
근데 이건 정말 뻘소리지만 난 진짜 이브가 시안 친척의 후손이거나 그럴 줄 알았다 ㅋㅋ 왜냐면 머리카락 색이 비슷하잖아.. 투디계에서 이유 없이 비슷한 머리색이나 눈 색은 없다고..ㅋㅋㅋㅋㅋ 그리고 휴고가 세레스를 너무 괴롭혀서 비호감이었는데 죽은 거 보니 또 불쌍하기도 하다...
이브 중도 배드 엔딩
배신에 대한 참회 (裏切りへの懺悔) & 사신의 불꽃 (死神の炎)
전자는 아돌프가 놓고 간 통신기를 가져다주러 집 밖으로 나왔다가 뒤통수를 가격 당해서 죽는 엔딩이고 두 번째는 이브네 집에 사람들이 불을 질러서 세레스가 죄책감에 혼자 바다에 투신하러 가는 엔딩... 사실 이 둘은 그냥 중도 엔딩이기도 하고 플레이하고 3개월이나 뒤에 후기를 쓰려고 하니 생각이 안 난다...ㅠ 플레이할 때 다른 엔딩처럼 짤막한 감상이라도 적어놨어야 했는데; 미안하다 이브야...
닮은 사람끼리 (似た者同士)
온갖 아마존 1점 리뷰를 생성해낸 + BL 관련으로 뜨거운 감자였던 그 엔딩... 생각보다는 무난했다. 세레스가 원래도 연적을 응원해줄 것 같은 캐릭터라서 그런가... 그리고 사실 BL 요소가 있어서 논란이라기보단 그냥 공략캐가 다른 캐릭터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 자체가 싫은 것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었음. 휴고가 여캐였어도 사람들 대부분 싫어했을 것 같은데ㅠㅠㅋㅋㅋㅋ 오토메판이 원래도 BL 안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더 논란이 된 것 같긴 하지만... 공략 캐릭터 아닌 서브 남캐들끼리 이어졌다고 하면 사람들 아무 신경 안 썼을 것 같음... 사실 나도 메모리 크래쉬로 죽어서 발견된 커플들이 전부 남녀 조합이었어서 뼈테로 세계관이라고 웃었거든...ㅋㅋㅋ 아마 그리고 휴고가 계속 세레스를 괴롭혀서 더 아니꼽게 보인 게 아닌가 싶다..ㅋㅋㅋ 솔직히 휴고 입장이 이해 안 가는 건 아니긴 한데 세레스에 이입해서 플레이하는 유저 입장상 예뻐 보일 리가 없음..
근데 정말 주인공+여캐의 백합 엔딩이면 모를까 BL 엔딩은 왜 넣은 걸까... 오토메이트가 오토메 BL 극지뢰인 사람들 많다는 걸 몰랐을 리는 없을 텐데... 요즘 오토메이트가 남캐들만 나오는 BL층 타깃 컨텐츠를 이것저것 내는 것 같긴 한데. 오토메에 찔끔 BL 넣어봐야 BL향유층은 오토메 안 할 테고 원래 오토메 좋아하던 사람들은 싫어할 텐데 대체 왜..?
이브 절망 엔딩 1
붉은 리코리스 (紅きリコリス)
검지 않고 붉은 리코리스는 이브의 할아버지가 남겨준 (그리고 이브가 세레스에게 선물한) 머리장식과 같은 색이자 세레스가 산채로 땅에 묻혔단 증거다... 세레스가 땅에 묻힌 것을 확인한 이브는 자신도 그 자리에서 자결해서 세레스와 같이 리코리스의 거름이 된다... 리코리스로 맺어진 인연이니 죽어서도 함께 붉은 리코리스가 되는 둘.. 물론 절망스럽긴 했겠지만 그 자리에서 자살하는 이브도... '이브의 손을 잡아주고 싶어서' 오른손을 이브에게 전해달라고 한 세레스도 제정신은 아님... ^_ㅠ
진짜.. 슬픈 엔딩인데.. 대용량 리코리스처럼 땅에 묻혔다고 하니까 자꾸.. 땅에 묻힌 ㅈㅈㅎ 씨 짤 밖에 생각이 안 나서 나 혼자 웃참챌함...ㅠㅠㅠㅠ 아예 땅 밑에 묻힌 것도 아니고 세레스 머리카락이 바깥에서 보이게 묻힌 거면 진짜 이렇게 묻힌 거 아냐..?ㅋ..ㅋㅋ큐ㅠㅠㅠㅠㅠㅠ
근데 또 의문인 점... 피안화가 알렐로파시 효과(이거 진짜 allelopathy라고 있는 용어더라!? 한국어로는 타감 작용이라고 하는 듯하다)로 식물의 체내에 독소를 쌓아 두고 있다가 꺾일 때 그 독소가 퍼지는 거라면 피안화가 죽을 때도 독소가 다시 그 땅으로 돌아가는 게 아닌가..? 그럼 세레스가 땅에 살아있는 채로 묻혀 있어야만 알렐로파시 효과를 볼 수 있는 게 아닌가... 죽으면 썩어서 다시 그 독소가 땅으로 돌아갈 텐데 소용이 없는 거 아닐까... 클론을 만들어 여러 곳에 심는다고 하긴 했지만 그 클론들도 생물학적 죽음을 맞이하면 말짱 도루묵 아닌지...
이브 절망 엔딩 2
검은색의 사랑 (黒色の愛)
아마 종뷔의 간판 엔딩... (그러니까 패키지 표지로 이걸 넣었겠지..) 검은 리코리스로 이어진 인연이자 이브의 마지막 모습이 불에 까맣게 타버린 모습이기도 하고, 미쳐버린 세레스의 돌아버린 사랑도 검은색이겠지. 죽은 게 아니라 자신을 위해 죽음을 초월한 존재가 되어 돌아왔다고 믿는 세레스의 광기가 너무 안쓰럽다ㅠ
이브도 죽고 세레스도 미쳐버리고... 하필이면 이브가 세레스를 향해 한 발자국 내딛는 그 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게 절망 한 두 번 시켜본 솜씨가 아니다... 물론 이미 세레스의 몸은 폭주 중이었고 이브는 죽어가는 몸이었으니 희망찬 상황은 아니었긴 했지만... 적어도 마지막 말을 나누고 두 명이서 같이 죽는 엔딩일 수도 있었잖아. 아주 그냥 단 한 톨의 행복도 있을 수 없게 절망의 구렁텅이에 밀어 넣어버린다...
이브 구제 엔딩 스포
종언을 맞이할 그때까지 (終焉を迎えるその時まで)
류카에 이어서 이게 구제냐? 싶은 엔딩 두 번째... 게다가 이브세레가 전반적으로 그렇긴 하지만 둘 다 사랑에 미친 엔딩이다... 너무 자연스럽게 '너도 나 따라 죽어줄 거지?' '당연하지 지금 말 바꾸면 용서 안 해' 이런 대사가 나오는 게 너무 슬프다... 안쿠가 리코리스 밭에서 뜨거운 눈물 흘리고 있을 거다... 안쿠는 그저 세레스가 행복하게 살기만을 빌면서 견뎌왔는데 이런 결말이라니 말이나 되니!!!!! 근데 한 편으론 제일 종뷔스러운 엔딩 같기도 하다. 종뷔 워낙 사랑에 정신 나간 애들만 잔뜩 등장해서 그런 면에서 대표적인 엔딩이랄까... 나의 유일한 희망은 원인을 알았으니 이브가 죽기 전에 시안이 어케 해주지 않을까 하는...ㅠㅠ
뭐랄까 3막을 보고 난 뒤 이브 루트를 생각해보면 항상 자기들만의 세상에 갇힌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왠지 리코리스 꽃잎이 휘날리는 스노글로브 안에 서있는 이브세레와 그 뒤에서 그 스노글로브를 바라보고 있는 안쿠가 생각난다.. 안쿠가 그들의 운명을 만들어준 것을 알지 못한 채 짜인 대로 무대에 오른 두 사람이란 느낌.
후일담 소책자를 읽어보면 세레스가 이브의 아이를 임신하고 싶다고 이야기하는데.. 솔직히 말해서 너네 애기가 어떻게 살아갈지 생각은 전혀 안 하는 거니 싶었다..^_ㅜ... 물론 상대방에게 너무 신경 쓰고 살았던 둘이기에 마지막으로 남들 신경 안 쓰고 이기적인 사랑을 하는 건 이해가 가지만 공감은 안 됐다... 생판 남도 아니고 자신들의 아이인데 너무 무책임하다 싶었던... 이브와 세레스의 아이로 알려지면 돌 맞을 게 뻔하고 알려지지 않은 채로 자란다고 해도 그 애가 세레스와 같은 능력을 가질까 너무 걱정된다... 이브세레 맨날 리코리스 밭 가있는데 그럼 또 세레스와 같은 능력을 지닌 아이가 태어나는 거 아닌가?
- 3막 -
안쿠 (Ankou)
cv. 오키츠 카즈유키
「나와의 약속을 지킨다면. ...당신을 『평범한 여자아이』로 다시 태어나게 해 주지」
죽음을 다스리는 운명을 농락하는 남자
『죽음의 파수꾼』을 자처하는 신출귀몰한 존재. 주인공의 자살을 막고, 아르페셸에 둥지를 튼 죽음의 수수께끼를 밝히라고 한다.
사람을 어리둥절하게 만드는 언동이 많아. 진의를 파악하기 어렵다.
종뷔 인기투표 1위의 남자! 성우도 그렇고 위치도 오란소와 츠쿠요미가 많이 생각나는 캐릭터였다. (오란소와 올클을 못 해서 아직 진상은 모르지만..) 누가 봐도 진상에 관련 있을 것 같은, 관상부터 '나 흑막이오'하고 소리치고 있는 캐릭터. 정말 그럴지는 3막에서..
아돌프 (Adolphe)
cv. 야시로 타쿠
「...옛날부터 전혀 바뀌지 않는구나. 이 나라 인간의 본성은」
사람을 구하는 운명과 공명하는 남자
21세/자경단 리더
주인공과 같은 고아원에서 자란 자경단의 리더. 현재는 변두리에서 혼자 살고 있다.
퉁명스러운 언동이 많지만 본성은 상냥해서 곤란에 처한 사람을 지나치지 못한다.
주인공에게는 의지할 수 있는 오빠 같은 존재.
누가 봐도 소꿉친구 포지션의 초회차 캐릭터인데 마지막 해금이라서 수많은 사람들을 애닳게 만든 장본인... 나도 어쩐지 타 장르 최애랑 느낌이 비슷해서 아돌프를 점찍어뒀었기 때문에 몹시 당황했다ㅋㅋㅠㅠ
그리고 스탠딩 일러가 진심 대박 잘생김... 개인적으론 테마 컬러가 빨간색이라 파란색인 자경단 복장이 진짜 안 어울린다고 생각했는데 잠깐 나온 자켓 벗은 자경단 복장 일러 보고 기절하는 줄 알았다... 너무 잘생겨서.
3막 스포
말 그대로 모든 떡밥이 다 풀리는 루트. 이브 루트까지는 떡밥이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떡밥들이 다 풀린다. 아돌프와 안쿠의 정체, 아르페셸이 죽음의 땅이 된 이유, 그리고 최종 흑막인 다하트와 살로메의 정체까지.
하나 웃긴 점은 2막 플레이하면서 다하트와 살로메의 눈 색이 같아서 다하트가 살로메의 아들이 아닐까 궁예 했다가 왕녀 목소리 듣고 아 아니구나 취소 취소~ 했는데 결국 맞았다..ㅋㅋㅋㅋㅋ 생각해보니 오스카 와일드의 <살로메>에서도 살로메는 공주니까 어느 정도 이름이 떡밥이었구나 싶고ㅋㅋㅋㅋ 처음에 눈 색 때문에 혹시? 했다가 2D의 법칙 첫 번째: 2D에서 이유 없이 똑같은 머리색과 눈 색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이 방식으로 난 이브와 살로메와 시안이 친척이라고 궁예했지만 다 틀렸음) 그리고 아돌프와 안쿠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도ㅋㅋㅋㅋ 3막 극초반 보면서 설마? 했는데 정말 설마 맞을 줄이야ㅋㅋㅋㅋㅋㅋㅋ 2D의 법칙 두번째: 눈썹 모양이 같으면 다른 시간대/세계선의 동일인물 있으니 주의. (모 게임/애니의 빨간 궁병과 밥 잘 하는 소년 쳐다봄) 아무리 세월이 흘러 머리색 눈색 피부색이 모두 변해도 눈썹 모양만은 변하지 않는다!
3막이 최종 해금 루트다 보니 긴장하고 시작했는데 초반이 너무 재밌고 웃겼다ㅋㅋㅋ 안쿠와 아돌프의 티키타카가 거의 만담 수준이다. 아돌프는 짜증 나고 속 좀 쓰렸겠지만^^ (난 원래 다른 캐릭터들 때문에 속 썩어가는 캐릭터가 좋더라~^^) 그리고 아돌프가 진심 너무 설렌다... 오토메 겜 플레이하지만 사실 오토메 게임하면서도 설레 죽겠는 순간은 정말 손에 꼽는데 아돌프가 세레스 악몽 꿨을 때 안아주는 것 보고 진심 비명 질렀다ㅠㅠㅠㅠㅠㅠㅠㅠ 꺄아아악 원래도 아돌프 호감도가 높아서 더 그럴 수도 있지만 상상만으로도 아돌프 체향 맡아지는 것 같아서 세레스보다 내가 더 설레버렸다ㅠㅠㅠㅠㅠㅠㅠ 오빠 냄새 너무 좋아요 꺄아아아아아악!!!! 이브세레가 동화 속에 나올 법한, 완벽한 운명의 사랑 같다면 아돌프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운명을 뜯어고쳐서 이루어낸 사랑이라는 점이 너무 좋았다. 난 정말 아돌프/안쿠의 쿠소 데카이 러브만 생각하면 질식할 것 같다... 내가 언제 어디 가서 이런 사랑을 또 맛보나... 나에게 강제 오토메 휴식기를 가지게 한 아돌프.. 날 책임져...
그리고 아돌프와 세레스 둘 다 그냥 너무... 삶에 지쳤던 꼬맹이들이라는 점이 넘 맘 아팠음..ㅠㅠㅠ 아돌프도 세레스도 삶에 지쳐서 자살을 시도했던 인물들이고 그리고 돌고 돌아 서로의 자살을 막아준 상대다. 1회 차의 아돌프는 세레스가 자신의 자살시도를 막아준 후로 세레스를 자신의 사랑이자 희망 그 자체로 삼아버려서 세레스가 자살했을 때 아돌프의 자괴감이 엄청났을 것 같다... 세레스는 자신에게 삶을 이어나갈 기둥이 되어주었는데 자신은 세레스에게 그런 기둥이 되어주지 못했다는 점에서. 세레스가 자신에게 준 가장 큰 선물을 똑같이 건네주지 못 했다는 점에서...
아돌프의 '평범함'이란 키워드도 좋았다. 가장 '평범한' 사람이었기에 어딘가에선 가장 평범하지 않았다는 점. 평범하다는 것 때문에 스스로를 자학하고 자기혐오하는 아돌프. 그렇지만 가장 평범하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도 있다는 메세지ㅠㅠ
진상을 알고 나니 시안 중도 배드 엔딩 이후가 궁금해졌다. 세레스가 왕족에게 살해당했다는 말을 듣고 시안은 왕궁을 싹쓸이했을까... 세레스를 죽인 살로메는 다시 왕위에 올랐을까? 다하트는 살로메를 알아봤을까?
3막의 다하트x나디아 너무 로판 재질이다. 나를 사랑하는 불구대천의 원수에게 안전하게 감금된 상태.. <오빠를 죽인 원수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이런 제목으로 시작할 것 같다...ㅋㅋㅋㅋㅋㅋ
초반 부분은 너무 재밌었지만 3막... 전반적으로 너무 길었다. 사실 3막뿐만 아니라 종뷔가 전반적으로 그런 느낌이긴 한데 3막이 유독 더 심했던 듯. 끝날 것처럼 해놓고 계속 질질 끌어서 너무 지친다. 게다가 스토리 진행방식이 계속 새로운 사실이 밝혀지거나 스토리가 나아가는 것도 아니고 반전! 흑막의 흑막! 악당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하는 식이라서 끝으로 갈수록 질렸다... 나루토냐고...
구제 엔딩과 종원 엔딩이 나뉘는 분기점에서 시나리오명이 안쿠 쪽은 <모든 운명에 절망한 남자>고 아돌프 쪽은 <모든 운명에 반항하는 남자>라는 게 너무 눈물 난다. 아돌프는 운명을 거슬러 자신의 것이 아니었던 사랑을 결국 이루어내는 사람이고 안쿠는 결국 절망할 수밖에 없는 남자인 것이다. (아돌프가 절망할 때만 생겨나는 존재이기에..) 아돌프는 안쿠 복지 좀... 제발..........
중도 배드 엔딩 스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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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박스의 정체는 리암. 리코리스가 머금었던 여왕의 피의 영향으로 세레스의 기억에 혼란이 와서 비몽사몽 간에 아르페셸 중심으로 걸어 나가고 결국 살해당한다. 그냥 이 엔딩에서는 모르지만 3막을 다 보면 네모 박스의 정체도, 세레스가 대체 왜 그랬던 건지도 알게 된다. 중도 배드 엔딩이다 보니 그냥 진상 스토리의 밑밥 느낌. 사실 피를 흡수해서 기억이 흘러들어 간 건 정말 말도 안 되는 이야기지만 그냥 받아들이기로 한다...
탈출에의 한 수 (脱出への一手)
이 엔딩도 진상 스토리의 밑밥 느낌. 탈출해서 그대로 누군가의 손아귀로 들어가서 행방불명되는 세레스...
3막 절망 엔딩 1
죽여줘 (コロシテ)
죽지도 못하고 영원히 고통받으며 아돌프와 안쿠에게 돌봄 받는 엔딩. 얘들아... 정신 차려...!!! 더 많은 것을 바라지 않고 '이대로' 살아있게 하길 택한 아돌프와 안쿠. 이런 거 보면 둘이 정말 같은 사람인 게 딱 보인다... 얼굴 붉힌 채 네가 살아만 있다면 된다고 하는 처돌이들아...
그 모습 그대로 내가 죽을 때까지 곁에 있어달라고 하는 거 보면 이브 절망 엔딩의 세레스가 떠오른다.. 같이 자랐답시고 이런 거 닮지 말라고...
3막 절망 엔딩 2
영원히 계속되는 여로(永遠に続く旅路)
미친 엔딩아... 아돌프가 또 다른 안쿠가 되어가는 엔딩. 소책자를 보면 그러다가 또 다른 아돌프에게 안쿠의 자리를 넘겨주고 우리가 아는 그 아돌프는 또 안쿠처럼 생을 마감한다... '아돌프'로 태어난 이상 영원히 벗어날 수 없는 굴레라는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는 이 절망 엔딩이 제일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세레스를 살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실낱 같은 희망을 버리지 못했기 때문에 계속되는 고통과 매번 그 고통을 감내하기로 결정하는 수많은 아돌프들... 그 희망 끝에는 절망밖에 없다는 걸 알면서도 다음 아돌프에게 안쿠의 자리를 넘겨주는 이전의 아돌프들은 대체 어떤 심정이었을지.
안쿠 엔딩 스포
종원 엔딩: 종원의 입맞춤 (終遠の口づけ)
사실 난.. 안쿠 해피 엔딩과 아돌프 해피 엔딩이 따로 있을 줄 알았고 제일 좋아하는 아돌프의 해피 엔딩을 제일 나중에 보기 위해 안쿠 루트를 먼저 탄 건데... 왜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어요 안쿠는 구제 엔딩이 없다는 걸...!!!!! (그야 중대 스포니까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게 당연함)
안쿠가 모든 것을 다 포기해버린 이유가 결국 아돌프가 23번째 생일에 자살하려고 한 이유와 똑같아서 눈물 난다... 안쿠는 무력한 과거의 자기 모습이자 다른 시간선의 자신인 아돌프를 증오했지만 결국 안쿠도 그 뿌리는 똑같이 아돌프였던 것. 자기 자신이 싫어서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었지만 결국은...ㅠㅠㅠ 근데 아돌프와 비교해보면 안쿠가 얼마나 세월과 고통에 치여서 이전의 빛이 사라졌는지 사고가 왜곡되었는지 보임...ㅠㅠㅠㅠ 그런 일을 겪고 제정신일 수가 없지... '아돌프'와 '안쿠'의 차이는 결국 포기하느냐 포기하지 않느냐인 것.
플레이어가 안쿠에 이입할 수밖에 없는 게 3막을 들어오기 위해 무려 네 번의 절망을 뛰어넘었단 말야ㅠㅠㅋㅋㅋㅋ 그리고 안쿠가 말하는 '구제'는 아르페셸의 구제가 아니라 오직 세레스 한 사람만의 구제... 다른 놈들은 어찌 되든 알 바 아닌데 그냥 세레스의 행복을 위해 살아있는 것뿐... 나도 제발 세레스가 행복해지는 것 좀 보고 싶다 얘들아........
아돌프의 입맞춤은 항상 세레스가 죽고 나서 이루어진다... 회귀 전의 아돌프도, 종원 엔딩의 안쿠도 세레스를 너무 소중하게 생각해서 차마 세레스가 살아있을 때는 못하고 죽고 난 뒤에야 입을 맞추는 게 너무 안쓰러웠다....
안쿠가 괜히 인기투표 1위와 구제해주고 싶은 인물 1위를 차지한 남자가 아니다... (사실 난 아돌프가 1위 할 줄 알았음 네 편애 맞습니다) 3막과 종원 엔딩을 보고 나면 왜!!!! 우리 안쿠는!!!! 햄보칼 수가 업써!!!!!!!!를 외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음. 공략캐 6명인 척해놓고 사실상 5명인 거 너무한 거 아닌지..^^ 안쿠 버전도 행복할 수 있는 미래를 달라고 오토메이트...
그리고 스토리를 다 보고 되돌아보면 종뷔 오프닝 '리코리스의 사랑'은 너무 안쿠 그 자체다...
「愛に流した命の後で交わした瞳の奥に見つけたたった一つのリコリスの愛、永遠にあなたを思う」
아돌프 엔딩 스포
구제 엔딩: 자살을 바라는 사신의 종언(自死を願う死神の終焉)
모든 게 해결되는 유일한 엔딩. 말 그대로 구제 엔딩. 나는 아돌프가 최애라서 만족스러웠는데 솔직히 다른 애들 잡은 분들은 화나실 수도... 사실상 진 히어로의 엔딩이 아니면 모든 게 해결되지 못하니까... 게다가 류카와 이브 구제 엔딩은 구제란 느낌도 안 나서 더더욱.
아돌프와 세레스 CG를 볼 때 눈물이 줄줄 나온다... 안쿠에 과몰입해서 '그래..! 난 이 모습을 보기 위해 고통스러운 절망 엔딩을 8개나 극복해온 것이다..!' 생각이 들면서 오열함. 게다가 섬의 독기가 빠져나가면서 안쿠의 무덤 주변이 전부 하얀 리코리스로 변했는데 하얀 피안화의 꽃말은 '다시 만날 날을 기대합니다.' 저승에서든 아니면 다음 생에서든... 언젠가 안쿠와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세레스와 아돌프의 마음이 딱 그럴 것 같았다.
사실 그냥 다 너무 행복한 엔딩이라 별로 좀 쓸 말이 없다... 개인적으로는 쟝이 별로 처벌받지 않고 지나간 게 제일 어이없었음. 3막 전반적으로 쟝이 자신의 연구를 그만두고 협조한 것도 개연성 부족하다고 느꼈지만... 원래 완벽하게 행복한 해피 엔딩들은 좀 개연성을 버리는 편이 많아서 많은 기대는 없었다. 애초에 종뷔가 개연성에 심혈을 쏟은 게임도 아닌 것 같고... 그냥 세레스랑 아돌프가 행복하면 다 되었다....
전반적인 후기
일단.. 길었다... 보는데 힘들어 죽는 줄... 떡밥 회수는 정말 열심히 한 게 보이는데 전반적으로 스토리의 호흡이 너무 느려서 부분 부분 쳐내도 될 것 같았다.
그리고 이 제작진이 정말 절망에 진심이라는 건 느껴졌다... 절망 엔딩이 구제 엔딩보다 월등히 퀄리티가 높음. 그렇지만... 나도 메리 배드 엔딩은 나름 좋아하는데 류카와 이브는 구제 엔딩이라고 부를 수 있는지도 잘 모르겠다. 시안과 마티스도 한계는 있지만 그 안에서 두 사람이 행복한 이야기이고 아돌프는 진 히어로인 만큼 모두가 행복한 (그래서 개연성은 좀 버린) 명명백백한 구제 엔딩이었는데... 류카와 이브가 오토메이트한테 빚지고 날랐는지 합리적 의심이 든다... 공략캐 뿐만 아니라 얘네 구제 엔딩에선 세레스도 행복하질 못해서 몹시 찝찝. 안쿠의 목적은 세레스가 행복하게 살아남아서 웃는 걸 보는 것이었으니 공략캐가 시궁창에 빠져도 세레스만 행복했다면 구제 엔딩이라고 할 수 있었겠지만 세레스도 금방 죽어버리는 엔딩이 어떻게 구제 엔딩인지 잘 모르겠다...ㅋ 그건 전혀 안쿠의 마음이 아닐 것 같음.
어쨌든 4 연속 절망 엔딩을 보아야만 구제를 볼 수 있는 방식은 머리 잘 쓴 것 같았다. 절망 엔딩들이 잔인하고 고어한 편이라 뇌가 얼얼하긴 하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절망 때문에 플레이어가 안쿠의 심정에 더 이입할 수 있는 것 같다. 그렇지만 살짝 아쉬운 점은 3막 구제가 정말 모두가 행복해지는 엔딩이라 3막 구제를 본 뒤에 다른 구제 엔딩들을 보면 뭔가 부족해 보인다는 것... 다른 구제 엔딩들의 빛이 바랜다. 그만큼 고생한 아돌프와 안쿠를 위한 보상(이라는 이름의 속죄) 같긴 하지만...
후기 완성하기 너무 힘들었다... 이렇게 후기 길게 쓰는 거 작작해야 하는데... 뒤로 갈수록 힘 빠져서 아무 말 된 orz
개인적으론 올클한 뒤 아돌프가 최애고 아돌프>안쿠=시안>이브>마티스>류카 순으로 좋았다. 겜 시작 전부터 아돌프가 젤 좋았고 끝나고서도 그건 변하지 않았음... 여동생으로 여기는 누군가를 필사적으로 지키려고 하지만 예민하고 거친 성정이라 표현이 서투른 소프트 마초 자낮 남캐 아시는 분 많은 추천 부탁드립니다...
진 히어로가 정해져 있고 정말 '완벽하게 행복한' 엔딩은 그 루트의 구제 엔딩뿐이다. 사실 난 그 진 히어로가 최애기 때문에 즐겁긴 했지만 타 캐릭터를 최애로 잡았다면 화가 날 수도... 해피 엔딩이어야 하는 구제 엔딩에서도 '이게.. 구제?' 싶은 엔딩들이 수두룩하다.
솔직히 엄청 추천할만한 겜인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원래 오토메이트 스토리랑 잘 안 맞는 편인 것도 있긴 하지만... 배드 엔딩을 좋아하고 마라맛 스토리를 찾는 사람이라면 해볼 만한 게임. (근데 그런 분이면 종뷔 이미 하셨을 듯..)
+) 이제 종뷔 플레이한지 딱 1년 쯤 됐는데, 어쩐지 기억에 많이 남는 게임이다ㅋㅋㅋㅋ 게임할 때는 내 취향존에서 좀 벗어났다고 생각했었는데, 워낙 자극적이라서 그런가... 몇몇 엔딩들이 참 기억에 남는다. 시간이 지나서 미화된 건지ㅋㅋㅋㅋ 암튼 블로그 후기 처음 썼을 때는 별로 추천 안 한다고 썼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또 갓겜!!!까지는 아니어도 그럭저럭 추천할 만한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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